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7화 하늘에서 빛이 내리면 (1)
오크 둘이 달려드는 우리를 발견하더니 곧장 검과 방패를 꺼내서 경계하는 모습에 방패전사에게 눈짓으로 오른쪽을 가리키니 방패를 치켜들고 오른쪽 오크에게 달려들었다.
쾅.
방패를 앞세워 그대로 차징. 오른쪽 오크가 그 반동으로 뒤로 살짝 밀렸다.
그사이 왼쪽 오크에게는 이쁜소녀와 챠밍이 달려갔다.
이쁜 소녀가 숲의 장검으로 오크를 내려치니 오크가 방패를 들어서 힘겹게 막아냈다.
그사이에 옆으로 돌아간 챠밍이 숲의 장궁으로 화살을 멀리서 쏘아대니 오크가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화살을 맞아가면서 울부짖었다.
남은 건 뒤에 남은 마법사.
전투가 시작하자마자 주문을 외우는 모습에 난 곧장 오른손의 장검을 그대로 마법사에게 던졌다.
발끝부터 온몸을 비틀어서 손끝까지 회전력을 전달해서. 손끝에서 뻗어 나간 초보자의 장검이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 마법사의 얼굴 중앙에 박혔다.
“끄에엑!”
장검을 던짐과 동시에 마법사를 향해 바닥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그대로 남은 왼손의 숲의 장검으로 마법사의 목을 그으면서 스쳐 지나가니 마법사의 마법이 그대로 캔슬 되어버린다.
다시 돌아서 한 번 더 긋고, 다시 또 그어버리니 HP가 적은 마법사는 마법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그 자리서 허물어졌다.
떨어진 장검을 다시 주워 방패전사가 맡고 있던 오크의 뒤로 돌아가서 장검 두 자루를 밖에서 안으로 교차하듯이 목을 그어버렸다.
그리고 바로 반대로 검을 당기듯이 다시 긁으니 오크가 대미지를 심각하게 입고는 곧장 쓰러졌다.
마지막 오크는 그사이에 이쁜소녀와 챠밍의 공격을 받아서 이미 죽어 있었다.
방패전사가 두 소녀에게 엄지를 척 치켜든다. 두 소녀가 그 모습에 미소 지어 보인다.
“템 챙기죠.”
상황이 종료되자마자 방패전사는 템부터 챙긴다. 아니나 다를까 모두의 시선은 오크 두 마리보다 마법사의 시체로 가 있다.
“있…….”
“있어요!”
챠밍과 이쁜소녀의 앞쪽엔 하얀 표지에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는 마법서가 밝은 빛을 내며 바닥에 둥둥 떠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
“이건 어쩔까요.”
일단 내 손에 마법서가 들어왔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득템으로 파티가 조금 들뜬 상태.
재중이 형 말로는 마법사 근처도 얼씬거리지 말래서 거의 기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게임사가 마법사 리젠 위치를 랜덤으로 바꿔버리면서 이렇게 손에 마법서가 들어왔다.
“이거 필요한 사람 있어요?”
팔면 현금? 글쎄다. 그냥 파티에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이건 전적으로 내 생각일 뿐이고 파티가 팔아서 현금을 얻는 게 좋다고 한다면 따를 생각이다.
방패전사는 새로 얻은 방패를 살짝 들어 올리면서 멋쩍게 씨익 웃는다.
그런가. 저 골수 방패 중독자에겐 필요치 않은 물건.
이쁜소녀는 자기 손에 잡혀 있는 검을 한번 내려다보고 나를 한 번 보더니 고개를 살짝 갸웃거린다. 그러더니 그냥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필요 없다는 의미네.
이쁜소녀는 이미 검의 손맛에 빠진 상태고.
그러자 셋이 고개를 돌린다.
시선의 중심엔 챠밍이 있고.
잠시 예쁜 아미를 살짝 찌푸리며 고민을 하더니, 곧 표정이 풀렸다. 결정을 내린 모양이다.
“제가 써도 될까요?”
다행히 아직 챠밍은 레벨이 10이고 스탯 초기화를 쓰면 스탯 포인트 중 5개를 다시 분배할 수 있다. 레벨이 16만 됐어도 포기했을 건데 지금이라면 타이밍이 괜찮다.
