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5화 Lost Sky Online (4)
하얗게 불태웠다.
그래서 지금 너무 피곤하다. 몇 시까지 했더라? 어떻게 VRS에서 기어 나와서 침대로 가긴 한 것 같은데…….
일어나보니 거의 출근할 시간이다.
씻는 둥 마는 둥 식사는 그냥 우유로 때우고 PC 방에 도착했다.
너무 피곤해서 머리가 땅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왔어요?”
연지가 가볍게 인사한다.
“별일 없고?”
“별일은 오빠한테 있어 보이네요. 어제 술 마셨어요? 여기 냉수요.”
“그래 보여?”
연지가 건네준 냉수를 마신다.
“네. 눈이 퀭해요. 밤에 혼자 야동 봤어요?”
마시고 있던 냉수를 도로 뿜었다.
“콜록. 콜록.”
“고생하세요. 저 퇴근해요.”
연지가 사레가 들린 내 모습은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히 사라진다.
애가 못하는 소리가 없네.
카운터를 넘겨받고 제일 처음 확인한 것은 1번과 2번 VRS다. 사장님과 재중이 형은 어지간하면 1번과 2번에서 한다. 카운터에 제일 가까워서.
없다. 어디 갔지?
옆에 쪽문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재중이 형이 누워 잔다. 사장님도 일찍 들어가신 모양이다.
해가 서쪽에서 뜬 건지도?
도저히 둘 다 일찍 끝낼 이유가 없는데…….
적당히 청소를 끝내고 카운터에 앉아서 PC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점검하니까 자러 가신 거다.
그때 PC방 문이 열리더니 오랜만에 보는 사람이 나타났다.
“이 인간! 어디 있어?”
“오셨어요?”
재중이 형 여자친구.
이름은 정수정.
상당히 예쁜 누나다. 애당초 미모가 출중하지 않으면 쳐다보지도 시작도 안 하는 인간이 재중이 형이다. 재중이 형 커트라인을 넘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괜찮다고 해야 하나.
롱 블론드 웨이브 헤어가 허리까지 찰랑하게 내려오고 작은 얼굴에 진한 눈매가 인상적이다.
내 눈과 마주친 수정이 누나의 눈빛이 살벌하다.
그 사람 지금 쪽방서 처박혀서 자고 있네요.
자연스레 쪽방 쪽으로 내 시선이 향하자 수정이 누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내 할 일은 끝.
재중이 형을 죽고 살리는 일은 이제 내 손에서 떠났다. 수정이 누나가 칼을 쥐고 있고 결과를 기다릴 뿐.
“야!”
등짝 스매싱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온다.
난 조심스레 정리하러 빠져줬다.
***
수정이 누나는 등짝 스매싱을 연속으로 날린 덕인지 그나마 화가 많이 풀어진 모습이다.
눈치 빠르게 무탄산 오렌지 음료를 앞에 가져다줬다. 가끔 올 때마다 이걸 꺼내 마시더라.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눠본 적은 없지만 그래서 한 가지 특이점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해야 하나.
내가 앞에 내려놓은 음료를 보더니 수정이 누나가 한탄을 한다.
“에휴, 차라리 니가 내 남친이면 내가 속이라도 편하겠다. 걔는 내 취향을 알긴 하는지 모르겠네.”
큰일 날 소릴.
“그랬다간 형한테 혼날걸요. 저 오래 살고 싶어요.”
“귀엽네.”
“형은 저 하나도 안 귀엽대요.”
“어지간히 괴롭혔구나?”
“먹을 거 좀 뺏어 먹은 거 빼고는 크게 기억이 안 나네요.”
“어디 가서 뜯기고 살 인간이 아닌데. 너도 참 대단하네?”
“살아온 환경이 절 그렇게 만드네요.”
“동생. 아직도 혼자 살아? 여친은 아직 없고?”
재중이 형한테 들었나 보네.
“뭐, 그렇죠.”
“사지 멀쩡하겠다. 얼굴 잘 생겼겠다. 성실하겠다. 왜 없지?”
“글쎄요. 왜 없을까요?”
잠시 날 쳐다보면서 뭔가 생각하는 모양새다.
“흐으음? 그렇단 말이지?”
무슨 의미일까? 날 보는 눈빛이 왠지…… 내가 고양이 앞에 몰린 쥐 같은 심정이다. 딱 그렇게 날 바라보는 중이시기도 하고.
“혹시 우리 동생 애인 만들어 주려고? 누구? 내가 아는 애야?”
옥상서 담배 한 대 태우고 재중이 형이 내려왔다.
