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363화 (363/365)

에필로그 (4)

강현수, 송하나, 유카가 전국 여행에 푹 빠져 있는 동안.

“하하하! 어떠냐!”

난생처음 접하는 게임에 푹 빠져 버린 투황의 실력은?

“드디어 그랜드 마스터다!”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사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투황은 플레이어 중에서도 최강자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고.

직업 역시 마법사, 소환사, 힐러 같은 비육체파 계열의 플레이어가 아닌, 신체 능력이 뛰어난 육체파 계열의 플레이어였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의 경우도 일반인과 비교하면 동체 시력을 포함한 피지컬이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투황은 그중 정점에 있는 존재이자, 맨손을 무기로 삼는 무투가였다.

엄청난 동체 시력에다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손과 발을 컨트롤하는 능력이 독보적인 투황의 실력이 급상승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챌린저만 남았어.”

승부욕 강한 투황의 투지가 활활 불타올랐다.

그렇지만.

“이런 망할!”

챌린저의 길은 너무 멀고도 험했다.

사실 게임이라는 게 피지컬로만 캐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뇌지컬도 필요했다.

그런데 투황은 뇌지컬이 부족했다.

거기다.

“이 자식들 반응이 왜 이렇게 빨라?”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는 투황만이 아니었다.

마왕군의 침공을 완벽하게 막아 냈고.

추가로 차원 게이트도 더 등장하지 않으며.

그저 정해진 던전에서 정해진 수량의 몬스터만 잡으면 그만인 상황.

생존을 위해서 강해지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던 플레이어들도 여유라는 게 생겼다.

더군다나 마계에 서식하는 몬스터 개체 수가 급감했기에.

강현수는 의도적으로 지구의 던전으로 넘어오는 몬스터의 숫자를 최소한으로 줄여 버렸다.

몬스터가 줄어드니 당연히 플레이어들에게도 여유가 생겼다.

더 강해질 필요도 없고, 몬스터의 개체 수가 너무 줄어서 매일 사냥을 나갈 수도 없다.

당연히 플레이어들도 그간 벌어 놓은 돈으로 여가 생활을 즐기기 시작했고.

그중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 당연히 게임이었다.

그런 만큼 투황처럼 게임에 빠져든 플레이어도 많았다.

재미도 있고 동체 시력과 피지컬이 뛰어나서 실력도 쑥쑥 늘어나니, 즐기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응이 왜 이렇게 느려!”

플레이어들의 동체 시력과 피지컬은 일종의 반칙이었지만, 한계가 존재했다.

바로 게임의 반응 속도 때문.

동체 시력이 아무리 좋아도 게임 캐릭터가 움직이는 속도와 모니터에 비치는 시야에는 한계가 있고.

클릭을 엄청나게 빨리하고 키보드를 빨리 눌러도.

물리적으로 정해진 반응 속도 이상의 움직임을 보일 수는 없다.

챌린저급 게이머 중에서 동체 시력과 피지컬이 좋은 수준이라면, 굳이 플레이어와 비교해도 크게 불리할 게 없었다.

“아, 답답해 죽겠네!”

그러니 당연히 그랜드 마스터까지는 승승장구하던 투황도 챌린저의 벽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냉정하게 말해 투황은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더 손해였다.

더 뛰어난 동체 시력과 피지컬을 가지고 있지만, 게임이라는 한계로 인해 신체 능력을 극한으로 발휘할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동체 시력과 피지컬이 한계에 도달했다면?

뇌지컬을 키워야 했다.

캐릭터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고, 전술과 전략을 숙지하고, ‘한타’의 흐름을 이해하고, 전체적인 판을 읽는 능력을 키워야 더 성장할 수 있었지만.

“아, 안 돼!”

게임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투황에게는 무리한 요구였다.

또 투황의 성향 자체도 머리 쓰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고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했다.

상황이 그러니 당연히 투황의 게임 실력이 더 느는 건 요원했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투황의 열정은 진심이었고.

“고, 공부를 해야겠어.”

나름대로 큰 결심을 하고 방송 경기나 게임 스트리머들의 생방송 또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재밌다!”

공부를 위해 게임 방송을 보기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쪽이 주는 재미에 푹 빠져 버렸다.

그때부터 투황은 게임은 설렁설렁하며 인터넷 방송을 보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다.

봐야 할 컨텐츠가 너무 많아서 잠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

평생을 봐도 다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컨텐츠의 홍수.

