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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마왕 (3)

강현수는 퀘스트를 받아 꾸준히 마족과 몬스터를 쓰러트리며 지배하는 차원을 늘려 나갔다.

그러면 그럴수록 강현수가 지닌 창조의 권능이 증가했고.

소환수의 질이 올라갔으며.

스텟과 스킬 랭크도 올라갔다.

반면 마왕 바알은.

지배하던 차원을 빼앗겼고.

지닌 창조의 권능과 권속들을 빠르게 잃어 가고 있었다.

모든 일이 순조로웠다.

그런데.

‘왜 이렇게 찝찝하지?’

최후의 마왕 바알은 결코 손쉬운 상대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해 왔던 수많은 전투 중에서 가장 치열하고 처절한 혈투가 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은 그 어느 때보다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승급을 하고 있는 게 맞다면.’

그리고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정도라면.

‘엄청나게 강하다는 거겠지.’

지금 이런 식으로 조금씩 마왕 바알의 권속들을 줄여 나가고 지배하는 차원을 빼앗더라도.

‘대세에는 큰 지장이 없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다.’

첫 번째 삶에서 죽음을 맞이했지만, 회귀를 통해 두 번째 삶을 살아갈 기회를 얻었다.

두 번째 삶을 통해 패배를 승리로 바꾸었고, 수많은 마왕을 무너트렸다.

‘세 번째 삶은 없어.’

이번이 마지막이자 최후의 전투다.

‘꼭 승리한다.’

강현수는 그간 자신이 걸어온 길을 믿었고.

자신이 쌓아 온 것들을 믿었으며.

자신의 삶을 믿었다.

* * *

끊임없이 서브 퀘스트의 릴레이가 이어졌다.

‘차라리 마왕 바알을 직접 치는 게 낫지 않나?’

강현수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승급이든 뭐든 마왕 바알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그럼?

‘굳이 마왕 바알의 지배하에 있는 차원을 노리기보다는…….’

마왕 바알이 머무르고 있는 차원을 직접 치는 게 더 낫지 않겠는가?

‘가이아 시스템도 그걸 모르지는 않을 거야.’

그럼에도 이런 식으로 서브 퀘스트를 준다는 건?

‘가이아 시스템의 능력으로는 마왕 바알이 있는 차원으로 넘어갈 수 없거나.’

설사 넘어가더라도 마왕 바알을 쓰러트릴 수 없을 정도로 만반의 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리라.

‘대비 따위는 두렵지 않다.’

아무런 걱정도 되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걱정되는 건.

승급을 마친 마왕 바알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배치해 놓은 권속들과 함께 최후의 전투에 임하는 것이다.

‘전자일 것 같기는 한데.’

차원과 공간의 권능을 가진 마왕 바알이기에 가이아 시스템이 차원 게이트를 열지 못하는 상황일 확률이 높다.

만약 후자라면?

강현수가 마왕 바알을 수호하고 있는 권속들조차 제압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이건 이미 패배한 전투나 마찬가지야.’

그러나 강현수는 그간 해 온 자신의 노력을 믿었고.

자신이 쌓아 온 것들을 믿었다.

또한.

‘마왕 바알이 그 정도로 강력한 권속들을 데리고 있을 리가 없어.’

있다면 이미 진작 자신을 치기 위해 달려들었으리라.

그러니까.

이건 가이아 시스템의 능력 부족과 마왕 바알의 차원과 공간의 권능이 조합되어 만들어진 결과이리라.

그리고 그런 강현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듯이.

[U–EX랭크 메인 퀘스트가 발동했습니다.]

[최후의 마왕이 머무르고 있는 차원 제1마계를 점령하십시오.]

[조건 – 최후의 마왕을 쓰러트려야 합니다.]

[보상 – 퀘스트 최후의 전쟁 승리]

[U-EX랭크 퀘스트 차원 제1마계 점령을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마지막 퀘스트를 끝낼, 메인 퀘스트가 떨어졌고.

파지지지직!

강현수의 눈앞에 하나의 차원 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지막이다.’

강현수가 굳은 결의를 담은 눈빛으로 차원 게이트를 넘어갔다.

“저 인간을 죽여라!”

“우리의 왕! 우리의 군주! 바알 님을 위하여!”

“우와아아아아!”

강현수가 차원 게이트를 넘는 순간.