“물론 그에 맞는 대가는 치를게요. 저도 마법서가 비싸다는 것 정도는 알아요.”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다시 모인다. 왜 이러지. 부담스럽게.
“대가라…….”
내 입에서 나오는 혼잣말에 모두의 눈이 고정된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말을 꺼냈다.
“일단 챠밍 님이 쓰세요. 그리고 사냥 끝나고 나면 나온 아이템으로 정산하는 식이 어떨까 싶네요.”
“저도 챠밍 님이 쓰면 좋을 것 같네요.”
“저도 괜찮음.”
방패전사와 이쁜소녀의 말에 챠밍이 살짝 웃으며 고개를 숙인다.
“고마워요. 잘 쓸게요. 대신 다음에 좋은 것들이 나오면 다른 분들 위주로 분배해 주세요.”
챠밍이 인벤에서 스탯 초기화 주문서를 꺼내서 쓰니 챠밍의 몸에서 황금빛 색채가 뻗어 나온다. 눈부시네.
“지력 3, 마력 2. 아니면 지력 2, 마력 3 어느 게 좋을까요?”
5개를 분배할 수 있는데 고민되는 모양.
“일단 1개씩 올려 보세요.”
솔직히 지력과 마력은 올려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른다. 게시판에서 얼핏 보기로 지력은 공격력, 마력은 MP량 이라는 데 힘, 민, 체처럼 다른 숨겨진 기능도 있을 것이다.
챠밍이 한 개씩 올렸는지 이것저것 확인해본다.
“지력 1로는 못 배우네요. 하나 더 해봐야겠어요.”
다시 스탯 창을 조작.
“됐어요.”
지력 2가 되면 배울 수 있는지 금빛 테두리를 가진 하얀 표지의 마법서가 밝은 빛무리로 변하더니 챠밍의 왼쪽 심장 부근으로 빨려 들어간다.
마법의 사용법이 따로 있는지 잠시 살펴보더니 손을 살짝 들어 올려 검지로 방향을 가리킨다.
가느다란 손가락 앞에 지금 30㎝ 정도 되어 보이는 반투명한 원형의 마법진이 나타나고 그 안에 전혀 알아보지 못할 푸른색의 문자들이 원을 그리면서 회전을 시작한다.
【 매직 애로우! 】
챠밍이 입에 작은 소리로 마법어를 담는 순간 마법진 중앙에서 하얀색 빛줄기가 생성되더니 검지로 가리킨 방향으로 쏜살같이 뻗어 나갔다.
마법의 표적이 된 메마른 고목 중앙이 퍽 소리가 나더니 관통되면서 푸른색 잔광만 남기고 사라졌다.
“엄청 빠르네요.”
방패전사가 멍하게 바라보다 한마디 한다.
일단 내 눈으로도 쫓기 좀 아슬아슬할 정도의 빠르기. 대미지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일단 포스는 남다르다. 빛의 화살이 쭈욱 뻗어져 나가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만 봤다.
챠밍이 자신의 손끝을 바라보더니 살짝 들뜬 표정으로 말을 꺼낸다.
“이게 차징 1단계에요.”
“차징?”
“네, 마력을 써서 마법진을 생성하고 난 뒤에 차징 시간에 따라서 대미지를 조절할 수 있네요. 음, 예를 들면요 차징 1단계는 대미지가 좀 약해요. 차징 단계가 올라갈수록 대미지가 올라가는 식이네요. 범위도 좀 커지고, 거리나 속도도 늘어나고 그런 식인 것 같아요. 같은 마나면 풀 차징이 훨씬 절약되겠네요.”
들어보니 마법사도 상당한 센스가 필요한 것 같다. 필요에 따라서 타이밍을 조절해가면서 싸워야 하니까. 차징 1단계는 거의 즉발형인 것 같은데 지금 스탯으로 가까이에선 도저히 피할 자신이 없다. 조금 거리가 떨어져 있으면 가능할 것 같긴 하고.
“지력 2스탯에 마법 슬롯이 1개 활성화되네요. 지력을 많이 올려야 여러 가지 마법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기본으로 1개 슬롯을 주니까 지금 두 개까진 배울 수 있어요.”