거기다 언어의 장벽이 없는 투황이기에 굳이 한국 방송만이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의 게이머들 방송을 모두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었다.

그렇게 투황은 한동안 게임 방송에 푹 빠져 지냈고.

그러던 중.

‘나도 해 볼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인터넷 방송을 보던 사람들이 종종하는 생각이기도 했다.

스트리머 방송이나 유튜브를 보다가, 나도 스트리머나 유튜버 한번 해 볼까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저 생각에서 그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을 노출하는 걸 꺼린다.

웬만한 관종이 아니라면, 불특정 다수의 시선과 관심을 좋아하기보다는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

투황은 관종이었다.

아틀란티스에서 있을 때부터 별종이라고 불리며.

일족인 토인족들을 비롯한 불특정 다수의 수인족과 인간들의 못마땅한 시선을 받았지만.

투황은 항상 당당했고, 결국 원하던 바를 쟁취해 자신을 향한 안 좋은 감정을 존경과 찬사로 바꿔 놓았다.

전쟁에서 수백만에 달하는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투황에게 있어서 인터넷 방송에서 얼굴을 노출한다는 부감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감이 가득했다.

아틀란티스에서는 모두의 존경을 받는 영웅의 신분이 되었지만, 부담을 느끼기는커녕 그 시선을 즐기던 투황의 몸에는.

타고난 관종의 피가 진하게 흐르고 있었다.

‘좋아, 하자.’

결정을 내린 투황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방송용 장비를 구매했고, 첫 방송을 켰다.

[레전드 오브 레전드 방송]

그런데.

[시청자 : 0명]

단 한 명의 시청자도 들어오지 않았다.

“으흠.”

투황이 눈썹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일단 게임을 하다 보면 들어오겠지.’

투황은 그렇게 생각하고 게임을 즐겼다.

그러나 한 판이 끝날 때까지 시청자는 0명에서 변화가 없었다.

‘무시하자, 무시해.’

투황이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게임을 이어 나갔지만.

계속 시청자가 0명이라는 사실이 거슬렸다.

‘제목을 바꿔 보자.’

[그랜드 마스터 레전드 오브 레전드 방송]

그 후 다시 겜을 했다.

그런데.

[시청자 : 1명]

시청자가 한 명 생겼다.

“오오오오!”

투황이 기쁨의 함성을 터트렸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투황이 반갑게 인사를 했지만.

-뭐야? 초딩 방송이었네.

그 말을 끝으로.

[시청자 : 0명]

그대로 나가 버렸다.

‘초딩?’

투황의 얼굴이 돌덩이처럼 굳어졌다.

뭐, 투황의 목소리가 좀 어린애 같기는 했다.

얼굴도 동안이기도 했고.

키도 130센티 정도.

그렇지만 실제 나이는 무려 마흔이 넘었다.

뭐, 수인족의 평균 수명이 150살 정도인 만큼, 인간으로 치면 20대 초반 정도의 신체 나이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게 적당했다.

사실 투황의 육체적 성장은 강현수를 만나기 전에 이미 끝나 있던 상태.

쉽게 말해 나이로 보나 육체적으로 보나 투황은 당당한 성인이라는 뜻이었다.

그런 투황에게 있어 초딩이라는 말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것들이!’

투황이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그랜드 마스터 레전드 오브 레전드 방송(만 21세).]

투황이 다시 방송 제목을 바꿨다.

현재 투황은 강현수가 만들어 준 신분을 이용하고 있었다.

애초에 스마트폰을 사용해 각종 인증을 하거나 여러 사이트에 가입하려면 합법적인 신분이 필요했고.

이에 강현수는 투황에게 합법적인 신분을 만들어 줬다.

나이는?

수인족의 나이를 인간식으로 대충 계산해서 만 21세로 정했다.

방송 제목을 바꾼 투황이 다시금 게임을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시청자 : 3명]

시청자가 3명이나 들어왔다.

-뭐야? 만 21세 맞어?

-아무리 봐도 초딩인데.

-그러게 낚시였나 봐.

이에 얼굴을 찌푸린 투황이 포스트잇을 붙인 신분증을 카메라 옆에 세워 놨다.

-헐! 진짜네?

-저 키에 저 얼굴로 성인이라니.

-20살인 나보다 어려 보이는데. 엄청 동안이네.

시청자들이 떠들었지만.

투황은 무시했다.

방송에서 소통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지금은?