“아니, 관심 끄시지?”
“내 신용이 바닥을 기는구나.”
“응, 그러니까 제발 그 신용 좀 쌓게 연락 좀 제대로 받으면 안 되겠어?”
“며칠 VRS에서 살았다니까? 진짜 양치기 소년 된 기분이네. 내가 연락을 안 한 것도 아니고 문자는 답했잖아.”
“한참 쌓아두다 한번 답하고 끝? 죽을래? 너 같으면 믿겠어?”
“형이 평소에 잘 했으면 안 이러시겠죠.”
“승호야, 형 한 번만 살려주라.”
“XX 치킨이 그렇게 맛있다네요. 순살에 깨강정으로 해서 바삭하게 튀겨온다는데.”
“……콜.”
“형 3일간 VRS에서 사신 거 맞아요. 잠은 매일 여기 쪽방에서 주무시고요.”
“……먹을 거 좀 뺏어 먹은 게 이거구나?”
“보시다시피 살아온 환경이 절 이렇게 만드네요.”
“너 생각보다 재밌네?”
날 바라보는 눈빛이 여길 왜 찾아오신 지 이미 목적을 잃어버리신 것 같은데?
“얘, 전엔 안 이랬던 것 같은데 많이 변한 것 아냐? 전엔 그 영어책만 냅다 들여다보고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좀 음침하고 어둡고 그랬잖아. 그때 사실 좀 무서웠는데. 많이 밝아진 느낌이네.”
평가가 신랄하다. 예전에 저랬나? 그리고 이미 화는 많이 누그러진 모양이다. 내가 중간에 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고. 형은 중간에서 살았다는 표정이고. 복잡하네.
“아! 얘도 요즘 로스트 스카이 같이해. 그거 때문인가?”
“흐음? 너도 그거 해? 게임 같은 거 안 한다면서?”
“얘는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지. 그 과몰입 증후군 있잖아.”
“아! 얼마 전에 뉴스 나온 거 기억나. 이젠 괜찮은 거야? 아니지 괜찮으니 할 수 있는 거겠네.”
“네, 이젠 괜찮다네요. 요 며칠 몇 시간씩 해보기도 했고. 문제는 없었어요.”
“그래, 다행이네. 몸 때문에 안 되는 거 있고 그러면 짜증 나고 화나지. 잘 참았네. 나도 예전에 다리가 아파서 수영을 그만뒀거든. 몸이 마음대로 안 된다는 걸 느꼈을 때 얼마나 울분 터졌는지 몰라. 고생했어.”
몇 살 차이 안 나지만 나와 다르게 좀 어른처럼 느껴진다. 생각하는 게 다르다고 해야 하나.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마음에 와닿는다.
“네, 신경 써주셔서 고마워요. 누나도 고생하셨겠네요.”
“뭐, 이제는 다른 꿈을 찾아서 열심히 하고 있으니 괜찮아. 어릴 때의 추억 같은 거라고 해야 하나?
그 말을 하면서 환하게 웃는다. 그 미소가 너무 눈부시다. 그냥 좋네. 사람이.
가면서 이번엔 스마트폰에 전번도 찍어주고 갔다. 내 사소한 행동의 차이가 이렇게 많은 것을 변화시키나? 그저 기억하고 있던 음료수를 미리 가져다준 것 하나뿐인데. 앉아서 이야기하고 서로 사는 것도 물어보고, 옛날이야기도 해주고, 연락처도 알려준다.
뭐, 재중이 형은 그것과 상관없이 딴말을 하고 있다.
“야! 그거 족쇄야. 족쇄. 내다 버려.”
수정이 누나가 찍어준 전번을 보더니 하는 말이다. 이제 연락을 안 받으면 나를 통해서 감시하겠다는 의미가 가득 담긴. 재중이 형은 끔찍하게 소름 끼쳐 했고.
***
현실에서 내 조그만 행동이 관계를 변화시킨 것 이상으로 로스트 스카이 안에서는 지금 거대한 태풍이 일어나 있었다.
―와. 쩐다. 하여간 한국 새끼들 게임 하는 건 확실하네.
―자리 없다, 그만 와라.
―저 혼자 있고 싶네요. 다들 나가 주세요.
―저건 대체 누가 생각한 겨? 대단하다.
―지금 멧돼지 씨 마르는 중.
―방패만 있으면 다 됨.
―저거 제재 안 함? 나 땐 진짜 힘들게 잡았는데.
―니가 멍청한 거. 지 머리를 탓해야지.
