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364화 (364/365)

에필로그 (5)

-??????

-뭐지?

-진짜 안 한다고?

-미친 거 아님?

투황의 거절에 시청자들이 불타올랐다.

10만 원 미션 거절?

거기까지야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백만 원 미션 거절은 선을 넘은 거 아니겠는가?

-혹시 배짱부려서 미션 성공 보상 더 올리려는 거 아님?

-그게 맞는 듯.

-배꼽 인사 한 번에 백만 원이면 충분하지.

-그 이상을 바라면 양심 터진 거지.

시청자 민심이 안 좋아졌다.

그러나.

투황은 일절 신경 쓰지 않았다.

관종의 피가 흐르는 투황이라고는 하나.

그는 토인족이라는 일족의 지도자이자 수인족이라는 자신이 속한 종족의 수장.

그런 자신이 카메라에 대고 배꼽 인사를 한다?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투황은 관종이기도 했지만 자존심이 무척 강한 전사이기도 했다.

-좋아, 누가 이기나 해보자.

[미션 - 공손하게 배꼽 인사하기]

[성공 보상 - 달풍선 100,000개]

그때 처음 미션을 걸었던 시청자가 새로운 미션을 걸었다.

-미친! 배꼽 인사 한 번에 천만 원이라고?

-형님! 제가 하겠습니다! 전 100번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절 시켜 주십시오!

-와, 배짱 튕기더니 성공했네.

-부럽당! 천만 원 벌었네.

-그런데 좀 얄밉네.

-그러게 신입 주제에 잔머리를 너무 굴림.

시청자들은 당연히 투황이 미션을 수락할 거라고 생각했다.

10만 원도 아니고, 1백만 원도 아니고, 천만 원이었으니까.

그런데.

“안 한다고 했지.”

투황은 쿨하게 무시했다.

-??????

-미친, 여기서 추가로 딜을 건다고?

-그게 아니라 정말 돈 필요 없는 거 같은데?

-금수저의 향기가 진하게 흐르고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투황이 몸값을 올리려고 헛수작을 부린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정말 돈에 관심이 없어서 저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피 님, 금수저 맞죠? 그렇죠?

“금수저가 뭔데?”

투황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저렇게 상식이 없음?

-진짜 초딩 아님?

“아, 내가 외국에서 오래 살아서 그래.”

투황이 대충 말하고 넘어갔다.

눈에 띄지 않으려고 수인족의 특성을 숨기고 인간으로 위장할 때, 강현수에게 외모를 한국인과 비슷하게 해 달라고 했는데.

‘그냥 귀랑 꼬리만 적당히 감춰 달라고 할 걸 그랬나?’

한국인치고는 상식이 너무 없었다.

‘뭐, 상관없지.’

해외에서 오래 살다 왔다고 했으니, 대충 넘어가겠지.

투황은 그렇게 생각하고 신경을 껐다.

-부모님이 돈 많으시냐고?

“아니, 돈은 내가 더 많은데?”

투황의 말에 시청자들이 불타올랐다.

-벌써 상속이 끝난 건가?

-아니면 혹시 능력자?

-아니, 만 21살이 돈에 초연할 수가 있나?

시청자들이 의아함을 품고 있을 때.

-갈 데까지 가 보자.

[미션 - 공손하게 배꼽 인사하기]

[성공 보상 - 달풍선 1,000,000개]

새로운 미션이 떠올랐다.

-???????

-미쳤다. 진짜 미쳤다.

-미션 건 놈은 도대체 정체가 뭐임?

-1억이 누구 집 애 이름인가?

-아무리 부자라도 1억은 무조건 수락해야지.

이번에는 시청자들도 무조건 수락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야, 1억이 아니라 백억을 줘도 안 하니까, 그딴 미션은 하지 마.”

투황은 쿨하게 거절해 버렸다.

사실 투황은 아직 지구의 원 개념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1억이 어느 정도 가치인지, 백억이 어느 정도 가치인지 정확히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백억을 줘도 안 한다고?

-저건 금수저 수준의 마인드가 아닌데?

-진짜 백억 주면 하지 않을까?

-1억도 거절한 걸로 봐서는 백억도 거절하지는 않을까?

-에이, 1억이랑 백억은 좀 다르지.

시청자들이 불타오를 때.

[달빛남신님이 달풍선 1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너 혹시 플레이어냐?]

