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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뒤에 먹히는 프로듀서-154화 (154/165)
  • 제 154화

    과정 (3)

    찰칵─ 찰칵─

    회견장에 들어서자마자 카메라 플래시와 셔터음이 들려온다.

    “앉으시죠.”

    “흐흠….”

    기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서울시장 이상흠과 퀸즈의 리더 홍유라 사이에 자리를 잡은 나는, 미리 준비된 마이크를 들고 기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도지혁입니다. 오랜만에 뵙는 거 같은데, 잘들 지내셨죠?”

    그러자 맞은편 기자 무리에서 누군가 소리 높여 대답해왔다.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그 당돌한 대답에 모여있던 기자들은 자비롭게 웃음을 터트리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우리는 한층 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각자 인사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진행할 수 있었다.

    “요 며칠 사이, 저희 팀에 관한 소문을 들으신 적이 있을 겁니다. 팀 서울시청이야 흔히 말하는 ‘월클’급이 아니지만…. 엮인 팀이 팀이다 보니, 아마 많이들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찰칵─! 찰칵─!

    눈이 시릴 정도로 터져대는 플래시에 잠시 텀을 두며 숨을 돌린 나는, 나란히 앉아있는 홍유라를 슬쩍 가리키며 말을 이어 나갔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소문은 사실이 맞습니다. 현재 무소속인 퀸즈를, 팀 서울시청에서 영입하기로 했습니다.”

    찰칵─! 찰칵─! 찰칵─!

    발표와 동시에 일제히 터지는 수십 대의 카메라.

    나는 영 익숙해지지 않은 셔터 세례에 잠시 눈을 깜빡이곤 계속해서 발표를 이어나갔다.

    “현재 팀 서울시청은 정식 길드가 아닌 중소 팀으로 등록돼있습니다. 그래서 규정상 추가로 팀을 운영할 수가 없는 상황이기에, 퀸즈는 정식 팀이 아닌 임시 계약직. ‘용병’의 형태로 저희 팀에 합류했습니다.”

    “와….”

    누군가 탄식을 내뱉는 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알아보는 퀸즈를 일개 시청의 용병으로 들인다니.

    물론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내린 결정이지만, 얼마나 기상천외한 기사들이 쏟아질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계약은 임시 계약직 규정을 따라 분기마다 갱신될 예정이며, 자세한 내용은 뒤에 이어질 질문으로 여쭤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발표를 마치고 홍유라의 간단한 합류 소감에 이어, 이상흠의 짧은 축사까지 모두 끝난 후.

    “수고들 하세요.”

    따로 일정이 있던 이상흠만 먼저 빠져나가고, 홍유라와 나만 남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

    “프로듀서님! 방금 퀸즈를 용병으로 영입했다고 말씀하셨는데, 혹시 따로 길드를 꾸리실 계획이 있으신 건가요?”

    “장기적으로 길드까지 운영할 계획은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고, 언젠가 상황이 된다면 길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홍유라 씨! 절친한 친구의 예비 신랑과 함께 일하게 됐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아시다시피 지혁이는 원래부터 절친한 친구였고,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경험이 있어서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째 처음엔 좀 정상적인 질문이 나온다 싶더라니.

    곧이어 의도가 다분한 질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도지혁 씨! 최근 설주희 씨께서 SNS에 반지 사진을 올려 결혼을 암시하셨는데, 따로 말씀해주실 게 있나요?”

    “…오늘은 멤버 개인이 아닌 팀에 관한 질문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방금 설주희 씨께서 SNS에 ‘동서들’이란 문구와, 서울시청 멤버들이 찍힌 게시물을 작성했는데, 혹시 합류와 연관이 있을까요?”

    “…예?”

    예고 없이 튀어나온 설주희의 소식.

    '뭐가 어째?'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진 나는, 잠시 양해를 구하고 재빨리 SNS를 확인해보았다.

    그리고.

    ‘진짜 미친 건가…?’

    바로 몇 분 전에 올라온 설주희의 게시물을 발견하고 말았다.

    [ 우리 동서들♥ ]

    의미심장한 문구와 함께 올라온 사진엔 설주희 본인과 더불어 임아린, 방한나, 진서원이 나란히 찍혀있었는데….

    [ 갑자기 동서라니… 언니 동서가 무슨 의미인지 아시죠…??? ]

    [ 도지혁한테 형제가 있었나? ]

    [ What is mean ‘동서’? ]

    [ ㅗㅜㅑ…ㅋㅋ ]

    [ 나만 그거 생각한거 아니지? ]

    └ [ 나도 그 생각함ㅋ ]

    [ 도지혁 세금 더 내라고 씨1발 ]

    워낙 구독자가 많아서 그런지, 고작 몇 분 사이에 댓글만 100개 가까이 달려있었다.

    또다시 설주희에게 놀아나고 만 것이다.

    웅성웅성─ 웅성웅성─

    "동서…?"