그 수를 헤이리기조차 힘든 마족의 대군이 강한 살의와 함께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콰콰콰콰콰!

강현수가 뱀피릭 오러를 끌어 올리며.

쉬익!

탐식의 검을 휘둘렀다.

꽈아아아아앙!

강대한 힘을 지닌 고위 마계 귀족들이 무더기로 죽어 나간다.

‘일인원수부 소환.’

휘하 지휘관과 소환수 들을 소환한다.

이번에는 마왕 푸르푸르를 포함한 마왕 출신 소환수들도 빼먹지 않고 모조리 소환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저기다.’

차원 게이트를 넘어 제1마계에 진입한 순간, 강현수는 자신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자신과 견줄 수 있을 만한.

가공할 마기와 창조의 권능을 뿜어내고 있는 마왕 바알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최후의 결전이 시작되었는데 굳이 힘을 감추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단 한 가지 의문이라면.

‘아직 승급이 끝나지 않은 건가?’

마왕 바알의 강대한 마기와 창조의 권능이, 마치 깊은 잠에라도 빠진 듯이 조용히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정말 그런 거라면?’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승리가 확정되어 있다고 해도, 강현수는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타악!

마왕 바알의 권속들을 휘하 지휘관과 소환수 들에게 맡긴 강현수가 몸을 날렸다.

마왕 바알이 뿜어내는 마기와 창조의 권능을 따라 화려하고 거대한 성의 내부를 파고들었다.

그런 강현수의 눈에 칠흑빛 옥좌에 앉아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마왕 바알의 모습이 들어왔다.

완벽한 무방비.

‘승급 중인 건가?’

그럴 확률이 높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상관없었다.

무언가 함정이 있는 게 아닐까 했지만.

함정이라기에는 주변에서 느껴지는 마기도 권능도 없었다.

저벅저벅.

강현수가 탐식의 검을 움켜쥔 채로 칠흑빛 옥좌를 향해 차분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마왕 바알 앞에 도착한 강현수가 탐식의 검을 들어 올려.

푸우욱!

마왕 바알의 심장에 꽂아 넣었다.

그 순간.

마왕 바알이 지니고 있던 마기와 창조의 권능이 강현수의 몸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 압도적인 권능의 파도에 강현수가 지그시 두 눈을 감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양감이 전신에 휘몰아친다.

전지전능한 존재가 된 것 같은 감각이 쉼 없이 피어오른다.

‘진짜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 버린 건가?’

치열하고 처절한 싸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손쉽게 끝날 줄이야.

그때.

“승리의 기쁨이 그리도 달콤한가?”

탐식의 검이 심장에 틀어박힌 마왕 바알이 감고 있던 두 눈을 뜨고 입을 벌려 강현수에게 물었다.

그와 동시에 강현수의 전신을 가득 채웠던 권능의 파도가.

“크윽!”

주인인 강현수의 의지를 배신하고 역류하기 시작했다.

창조의 권능이 멋대로 발휘되며 죽어 가던 마왕 바알의 육체에 생기가 피어오르고.

스르르륵!

마왕 바알의 심장에 꽂혀 있던 탐식의 검이 저절로 뒤로 밀려 나간다.

“어떻게?”

현재 마왕 바알의 몸에는 마기도 없고, 창조의 권능도 없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자연스럽게 창조의 권능을 다룰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강현수에게 온전히 흡수된 창조의 권능을?

“나는 차원과 공간을 지배하는 자이며, 보는 자이며 숨는 자다.”

강현수의 몸속에 있던 마기와 창조의 권능이.

주인인 강현수가 아닌 마왕 바알의 의지에 따라 거칠게 일렁인다.

“네가 먹어 치운 나의 권속들의 몸속에는 나의 마기와 권능이 녹아들어 있었다. 네가 점령한 차원에서 얻은 창조의 권능에도 나의 마기와 권능이 녹아들어 있었지.”

“그건 완벽하게 흡수했을 텐데?”

“나는 숨는 자이자, 숨기는 자.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자이자, 그 누구도 꿰뚫어 볼 수 없는 자.”

“모든 창조의 권능을 은신에 투자한 거냐?”

마왕 바알이 발휘한 권능은 고작 은신 따위로 비하할 수 없는 고차원의 권능이었지만.

