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큐멘터리 기획1
한국에 돌아와 일주일을 쉰 태호는 영국에서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다음 작품을 만들 준비에 들어갔다. 집 근처 상가에 마련된 작업실을 그대로 이용하기로 했다.
영국에서 찍은 수백 장의 사진이 테이블 위에 펼쳐졌고 태호는 그중에서 제작에 사용할 사진 5장을 골랐다. 고른 사진들은 확대되어 인화되었고, 작업실 한쪽에 걸렸다.
태호는 100호에서 200호 사이의 캔버스 5개를 주문해 작업실 벽에 걸어 놓고 그 옆에 사진들을 걸었다. 곧 스케치를 시작했다.
첫 번째 그림은 베르니니의 성 테레사의 환희를 주제로 했다. 하늘에서 황금빛 빛이 쏟아내리는 구름 위에서 온몸으로 느껴지는 고통에 정신이 혼미한 성 테레사에게 황금빛 화살을 든 흑인 모습의 건장한 천사가 성 테레사의 가슴을 찌르려는 장면이 담겼다.
두 번째 그림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성녀의 그림이었는데 두 손을 앞에 모으고 기도하지만 가슴 섶은 풀어 헤쳐져 있고 젖가슴이 살짝 보였다. 고개는 들어 하늘을 향하고 있지만 눈은 초점이 없었고 입은 벌어져 있었다. 얼굴은 너무나 간절한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무엇인가를 원하는 모습이었다.
세 번째 그림은 구름으로 만든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성녀였는데 이미 화살에 심장을 다친 듯한 손으로는 가슴을 잡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고, 몸부림에 옷은 헝클어져 봉긋한 가슴이 반이나 드러나 있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무엇을 움켜쥐려고 하는지 팔을 앞으로 쭉 뻗은 자세를 취했다. 하늘에 날아다니는 아기 천사들은 꽃가루를 뿌리고 전각을 불었는데 왜 또는 무엇을 기뻐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다.
네 번째 그림은 의식을 잃어가는 성녀의 모습이었다. 하늘에는 빛으로 된 비가 내리고 있고 성녀가 입은 로브 같은 옷은 이미 젖어 있었다. 천사는 의식을 잃어가는 성녀의 목을 왼손으로 고정한 채 한 손에 든 화살을 성녀의 가슴에 꽂으려고 하였다. 성녀는 고통으로 발끝을 움츠렸고, 눈은 초점이 없었다. 입도 살짝 벌린 상태였는데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아기 천사는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다섯 번째 그림은 누워있는 성녀가 양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괴로워하는 모습이었다. 눈은 찡그리고 있고 이는 살짝 물고 있다. 로브에 가려진 한 발은 구부리고 있었고 로브 밖으로 한 발은 발목부터 허벅지까지 쭉 뻗어 나와 있었는데 아담한 발에 발목은 부러질 듯 가냘펐고 종아리부터 허벅지까지 이어지는 슬림한 보디라인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스케치를 끝낸 후 곧 채색에 들어갔다.
작업실 한쪽 구석엔 서현의 초상화가 애물단지처럼 놓여 있었다.
*
9월 초 윌슨에게서 연락이 왔다. 태호가 새로운 작품 제작을 시작했다고 하니 언제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와 언제 미국에 올 건지 궁금해했다.
"그림은 6개월 정도 생각하고 있고요. 저 대학 합격하면 내년 8월에 가려고 했는데요?"
"내년 8월은 너무 늦어. 미술관 측에서 자네가 언제 뉴욕으로 건너와 빛의 마리아 IV를 완성할지 궁금해하고 있어."
"대학에 붙어야 미국에 가죠."
"대학 발표는 언제쯤 날 것 같은가?"
"한 11월 정도면 알지 않을까요?"
"대학 발표가 나도 지금 작업중인 작품은 2월이야 되어야 끝날 테니 그때 넘어올 생각인가 보군. 빛의 마리아IV 제작은 얼마나 걸릴 것 같은가?"
"그건 제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적어도 6개월 이상. 전통적인 유화 기법으로 그릴 거라."
"알겠네. 미술관에서는 자네의 빛의 마리아 IV 제작 관련 프로젝트를 특별한 행사로 진행하고 싶어 해. 관람객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Faceless 앞에서 직접 빛의 마리아를 제작하자는 제안을 해왔지. 어떤가? 자네가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자네나 미술관이나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어."
"나쁘지 않아요."