    "…그 동서는 아닐 테고…."

    "호칭을 헷갈렸나?"

    이윽고 모여있던 기자들도 각자 SNS를 확인한 듯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도지혁 씨! 그 게시물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혹시 다른 뜻이 담긴 겁니까? 힌트만 좀 주세요!”

    “…오늘은 여기까지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예상치 못한 게릴라 공격에 혼이 쏙 빠진 채로 다급히 행사를 마무리한 결과.

    [ 도지혁. 설주희의 기습 공격에 당해 멘탈 붕괴 ]

    끝내 어딘가 멍청해 보이는 사진과 함께 박제돼버리고 말았다.

    *

    “죄, 죄송해요….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됐어. 넌 잘못 없으니까.”

    어찌어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

    나는 첫 번째 조에게 바톤을 넘겨받은 두 번째 조. 방한나, 홍유라와 마주하였다.

    “으으…. 어떡하죠….”

    그저 순수하게 차를 마시자는 이야기에 따라나갔다가 졸지에 공범이 돼버린 방한나는 연신 안절부절못하며 미안한 모습을 보여왔고,

    “이번엔 나도 진짜 따끔하게 한마디 해야겠어. 이건 진짜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잖아.”

    웬일인지 홍유라도 드물게 날 선 반응을 보이며 내 편을 들어주었는데….

    사진에 자신만 쏙 빼놓은 게 불만스러운 건지, 아니면 리더로서 팀원의 논란에 불만스러운 건지, 도통 구분할 수가 없었다.

    “나도 이젠 모르겠다….”

    “걔, 내 톡하고 전화는 다 무시하던데…. 아까 톡했다며. 답장 안 왔어?”

    “왔어.”

    “뭐라고?”

    “그냥 ‘ㅋㅋ’하고 웃기만 하더라.”

    “…뭐?”

    “엿 먹으라 이거지.”

    “얘가, 진짜….”

    “으아…! 죄송해요…!”

    방한나와 홍유라는 앞선 첫 번째 조처럼 시간을 나누진 않았는지, 서로 개의치 않은 모습으로 양옆에 찰싹 달라붙어 정성스레 비위를 맞춰왔다.

    “주희는 좀 제대로 혼나봐야 해.”

    “맞아요…! 오빠를 이렇게 고생시켰는데, 그냥 넘어가면 안 돼요…!”

    “뭐, 그냥 넘어가진 않겠지만. 그 정도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그 정도가 맞아. 이번 일 잘못 터졌으면, 네 이미지 완전 무너지는 거 아냐?”

    “나쁘게 말하면 그렇지…?”

    “아주 싹을 잘라버려야 해요…!”

    “…아무튼.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으….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 몸에 안 좋은데…. 안 되겠다…! 제가 손이라도 좀 주물러 드릴까요?”

    “…갑자기? 괜찮은데….”

    “그거 괜찮네. 반대 손 이리 줘봐. 내가 해줄게.”

    “어…?”

    두 사람은 다짜고짜 손 마사지를 해주겠다며 내 손을 가져갔는데,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내 팔을 가슴에 문대며 손을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크네….’

    살갗에 생생히 느껴지는 탄탄한 저항감은 말 그대로 모성애 그 자체.

    더군다나 두 사람 모두 원체 힘이 좋다 보니, 마사지도 은근히 시원해서 결국, 얌전히 몸을 내주고 말았다.

    “시원하세요?”

    “으응….”

    “더 세게 할까?”

    “아니…, 딱 좋아.”

    “우와…. 근데 이렇게 보니까, 오빠는 손도 참 크네요…?”

    “어…. 그런가?”

    “네…! 손가락도 길고…! 저희 아빠보다 큰 거 같아요!”

    “확실히 손이 큰 게 좋지?”

    “맞아요. 손이 큰 게 좋죠…. 헤헷….”

    그렇게 양쪽에서 조곤조곤 떠드는 목소리와 꾹꾹 주무르는 손길에 점점 빠져든 나는, 그대로 넋을 놓으며 포근함에 잠겨버리고 말았다.

    ‘그래. 이런 평화로운 맛도 있어야지….’

    그런데.

    “…오빠. 이참에, 다른 곳도 좀 주물러 드릴까요?”

    “그래. 다른 애들은 이런 거 안 해줄 테니까….”

    어느 순간 은근슬쩍 그녀들이 내 옷에 손을 뻗어오기 시작했다.

    “…으응? 너네 뭐하는….”

    “단추 풀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한나야 그건 내가 벗을 테니까, 이제 그만….”

    “자. 벨트도 풀고.”

    “어어?”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능숙한 손길로 벨트 버클을 풀어버리는 홍유라.

    뒤늦게 화들짝 놀란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리며 두 사람을 만류했다.

    “저기, 이제 괜찮으니까….”

    하지만.

    “오빠. 잠시 팔 좀 들어주실래요?”

    “어?”

