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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8화 (18/1,404)

# 18

#18화 라이칸스로프의 영역 (4)

방패전사는 늑대의 혼을 알고 있는지 그냥 에메랄드빛과 비슷한 광택을 내는 광석이라는 것에만 신기해하는 정도고 나도 재중이 형에게 들어서 알고 있는 광석이다.

“늑대의 혼이 뭔가요?”

챠밍이 늑대의 혼의 붉은 빛이 신기한지 들고 있으니 방패전사가 이야기해 준다.

“아, 다들 대장장이는 관심이 없으셨구나. 그거 제작 재료에요. 필드서 계속 잡아도 안 나오더니…… 전 무슨 네임드를 잡아야 나오는지 알고.”

방패전사는 피난민 마을에 있는 대장장이를 잘 살펴본 모양이다. 무기 종류에 따라서 필요한 개수까지 거의 다 외우고 있다.

“아! 귀한 거네요?”

“네, 지금으로 봐서는 귀한 거죠. 모아두면 무기나 방어구를 종류별로 다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드랍 되는 늑대 시리즈보다 한 단계 위의 템들을요. 장검, 양손검, 지팡이 다 가능하죠. 재료만 충분하다면. 아 액세서리와 로브도 있던데요? 잡화점에서 파는 실이랑 천 같은 것을 사서 몇 가지 재료를 더 하면 됩니다.”

그 말에 다들 눈이 반짝반짝한다. 이쁜소녀의 글레이브를 보면 무기의 중요성은 더 말하면 입 아플 지경이다. 그리고 로브 종류는 한 번도 안 떨어졌는데 제작이 가능한 모양이고.

“제작 템들은 옵션도 있으니까 늑대의 혼만 많으면 꼭 필요한 템들이죠. 머해 템이죠.”

“머해?”

이쁜소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다. 저게 뭐지?

“머스트 해브 템이요. 줄이면 말이 좀 웃겨서 쓰던 말인데 이상하죠?”

“네, 많이요.”

1초도 고민 없이 이쁜소녀가 바로 이상하다고 해버리니 방패전사가 금세 풀이 죽어 버린다. 방패전사는 일단 버려두고…….

템을 줍고 몇 마디 나누자마자 워 울프 한 마리가 리젠 된다. 한 마리는 넷이 잡기는 수월한 편이기도 하고 순식간에 땅에 눕는다. 그러니 다시 한 마리가 나오고. 리젠 시간이 차이가 나서인지 순서대로 계속 나오는 워 울프를 꾸준히 잡았다.

“방어구 강화석?”

한참을 잡고 있는데 툭 떨어지는 푸른 광택의 방어구 강화석.

“오!”

나와 방패전사가 동시에 감탄사를 내뱉는다.

“강화석이네요?”

챠밍도 웃으면서 좋아하고. 이쁜소녀도 눈이 반짝거린다.

“진짜 필드서 그렇게 잡아도 안 나온 것들이 여기에선 계속 보게 되네요. 진작 여기서 할 걸 그랬습니다.”

방패전사가 하루 고생하면서 필드에 있던 몹을 잡던 기억을 떠올리며 한탄을 한다. 저렇게 이야기해도 어차피 강화석 없었으면 여기서 사냥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재중이 형은 이미 알고 있으려나? 하긴 재중이 형 같으면 알았다 하더라도 절대 안 풀 것이다. 강화도 안 된 무기나 방어구로 이곳에 들어오면 그냥 사망이니 웬만한 유저들은 모를 테고.

어느덧 내 레벨도 12가 넘어가고 챠밍, 이쁜소녀, 방패전사의 렙은 14가 되었다.

“오늘은 이만할게요.”

“고생하셨어요.”

두 마리 젠 자리는 이제 내가 없어도 충분할 정도다. 이쁜소녀가 익숙해지고 챠밍도 새 마법들에 숙달하면서 잘 맞아떨어지고 있으니까.

서로 인사를 마치고 난 살짝 젠 자리를 벗어나서 접속을 끊는다. 젠 자리에서 접속했다가 잘못하면 죽으니까.

***

* * *

안녕하세요.

하늘을 밝히는 빛, 로스트 스카이입니다.

8월 12일, 로스트 스카이의 정식 서비스가 드디어 시작됩니다!

로스트 스카이를 기다려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진행될 정식 서비스 관련 세부 사항은 다음의 내용을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중략)

로스트 스카이를 기다려주신 모든 분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

홈페이지에서는 이후로 나오는 정식 서비스 일정과 게임 다운로드 방법, 4세대 VRS의 이용 방법 등을 상세히 전달하고 있다.