4레벨에 마법 한 개인 셈인가? 생각보다 빡빡한 느낌이다. 마법을 여러 개 배워도 쓸 마법은 따로 세팅해야 할 모양이고.
챠밍이 조금 더 설명하더니 여러 번 방식을 바꿔서 마법을 써보고는 상당히 만족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생각보다 쓰는 방식이 재밌네요. 대미지는 몹을 잡으면서 봐야 할 것 같아요.”
뭐,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그것만으로도 마법서가 제값을 하지 않나 싶기도 하네. 활을 들고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좋아하는 표정에서 예쁜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아이 같은 모습이 보인다.
이쁜소녀도 신기한지 챠밍 근처서 연신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자매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제대로 쓰려면 지팡이가 있어야 한다는데 마법사를 한 번 더 봤으면 좋겠네요.”
방패전사도 어느새 옆에 앉아 마법 시연을 구경하다가 문득 내뱉는 말.
확실히 지팡이가 있어야 대미지가 더 올라간다고 하던데 마법사를 또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정 안되면 사든가 해야지.
챠밍이 고민 끝에 지력에 3, 마력에 2를 올렸다. 마력을 올렸을 때 회복량과 사용량을 보더니 그 정도만 올려도 되는 모양이다.
“자! 그럼 사냥을 한번 해보죠. 마법 대미지도 알아볼 겸.”
방패전사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도 따라 일어나고 챠밍과 이쁜소녀도 준비를 한다.
“일단, 제가 선두. 그리고 두 마리면 한 마리는 저와 이쁜소녀 님이. 그리고 주호 님과 챠밍 님이 한 마리. 세 마리 이상이면 주호 님이 한 마리 맡으시고 챠밍 님은 이쁜소녀 님에게 붙은 몹을 먼저 잡아주세요.”
다들 끄덕이고 주변에 젠 되어 있는 몹을 살핀다.
“저기 괜찮네요. 딱 세 마리입니다. 저랑 이쁜소녀 님은 각각 한 마리씩 오크에 붙고 주호 님 뒤에 궁수 좀 부탁드려요.”
아까 잡은 진형과 마법사와 궁수만 바뀌었을 뿐. 모두 부담 없이 달려들었다.
궁수가 쏘는 화살은 빠르기는 한데 한 마리가 쏘는 화살은 궤적이 뻔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궁수를 상대하면서 펑 하는 소리에 살짝 돌아보니 챠밍의 영창과 함께 오크 한 마리가 북 터지는 소리를 내면서 튕겨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딜은 둘째 치더라도 몹을 날려버리다니 대단한걸.
마법을 날린 챠밍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아가는 오크를 보고 있다. 이후 챠밍의 마법 덕분인지 사냥이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혹시나 대미지가 모자랄지도 몰라서 풀 차징해서 쐈는데 날아가 버리네요.”
챠밍이 멋쩍어하면서 웃어 보인다.
“비싼 값은 하네요. 하나 더 먹으러 가죠?”
“마법사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데 저희가 운이 좋았죠. 하나 더 나오면 정말 좋긴 하겠지만.”
그런 말을 방패전사와 주고받으면서 몹이 리젠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서 이쁜소녀가 나를 툭툭 건드린다.
내가 고개를 돌리니까 이쁜소녀가 손가락으로 좀 먼 곳을 가리킨다.
“저기…… 마법사.”
마법사?
이쁜소녀가 가리킨 방향에 정말 마법사가 있었다. 조금 멀긴 한데 가는 길에 몬스터도 없고. 어느새 방패전사와 챠밍도 고개를 돌려 마법사를 발견했다.
“달리세요.”
이런 운이 연달아 찾아오다니 오늘 좀 대박인데?
넷이 막 달려가는데 그때 맞은편에 또 다른 파티가 나타났다.
얼핏 보니 숫자는 똑같다. 남자 셋, 여자 하나인 파티.
그런데 그 파티는 마법사 쪽으로 향하다가 경로를 바꿔서 곧장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한 판 붙어야 하나? 손에 든 장검을 꽈악 말아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