"혹시 지금 작품을 나중에 진행하면 안 되겠는가? 뉴욕 사람들이 자네를 매우 궁금해하고 있어. 자네에 대한 사진도 좋고 기사도 좋지만, 그런 것보다는 자네를 직접 접하고 싶어 해. 또 다음 작품을 제작하는 것도 보고 싶어 하고. 너무 늦지 않게 말이야."
"생각 좀 해볼게요. 대학가기 전에 가족이랑 더 오래 머물고 싶어서요."
"이해하네. 결론나면 연락 주게."
*
윌슨의 전화를 받고 난 후 며칠 뒤, 발해 대에서 같이 강 교수의 수업을 들었던 김예랑을 만났다. 강 교수의 연락으로 이루어진 만남이었다. 스튜어디스처럼 말아올린 머리와 독특한 수와 장식이 달린 흰색 블라우스에 무릎까지 오는 검은색 스커트. 커리어 우먼 김예랑의 칼과 방패였다. 학교에서는 거의 꾸미고 다니 질 않아 알아보지 못했는데 꾸미고 보니 나쁘지 않았다.
먼저 곱창집에 와서 기다리고 있던 태호는 저렇게 빼입고 나타나는 예랑을 보며 혀를 찼다. 소 기름 냄새가 입구부터 쩔어 있던데.
식당 안으로 들어온 예랑은 태호를 보고 호들갑을 떨었다.
"태호니? 우와! 이게 몇 년 만이야. 길거리에서 보면 못 알아보겠어."
"어, 누나도. 사회 물이 좋은가? 인물이 확 좋아졌어."
"그래?" 예랑은 머리와 스커트를 정리하는 척하며 좋아했다.
"너 곱창 먹을 줄 알아?" 예랑이 물었다.
"한 번도 안 먹어 봤는데. 맛있어?"
"당근. 너 나랑 소주 한잔하자. 너 클 때까지 이 누나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니?"
두 사람은 서로의 근황을 물으며 회포를 풀기 시작했다.
*
"EBC를 다닌다고? 방송국?"
"3년 차야."
"거기 입사하기 힘든데 아니야?"
"요즘 입사하기 쉬운 회사는 없어. 특히 방송일을 하는 EBC는 더하고."
"어떻게 붙었대?"
"이 바닥도 학벌이 중요하긴 한데 나 같은 경우는 학벌로 뽑힌 게 아니라 면접 잘 봐서 뽑힌 경우라 좀 특별하긴 하지. 강 교수님과의 수업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어."
"그게 왜?"
"교수님과 얘기를 하려면 한 주제에 대한 자기 논리가 확실해야 되잖아. 그렇지 않으면 대화 자체가 되지를 않으니까. 내가 강 교수님과 네 대화를 쫓아가기 위해 얼마나 코피 흘리면 공부했는지 아니? 자기 논리가 탄탄해지면 말하는 것도 쉬워지고 글 쓰는 것도 쉬워지고 그렇더라고. 방송 PD 시험도 결국은 이런 논리 싸움의 확장판이라고 해야 되나? 즉석 연출만 빼고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
"즉석 연출은 뭐야?"
"즉석에서 교양 프로 하나를 연출해 보라는 거지. 자신 있는 주제로. 교양 프로 하나를 기획해 보는 시험"
"뭐 했어? 난 뭘 하라는 건지 감도 안 오네."
"방송에 나갈 수 있을만한 기획안을 짜는 거야. 그래서 난 발해대 앞에 있는 예술인들 인생 다큐를 기획했지. 학교 근처에 미술이나 음악에 인생을 걸고 달리는 청춘들이 많아. 그 친구들의 삶에 대해 썰만 풀어도 10부작 다큐를 찍을 수 있거든. 정말 다채로운 삶들을 만나 볼 수 있어. 그리고 네 이야기도 슬쩍했고 잘 써먹었어. 의외로 너 이야기는 정말 사람들을 솔깃하게 하는 뭔가가 있거든?"
"내 이야기? 뭔데?"
"내가 아는 너. 나도 많이는 모르지만 네 20년은 이 세상 누구보다 다이나믹 하니까. 조금만 흘려도 귀를 쫑긋 세우고 듣게 하는 게 있어."
"누나가 이거 사야겠네."
태호는 눈 앞에 익어가는 곱창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이건 당연히 내가 사는 거고. 1차뿐만 아니라 2차도 내가 쏘지. 1차는 내 입사 턱. 2차는 내가 부탁할 것도 하나 있고."
