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2화
연합 (1)
‘아니, 얘가 지금 뭘….’
사람이 너무 충격적인 걸 마주하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 내 꼴이 딱 그랬다.
“…으으응….”
내 베개에 얼굴을 처박고 엎드린 진서원은 앙증맞은 엉덩이를 들어 올린 자세로 무언가를 다리 사이에 열심히 쑤시고 있었다.
언뜻 손가락 사이즈의 ‘비즈’가 엿보이는 게, 언제 그쪽까지 손을 뻗은 건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미치겠네….’
누군가의 즐거운 시간을 목격하는 것도 몹시 당황스러운 일인데, 하필 그 장소가 우리 집 안방인 덕분에 말 그대로 정신이 아찔한 기분.
그녀의 행위를 말려야 할지, 우선 방을 나가고 봐야 할지, 크나큰 혼란에 빠져있던 그때.
“…오빠…?”
진서원이 몸을 일으키며 시선을 마주쳐왔다.
흐물흐물 상기된 얼굴에 들러붙은 잔머리와 반쯤 풀려버린 눈동자.
심지어 입가에 침까지 흐르는 게, 평소엔 볼 수 없는 모습이라 그런지 묘한 야릇함을 자아냈다.
‘이럴 때가 아니지.’
퍼뜩 정신을 차린 나는 재빨리 천장으로 고개를 돌리며 자초지종을 물었다.
“서원아…. 대체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오빠, 기다리고 있었어.”
“아니, 왜….”
“…기다린다고 했잖아.”
“뭐?”
순간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그녀의 한 마디.
[ …기다릴게. ]
설마 아침에 말했던 ‘기다릴게’가 정말로 그런 의미였던 걸까.
생각지도 못했던 복선에 당황한 나는, 얼버무리듯 손을 내저으며 그녀를 말리려 했다.
“아, 아무튼 당장 멈추고 옷부터 입어!”
“…왜?”
“왜는 왜야! 지금 그런 꼴을 하고…!”
“…어차피, 벗을 건데?”
그랬다.
나는 진서원과 그렇고 그런 걸 하기로 약속했다.
애초에 그녀는 함께하기로 한 걸 먼저 시작해버린 것뿐이었다.
‘…도지혁…미친 새끼….’
멋모르고 쌓아온 업보가 이렇게 클 줄 누가 알았을까.
“…언제 해?”
진서원은 기대가 담긴 목소리로 은근히 내게 독촉을 해왔고,
“…후….”
비로소 업보 청산의 시간이 왔음을 확신한 나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옷부터 좀 갈아입자.”
*
“…저기, 서원아.”
이름을 부르자, 슬쩍 고개를 돌리며 물끄러미 시선을 마주쳐오는 그녀.
마치 작은 햄스터 같은 그녀의 앞엔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남사스러운 물건들이 늘어져 있었다.
“이거…. 진짜로 다 쓰게…?”
“…응.”
진서원은 보기완 다르게 상당히 공격적인 취향을 지니고 있었다.
자국이 덜 남는 재질의 끈부터 시작하여 클립이 달린 진동기까지.
임아린과 지내며 여러 가지 물건을 사용했다고 자신하던 나조차도 낯선 물건들이 매우 많았는데….
그 와중에도 가장 중요한 곳은 건드리지 않는 부분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나는 이게 좋아.”
그때, 진선원이 중앙에 놓인 한 진동기를 고르며 의견을 피력해왔다.
‘이건….’
그녀가 고른 건 언젠가 나와 함께 구매했던 한정판 진동기.
정이 든 건지, 상당히 도착적인 취향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클래식한 물건을 선호하는 것 같았다.
“…으음….”
나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로 팔짱을 꼬며 머리를 굴려보았다.
솔직히 진서원과 이러고 있는 것이 썩 유쾌하진 않다.
아무래도 윤리적인 부분에서 죄책감이 느껴졌기에.
‘분명 성인이긴 한데….’
퀸즈의 멤버들이나 방한나 같은 경우는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어엿한 성인 여성이다.
그렇기에 무슨 짓을 해도, 심리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진서원은 어떤가?
아담한 키에 왜소한 체구.
평소에 화장을 안 하고 다녀서 그런가, 아직 앳된 면이 얼굴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퀸즈의 멤버들이나 방한나에 비해 ‘살짝’ 덜 발달한 그녀의 흉부가 내 자그마한 양심을 쿡쿡 찔러댔다.
‘…미치겠네….’
물론 그렇다고 이제 와서 피할 순 없다.
내가 여기서 퇴짜를 놔버리면, 진짜 무슨 일이 생길지 장담할 수 없기에.
“…서원아.”
기나긴 고민 끝에 그녀를 만족시킬 방법을 고안해낸 나는, 비장한 각오를 다지며 말했다.
“우리, 이렇게 하자.”
“……?”
“너랑 나랑, 내기를 하는 거야.”
“…내기?”
“그래, 내기. 이렇게 그냥 해버리면 재미없잖아?”
“…난, 재밌는데?”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그녀.
분명 귀여워 보였지만, 그 내용을 생각해보니 마냥 귀엽지만은 않았다.
“우선 어떤 내용인지 들어보고 생각해봐. 나쁠 건 없잖아? 분명 너한테도 좋은 내용일 거라니까?”
“…나한테?”
“그래! 들어보고 싫으면, 거절하고 네가 원하는 대로 하면 돼.”
