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9화 (9/1,404)

# 9

#9화 하늘에서 빛이 내리면 (3)

[ 공지사항 ]

* 필리언 서버 세 번째 오크 마을이 피난민들의 마을로 변경됩니다.

* 오크 마을의 족장을 물리쳐 정화한 용사들에게 보상이 지급됩니다. 이 보상은 중복 지급되지 않습니다.

* 마을을 침략했던 오크 족장이 마을 동쪽의 오크 부락지에서 랜덤하게 리젠 됩니다.

* 필리언 서버에 라이칸스로프의 영역 지대가 개방됩니다.

* 피난민들의 마을에 피난 가 있던 NPC들이 돌아옵니다.

* NPC들에게서 각종 퀘스트를 수령할 수 있습니다.

* 각종 무기와 방어구들을 NPC에게서 구입 가능합니다.

* 기초 마법서를 마법 상인에게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 마법서는 구입 시 유저에게 귀속되니 확인 후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 * *

바로 공지가 뜬다.

오크 마을이 유저들이 사용할 수 있는 마을로 변경되면서 다음 사냥터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른 시작 지점에서 유저들이 찾아오려나?

오크 마을끼리의 간격이 생각보다 넓다. 아마 다른 시작 지점 사람들이 찾아오려면 엄청나게 걸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다음 사냥터로 넘어가려면 지나야 하니까 그 정도는 감수하겠지.

아니면 본인들 시작 지점과 연결된 오크 마을을 뚫거나.

그리고 드디어 마법서에 칼을 뽑아 들었다. 기존 드랍 수준으로는 답이 안 나오니까 아예 마을에서 판매를 하는 모양이다. 마법서를 사 들고 다른 마을에 가서 팔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사면 귀속되는 형태로 애초에 원천봉쇄를 해버렸다.

그리고 활 종류도 수량이 많이 모자란 감이 있었는데 NPC가 팔아버리면 상당히 해소될 것 같다.

피난민 마을로 변하기만 하면 활이나 마법서가 없어서 궁수나 마법사를 못한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겠지. 게임사가 욕을 좀 먹더니 바로 생각을 고쳐먹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솔직히 마법서 가격이 너무 비싸니까.

재중이 형은 피곤하다면서 VRS에서 나오자마자 그대로 쓰러져서 곯아떨어졌다. 근데 재중이형 진짜 집에는 안 가는 건가? 아무리 혼자 산다지만 궁금해서라도 다녀와야 할 텐데.

요 며칠은 완전 쪽방에서 살고 있으니. 그러니 수정이 누나가 등짝 스매싱하러 찾아오기까지 하지. 하나에 빠지면 진짜 앞뒤 없는 사람이긴 하네.

저렇게 열성적으로 하니까 그렇게 우승도 많이 하고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막상 따라 하라면 못 할 것 같은 진성 폐인 생활이다. 프로 생활하면서 정해진 생활 정도는 했을 것 같은데 알 수 없는 일이다. 저러고도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나저나 뭘 보상으로 받았으려나? 거기에 족장이 어떤 것을 드랍 했을까?

궁금한데…….

***

홈페이지 게시판은 온통 1서버의 오크 족장 레이드에 대한 것들이다. 피난민 마을로 변한 것도 이슈고, 새 지역이 나온 것도 이슈다.

오크 족장이 드랍한 물품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함구하고 있는 모양. 그냥 뜬소문만 가득하다. 이건 재중이 형이 일어나면 알 수 있으니 잠시 접고.

새 지역은 공지로는 열렸다지만 아직 지나갈 수가 없다고 한다. 이제야 돌아온 마을 자경단 NPC가 하루 지난 내일부터 업무를 시작한다나? 아무튼 그래서 아무도 새 지역을 못 가는 중이고.

그 밖에 많은 NPC 들이 마을로 들어온 상태다. 대부분이 지친 몸을 추스르고 하루 뒤에나 일을 시작한다고 하니 모두 다 베일에 싸여 있기만 하다.

오후 늦게 재중이 형이 일어났다.

“어우, 머리야.”

