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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뒤에 먹히는 프로듀서-32화 (32/165)

“능력이 달라진 거 같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는 진서원을 바라보는 척, 그녀의 상태창을 몰래 열어보았다.

[ 이름 : 진서원 / 잠재 랭크 : S / 보유 능력 : 천마신공 Lv1, 내공 운용 Lv1 ]

그녀의 말대로 천마신공을 제대로 깨우친 듯 레벨이 올라가 있었고, 내공을 다룰 수 있는 능력도 새롭게 각성해 있었다.

‘천마는 천마라 이건가?’

상태창을 끄고 슬쩍 시선을 거둔 나는, 그녀의 방향성을 잡기 위해 간단한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일단 어떻게 능력이 달라졌는지 확인해보자.”

곧바로 가볍게 채비를 마친 우리는 비어있던 부스 내부로 들어섰고, 나는 방한나의 예비용 방패를 든 채로 진서원과 마주하여 그녀에게 자유로이 공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뭐든 괜찮으니까, 편하게 해.”

“…진짜요?”

진서원은 사람을 상대로 주먹을 휘두르는 게 익숙하지 않은 듯 살짝 꺼리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모두 훈련에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득하자, 그제야 어색하게 주먹을 치켜들며 자세를 취했다.

“…해요?”

“얼마든지.”

신호를 보내온 그녀는 손에 끼고 있던 암흑룡의 건틀릿을 매만지며 곧장 주먹을 날렸다.

쿠웅──!

미미한 내공이 담긴 그녀의 주먹은 꽤 매서웠지만, 천마신공 특유의 파괴력은 보이지 않았다.

“이게 다야? 진짜 괜찮으니까, 온 힘을 다해서 쳐봐.”

도발에 이어 또다시 날아온 진서원의 주먹.

쿠우웅──!

‘똑같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일전에 놀을 터트렸던 힘은 자각하지 못한 채로 사용했던 것 같았는데….

‘가르칠 게 꽤 많겠는데….’

즉, 능력 자체는 이미 D급 괴수를 단숨에 해치울 정도로 개화돼 있지만, 사용법을 몰라서 힘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니, 레벨 1에 D급 괴수를 터트려? 설주희도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새삼스레 천마의 힘에 놀라워하며 몇 번의 공방을 이어가던 나는, 앞으로 그녀를 어떻게 훈련시킬지 구상하며 테스트를 끝마쳤고,

“좋아. 저기로 가자.”

“…?”

그녀의 장비를 모두 해체한 뒤, 훈련장 내부에 따로 마련된 명상실로 향했다.

“여기 비어있네. 어서 들어와.”

“…여기는…?”

“명상실이야. 앞으로 자주 올 거니까, 잘 기억해둬.”

명상실은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훈련을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방음 부스다.

다른 훈련 부스와 다르게 외부에 창도 달리지 않고, CCTV같이 집중에 방해될만한 요소가 모두 제거된, 그야말로 집중을 위한 최적의 환경으로 꾸며져 있다.

“저기 중앙에 앉아봐. 자세는 아무렇게나 않아도 괜찮으니까, 편안한 자세로 있으면 돼.”

진서원은 내 말을 따라 얌전히 중앙에 다리를 쭉 편 채로 앉으며 자리를 잡았고,

나는 내부의 조명을 어두컴컴하게 맞춘 뒤에 그녀의 옆으로 다가갔다.

“손 줘.”

“…?”

진서원은 의아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얌전히 손을 내왔다.

나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꼬옥 붙잡은 뒤, 가부좌를 틀고 편하게 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간단히 설명을 늘어놓았다.

“오늘 할 건, 운기조식이라는 거야.”

“…운기조식?”

운기조식(運氣調息).

흔히 무협에서 자주 등장하는 일종의 내공 운용법이다.

호흡을 통해 기를 생성하고, 자신의 심법으로 흐름을 조절하여 내공을 쌓는 행위로,

무공을 다루는데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조금 어려울 수 있으니까, 전에 마력석 밝혔던 것처럼 감만 잡아보자.”

“…네.”

설명을 마친 나는, 진서원에게서 훔쳐온 천마신공 특유의 심법을 떠올리곤 곧바로 손끝을 통해 마력을 진동시키며 조금씩 흘려보냈다.

우우우웅……

내공을 순환시킬 때 소주천이라 부르는 방식으로 단전에서부터 혈을 거쳐 맥을 따라 움직이는데, 나는 그녀에게 필요한 과정을 마력으로 대체하여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설주희를 가르친 보람이 있네.’

예전에 설주희에게도 똑같은 과정을 거쳤었다.

처음엔 손을 잡기 싫어해서 조금 애를 먹긴 했지만….

나중에는 그녀가 먼저 도와달라고 할 정도로 굉장히 효과가 좋은 방식이었다.

우우우웅……

그렇게 그녀의 몸에 지도를 그리며 움직이던 마력이 하반신에 위치한 회음혈을 지나던 그때.

움찔─ 움찔─

꼬옥 잡혀있던 진서원의 손가락이 애처롭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읏….”

아무래도, 마력이 민감한 곳을 혈을 뚫고 지나가며 살짝 자극을 받은 모양이다.

‘조금만 참자.’

나는 애써 그런 그녀의 반응을 무시하며 끝없이 마력을 순환시켰다.

내공 운용이라는 능력으로 어느 정도 보정을 받는다고 하지만, 이는 자칫하면 주화입마에 빠질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훈련이다.

처음부터 제대로 가르쳐놓지 않으면, 나중에 애를 먹을 수도 있다.

꼬오옥…

나는 응원의 마음을 담아 그녀의 손을 더더욱 꽉 붙잡았고,

“…하아…하아….”