    “자. 만세,”

    “아니…. 저기, 한나야?”

    “엉덩이 좀 잠깐 들어줄래?”

    “어어? 나 안 벗을…. 야…!”

    두 사람은 내 팔다리를 붙잡곤 순식간에 와이셔츠와 바지를 벗겨 내버렸다.

    “오빠. 조금만 가만히 계세요…! 저희가 제대로 힐링해드릴게요…!”

    “양말도 벗길게?”

    “…어, 어어?”

    분명 따로 노는 듯하지만 묘하게 쿵짝이 맞는 두 사람의 행동.

    ‘이, 이것들이…!’

    마치 합을 맞춘 것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그녀들의 모습에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나는, 짐짓 목소리를 내리깔며 진지하게 말했다.

    “둘 다 이제 그만해.”

    그러나.

    “연기 너무 티 나.”

    “우와아…. 저는 깜빡 속을 뻔했어요…!”

    ‘…어라?’

    홍유라가 내 연기를 순식간에 간파해버렸다.

    “다리 잘 잡아.”

    “아, 네…!”

    “하, 한나야?”

    “오빠. 어깨가 너무 뭉친 거 같아요…! 맨날 저희 때문에 고생하셨으니까, 풀어 드릴게요…!”

    “아니, 그…. 유, 유라야…?”

    “여기도 많이 뭉쳤네.”

    “윽….”

    대체 언제 이런 일을 꾸민 건지, 교묘하게 팔다리를 나눠 잡곤 온몸을 주물러대는 방한나와 홍유라.

    몸을 부비다 보니 두 사람의 탐스러운 육체와 내 살결이 자연스레 뒤섞였고, 끝내 쉼 없이 쏟아지는 폭력적인 자극에 반응해버리고 말았다.

    “앗…!”

    “어머. 여기도 뭉쳤네?”

    두 사람은 세상 천연덕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팽팽해진 속옷에 손을 뻗어왔다.

    그 순간.

    “야!”

    결국, 참다못한 나는 두 사람에게 백기를 들며 소리쳤다.

    “알았으니까! 뭘 원하는지 알았으니까, 이것 좀 놔봐!”

    “안 돼요…! 오늘은 저희가 해드리는 날이에요…!”

    “…뭐, 뭐?”

    “괜히 힘 빼지 말고, 얌전히 받아들여.”

    “무, 무슨…. 야, 홍유라!”

    그러나 두 사람은 내 말을 자연스레 무시하더니, 팔다리를 단단히 제압한 채로 온몸을 희롱해대기 시작했다.

    “자아…. 시원하죠…?”

    “거, 거긴….”

    “여기도 집중해줘.”

    “으읏…!”

    잠시 잊고 있었지만, 홍유라와 방한나는 각자 팀에서 내로라하는 요물 중의 요물.

    하필 힘도 더럽게 센 두 사람이 힘을 합치니, 나조차도 어찌 당해낼 수가 없었다.

    “언제든지 괜찮으니까…. 알았지? 하웁….”

    “윽…!”

    아래에서 시작하여.

    “저, 저도 잊으시면 안 돼요…!”

    “우웁…!”

    곧바로 위까지.

    “츄룹…츕…츄루룹…”

    “쫍…쪼옥…후응…쯉….”

    위아래로 뇌를 뒤흔드는 강렬한 자극에 눈앞이 번쩍거리더니, 이내 속수무책으로 절정에 다다르며 정신이 점차 혼미해지고 말았다.

    ‘주, 죽는다…!’

    턱밑까지 차오른 진한 음기에, 처음으로 위기를 느낀 순간이었다.

    *

    이틀간 이어진 홍유라와 방한나의 협공에 시달린 후.

    “…오빠. 괜찮아?”

    “좀 초췌해 보이는데….”

    오랜만에 사무실에서 마주한 진서원과 임아린이 내게 걱정을 표해왔다.

    “…괜찮아….”

    사실 전혀 괜찮지 않다.

    밤새 비약까지 투여 당하며 텅텅 소리가 날 때까지 짜여버렸기에.

    이렇게 욕구가 바닥을 드러낸 적은 난생처음이다.

    “야. 너네 대체 뭔 짓거릴 한 거야?”

    “우리가 뭘?”

    “얘 꼴 좀 봐! 이 미친년들이, 대체 얼마나 빨아먹은 거야!?”

    “저희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그 설주희조차도 내 편을 들어줄 정도이니, 두 요물이 저지른 범행의 심각성은 두말하면 입이 아프리라.

    “이러면 나는 뭐 먹고 살라고!!!”

    어, 내 편이 아닌가?

    “…됐다…. 일이나 하자….”

    그렇게 나는 비약을 공수하여 텅 비었던 체력을 회복할 수 있었고,

    SNS로 괜한 이슈를 만든 설주희에게 적당히 주의를 주곤, 곧바로 두 번째 프로젝트를 개시하였다.

    이름하야 더블 팀 프로젝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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