“좀 무리한 거 아니에요?”

냉장고서 차가운 음료수를 하나 따서 준다. 재중이 형이 그걸 받아 마시더니 엄지를 척 들고 고마움을 표시한다.

“그래도 그 쌩 지랄을 떤 보람은 있었어.”

쫑긋. 보상 이야긴가?

“일단 뭐 좀 먹자. 배고파.”

“라면, 햄버거, 핫바 있는데 뭐 좋아해요?”

“뭘 좋아하긴. 그냥 셋 다 먹자.”

그 말에 물 올리고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부산을 좀 떨었다. 라면이 시간이 되길 기다리면서 핫바를 입에 물고 우물우물하면서 입을 연다.

“아차 했으면 못 잡을 뻔했어. 세상에 인벤 가득 물약 꽉 채워갔는데 그게 다 떨어질 정도로 싸울지 누가 알았겠냐. 사장님은 진작 죽고 한 세 명 남았나? 진짜 겨우 잡았다.”

“HP가 엄청나나 보네요.”

“어, 진짜 잡으라고 놔둔 건지 궁금할 정도로. 40명도 한 번에 제단에 들어갈 수 있는 최대 수로 맞춰서 준비한 건데. 일단 한 번 들어가면 문이 닫혀서.”

“그래도 용케 잡긴 했네요. 뭐 나왔어요?”

“으흐…… 놀라지 마라. 진짜 귀한 거 다 떨어졌어.”

상상만 해도 기쁜지 눈이 이미 맛이 가셨다. 약 한 것처럼. 은근히 무섭다.

“일단, 족장이 들고 있던 글레이브.”

“그거 게시판에 소문만 가득하던 건데 진짜 떨어졌나 보네요.”

“어. 우리도 깜짝 놀랐지. 장창으로 분류되던데 기본 공격력 대박이지. 오크 족장의 글레이브. 대미지 좋고 리치 길고. 거기다 근력 +1까지 붙었어. 지금 분배 문제만 남았는데 그것도 곧 처리될 거고.”

“어떻게요? 아이템은 하난데 분배가 돼요?”

“뭐, 한 명이 구매하고 나머지에게 대금을 분배하는 식이 될 것 같아. 경매하기로 했고. 내가 쓰고 싶긴 한데 금액이 좀 커서 될지는 모르겠고. 그거면 정말 다른 거 많이 포기해야 하거든. 족장이 이것저것 많이 드랍해서 일단은 걸 것도 많기도 하고.”

“다른 건 어떤 것들 떨어졌어요?”

“좀 늦은 감이 있긴 한데 강화석들 떨어지더라. 네임드라 그런지 화끈하게 주던데? 무기 강화석 30개랑 방어구 강화석 40개. 덕분에 분배 문제가 꽤 쉬워졌지. 개수가 많으니. 그 밖에도 아르랑 방어구, 마법서 등등 꽤 수입이 좋지.”

“굉장하네요. 고작 한 마리가…….”

“그치? 그래서 그렇게 용쓰면서 한 보람이 있다니까. 강화석은 지금 부르는 것이 값일 거다. 다들 자기가 쓰겠지만 팔면 큰 몫 챙기겠지. 거기다 더 대박은 따로 있고.”

“또 있어요?”

“어, 라면 분다. 일단 먹자.”

“절단신공 최고네요.”

라면이 불어서 우동이 되려고 해서 얼른 마시듯 먹었다. 햄버거까지 한 개 더 해치우고 나서야 재중이 형이 말을 잇는다.

“다음 지역으로 가려면 중간에 협곡 다리를 지나야 하는데 거기 관문이 있거든. NPC들이 돌아오면서 거기서 통행증을 주는데 이거 1000아르야. 핵심은 앞으로 일주일간 거기 통행증에서 나오는 몫에서 10% 우리가 먹는다. 40명이.”

그러니까 계산이…… 10만 명이 한 마을이니 다 통행증을 발급받는다고 하고 1억 아르에 10%면 1000만 아르네. 40명씩 나누면 개인당 25만 아르? 지금 아르가 현금으로 얼마더라? 관심이 없어서 모르겠네.