진서원은 숨을 헐떡거리는 와중에도 손을 놓지 않으며 끝까지 훈련에 집중했다.

그렇게 몇 번의 순환을 거치며 첫 번째 세트를 마친 후.

“여기까지.”

진서원의 손을 놓아준 나는, 그대로 풀썩 엎어져 버린 그녀에게 슬쩍 질문을 건네보았다.

“할 수 있겠어?”

그러자

“하아…하아….”

진서원이 생각에 빠진 듯 한참을 헐떡거리며 입을 다물고 있더니….

“…아직, 모르겠어요.”

묘하게 끈적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교육을 요청해왔다.

*

“자…, 집중해서. 몸에 지도를 그린다고 생각해. 알았지?”

“…네.”

내공 운용 훈련이 진행된 지도 벌써 3시간째.

진서원은 가슴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는 걸 느끼며 도지혁의 손을 조심스레 붙잡았다.

꼬오옥……

“할게?”

“…네….”

진서원은 대답과 함께 거침없이 흘러들어오는 도지혁의 마력을 느끼며 자기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오, 온다….’

섬세하게 밀고 들어온 도지혁의 마력은 팔을 지나 가슴을 타고 내려가며 아랫배로 미끄러져 들어갔고,

우우우우웅……

배꼽보다 더 아래, 단전이라 불리는 위치에서 맴돌더니, 이내 미약한 진동을 일으키며 순환하기 시작했다.

꿀꺽─

매끄럽게 맥을 타고 흐르며 회음혈을 뚫어버리는 도지혁의 마력.

“으긋….”

진서원은 하반신을 관통하는 강렬한 쾌감에 무심코 이를 꽉 깨물었고, 이어서 등골을 타고 올라가는 짜릿한 감각에 고개를 쳐들며 들뜬 숨을 내뱉었다.

“…하아…하아….”

진서원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성적 쾌감을 느껴본 경험이 없었다.

그런 쪽엔 별로 관심이 없기도 했고, 애초에 관심이 생길만한 환경도 아니었기에.

아마 도지혁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로 평생을 살았으리라.

“서원아. 호흡 가다듬고. 집중해.”

도지혁의 목소리에 간신히 정신을 차린 진서원은 흘러넘치려는 군침을 꿀꺽 삼키며 다시 마력의 흐름에 집중했다.

‘…지, 집중…!’

하지만.

“…흣….”

안타깝게도 그녀의 집중력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아읏…!”

쾌락에게 조금도 저항하지 못했던 진서원은 도지혁의 마력 앞에 무참히 패배하고 말았고,

풀썩─

온몸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쾌락에 몸을 부르르 떨어대며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서, 서원아!”

갑자기 쓰러진 진서원에 놀란 도지혁은 다급히 마력을 거두곤 황급히 그녀의 상태를 확인해보았다.

“서원아! 괜찮아!?”

쾌락에 젖어 정신이 몽롱해진 진서원은, 그 와중에 이마를 훑는 도지혁의 손길에 묘한 포근함을 느끼며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이야기하지…! 어디 아픈 곳은 없어?”

“…그냥 좀, 어지러워서….”

“…안되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걱정스러운 마음에 한숨을 내쉰 도지혁은 훈련을 중단하자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는데….

덥석─

진서원이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그의 발목을 붙잡곤 나지막이 훈련 재개를 요청했다.

“…아직 안 돼요….”

“뭐? 아니, 너….”

“…할래요.”

원래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서운 법.

진서원은 아직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진짜 할 수 있겠어?”

“…네.”

도지혁은 드물게 열의를 보이는 진서원의 모습에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곤 다시 자리를 잡았고,

“몇 번이면 확실히 감 잡을 수 있을 거 같아?”

그녀에게 몇 세트를 더 진행하면 되겠느냐며 슬쩍 질문을 건넸다.

그러자.

“…다섯 번?”

한참을 고민하던 진서원이 무려 다섯 세트를 불러버렸다.

“다섯 번이면 돼?”

“…열 번.”

“뭐?”

“…여, 여덟 번.”

극적인 협상 끝에 진서원과 도지혁은 총 여섯 세트를 반복하기로 합의했고,

이날 진서원은 총 3번의 절정을 맛보았다.

*

그날 저녁.

사건 이후 집에서 요양을 즐기던 윤인경은 편한 옷차림으로 소파에 누워 TV 채널을 끝없이 돌리고 있었다.

“볼 게 없네….”

그렇게 홀로 맥주나 마실까 하고 고민하며 무심하게 리모컨을 매만지던 그때.

띠링─

소파에 굴러다니던 그녀의 휴대폰에 짧은 알람을 울렸다.

메시지가 도착한 것이다.

“누구지?”

한창 지루한 참이었던 윤인경은 잽싸게 휴대폰을 들어 상대를 확인해보았는데….

[ 서원이 ]

무려 진서원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서원이…?”

진서원은 평소에 모든 용건을 전화로 해결하기에, 메신저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사실상 윤인경이 일방적으로 사용하던 메신저였기에, 진서원이 먼저 보내온 메시지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흐음….”

윤인경은 재빨리 휴대폰 잠금을 풀곤 자세를 고쳐 누우며 진서원이 보내온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해보았는데….

“…으응?”

그녀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 서원이 : 언니 ]

[ 서원이 : 나 아랫배가 막 간지럽고 머리가 이상해 ]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아랫배…? 아니, 뭐지…?”

한참을 고민하던 윤인경은 곧바로 진서원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물어보았고,

‘얘가 남자랑 다니더니 드디어 눈을 떴구나…!’

마침내 성인의 길에 발을 내디딘 진서원을 위해, 무려 6시간에 이르는 ‘교육’을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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