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기사가 살아가는 법-141화 (141/248)
  • 141. 협박으로 자극하기

    “누굽니까? 반역자가.”

    “시의회의 의장인 옌센과 의원인 고프리입니다.”

    “겨우 둘?”

    “물론 의심이 가는 자가 더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명확하게 드러난 자는 그 둘 뿐입니다.”

    시의회 의장이 반역이라니!

    멀쩡하게 생겨서 일도 열심히 하던 아저씨가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을.

    그리고 고프리? 고프리 노르게?

    나는 새삼스러운 기분으로 고프리라는 이름을 떠올렸다.

    그는 내가 회귀하기 전의 시간선에서 칼마르 주변에 자리잡은 산적들을 토벌하던 자였다.

    능력은 뛰어났다.

    아무리 백작의 사면장과 황금을 앞세우고 토벌을 했다고 해도, 산적으로 산적을 토벌하는 말도 안 되는 짓을 해냈을 정도였으니 사람을 설득하는 일은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자였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선제후와 관련이 있음을 슬며시 언급하기도 했다.

    리네아와 선제후를 출세를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자신의 속마음을 사형 직전의 내게 슬쩍 드러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를 다시 만났을 때 그를 요주의 인물로 지정해 놓았다.

    리네아에게 흑심을 품고 있고, 선제후에게도 연결되는 끈이 있으니 주의해서 살펴보아야 할 자로 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는 그 끈이 글렌 공작이 아니면 막시밀리안 공작에게 연결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아무래도 그게 아닌 모양이다.

    그렇다면 누굴까?

    프리시오 공작은 거리상으로 너무 멀고, 아르보그 공작은 죽었다.

    남은 자는 뱅트손과 스케티 뿐.

    둘 다 가능성이 있지만 뱅트손일 가능성이 좀 더 높지 않을까?.

    그쪽이 우리와 더 가까우니까.

    그렇지.

    4강의 하나쯤 되는 공작이 배후가 되야 말이 되지.

    칼마르의 시의회 의장까지 반역에 끼어들었는데 이미 죽어버린 공작 따위가 뒷배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나는 그들에게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아무래도 그들과 면담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들은 지금 감옥에 있습니까? 아니면 가택연금 중인가요?”

    내 말에 사라 남작 부인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무엇인가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다.

    “설마 아직 체포를 하지 않은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윌리엄 백작 각하.”

    나는 어이가 없었다.

    반역자라는 확증을 잡았는데도 체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백작의 가신들이 칼마르를 장악하고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자의 무력을 쥐고 대치하며 정치투쟁을 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그리고 보니 마스터 요한이 보이지 않았다.

    모두 리네아 옆에 있다는 린드스톰의 전언과 달리 의식을 잃은 리네아의 옆을 지켜야 할 자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설마 영지군에 대한 통제를 잃은 겁니까?”

    “그것은 아닙니다. 요한 사형이 주둔지에 가서 직접 영지군을 장악하고 있으니 언제라도 동원이 가능합니다.”

    맙소사!

    마스터 요한이 주둔지에 직접 가서 같이 있어야 할 정도로 영지군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졌다니.

    영지군의 기사들 중 상당수가 마스터 요한의 제자나 다름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나는 아무 문제가 없음을 강변하는 사라 남작 부인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뭐가 문제입니까?”

    “시의회에서 우리에게 경호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즉시,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라는 요구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의회의 의장을 반역 혐의로 체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내전을 걱정하는 것입니까?”

    “예. 칼마르 시의 경비대가 시의회를 지키고 있습니다. 용병군은 중립을 선언했습니다만, 내전이 시작되면 어떤 행동을 취할지 예상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내전이 시작되면 영지군의 상당수가 소집을 거부할 겁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처벌을 받기 싫어서 시의회에게 누명을 씌우는 것으로 보일 테니까요.”

    권력 투쟁이다.

    리네아가 깨어나지 못할 경우를 생각해서 명분을 미리 쌓아두는 것이다.

    내전까지 각오한 것이 틀림없다.

    내 작위 박탈을 의결하고 선포까지 한 것도 그를 위한 사전 작업의 하나일 것이다.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나는 일이 매우 고약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리네아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리며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조만간 반역자들이 어떤 식으로든지 움직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 칼마르로 돌아온 것이 아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전투를 벌이던 1천 명에 달하는 정예 용병과 함께 돌아왔다.

    주둔지에서 눈치를 보며 복지부동 중인 용병부대와 달리, 이들은 내 명령이라면 즉시 따를 준비가 되어 있는 자들이다.

    이런 나와 내 용병 부대를 보는 반역자들의 마음이 어떨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들은 두려움에 못 이겨서 움직일 것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저들이 먼저 움직일 겁니다.”

    “예?”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내가 시의회를 한번 방문해 보겠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들어볼 필요도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시의회의 간사에게 백작님의 방문을 전달해 놓겠습니다.”

    나는 새삼스럽게 사라 남작 부인을 보게 되었다.

    사라 남작 부인은 사실상 리네아의 유모이고, 동시에 시녀장으로서 영주성 내부의 일도 맡고 있다.

    그리고 첩보 분야를 담당해서 리네아를 보조하기까지 한다.

    아무리 일인다역이라고 하지만 이거 한 사람이 담당하기에는 너무 광범위한 업무가 아닌가?

    물리적으로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한 사람이 여러 분야를 맡아서 일을 하다보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라 남작 부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라서 이런 상황에서도 시의회와 연락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사람을 대하고 관리하는 쪽에는 뛰어나지만 반대로 첩보 쪽은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특히, 방첩은 심각하다.