예랑은 오랜만에 보는 사이임에도 거침없이 말했다. 태호가 받아들일 거라는 확신에 찬 듯했다.
"강 교수님도 누나가 내 도움이 필요하다고 만나보라고 하더라. 무슨 일이야?"
"우리 다큐멘터리 하나 찍자. 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해. 이번에 연출을 맡고 있는 다큐멘터리에 특집 편에 너를 주제로 기획하고 싶어. 나와 줄 수 있지?"
"나가는 건 어렵지 않은데... 내 스케줄이 지금 꼬일 대로 꼬여 있어."
태호는 최근 몇 달 사이 미국과 영국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설명을 했다.
"태호야. 너 지금 예일대를 가느냐 마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왜 네 이야기가 한국에 안 알려졌지?"
"뉴욕에서도 아는 사람들만 아는 거 같은데? 나도 그림 완성하고 영국으로 넘어가서 미국쪽 일은 제대로 들은 게 없어."
"너에게 대학 교육이 필요하긴 한 거니? 워낙 규격 외라 이것부터 문제네."
"난 미국에 워낙에 기반이 없어서 가려고 했던 거였거든. 한국에도 기반이 없지만 미국에도 기반이 없잖아."
"네가 학교를 안 나온 거지 왜 기반이 없어. 네가 한국이나 미국에서 아는 교수들 작가들 미술관 관계자들. 이 사람들이 다 기반인데. 게다가, 넌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과정이 너의 기반 형성 과정인 거야. 대학을 나오나 안 나오나 똑같이 그런 과정을 거쳐야 돼."
예랑은 혼자 손가락으로 키보드 두드리는 시늉을 했다.
"이거 시놉시스가 다 꼬였네. 원래 계획은 '한국 교육과 입시를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자신의 앞날을 스스로 개척해 나간 권태호' 이었는데. 교육이니 입시니 하는 건 그냥 너의 스토리 라인 중 일부고. 너의 미국 스토리만 찍어야 될 것 같은데? 그것만으로도 영상은 차고도 넘치겠어. 굳이 이런저런 얘기 해서 분란 거리를 만드는 것 보다는."
혼자 눈을 굴리며 생각을 하는 예랑은 갑자기 태호를 쳐다봤다.
"그래도 네 예일대 입학은 넣어야겠다. 이게 빠지면 다큐에서 줄 수 있는 효과가 너무 떨어져."
학교에서 보았던 예랑과 지금은 꽤나 달랐다. 지금이 더 적극적이었다.
태호와 소주잔을 부딪힌 후 잔을 넘긴 예랑은 말이 이어갔다.
"직장 생활을 해보니까 우리나라가 얼마나 경직된 사회인지 알겠더라. 넌 아예 한국 기성사회에 한 발도 안 담가 봤으니까 모르겠지만, 여긴 되지도 않는 학벌주의 지역주의 성차별의 거대한 도가니 같은 곳이야. 그 학벌주의와 지역주의에 너도 영향을 받을거고."
"난 학벌주의니 지역주의하고 상관없지 않아?"
"넌 서울 출신이니까 지역주의에는 덜 민감하겠지만, 학벌주의는 너하고도 상관이 있지. 왜 예술에 학벌이 들어가는 건지 좀 이상하긴 하지만. 여긴 얼마 되지 않는 예술 관련 안정적인 직업을 놓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경쟁하는 구조라고. 그래서 네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어. 적어도 예술 분야에서는 학교를 안 다녀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네가 증명한 거지."
"내가 예일을 가면? 나도 학벌에 얽매이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대학 아니잖아. 그럼 좀 덜해. 뭐랄까, 그냥 좀 벗어나 있는 느낌?"
"근데 이게 뭐야? 인터뷰야?"
"네 생각을 알아야 기획 안을 더 촘촘히 짤 수 있어. 방송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가 확실해야 좋은 방송이 되거든."
"누나는 나를 통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데? 전부터 생각한 게 있을 거 아니야."
"2편으로 나눠서 방송을 짜고 싶어. 하나는 네가 어린 나이지만 이룬 성취. 하나는 이걸 더 발전시키게 된 교육."
"음... 강 교수님과 김 교수님이 방송 출연해 주신대?"
"설득해 봐야지. 네가 오케이 하면 그래도 되지 않을까?"
