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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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6)

-와 대박! 우광길드의 길드 마스터면 지우현 랭커님이시잖아!

-지우현 랭커님 한국 공식 랭킹 2위 아니셨음?

-ㅇㅇ

-랭커답게 후원도 화끈하시네.

가장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메시지는?

당연히 우광길드의 길드 마스터 지우현이었다.

후원 금액도 금액이었지만.

부길드 마스터나 인사부장보다야, 한국 랭킹 2위에 빛나는 랭커이자 거대 길드 중 하나인 우광길드의 길드 마스터가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지우현?”

투황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랭커시라면서 우광길드 모르십니까?

-지우현 님은 한국 공식 랭킹 2위시라고요!

-아무리 비공식 랭커라도 어떻게 지우현 님을 모르냐?

채팅창이 불타올랐다.

그러나 투황은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어디서 들어 본 이름인데?”

그저 그렇게 중얼거릴 뿐.

-아, 당연히 들어는 봤겠지!

-고럼고럼, 무려 대한민국 공식 랭킹 2위이신 분인데.

-지우현 님은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실력자이심.

-하긴 세계 랭킹으로 따져도 100위 안에는 무난하게 들어가실 분이시지.

반면 채팅창에서는 아는 게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때.

“아! 그때 현수랑 같이 만났던 녀석이구나!”

투황이 이제야 기억이 났다는 듯 외쳤고.

-어디 건방지게 지우현 님을 녀석이라고 불러?

-근데 현수가 누구임?

-그러게 그런 이름 가진 랭커도 있나?

-난 난생처음 들어 보는 이름인데.

채팅창의 반응을 본 투황이 화들짝 놀라더니.

“아, 실수했네.”

풀이 죽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1조의사나이님이 달풍선 1,000,0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그때 그분이시군요. 외형이 조금 달라지셔서 알아뵙지 못했습니다. 무례를 사과드립니다. 쪽지는 그대로 삭제해 주십시오.]

[커피맥심님이 달풍선 1,000,0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쪽지 삭제 부탁드립니다!]

[보리를찾아서님이 달풍선 1,000,0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저도 쪽지 삭제 부탁드립니다.]

1억짜리 후원이 마구 쏟아졌고.

사과의 메시지와 함께 쪽지 삭제 요청이 쇄도했다.

일성길드, 샤이닝길드, 우성길드 모두 강현수의 휘하에 있는 길드들이었고.

강현수의 이름을 언급한 순간, 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투황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그저 수인족의 모습과 인간, 그것도 한국인으로 변한 외형의 괴리감 때문에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다.

상대는 그들의 군주인 강현수의 친우이자.

강현수 휘하 서열로 따지자면, 자신들의 까마득한 상사라고 할 수 있는 존재다.

감히 그런 분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했으니, 당연히 석고대죄를 할 수밖에 없었다.

1억짜리 후원은?

그저 작은 조공에 불과했다.

그들이 아는 강현수의 친우는 돈에 구애받는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어, 알았어. 삭제할게. 근데 달풍선이 돈 맞지? 나 돈 딱히 필요 없는데?”

[1조의사나이님이 달풍선 1,000,0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작은 성의입니다.]

[보리를찾아서님이 달풍선 1,000,0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편하게 용돈으로 쓰시죠.]

[커피맥심님이 달풍선 1,000,0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맞습니다. 그저 너무 소액이라 죄송할 따름입니다.]

다시 1억짜리 후원이 날아들었다.

“음? 하긴 그렇기는 하지. 알았어.”

투황이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투황은 지구의 돈이 가지고 있는 경제 개념이 없었다.

원이 아니라 골드였다면, 어느 정도 가치 구분은 했겠지만.

원이었던 관계로, 투황은 1억이라는 돈이 정말 소액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넘겨 버렸다.

아까 1억 미션이 걸렸을 때, 시청자들이 엄청 큰돈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투황이 인지한 1억의 가치는 실제 백만 원의 가치와 그다지 큰 차이가 없었다.

뭐, 사실 진짜 1억의 가치를 제대로 인지했다고 해도.

투황에게는 그리 큰돈이 아니라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말이다.

-헐! 대박!

-진짜 랭커?

-그것도 보통 랭커가 아닌 듯.

-대한민국 거대 길드들이 한 사람한테 설설 긴다고?

-막, 세계 랭킹 비공식 1위 그런 거 아님?

-진짜 그런 거 같은데.

-우와! 그런 사람이 한국인이었다니!