현재 2개 서버가 늘어나 총 12개의 서버를 운영 중이고 대략 1100만 명 이상이 가입해 있다고 한다. 정액제 서비스로 유료화를 실시하면서 꽤 많은 가입자가 빠져나갈 것을 예상했으나 현재 2/3 이상의 사람들이 선 결제를 한 상태라고 포털 뉴스에서 읽었고.

하긴 4세대 VRS 값에 비하면 정액제 가격은 높은 수준도 아니니까. 지금 4세대 VRS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가상현실 게임은 로스트 스카이 뿐이고.

조만간 텔스 사에서 4세대 VRS를 활용한 FPS 전쟁 시뮬레이션 가상현실 게임이 나온다고 하는데 애초에 MMORPG와 FPS 게임의 유저 경계가 다르다 보니 유저수를 빼간다고 보긴 어렵다.

그리고 이어서 ES 스포츠에서 축구 게임을 선보이고, 또 다른 회사에서 AOS 형식의 대전 액션 게임도 줄줄이 서비스한다고 한다.

“정말 게임이 많이 나오네요.”

“미리 준비하던 곳들이 많으니까. 조만간 더 나올걸?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준비 중이고.”

재중이 형이 옆에서 짜장면을 흡입하면서 웅얼거린다.

“로스트 스카이 오늘부터 정식 서비스지?”

“네, 형은 좋겠네요. 정액 결제 안 해도 되지 않나요?”

그 말에 재중이 형은 어깨만 으쓱한다. 별 관심도 없네.

재중이 형은 PC방에서만 하고 있고 사장님이 가맹점으로 처리를 하다 보니 따로 결제를 안 해도 된다. 물론 난 집에서 따로 하니 넣어야 하고. 왠지 아까운걸. 어떻게 안 되려나?

“부러우면 너도 여기서 해.”

“안 되는 걸 알면서 그래요. 약 올리는 거죠?”

“어. 눈치가 많이 늘었네?”

갑자기 때리고 싶어진다.

차마 때릴 순 없고 하나 남은 군만두를 내 입으로 넣어 버렸다. 재중이 형이 내 입으로 들어간 군만두를 보더니 나라 잃은 표정을 짓는다. 역시 군만두는 마지막 남은 한 개지.

***

정식 서비스라고 딱히 대단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정액제로 정식 서비스를 하면 오픈 베타를 하던 사람들이 그대로 한다는 보장이 없다. 결국, 서버에 결원이 생길 것이고 게임사에서는 각 서버마다 캐릭터를 다시 생성할 수 있도록 하는 중이다.

그리고 서버마다 레벨을 많이 올린 사람에게 일정 금액의 상금이 주는 EVENT를 하는데 어차피 나와는 별 관계 없다 보니 관심이 없고.

패치는 숲 지역에 있는 피난민 마을과 크리스탈끼리 워프가 가능하게 된 점이라던가 피난민 마을이 열린 곳은 시작지점이 피난민 마을에서 시작하게 변경됐다. 그래서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피난민 마을로 변경된 곳을 선호하는 편이다.

웃기게 된 일은…….

“하…… 돌겠네.”

재중이 형이 저 비싼 VRS를 발로 걷어차려고 하는 걸 겨우 막는다. 물론 액션만 취하는 거다.

“사장님도 못 들어가셨어요?”

“어, 대기 열은 또 뭐냐? 몇만 명이 넘던데?”

사장님도 VRS에서 나와서 털썩 주저앉아 푸념 중이시다.

1서버에 결제를 늦게 한 인원과 새로 생성된 인원이 겹쳐서 초과 인원을 아득히 넘어버린 것이 문제. 결국 지금 사장님과 재중이 형이 못 들어가서 저 난리다.

“어휴…… 초보 게임사도 아니고 매번 이러냐.”

ZUN도 나름 큰 회사인데 운영이 개판이란다. 게시판은 지금 폭주 중이고. 게시판은 온통 욕이다. 계속 보고 있으면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아서 게시판을 꺼버렸다.

“시원한 주스 한잔 씩 해요.”

속 타는 덴 시원한 것만 한 게 없지. 접속을 못 해 아쉬워하는 재중이 형이 한숨을 쉬면서 주스를 받아 든다. 저렇게 절실하게 해야 성공하는 걸까?

“우리가 옆 마을 인간들하고 경쟁 붙어서 그래.”