“1000아르에 만 원 정도 하거든. 대략 개인당 현금으로 250만 원씩 떨어지는 거지.”

“족장 하나 잡아서 40명 모두 250만 원이라니. 세네요.”

“좀 세지? 뭐, 다들 소소한 용돈으로 생각하고 있어. 어차피 다 안에서 써야 하니까 것도 모자를 지도 모르지만.”

개인당 250만 원에 강화석 몇 개 챙기는 건가? 무기 경매 값도 있을 테니 그보다 더 나올 것 같다.

“혼자 다 먹으면 대박일 텐데요. 현금만 1억 나오네요.”

“혼자는 무리다. 절대.”

알고는 있다. 상상만 해본다.

“거기다 레이드 참여한 우리 40명만 바로 협곡 다리 통행증 발급해 주더라. 게시판에 다 내일부터라면서? 시간 확인해 보니 대략 20시간 먼저 들어갈 수 있던데? 우리가 잡아서 그런지 특별 취급해 주더라. 마을 NPC들 전부 다 이용 가능하고.”

“대박이네요. 20시간이라고 해도.”

“어, 내일부터는 다시 진짜 난리일 거다. 일단 최대한 꿀 빨아야지. 마을 NPC들이야 뭐 별것 없어. 퀘스트 이것저것 주기는 하던데 내가 그거 매달릴 시간은 없을 것 같고. 기본 장비들 팔기는 하던데 다 있어서 필요 없으니. 나중에 늦게 시작하는 사람들한테는 좋겠더라. 마을서 다 구할 수 있고.”

“하긴 그러네요.”

“아! 맞다. 그리고 마을에서 음식 판다. 역시 게임 강국이야. 진짜 사서 먹어봐라. 대박이다. 난 게임에서 음식 맛 느낄 줄은 진짜 몰랐는데. 음료도 팔고. 종류는 몇 개 없긴 한데. 무슨 재봉하는 NPC도 있던데 그건 옷 디자인하고 그런 건데 난 관심이 없어서 그냥 보다 말았고. 대장장이도 있고, 이것저것 많아. 전투 관련된 건 그다지 없고.

“마을은 그렇다 치고 새 지역이라…… 가보고 싶네요.”

“너희네도 곧 안 뚫겠냐. 좀만 기다려봐라.”

그러면 좋겠죠. 누가 좀 안 뚫어주려나?

***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9.

> 로딩 중…….

접속하니 챠밍, 이쁜소녀, 방패전사에게 바로 연락이 온다. 이젠 익숙해졌는지 연락이 안 오면 더 이상하다. 다행히 다 근처에 있어서 서로 만나기로 했다.

잠시 기다리니 모두가 도착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나니 자연스럽게 오크 족장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공지 보셨습니까? 1서버에서 오크 족장 잡았답니다.”

방패전사가 무슨 비밀이라도 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이야기해 준다. 그 1서버 족장 족치신 분이 우리 PC방에 있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뭐, 그렇다네요. 저희 서버는 공략 안 한다고 합니까? 혹시 아는 소문 같은 거라도 있나요?”

방패전사가 어깨를 으쓱한다.

“몇 번 파티를 했던 상위 렙 지인한테 들어보니 공략조는 준비됐다는데 분배 문제에서 이견 차이가 심하다고 합니다. 1서버에서 템이 어떤 것이 나왔는지 쫙 퍼졌거든요.”

“그 정도면 욕심 낼만 하겠죠.”

시선을 돌리니 지팡이를 소중히 끌어안고 있는 챠밍이 보인다.

“지팡이는 어때요?”

“좋아요. 사냥 좀 해봤는데 흐음…… 대략 두 배쯤? 그 정도 대미지를 더 올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 게임은 몹을 쳐도 대미지 표시가 안 되니까 순수하게 개인의 감으로 알아내야 한다.

“두 배라. 엄청나네요…….”

“네, 써보고 꽤 놀랐어요. 고마워요. 선뜻 양보해 주셔서.”