“……뭔데?”
결국, 반 억지로 설득에 성공한 나는 앞서 계획한 내기를 들이밀었다.
내용은 이랬다.
진서원을 묶어둔 후, 나는 도구나 손을 이용하여 30분 동안 그녀를 공략한다.
만약 그녀가 30분 동안 절정에 3번 다다르지 않으면 그녀의 승리.
시간 내에 3번 이상 보내버리면 나의 승리다.
“…30분?”
“30분이 생각보다 꽤 짧은 거 알지?”
“…내가 이기면?”
“네가 이기면…. 네 소원 다 들어줄게.”
반대로 내가 이기면 오늘의 행위는 끝이다.
“…소원? 아무거나?”
“그래, 아무거나. 뭐든지.”
득실을 따지는 듯 눈을 굴리며 생각에 잠긴 진서원.
살짝 초조해진 나는 완전히 그녀의 마음을 돌릴 생각으로 넌지시 미끼를 던져보았다.
“혹시 몰라서 물어보는 건데…. 오늘, 안전한 날이지?”
“…안전…? ……아.”
그녀는 뒤늦게 내 말을 이해한 듯 희미하게 얼굴을 상기시켰고,
이내 기대에 찬 눈빛으로 시선을 마주쳐오며 확답을 던져왔다.
“…내기, 할래.”
미끼를 물어버린 것이다.
*
그렇게 준비를 모두 마친 후.
“자, 어디 불편한 곳 있어?”
목욕 가운을 입은 채로 침대에 팔다리가 묶인 진서원은 손목을 꾹꾹 잡아당기며 상태를 확인해보았다.
“…없어.”
다행히 불편한 점은 없는 것 같았다.
“좋아. 이제 불 끈다?”
“…응.”
어두워진 방을 비추는 희미한 무드등.
나는 조용히 대자로 뻗어있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곤 조용히 심호흡을 내쉬며 각오를 다졌다.
‘무조건 보낸다.’
다행히도 진서원은 내게 도구 사용을 허락해주었다.
만약 도구를 허락지 않았다면 온전히 내 손으로만 그녀를 매만져야 했는데….
도구가 있는 덕분에, 일말의 양심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 ♩ ? ♬
블루투스 스피커로 적당한 클래식까지 틀어둔 나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으며 침대 위로 올라갔다.
‘역시 잘 안 보이네.’
불을 꺼버린 덕분인지 무드등이 비치는 그녀의 얼굴을 제외하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럼, 시작할게.”
“…응.”
그렇게 시작된 30분짜리 타이머.
나는 곧바로 희미한 불빛에 의지하여 그녀가 입은 가운을 풀어버렸다.
스르륵─
캄캄한 어둠 속에 맨몸을 드러낸 그녀는 은근히 긴장한 얼굴로 앙증맞은 입술을 오물거렸고,
가볍게 손바닥을 비벼 열을 낸 나는, 양옆에 놓인 허벅지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스으윽─ 스으윽─
아슬아슬 손가락끝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살결.
얇은 피부 너머로 근육이 움찔거리는 게 고스란히 느껴진다.
아무래 남의 손길이 낯선 건지, 허벅지 위쪽을 쓰다듬을 때마다 크게 움찔거렸다.
‘쉽겠네.’
진서원의 감도를 얼추 가늠한 나는, 미리 따뜻하게 덥혀둔 오일을 집어 들었다.
언젠가 임아린과 사용하고 남은 물건인데, 이렇게 사용하게 될 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쭈우욱─
손등으로 위치를 가늠하며 온몸에 오일을 뿌린다.
“…으응….”
그러자 시작조차 안 했는데 나지막이 신음하는 그녀.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필사적으로 미소를 감추며 천천히 오일을 넓게 펴 발라주었다.
스으으으윽─ 스으으으윽─
종아리부터 시작하여 허리를 지나 밑가슴까지.
중요 부위는 거들떠보지 않은 채, 손바닥에 약한 힘을 주며 아담한 몸을 끊임없이 주물러댔다.
“…하아…스읏…하아….”
진서원은 고작 그 정도로 흥분한 듯, 끊임없이 몸을 움찔거리며 들뜬 숨을 내쉬기 시작했는데….
‘…무공 쓰는 여자들 특징인가?’
마치 설주희가 생각날 정도로 민감한 게, 괴롭히는 맛이 상당했다.
“…오빠….”
“응?”
“…제대로 만져줘….”
“뭘?”
“…아, 아래에…. 흣…!”
요구에 맞춰 엄지를 들고 살짝 깊숙한 곳을 훑어 내리자, 야릇한 신음과 함께 허리를 비틀어댄다.
슬슬 끝낼 시간이다.
스윽─
나는 손을 떼곤 그녀가 준비해온 장난감 중에 가장 진동이 센 걸 골라 들었고,
우우우우우웅─────!
손바닥까지 뒤흔드는 살벌한 진동을 느끼며, 희미하게 번들거리는 그녀의 아랫배를 지그시 눌렀다.
그리고는 아마 새빨갛게 충혈됐을 그녀의 비부를 부드럽게 짓이겼다.
쿡─
“흐익…!”
단말마와 같은 신음을 흘리며 크게 몸을 펄떡이는 그녀.
왈칵─
이윽고 사정없이 진동기를 후벼대던 손에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렸다.
“한번.”
“으긋, 끄윽…!”
“두 번 남았어.”
사실상 내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