‘내 쩌는 게임 실력을 보여 줄 때지.’

투황이 게임에 열중했다.

-잘하기는 잘하네.

-그러게 피지컬이 쩌네.

-근데 너무 돌대가리 아님? 낚시인 게 뻔히 보이는데, 그걸 낚여 주네.

-무뇌야. 무뇌.

시청자들의 놀림에 투황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냥 속은 것뿐이야!”

투황이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는 사이.

[시청자 : 15명]

투황의 게임을 보는 시청자들의 숫자가 꾸준히 늘어나더니.

어느 순간.

[시청자 : 124명]

백 명을 돌파했다.

이는 투황의 게임 실력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사실 그보다는 초딩처럼 보이는 엄청난 동안의 게임 스트리머가 등장했다는 입소문 때문이었다.

-저 얼굴로 나보다 형이라니?

-어? 누나 아니야?

그때 시청자들이.

-저 녀석 아이디를 봐라. 딱 봐도 여자지.

투황의 아이디는?

본명인 주피나 아르소를 줄인 애칭.

주피였다.

-그냥 중성적인 느낌 아닌가?

-난 오히려 남자 아이디 같은데?

-남자 맞는 듯.

-하긴 여자애가 저렇게 게임을 잘하기는 힘들지.

-근데 여자애 맞지 않나? 생긴 게 딱 미소녀처럼 생겼잖아.

-미소년 아님?

-게이 꺼져.

투황의 성별이 무엇인지를 놓고 시청자들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미성이잖아? 그럼 당연히 여자지.

-야, 그냥 변성기 안 온 남자 어린이 목소리잖아.

-여자 어린이 아님?

투황은 시청자가 백 명을 넘은 이후 잔뜩 흥분해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고.

그 결과 채팅창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봐라! 보라고! 내 컨을!”

투황은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뽐낸다는 사실에 잔뜩 흥분해 있었다.

-말투 봐. 딱 봐도 남자애지.

-그런가?

-그렇기는 하지. 여자애들이 무슨 저런 말투를 쓰냐.

-근데 불쌍하기는 하다.

-뭐가?

-여자 키가 130~140이라도 엄청 작은 편인데, 남자 키가 130~140이면?

-음, 불쌍하기는 하네.

-그렇지.

시청자들이 투황을 동정하는 채팅을 쏟아 냈고.

그러던 중.

[달빛남신님이 달풍선 1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힘내라, 루저.]

첫 후원이 터졌다.

“내가 왜 루저야!”

그 순간 투황이 확 하고 성질을 냈다.

-후원받고 성질내는 거 봐라.

-‘감사합니다.’ 하고 예의 바르게 배꼽 인사를 해야지.

-그래, 착한 어린이는 예의가 발라야지.

-여기는 동방예의지국임.

“후원 같은 거 필요 없거든! 그딴 거 안 해도 되니까 헛소리하지 마.”

투황의 선포에.

채팅창이 불타올랐다.

-헐? 지금 신입 스트리머 나부랭이가 후원 필요 없다고 한 거임?

-달풍을 거부하는 신입 스트리머가 있다?

-너 금수저냐?

-달풍 100개는 돈도 아니라 이거냐?

[미션 - 공손하게 배꼽 인사하기]

[성공 보상 - 달풍선 1,000개]

-오오오! 미션!

-10만 원 빵이다! 콜?

“안 해.”

투황이 짧게 대답하고는 다시 게임에 열중했다.

-이래도 안 해?

그러자 미션을 걸었던 시청자가.

[미션 - 공손하게 배꼽 인사하기]

[성공 보상 - 달풍선 10,000개]

성공 보상을 열 배로 늘렸다.

-달풍 만 개!

-배꼽 인사 한 번 하면 백만 원이야! 돈 벌기 쉽다!

-수수료 빼면 백만 원은 안 되지 않음?

-그런 건 대충 넘어가.

시청자들이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투황을 바라봤다.

10만 원 정도야 거절할 수 있어도, 무려 1백만 원이다.

거기다 무리한 요구도 아니고 고작 배꼽 인사 한 번.

-나한테 시켜 줘! 나 배꼽 인사 잘함!

-너 몇 살이냐?

-서른다섯.

-남자지?

-ㅇㅇ

-형님 주접떨지 마세요. 더러워요.

시청자들이 온갖 장난을 치며 떠들 때.

“안 해.”

투황이 단호하게 미션을 거절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