내 마음을 읽은 것도 아닌데 대답부터 나온다. 독심술도 아니고.

“3번 마을이면 4번 마을 쪽 하고 한 지역이겠네요.”

“그쪽이 좀 현금 박치기가 되거든. 실력은 별론데. 볼 때마다 어디서 그렇게 강화석을 사오는 건지.”

아마 라이칸스로프 지역의 마지막 콘텐츠인 잊혀진 고성에서의 보스 레이드에서 실질적인 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같은 마을에서도 경쟁자들이 많겠지만. 아무래도 제일 큰 적은 오크 족장을 잡은 팀들이겠지. 당연히 그쪽도 재중이 형과 마찬가지로 오크 족장 글레이브를 가지고 있다고 하고.

생각해 보니 우리 마을의 글레이브는 이쁜소녀가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 옆 마을의 글레이브도 누군가가 가지고 있겠지.

딱히 우리와 경쟁 관계를 세울 이유도 없지만 어떤 사람들일지는 궁금해진다. 공격팀처럼 엉망으로 깨진 것이 아닌 정석적으로 제대로 모인 팀이 어떤 모습일지.

같은 남작 지역을 연고로 삼으니까 조만간 볼 수 있지 않을까.

***

“우리 서버로 이제 넘어오지그래?”

일단 생성제한이 풀려 있으니까…… 들리는 말로는 조만간 막을 거라고 한다. 대기 인원이 생기는 판에 계속 받아들일 수는 없으니까.

글쎄. 넘어가야 하나? 같이하면 좋기야 하겠지만 저 무식한 플레이 타임을 따라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로스트 스카이를 하다 보니 알게 되는 건 게임이란 것은 정직하다는 거다. 누구나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하면 어떻게든 쌓이고 쌓여서 결과가 나온다. 강화를 해서 말아 먹거나 템을 툭 떨어뜨리지 않는 이상은.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례해서 뭐라도 나온다는 뜻이고. 그것이 좋은 점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들이는 시간이 적다면 무슨 짓을 해도 결과가 안 나오는 셈이고, 물론 현질을 하면 격차를 확 줄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별개의 일이다.

결정적으로 재중이 형과 나의 플레이 시간은 꽤나 차이가 나고 이건 같이 게임을 하기에는 큰 장애물이지. 아마 같이는 하긴 힘들 거다. 그렇다고 알바를 그만두고 게임만 하는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거기다 며칠 밖에 안 됐지만 친구 같은 사람들도 생겨서 말이지. 우리 서버에다 이것저것 벌여놓은 일도 많고.

“제가 우리 서버에다 벌인 일이 좀 많네요. 당분간은 이쪽에서 할게요. 지금 넘어간다고 딱히 같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뭐, 그렇긴 하네.”

“저기 혹시 북서쪽에 늑대굴이라는 곳 알아요?”

“어, 당연히 알지. 거긴 왜? 거기 몹들 진짜 세. 애들 움직이는 것도 장난 아니고. 웬만하면 들어가지 마. 강화 안 하고 들어가면 물약만 다 털려서 나온다. 너희 마을 사냥터 열린 거 이제 하루 아냐? 아직 무리일 건데.”

“당장은 몰라도 나중에는 가야 하니까요.”

“늑대 세트 전부 입고 무기는 4강화는 하고 가. 그래 봐야 1층도 힘들 거지만. 아무튼 일단 사냥만 가능하면 좋은 거 막 떨어져. 늑대의 혼도 떨어지고 강화석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다. 여기까진.

“그리고 2층엔 궁수들 나오고, 완전 짜증 나지. 무슨 늑대들이 활도 쏘는지. 창 든 애들도 나오니까 조심하고. 3층이 진짠데 전사하고 마법사 나온다. 주술사라고 해야 하나? 4층엔 막 섞여서 나오고 5층에 네임드 트윈헤드 늑대인간 나오는데 그건…… 못 잡겠네. 우리도 아직 무리야. 풀 파티로 여럿 몰려가도 안 될걸. 지금은.”

“트윈헤드 오우거는 들어봤는데 늑대인간은 첨 보네요.”

“그치? 게임사 애들이 상상력이 딸리는지 막 이것저것 다 붙여만 놨어. 나중에 봐라. 막 트윈헤드 트리플헤드 나오고 그럴걸? 헬하운드 같은 건 트리플헤드구나.”

네임드라고 하니까 괜히 또 잡아보고 싶어진다.

어떻게 먹을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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