강현수로서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마왕 바알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그와 동시에 강현수의 몸에 깃든 창조의 권능이 거칠게 요동치며.

적인 마왕 바알이 아닌 주인인 강현수를 향해 칼날 같은 살의를 피워 올리기 시작한다.

강현수의 몸속으로 파고든 달콤한 독이 숨기고 있던 이빨을 드러낸다.

그러나 강현수는 당황하지 않았다.

“숨겨진 것은 결국 드러날 뿐이다.”

강현수의 의지에 따라 창조의 권능이 뒤틀리고 비틀린다.

마왕 바알이 흩뿌린 달콤한 독에 중독된 창조의 권능은 강현수가 지니고 있던 창조의 권능과 대등할 정도였지만.

결국 대등할 뿐 압도할 수는 없었다.

그저 강현수와 마왕 바알이 치르는 최후의 전쟁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벌어질 뿐.

강현수의 몸속에서 창조의 권능이 둘로 쪼개져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강현수는 차분한 표정을 유지하며 천천히 마왕 바알이 뿌려 놓은 맹독에 오염된 창조의 권능을 정화해 나갔다.

창조의 권능을 발동시키는 데 소모될 제물은 그간 넘치도록 쌓아 놨다.

부족하다면 소환수들을 무로 돌려 사용하면 그만이었다.

강현수의 지배를 받는 창조의 권능이 마왕 바알의 지배를 받는 창조의 권능을 빠른 속도로 밀어내며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정체를 숨긴 달콤한 독은 골라내기 까다롭지만.

정체를 드러낸 시커면 독은 오히려 손쉽게 뽑아낼 수 있었다.

“놀랍군. 정말 대단해. 그대는 정말 인간 맞는가?”

마왕 바알이 눈을 크게 떴다.

하찮은 인간이 이렇게까지 초월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두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얌전히 죽을 준비나 해라.”

강현수가 마왕 바알을 노려봤다.

몸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다툼 때문에 당장 마왕 바알의 숨통을 끊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모든 마기와 권능을 강현수의 몸에 넘겨, 육체적인 물리력 외에 모든 힘을 잃은 마왕 바알 역시 강현수를 해할 방법이 없었다.

파직! 파직!

강현수의 몸속에서 벌어지는 싸움의 승기가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마왕 바알의 지배를 받는 창조의 권능이 서서히 우그러지며 그 힘을 잃어 갔고.

강현수의 지배를 받는 창조의 권능이 빠르게 그 세력을 키워 간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강현수의 지배를 받는 창조의 권능이 마왕 바알의 지배를 받는 창조의 권능을 온전히 집어삼키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왕 바알의 표정은 태연했다.

‘뭔가 추가로 노리는 게 있는 건가?’

그럴 확률이 높아 보였지만.

‘딱히 더 수를 쓸 방법이 없을 텐데?’

이미 마왕 바알의 지배를 받는 창조의 권능은 그 기세를 잃었다.

차라리 마왕 바알이 지닌 창조의 권능이 강현수의 것보다 많았다면 모르겠지만 거의 대등했다.

이것만으로 승률은 반반.

하지만 강현수에게는 그간 퀘스트를 완료하며 가이아 시스템에게 보상을 받으며 야금야금 늘려 온 창조의 권능이 있었다.

창조의 권능 자체는 강현수의 것이 더 많고 강했다.

마왕 바알이 모든 권능을 투사해 숨겨 놓은 맹독의 정체가 드러난 이상.

강현수의 승리는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리 마족들이 왜 승급이라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지 아는가?”

그때 마왕 바알이 강현수에게 물었고.

“한계를 넘어선 힘을 지니면 육체가 붕괴해 버리니까. 육체의 그릇을 더 크게 키우기 위해서지.”

강현수가 대답했다.

“맞다. 그럼 그대에게 묻겠다. 그대는 그 강대한 권능을 감당할 만한 육신의 그릇을 지니고 있는가?”

마왕 바알의 말과 함께 숨기고 있던 본색이 드러났다.

갑자기 두 배로 늘어난 창조의 권능을 감당하지 못하고 강현수가 자멸하는 것.

“그게 바로 네놈이 노리고 있던 마지막 한 수였군?”

강현수가 물었고.

“내가 지닌 창조의 권능이 그대를 압도할 수 있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그게 아닌 이상 차선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마왕 바알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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