“파티원이 세지면 저희가 좋죠. 이제 저보다 세시겠는데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이쁜소녀도 옆에 앉아서 멍하게 하늘만 보고 있다.

“이쁜소녀 님은 양손검 어때요? 전 한 번도 안 써봐서.”

“저도 좋아요. 막 휘두르고 나면 시원해져요.”

역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은데?

“나중에 한 번 보여주세요. 기대되네요.”

“네. 이따가 보여드릴게요.”

양손검으로 하는 싸움도 궁금하긴 하다. 어떤 식으로 쓸 수 있을까. 검도 길이도 폭도 넓으니까 많은 응용이 가능할 것 같다.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검이 좀 커서 걱정이 되긴 하는데 이쁜소녀가 검을 다루는데 센스가 있는 편이라 잘 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

템 확인 후 잠시 동안 어제 올린 수익들을 정산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 이건 주호 님 몫입니다.”

방패전사가 아이템들을 판 가격에서 어느 정도 자신의 수고비를 빼고 나에게 아르를 넘겨준다. 게임하는 시간이 적은 나로선 이런 것도 필요하다. 챠밍과 이쁜소녀는 알아서 해결했고.

피난민 마을 패치의 여파로 아직 우리 서버는 피난민 마을로 변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법서 가격이 하루 만에 바닥을 쳤다.

원래 거의 2만 아르에 현금 20만 원 하던 마법서가 지금은 거의 현금으로 1만 원 수준으로 내려갔다. 그야말로 대폭락이다.

“다행히 피난민 마을 패치 전에 팔았죠. 재수가 좋았습니다. 한 시간만 늦게 팔았어도…… 어후. 끔찍했겠네요.”

방패전사가 기나긴 안도의 한숨을 쉰다. 진짜 조금만 늦었으면 휴짓조각이 됐을 텐데 잘 팔았네.

“이제 마법사를 잡는다고 싸움 날 일은 없겠네요.”

다들 어제의 전투가 생각나는지 그냥 고개만 끄덕인다. 마법서의 가치가 너무 폭락해서 이제 서로 보더라도 어지간하면 싸우지도 않을 것이다.

***

이제 오크밭에서의 사냥은 무난할 정도다. 다섯 마리 정도까지 모여 있어도 순식간에 해치우고 쉴 정도니. 오늘은 재수가 없는지 마법사가 근처서 하나도 젠 되지 않고 있다.

뭐 이제는 마법사를 잡는다고 크게 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어제가 너무 운이 좋았나보다. 그렇게 다시 근처의 오크를 학살하면서 다녔다.

특히 챠밍과 이쁜소녀의 덕이 크다.

둘 다 딜량이 어제에 비해 비교가 미안할 정도로 늘었다. 챠밍은 지팡이를 가지고 더 섬세하게 조절하는 마법으로 적재적소에 강력한 딜을 넣고 있고, 이쁜소녀는 양손검은 이렇게 써야 한다는 듯 화려하고 강력한 한 방을 끊임없이 날리면서 오크를 녹이는 중이다.

둘 다 오크밭 수준은 아득히 넘어간다.

방패전사는 이제 방패 장인이라고 할 정도로 방패를 잘 다루고. 애초에 다른 3세대 가상현실 게임에서 방패 다루는 요령을 어느 정도 가지고 넘어온 상태라 적응이 더 쉬운 모양이다. 물론 더 섬세한 운영은 지금 익히는 중이고. 그렇다고 방패만 쓰는 것도 아니고 딜도 적절하게 잘 넣는다.

지금 방패전사의 공수 비율을 보면 거의 4:6 정도다. 이쁜소녀가 거의 9:1로 하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방어적이지만 그래서 여러 마리를 상대로도 한참을 붙잡고 있을 수 있으니 전술적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방패전사가 잠시 쉬는 타임에 문득 이야기를 꺼낸다.

“혹시 오크 족장 레이드에 참여해볼 생각 없으세요? 제 지인이 따로 레이드 팀을 만들고 있는데 파티 수가 좀 부족하다네요. 저희 팀이 참여했으면 어떨까 해서요.”

전혀 생각지 못한 제안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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