    실력보다 충성심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재정을 아껴야 할 때 이런 식으로 인력을 굴린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칼마르가 돈이 없는 곳은 아니니 충성이 문제인 것이다.

    즉, 믿을 수 있는 자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게 말이 되나?

    수백 년간 한 장소에 뿌리내린 지배자 가문에서 믿고 쓸 만한 자가 없다는 것이?

    리네아가 부리는 인재풀이 너무 좁다는 인상을 받아 왔는데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나는 리네아가 깨어나면 이 점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

    다음날 나는 용병대장 몇 명을 거느리고 시의회로 직접 찾아갔다.

    방문 이유는 시의회의 간사에게 미리 전달했다.

    왜 시의회에서 내 작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하고 심지어 공개적으로 선포까지 해서 내 체면을 손상시켰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진짜 내 의도는 시의회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싶다는 쪽이었다.

    만약 시의회가 리네아를 밀어내고 시의회에 의한 공화주의적 통치를 생각하고 있거나, 아니면 새로운 주인님을 모시고 싶어 한다면 그에 따른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를 맞이한 자는 고프리 의원이었다.

    그는 내게 처음부터 적대적으로 나왔다.

    “윌리엄 남작. 분명히 말해 두겠습니다. 우리는 남작에 대한 여러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리네아 여백작님의 선택을 존중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을 빠르게 찾는 것이 무리였으니 당시의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를 상대하기 위해 나선 자는 의장이나 부의장 같은 직위에 있는 자가 아니었고, 심지어 원로 의원도 아니었다.

    젊은 의원 하나를 내세워서 나를 상대하게 한 것이다.

    이것은 백작이라는 내 작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에 대한 백작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결의를 선포했으니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기는 했다.

    내가 직접 왔다고 해서 의장이라도 나와서 굽신댔으면 모양새가 아주 웃기기는 했을 것 같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 우리는 리네아 여백작 님의 유고를 대비해야 합니다. 윌리엄 경. 솔직히 말해서 경은 칼마르와 별로 관련이 없는 사람 아닙니까? 게다가 경은 원래 작위라고 할 것도 없는 일반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경의 기사 작위조차 리네아 여백작께서 내려주신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당신의 손에 칼마르를 쥐여줄 수 있습니까? 칼마르 시의회에서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의지를 담아 우리의 의사를 알린 것입니다.”

    너무 노골적인 발언이어서 당황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시의회의 의원들 중에서는 당황을 지나 경악하는 모습을 숨기지 못하는 자가 있을 정도였다.

    특히, 리네아의 유고를 전제하는 발언은 위험할 정도였다.

    만약 리네아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다면, 저기 있는 의원들 중에서 고프리 의원을 담그기 위해 저 발언을 끌고 오는 자가 생긴다고 장담할 수 있다.

    그러나 고프리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발언을 이어갔다.

    “오랫동안 칼마르의 번영을 위해 칼마르 백작가에 충성을 바쳐왔던 가문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 리네아 여백작 각하의 옆에 있는 자들은 또 누구입니까? 제국인도 아닌 자들이 리네아 여백작 각하의 눈과 귀를 막고 있습니다. 윌리엄 경. 경이 숙청한 가문들은 대를 이어 칼마르 백작가를 위해 충성해 왔던 자들이었습니다. 누구를 위해 그렇게 잔인하게 행동한 것입니까? 진정 칼마르 백작가를 위한 것이 맞습니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였습니까? 윌리엄 경. 나는 전부터 경을 볼 때마다 의문이었습니다. 경의 신분과 경의 실력은 일치하지 않습니다. 경은 진짜 윌리엄 버로스 경이 맞습니까? 혹시 전부터 저들과 알고 있는 사이는 아니었습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강체술 같은 비전을 그렇게 쉽게 공유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이 사람, 설득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선동도 잘하네.

    진실과 거짓을 섞고, 살짝 비틀어진 사실을 토핑으로 올린 다음, 자신의 주장으로 포장한다.

    어느 순간 외부 세력과 내통하던 자들은 다시 없는 충신이 되었고, 나는 근본부터가 의심스러운 사람이 되어 버렸다.

    계속 듣고 있는 것도, 반박을 하는 것도 별로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다.

    계속 듣고 있으면 저 말을 인정한다는 인상을 주고, 반박을 하려고 하니 너무 많은 말을 해야 한다.

    듣는 사람은 반박한답시고 한참을 떠드는 내가 무척 궁색하게 보일 것이다.

    역시 결론은 하나다.

    똑같은 방식으로, 하지만 좀 더 과격하게 뒤집어 씌워야 한다.

    “고프리 노르게. 이 불충한 자가 감히 나를 모욕하다니! 네 놈이 이 엉터리 결의안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내가 모를 것 같나? 네 뒤에 있는 뱅트손이 너에게 무엇을 약속했는지는 뻔하지만 그게 네 마음대로 될 것 같은가? 지금까지 나를 모욕한 자들은 모두 죽었다. 과연 네 놈이 예외가 될 수 있을까? 멀리 있는 뱅트손을 믿는 것이라면 네 어리석음을 원망해라. 네 목을 뱅트손에게 던져 주면 과연 그가 뭐라고 할지 궁금하긴 하군.”

    시의회 의원 전원이 경악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 정도라면 내가 거느리고 온 용병부대를 보며 불안해할 누군가를 자극하기에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과연 내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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