처음 후원해 줬던 달빛남신이 다시 달풍선을 후원하며 질문을 던졌다.

“어, 플레이어 맞아.”

투황이 가볍게 대답했고.

-아, 자수성가형이셨구나.

-근데 1억이면 플레이어한테도 꽤 큰돈 아님?

-그렇기는 하지.

-플레이어가 돈 쉽게 번다고 해도 그거 목숨값이다.

-나 플레이어인데 나한테 1억 엄청 큰돈임.

-맞아, 요즘 몬스터도 줄어서 벌이도 시원치 않은데 말이야.

아무리 플레이어라도 1억을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는 여론이 생겨났다.

사실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플레이어가 고소득자인 건 맞지만, 1억이라는 돈은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었고.

들여야 하는 수고 또한 고작 배꼽 인사 한 번이었으니까.

-진짜 이상하네. 저 정도로 초탈하려면 랭커는 되어야 하지 않나?

-그러게.

-나 랭커 목록에서 저런 사람은 본 적이 없는데.

-혹시 비공식 랭커 아님?

-근데 비공식 랭커는 얼굴 팔리기 싫어서 개인 정보 비공개로 하는 건데, 방송으로 얼굴을 까는 게 말이 되나?

시청자들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투황이 스스로를 플레이어라고 밝히자.

-플레이어는 돈 얼마나 범?

-마법사나 힐러 계열임?

-레벨 몇임?

-마족이랑 싸워 본 적 있음?

온갖 질문들이 날아들었다.

그러나 투황은 일관되게 씹으며 게임에 집중했다.

투황은 플레이어, 그중에서 정점에 있는 존재였지만.

그건 지구가 아니라 아틀란티스에서의 일.

애초에 지구에서 플레이어로 활동한 적도 없는 만큼 괜히 대답하다가 트집 잡힐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플레이어 이야기 그만하고 내 게임이나 지켜보라고.”

투황이 방송을 켠 이유는?

자신의 게임 실력을 선보이고 싶어서지 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을 선보이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뭐 잘하기는 하네.

-피지컬도 좋고.

-근데 그건 플레이어니까 당연한 거지.

-그치.

-그랜드 마스터 찍은 거 보니까 전사형인가 보네.

-문제는 뇌지컬이 딸려서 더는 못 올라갈 듯.

-와! 플레이어 부럽다! 돈도 잘 벌고 게임도 잘할 수 있고.

문제는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밝히자.

시청자들이 투황이 그랜드 마스터를 찍은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시청자 숫자는?

[시청자 : 1,245명]

엄청나게 급증했다.

처음 시청자가 몰린 이유는?

어려 보이는 투황의 외모와 신분증에 있는 나이의 언발란스함.

그리고 중성적으로 보이는 투황의 성별 논란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시청자가 몰리고 있는 이유는?

투황이 스스로를 플레이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들도 종종 인터뷰 같은 걸 하기는 하지만 그건 너무 딱딱했다.

게다가 개인 방송에 출연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게임의 세계에 빠져들었지만, 그들 역시 그저 게임을 즐기기만 할 뿐.

개인 방송을 하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이 갓 각성했거나 저레벨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게스트로 다른 개인 방송인의 방송에 얼굴을 들이미는 경우 역시.

실력이 있다고 해 봐야 고작 중간 레벨대의 플레이어들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주피라는 플레이어이자 신입 개인 방송인이 달풍선 백만 개가 걸린 1억짜리 미션을 거절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투황을 비공식 랭커라고 확신한 이들이 미친 듯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들의 관심사는?

-진짜 비공식 랭커 맞음?

-구라치는 거 같은데.

-1억을 거절할 정도 재력이면 비공식 랭커 아닐까?

-비공식 랭커는 공식 인터뷰도 거절할 정도로 개인 정보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사람들인데, 개인 방송을 할 리가.

-역시 구라인가?

-진짜면 인증해! 인증해!

-본명이 뭐임? 내가 일성길드에 인맥 쩌는데, 본명만 말하면 바로 비공식 랭커인지 확인할 수 있음.

-근데 저 나이에 비공식 랭커 정도로 강해질 수가 있나?

게임이 아니라 투황이라는 개인 방송인이 진짜 비공식 랭커가 맞는지.

투황이라는 인물의 신상 정보 그리고 플레이어로서의 강함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아씨, 자꾸 이러면 방송 그만한다.”