-어쩐지 세계 플레이어 협회가 한국 편의를 잘 봐준다 했더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네.

-그러게.

-근데 현수는 누구임?

-그러게 그 사람도 비공식 랭커인 듯.

-그럼 한국에 세계 랭킹 한 자릿수가 2명이나 있는 거임?

-진짜 그런 가 봄.

채팅창이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불타올랐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투황이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한데 아니었다.

정말 1억은 푼돈에 불과할 정도의 엄청난 플레이어였던 것이다.

‘아, 사고 쳤네.’

한편 투황은 얼굴을 찌푸렸다.

강현수의 이름을 말한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름만으로는 알아낼 수 있는 게 많이 없지.’

현수라는 이름만 듣고 뭘 어떻게 알아내겠는가?

‘앞으로 조심해야지.’

투황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나 시청자들의 관심은 투황의 게임이 아니라 신상 정보에 집중되어 있었다.

[시청자 : 102,360명]

시청자는 이미 10만을 돌파했음에도 계속해서 늘어나고만 있었다.

-주피 님? 정말 만 21세 맞으세요?

-남자예요, 여자예요?

-레벨 몇인지 알려 주시면 안 되나요?

-마족이 정말 그렇게 쎄요?

투황은 무시했다.

아예 채팅창을 안 봤다.

그러자?

[짝퉁사나이님이 달풍선 1개를 후원하셨습니다.]

[레벨 알려 주시면 안 되나요?]

[오징어와꼴뚜기님이 달풍선 1개를 후원하셨습니다.]

[너 남자 맞지? 근데 키가 왜 그렇게 작냐?]

[돌하루방님이 달풍선 1개를 후원하셨습니다.]

[땅꼬마 쉑 ㅋㅋㅋ]

달풍선을 통한 후원이 날아들어 투황의 귀를 울렸다.

그것도 달풍선 한 개를 통한 후원이 말이다.

문제는?

투황이 후원받는 금액의 커트라인을 거는 것도.

후원 기능 자체를 끄고 켜는 것도 모른다는 점.

거기에 온갖 인터넷 배틀로 강화된 키보드 워리어들의 공격을 감당하기에는?

투황의 멘탈이 그다지 단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방송을 꺼 버리기에는.

마치 꼬리를 내리고 도망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때.

덜컹!

투황의 방문이 열렸고.

강현수, 송하나, 유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투황이 당황했다.

그 순간 세 사람 뒤에 있던 여자가 다가와서 투황의 컴퓨터에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렸고.

그 순간 채팅창과 후원창이 말끔하게 정리되었다.

-방송 마무리 잘해. 쓸데없는 건 그분이 알아서 처리해 줄 거야.

강현수가 지휘관의 외침으로 그렇게 말한 후 다시금 방문을 닫았다.

투황은 자기가 답해 줄 수 있는 건 답해 주고.

할 수 없는 건 피해 가면서 무난히 방송을 마칠 수 있었다.

* * *

“너 사고 쳤더라.”

강현수의 말에 투황이 고개를 푹 하고 숙였다.

“미안해.”

다른 건 몰라도 인터넷 방송에서 강현수의 이름을 말한 건 치명적인 실수였다.

거기다 아마 실시간으로 투황의 방송 내용과 얼굴이 인터넷에 도배가 될 게 확실했다.

아니, 단순히 인터넷 도배를 넘어서 기사까지 작성될 게 확실했다.

“정말 미안해.”

“괜찮아. 그렇게 큰 사고를 친 건 아니니까.”

강현수의 이름을 노출했다고 해서.

신상이 털릴 일도 없고, 강현수가 일상을 방해받을 일도 없다.

문제가 생기는 것 자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만한 힘과 능력이 충분히 있었으니까 말이다.

다만.

“앞으로는 조심해.”

투황이 앞으로 또 사고를 치는 건 조심시켜야 했다.

“응.”

“밖에 나갈 때는 다른 모습을 나가는 게 좋겠다.”

현재의 모습은 인터넷에 박제가 되어 버렸다.

그러니 외출을 할 때는 외형을 조금 바꾸는 게 나아 보였다.

“본래 모습으로 가자.”

유카의 경우처럼 수인족의 특징만 지워 버리고, 원래 머리카락 색과 눈동자 색을 유지한 후 한국인처럼 바꾼 이목구비만 원래대로 되돌리면.

방송을 본 사람도 비슷하다고 넘길 뿐 동일인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할 터였다.