"모르지. 방송에 쓸 내용으로 뭐가 더 필요한데?"
"네가 겪은 특별한 경험이나 교육. 방송으로 쓸만한 꺼리면 뭐든지."
"김 교수님과 작년에 베이징과 도쿄에 갔어. 교수님 지인들과 만나 밥 먹고 그림도 주고받았지. 베이징에서는 위에밍중, 팽리진, 아이웨아웨아, 장훼얀, 마리윙민, 청신, 룽룽, 이 사람들을 만났고, 도쿄에서는 무라카미 카츠키를 만났지."
"하루키가 아니라 카츠키?"
"어. 카츠키. 지금도 가끔 연락하는 사이고. 하루키만큼 이쪽 업계에서 꽤 유명해질 사람이니까 미리 인터뷰 같은 거 따놔도 좋을걸?.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을 거야."
"베이징에서 만난 분들도 아마 중국 미술을 앞으로 최소 10년을 이끌고 갈 사람들이야. 위에밍중, 팽리진, 아이웨아웨아는 지금도 베이징에서는 유명해. 이분들도 인터뷰해 놓으면 좋지."
"혹시 같이 찍은 사진들이 있어?
"사진은 집에 있지."
"나중에 스캔 떠서 보내줄 수 있어? 여기 이 이멜로 보내주면 돼."
"그럴게. 그리고 중2 때 양준만 선생님 쫓아다니면서 사진을 배웠고."
"그 프랑스에서 건너온 사진작가분 얘기하는 거지? 전에 패션쇼 할 때 사진 맡으셨던 분이고."
"어, 목에 깃털 문신 있는 그분. 요즘 바쁘시긴 하던데, 방송 타는 거 싫어하실 분은 아니니까 인터뷰 따."
"얼마나 배웠니?"
"한 2년?"
"2년 만에 한국에서 가장 핫한 사진작가의 노하우를 다 빼먹었다는 거네?"
"아니 그 정도는 아니지. 작가님이 몇 년 더 해야 된다고 했으니까. 사진 전에는 그러니까 누나 만난 후 1년 후니까 9x년에는 한복으로 패션쇼했고."
"그건 나도 옆에서 봤으니까 잘 알지. 그건 내가 뉴 월드 쪽에 연락해서 관련 자료 다 받으면 돼."
"그때 한복 그림은 나도 가지고 있는 게 없어. 대부분 그때 배우들이 사서 가지고 갔고. 그림을 제일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은 다움 미술관일 거야. 김유미 관장님이 싹 쓸어 담다 싶이 해서 가져갔으니까."
"그분 인터뷰 딸 수 있을까? 네 탱화도 그분이 사 갔다고 기억하는데."
"방송 나오는 거 싫어하시는 분이어서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 그분 밑에 일하시는 사람들이야 가능하지 않을까? 관장님이야 뭐 출장 중이라고 대충 둘러댈 테고."
"그게 어디야. 1편은 네가 얘기해 준 것만 해도 금방 한 시간을 꽉 채울 수 있는 분량이네." 그럼 2편 얘기를 해보자. 사실 이게 하이라이트니까. 네 교육에 있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사람이 누구야?"
"부모님. 김 교수님하고 강 교수님."
"네가 배운 교육 과목이라 해야 되나 항목이라 해야 되나. 제일 중요한 게 있다면 그게 뭘까?"
"난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공부했어."
"언제부터?"
"아주 어렸을때부터. 유치원 가기 전?"
예랑은 놀라 잠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말이 안 돼. 그건 천재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네가 철이 일찍 들었다는 건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돼."
"그건 나도 설명을 못하겠네. 어렸을 때부터 그랬으니까. 심지어 난 유치원도 가기 싫다고 엄마한테 안가겠다고 했어. 그때부터 뭔가 있었다는 거지."
"이러면 스토리가 안 되잖아. 넌 어렸을 때부터 특별한 아이였다. 설명 끝. 이렇게 내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랑은 갑자기 태호의 군대 문제가 떠올랐다.
"너 군대는?"
"면제받았어."
"재주도 좋다. 뭐로?"
"학력 미달. 나 중졸이야."
"흠... 이건 문제네. 군대는 가는 게 그림에 좋은데, 방송 나가자고 군대를 갈 수는 없으니."
"나도 살짝 꺼림직한데... 누나가 잘 마사지해줘."
"하아..."
둘은 그 뒤로 방송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둘다 말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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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의 기획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