투황이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그럼 그만하든가.

-인증하라니까 쫄았네.

-혹시 플레이어도 아닌 거 아님?

-하긴 플레이어라고 인증한 적도 없지.

-역시 거짓말쟁이였네.

-역시 그냥 금수저인가?

-누가 저 사람 신상 좀 털어 봐!

시청자들은 일절 신경 쓰지 않았다.

투황은 마음 같아서는 그냥 방송을 종료하고 싶었지만.

쫄았다는 채팅과 거짓말쟁이라는 채팅이 투황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평생을 당당하게 모든 난관을 정면 돌파하며 살아온 투황이다.

그런 투황에게 쫄았냐는 말과 거짓말쟁이라는 말은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다.

“난 거짓말한 적 없다.”

투황이 그렇게 당당하게 선언했지만.

[커피맥심님이 달풍선 1,0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그럼 플레이어 등록증 인증해 봐?]

[미션 - 플레이어 등록증 인증하기]

[성공 보상 - 달풍선 10,000개]

곧바로 미션이 떨어졌다.

“딱 기다려라.”

투황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강현수가 줬던 플레이어 등록증을 꺼냈다.

포스트잇으로 개인 정보를 가린 투황이 당당하게 플레이어 등록증을 카메라 앞에 가지고 가서 보여 줬고.

-저거 색깔이 이상한데?

-혹시 위조 아님?

-무슨 놈의 플레이어 등록증이 저렇게 화려함?

-왜 한글이랑 영어랑 병기임?

-그러게 원래 한글로만 써 있지 않나?

-내 거랑 뭔가 좀 많이 다른데.

-역시 짭 맞나 보네.

-플레이어라고 구라친 거 사과해!

-사과해!

시청자들의 말에 투황은 열불이 터졌다.

“이거 짝퉁 아니거든!”

강현수가 직접 만들어서 준 플레이어 등록증이다.

당연히 짝퉁일 리가 없었다.

뭐, 지구에 와서 던전에 간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용한 적은 없었지만.

아무튼 이건 강현수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공인해 준 합법적인 플레이어 등록증이었다.

“아, 미치겠네.”

투황은 카메라에 대고 스킬을 사용하는 모습이라도 보여 줘야 하나 하고 고민했다.

그러나 플레이어의 힘을 전투가 아니라 보여 주기 위해 사용한다는 게 마치 하찮은 구경거리가 되는 것 같아서 싫었다.

그렇지만 겁쟁이에 거짓말쟁이도 모자라서 공문서 위조범까지 되고 싶지도 않았다.

투황이 갈등하고 있을 때.

[커피맥심님이 달풍선 10,0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진짜 랭커셨군요.]

미션이 완료되었다.

그러더니.

[커피맥심님이 달풍선 100,0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일성길드 부길드 마스터 성진우라고 합니다. 그간의 무례를 정중히 사과드리겠습니다. 혹시 시간이 되시면 개인적으로 만날 수 있을지.]

커피맥심이 연달아 달풍선을 후원하며 하는 말에.

-미친!

-진짜 랭커였잖아!

-둘이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님?

-그러게?

-저거 진짜 맞음.

-근데 플레이어 등록증이 왜 저럼?

-저거 랭커 전용 플레이어 등록증임. 한국이 아니라 국제 플레이어 협회에서 랭커들한테만 발행해 주는 거라, 좀 삐까뻔쩍함.

-아, 그래서 한글이랑 영어가 같이 병기되어 있었구나.

-진짜 랭커셨다니!

-랭커 서열 몇 위세요?

-랭커는 진짜 그렇게 돈 많이 벌어요?

다시금 질문 릴레이가 이어졌고.

그 결과 채팅창이 엄청난 속도로 밀려 나며 제대로 된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이 찾아왔다.

[커피맥심님이 달풍선 100,0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개인 쪽지로 제 연락처 전달해 드렸습니다. 꼭 한번 연락 부탁드립니다.]

[보리를찾아서님이 달풍선 100,0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샤이닝길드 인사부장입니다. 저도 개인 쪽지로 연락처 전달해 드렸습니다. 꼭 한번 연락 부탁드립니다.]

[1조의사나이님이 달풍선 1,000,0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우광길드의 길드 마스터입니다. 개인 쪽지로 연락처 전달해 드렸습니다. 무조건 우광길드에 먼저 연락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러자 후원을 통한 메시지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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