밤새 실컷 잡고 나온 멧돼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중이었다. 물약만 몰아주면 거의 피해도 없이 빠른 시간 안에 돈과 아이템을 쓸어 모을 수 있다 보니 전 서버로 사냥법이 흘러나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결국 공지가 떴다.
* * *
[ 공지사항 ]
* 멧돼지가 주는 아르(금화 단위)와 아이템 드랍을 하향 조정합니다.
* 멧돼지의 돌진 스킬 후 경직 시간이 2초 감소합니다.
* * *
남 잘되는 것을 두고 보지 못하는 특성이 발동돼서인지 신고가 들어간 모양이고 덕분에 순식간에 패치가 되어버렸다.
일일천하다.
결론은 꿀 빨 수 있을 때 꿀 빠는 것이 최고란 것. 제재 역시 일절 없었다. 정당한 시스템을 이용했다는 증거.
“하여간 머리 돌아가는 건 한국 사람이 제일이네. 누가 시작했는지 몰라도 저런 잔머리면 내 밑에 두고 키우고 싶네.”
저거 내가 시작했어요. 하는 말이 입안 가득 맴돌다가 사라진다.
***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6.
> 로딩 중…….
어제 새벽에 좀 달렸다고 레벨이 2에서 바로 6까지 올라간 상태다. 스탯 두 개는 민첩과 체력에 올렸다.
* * *
이름 : 주호
레벨 : 6 ▲4
【근력 2】 【민첩 2 ▲1】 【체력 2 ▲1】
【지력 0】 【마력 1】
0 초보자의 투구 / 방어력 1 ◀ NEW
0 숲의 가죽 상의 / 방어력 3 ◀ NEW
0 숲의 가죽 하의 / 방어력 2 ◀ NEW
0 초보자의 가죽 신발 / 방어력 1
0 초보자의 나무 방패 / 방어력 2
0 초보자의 팔 보호대 / 방어력 1
0 초보자의 다리 보호대 / 방어력 1
0 초보자의 장검 / 공격력 1∼4
* * *
들어오기 전에 홈페이지를 살펴봤는데 누가 공략으로 올린 것에 의하면 모든 스탯은 1 올라갈수록 0.1배의 효과가 상승한다고 되어 있었다.
대략 10포인트, 20레벨을 한곳에 모아주면 거의 2배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다나. 실질적으로 그렇게 찍기는 힘들겠지만.
접속하니 챠밍, 이쁜소녀, 방패전사가 동시에 귓말이 날아온다.
<방패전사> 안녕하세요.
<챠밍> 어서 오세요. 어디세요?
<이쁜소녀> 안녕하세요. 지금 어디?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반겨주는 느낌에 괜히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 같다.
―어제 그곳인데 귀환석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챠밍> 제가 길 알려드릴게요. 저도 템 정리하러 갈 거거든요. 귀환석 시장 입구에서 봐요.
차밍은 보기로 했고.
<이쁜소녀> 귀환석 지금 감.
이쁜소녀도 온단다.
<방패전사> 제가 지금 파티 중인데 일단 시장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거기서 뵙죠. 사냥하실 거죠?
방패전사도.
으음, 이건 다 보자는 거 맞지? 적당히 각자에게 대답해 주고 채팅 창을 내렸다.
귓말을 받고 입구라 생각되는 곳으로 가니 챠밍이 가만히 서서 두리번거리고 있다.
“여기입니다.”
“봤어요.”
챠밍을 만나서 이쁜소녀, 방패전사와 만나야 하는데 괜찮으냐고 물어보니까 잠시 멈칫한다. 그러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기다리니 방패전사, 그 뒤로 이쁜소녀가 차례대로 도착했다. 기분 탓일까? 이쁜소녀를 보는 챠밍의 눈빛이 묘하게 느껴진다.
“다들 어제 뵙던 분들이시네요. 또 봐서 반갑습니다. 주호 님과 연락이 닿아서 이렇게 왔는데 아시는 분들이라 마음이 편하네요.”
방패전사가 분위기를 주도했다. 아무래도 항상 파티를 꾸미는 것이 익숙해서 그런지 금방 파티로 묶어버린다.
어제 광란의 멧돼지 사냥을 같이해서 그런지 딱히 어색함은 없어 보인다. 서로 생각지도 못하게 광렙을 한 셈이라.
“그런데 저에게 이렇게 사냥터를 맞춰도 되나요? 다들 저보다 렙이 높은데. 사냥터가 안 맞지 않나요?”
