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화 (1/1,404)

# 1

#1화 프롤로그

철커덕.

철커덕.

500원짜리 동전 두 개가 차례대로 동전 투입구로 흘러 들어가는 소리.

동시에 거치대에 걸려 있던 푸른색과 붉은색의 센서가 달린 권총들에 알람 등이 들어온다.

Walkers.

이 근처에 마지막 남은 구세대 오락실에서 가장 오래 남아 있는 사격 플랫폼 게임.

좀비들이 무작위로 화면 속의 건물들에서 나타나면 센서가 부착된 권총으로 좀비들을 잡아야 하고 놓치면 공격당해 라이프가 하나씩 사라지는 그런 고전 게임이다.

원래는 2인이 같이하게끔 권총이 각기 두 정 거치되어 있지만…….

양손을 내밀어 두 개의 권총을 차례대로 잡아 올렸다. 손잡이에서 느껴지는, 착 감기는 강화 플라스틱 특유의 질감에 힘을 주어 쥐어본다.

살짝 빡빡한 느낌이 있지만 이 정도가 딱 좋다. 흔들림 없이 쏘기에는.

정면의 메인 화면이 빠르게 변하면서 2인 모드를 누르고 가장 빠른 하드 모드를 연속으로 누르니 게임이 시작되면서 화면 속에서 좀비들이 건물들 사이로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각각 손에 들린 권총들을 앞으로 치켜세우고 바로 사격 개시.

탕! 탕! 탕!

Head shot!

좀비들이 건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자마자 바로 이마에 총알이 박히면서 쓰러져 엎어진다.

하드 모드라서 시작부터 끝없이 좀비들이 몰려나오지만 역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이마에 총알이 박히면서 죽어 나간다.

크어어!

Head shot!

Reload!

곧바로 총알이 떨어진 권총을 내리면서 장전. 그동안 반대편 권총은 쉴 새 없이 좀비들의 이마에 총알을 박아 넣는다. 그사이 장전된 총을 들어 올려 다시 사격하면서 공백을 최소로 메운다.

마치 기계가 된 것처럼 몇십 마리가 나오든, 얼마나 빠르게 나오던지 좀비가 고개를 내밀자마자 철저하게 총알에 박혀서 아웃.

스코어보드의 점수가 한계를 모르고 올라가는 중이다.

권총을 끝없이 장전하고 쏘길 한참을 지났을까.

주변에 어느새 구경꾼들이 하나둘 생겨나더니 꼬맹이들부터 지나가던 사람들까지 모두 서서 구경을 하는 것이 보인다.

“와…… 혼자서 2인 모드를 하네.”

“거기다 하드 모드야. 미쳤네.”

“라이프 봐. 하나도 안 깎였네.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왔는데…….”

“저 봐, 나오자마자 머리에 박아 넣잖아. 보고 있어도 눈으로 좇기도 힘든데 그걸 전부 머리에 박아 넣네. 대박!”

“이미 사람의 컨이 아니네.”

주변에서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구경하는 사람들이야 놀랍겠지만, 빠르게 뛰어다니는 좀비들이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리게 보인다.

집중을 하면…….

움직이는 모든 것이…….

내 통제하에 들어가는 느낌이 황홀하기까지 하다.

아무리 빠르게 좀비들이 뛰어다녀도 엘리트 좀비들이 그 수배나 되도록 화면을 날아다녀도 모조리 이마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

크어어∼!

타타∼ 탕!

Head shot!

Reload!

총을 연달아 갈기는 소리와 좀비가 울부짖는 소리, 머리를 정확히 맞춰서 나는 헤드샷 효과음, 리로드 하는 소리가 절묘하게 어울리면서 마치 헤비메탈 음악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양손을 끝없이 교차해가면서 장전과 쏘기를 반복하기를 잠시.

거기서 집중의 정도가 한없이 깊어지면서 모든 것들을 빨아들일 것 같은 느낌이 오는 순간.

권총들을 거치대에 거칠게 내려놓았다.

더 이상…… 하면 안 된다.

눈의 신경이 타오를 것 같이 뻐근하고 온몸의 감각들이 순식간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달아올라 현기증이 확 올라온다.

“어? 잘하다가 왜?”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눈을 감고 현기증이 풀릴 때까지 거치대를 한 손으로 잡고 잠시 버티다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블랙 볼캡을 아래로 푹 눌러쓰고 빠르게 오락실을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순간 답답해졌던 숨이 확 트이는 것 같은 기분이다.

가끔…….

감각이 육체를 먹어버리려고 하는 느낌이 든다. 이건 어떻게 내가 할 수 없는 그런 문제.

선천적 과몰입 증후군(과도한 감각 증폭 현상).

세상은 내게 과도한 감각을 주었지만 그걸 집중해서 쓰면 몸이 망가진다. 도저히 제어할 수 없을 정도의 미쳐 날뛰는 감각의 세계.

전 세계 인구 중 극히 일부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기묘한 감각의 형질이다.

그 특별함 속에서도 난 특별하다.

그게 너무 특별해서 문제지만.

과도하게 열이 올랐던 감각을 의식 아래로 억누르면서 문득 하늘을 바라보니 시커먼 구름이 가득하다.

곧 밤하늘 사이로 굵은 빗줄기들이 세차게 쏟아졌다.

쏟아지는 빗방울조차 느리게 느껴질 정도의 과도한 감각들에 반응해서 잔뜩 달아올라 있던 육체가 비를 맞으면서 서서히 식어가는 느낌이 든다.

동시에 감각 역시 죽어가면서 가속되었던 주변이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내가 원래 살고 있던 세계…… 가 돌아오는 것을 느끼면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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