인종이 아예 달라져 버리니까 말이다.

“알았어.”

투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방송은 갑자기 왜 한 거야?”

강현수의 물음에.

“재미있어 보여서.”

투황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해 보니까 재미있었어?”

“아니, 생각보다는 별로였어. 게임보다 다른 거에 집중을 해 버리니까.”

첫 번째는 외모와 나이에 어그로가 끌렸고.

두 번째는 성별 논란에 어그로가.

세 번째는 플레이어라는 것에 어그로가 끌렸다.

“그럼 그만둘 거야?”

“어차피 시작한 거 조금 더 해 볼까 싶기는 한데, 매니저가 있으니까 확실히 편하기는 하더라고.”

투황의 말에.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강현수가 웃으며 말했다.

약간 소란이 생기기는 했지만.

투황이 재미를 느낀다면, 반대할 생각은 없었다.

거친 키보드 워리어들의 공격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투황이 멘탈이 약한 편은 아니니까.’

매니저가 적당히 걸러 주면, 크게 정신적 타격을 받을 일은 없으리라.

* * *

강현수는 송하나 그리고 유카와 함께 여행을 계속했고.

그러는 와중에 투황의 경우는.

크고 작은 사고를 거치며, 게임 스트리머로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계속 시간이 흘렀고.

“나도 여행 좀 해야겠어.”

게임에 열중하며 스트리머로서의 삶을 즐기던 투황이 여행 선언과 함께 강현수 일행에게 합류했다.

그 후 강현수, 송하나, 투황, 유카는 전처럼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아틀란티스에도 한번 가 볼까?”

강현수가 세 사람에게 말했다.

넷이 처음 만난 장소.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장소.

괴로운 기억도 많지만, 행복한 추억도 많았던 장소.

“난 좋아.”

송하나가 웃으며 말했고.

“전 현수 씨랑 함께할 수 있으면 어디든 좋아요.”

유카가 애교를 부리며 찬성했으며.

“안 가 본 지 꽤 되기는 했으니까, 나쁠 건 없지.”

투황도 웃으며 찬성표를 던졌다.

“그럼 가 보자.”

파지지직!

강현수가 차원 게이트를 열었고.

네 사람이 차원 게이트를 통과해 지구에서 아틀란티스로 이동했다.

“많이 복구했네.”

전쟁이 끝나고 폐허로 변했던 아틀란티스는 예전의 모습을 꽤 많이 회복한 상태였다.

“여기서 처음 만났지?”

강현수가 투황을 바라보며 물었다.

차원 게이트를 통해 처음 도착한 곳은 무란 왕국의 수도 굴라로, 강현수와 투황이 처음 만났던 장소였다.

“그랬지.”

강현수, 송하나, 투황이 추억이 서린 눈으로 굴라의 이곳저곳을 둘러봤고.

혼자만 추억이 없는 유카가 입술을 삐죽였다.

그다음으로 이동한 장소는 북부의 소도시 소트였다.

“아, 그때는 진짜 죽을 것처럼 힘들었었는데.”

송하나가 과거의 지옥 같았던 일정을 떠올리며 중얼거렸고.

“맞아, 진짜 죽는 줄 알았지.”

그건 투황 역시 마찬가지였다.

“칫!”

이번에도 역시 혼자만 추억이 없는 유카만 얼굴을 찌푸릴 뿐이었다.

그 후에도 네 사람은 계속해서 이동했다.

유카와 처음 만났던 장소에 도착하자, 잔뜩 찌푸려져 있던 그녀의 얼굴이 환해졌다.

지금까지는 약간 소외된 느낌이었는데, 이제부터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강현수는 천천히 과거의 추억이 남아 있던 장소들을 둘러봤다.

과거의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다.

그때는 힘들기도 하고 괴롭기도 했지만.

지나고 보니 모두 소중한 추억이 되어 버린 기억들.

하지만 이곳은 추억이 서린 장소일 뿐 앞으로 살아갈 곳은 아니었다.

“이제 그만 돌아갈까?”

강현수가 송하나, 투황, 유카를 바라보며 물었다.

“응.”

“좋아.”

“네.”

세 여자의 대답을 들은 강현수가 미소를 지으며.

파지지직!

지구로 향하는 차원 게이트를 넘었다.

앞으로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아마 평탄하겠지.’

어쩌면 무료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송하나, 투황, 유카.

이 세 사람과 함께라면?

무료할지언정 외롭지는 않은 삶이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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