내가 접속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 연락이 와서는 지금은 한 파티로 묶였다. 렙 차이를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물론, 챠밍은 그런 것에 신경 안 쓴다니까 예외로 둔다 해도 이쁜소녀와 방패전사까지 그럴지는 몰랐다. 좀 전엔 인사만 하고 떨어질 생각이었는데 완전 오산이다.
“그냥요…….”
“그냥요?”
내가 살짝 얼이 나가서 반문하니 이쁜소녀가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음…… 그냥 같이하면 좋을 거 같아서요.”
천진난만하게 대답해 주는데 물어본 내가 이상할 정도다.
확실히 여자들은 나와는 다르구나.
방패 전사는 그 말에 그저 웃는다.
“저도 뭐 비슷합니다. 그냥 주호 님하고 같이하는 게 좋으니까 다 여기 온 겁니다. 이유가 뭐 중요한가요.”
이 사람도 좀 다르기도 하고.
우문에 현답이네.
***
“오크 지역 넘어가기 전에 꼭 들려야 하는 곳이 있어.”
“네?”
“숲 지역에서 사냥하다 보면 붉은 조각 떨어지는 데 그거 모아서 붉은 크리스탈 시장 알지? 거기 보면 견습 마법사 NPC 있는데 가져다주면 붉은 수정으로 합쳐주거든. 그걸 들고 숲 최남단으로 다시 내려가 봐. 그럼, 보스 만날 수 있다.”
“대체 그런 건 어디서 알아 와요?”
고작 하루 차이밖에 안 나는데 이쪽은 뭐, 각종 팁이란 팁은 다 알고 있네. 플레이하는 시간에 차이가 좀 심하긴 하지만.
“다 아는 수가 있지. 아, 그리고 보스 잡을 때는 최대한 소수로 잡아. 그래야 드랍률 좋아진다.”
“그런 것까지 있나요. 네, 일단 그렇게 해볼게요.”
재중이 형과 어제 끝나기 전에 나눈 대화를 생각해 보면 멧돼지 지역에도 하도 템을 많이 얻어서 굳이 이제 다른 몹을 잡을 이유도 없고, 퀘스트야 몇 마리씩만 잡아도 금방 깨니까.
곧 오크 지역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러면 그 전에 이놈을 잡고 가야 한다는 소린데.
“이대로 보스로 가시죠?”
“어떤 건지 아시나요?”
방패전사가 첨 들어본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나도 저런 표정이었겠네.
“네, 정보를 미리 좀 받아서요. 저희보다 먼저 잡은 쪽도 있기도 하고요. 뭐, 어차피 일회용 퀘스트 보스라서 빨리 잡는 건 의미가 없긴 하지만요.”
재중이 형이 최대한 소수로 잡으러 가라고 조언을 해준 대로 이대로 잡으러 갈 생각이다.
일단 아까 전 마을에서 산 두 자루의 숲의 장검을 하나 꺼냈다.
이게 될까?
왼손에 장검을 들고 바로 다른 오른손으로 다시 장검을 꺼내서 잡아보니 잡힌다.
다행히 페널티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막상 싸워보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두 자루의 검을 움직이는 것 자체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혹시나 반대 손에 못 들면 어쩌나 했는데 그건 아니다.
원래 어릴 때는 왼손잡이였는데 부모님께 식탁에서 맞아가면서 오른손을 쓰도록 배웠더니 언젠가부터 양손을 다 잘 쓰게 돼서 두 자루의 검을 동시에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미리 생각해왔던 여러 자세로 양손에 검을 각각 들고 휘둘러봤다. 감각들이 점점 활성화되는 기분.
양쪽의 검을 모두 통제하기 위해 감각과 반응이 바쁘게 숨을 쉰다.
감각을 상당히 끌어올린 상태로 온몸의 긴장과 고통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느낌이 들 때까지 휘둘렀다. 한참을 휘두르다 보니 어느 정도 익숙해진다.
이건 될 것 같다. 방패를 들 때보다 오히려 움직임이 훨씬 자유로워지는 기분이다.
나머진 몬스터를 직접 잡아봐야 더 감이 잡힐 것 같다.
붉은 조각이 모자랄 일은 없어 견습 마법사 NPC에게서 붉은 수정으로 바꾼 뒤 바로 숲의 최남단으로 다 같이 이동했다.
망설임 없이 결계를 따라 들어가니 주변이 컴컴해지다가 곧 어느 정도 빛이 있는 상태로 변해간다.
주변은 비틀어져서 말라 버린 갈색과 흑색의 고목만 가득 있고 그 중앙에 검은색과 녹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한 소녀가 멍하니 앉아서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저 소녀가 보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