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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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마왕 (2)

강현수는 순조롭게 기불다커 차원의 몬스터들을 토벌해 나갔다.

갑자기 최후의 마왕이 등장해 기습을 해 오거나, 추가로 마족이나 몬스터 들이 쏟아져 나오는 일도 없었다.

그 결과.

[U–EX랭크 서브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 차원 기불다커의 지배권과 창조의 권능이 주어집니다.]

[칭호 기불다커의 구원자가 주어집니다.]

강현수는 손쉽게 차원 하나를 점령하고 칭호를 늘릴 수 있었다.

당연히 기분이 좋아야 했지만.

‘뭔가 찝찝하단 말이지.’

가이아 시스템이 준 퀘스트가 문제가 될 리는 없다.

석 달간 침묵하다가 이제야 퀘스트를 줬다는 건?

강현수가 기불다커 차원을 점령해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었으니까.

단지.

‘왜 차원 하나를 포기했을까?’

어차피 포기할 거라면 몬스터라도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키거나.

자신의 권속들이 몬스터를 사냥해 힘을 키울 수 있도록 했으면 됐을 텐데 말이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가? 아니면 신경 쓸 수 없는 상황인 건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거라면?

‘승급 중일 확률이 높은데.’

최후의 마왕 입장에서는.

지금껏 조용했으니 굳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이건 두고 보면 알겠지.’

가이아 시스템이 추가 퀘스트를 준다면.

최후의 마왕이 승급이든 뭐든 특별한 이유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일 확률이 높았다.

문제는.

‘숨은 꿍꿍이가 있을 경우인데.’

그러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가이아 시스템이 최후의 마왕에게 속아 넘어갔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럴 확률은 엄청나게 낮지만.’

애초에 몬스터만으로 무슨 함정을 팔 수 있을지 의문이기도 했고.

결국 차원의 지배권이 넘어왔으니, 함정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강현수는 차원 하나를 얻었고, 최후의 마왕은 차원 하나를 잃었으니까.

‘일단은 기다려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U–EX랭크 서브 퀘스트가 발동했습니다.]

[최후의 마왕에게 점령당한 차원 기다이브를 탈환하십시오.]

[조건 - 마왕군이 전멸하거나 차원 기다이브의 지배를 포기해야 합니다.]

[보상 – 차원 기다이브의 지배권과 창조의 권능]

[U-EX랭크 퀘스트 ‘차원 기다이브를 탈환하라’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가이아 시스템이 새로운 서브 퀘스트를 보내왔다.

‘최후의 마왕에게 뭔가 일이 생긴 모양이군.’

승급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최후의 마왕은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아마 가이아 시스템은 이 기회를 노려 강현수가 최대한 많은 차원을 점령하기를 바랄 터.

파지지직!

차원 게이트가 열렸고.

강현수가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렸다.

“인간?”

“갑자기 웬 인간이지?”

차원 게이트를 넘은 강현수를 맞이한 것은?

마족의 군대였다.

전투 중은 아니었고.

‘휴식 중이었나?’

주변을 둘러봤다.

보이는 건 마족의 대군과 몬스터뿐이었다.

‘마족과 몬스터에게 점령당한 차원인가?’

기불다커 차원에는 몬스터만 남겨 놓은 상태였는데.

기다이브 차원에는 마족과 몬스터가 함께 있었다.

강현수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잘됐군.’

최후의 마왕이 가진 세력도 줄이고.

레벨도 올리고.

소환수의 질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상황.

강현수로서는 나쁠 게 전혀 없었다.

“내가 잡겠다!”

하급 마계 귀족으로 추정되는 녀석이 자신만만한 태도로 강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자식이 혼자서만 재미를 보려고!”

다른 마계 귀족들이 얼굴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켜 강현수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먼저 잡을 거야!”

“저리 비켜!”

마계 귀족들은 오랜만에 만나게 된 인간을 포식할 기회를 서로 얻기 위해 앞다투어 강현수에게 달려들었다.

‘거기다 정보도 얻을 수 있지.’

강현수가 미소를 지으며.

콰콰콰콰콰콰!

벰피릭 오러를 끌어 올렸고.

휘익!

가볍게 탐식의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좌아아아악!

가볍게 휘두른 검이 몰고 온 여파는.

“커어억!”

“크아아악!”

그리 작지 않았다.

강현수에게 달려들던 마계 귀족들의 육신이 둘로 쪼개졌고.

그 뒤에서 느긋하게 구경하고 있던 마족들을 덮쳤다.

꽈아아아앙!

핏빛 오러가 화려하게 폭발하며, 하나로 뭉쳐져 있던 마족의 군대를 정확히 둘로 갈라 버렸다.

‘일인원수부 소환.’

강현수가 마족 출신 소환수들을 불러냈고.

-이 차원에 마족과 몬스터를 모두 쓸어버려라.

지시를 내렸다.

콰우우우우우!

마룡들이 브레스를 뿜어냈고.

쩌저저저적!

화르르르륵!

파지지지직!

다른 마족 출신 소환수들 역시 자신의 장기를 뽐내며 순식간에 마족의 군대를 쓸어버린 후 사방으로 흩어졌다.

‘추가로 지원이 올 수도 있겠지만.’

그건 오히려 강현수를 도와주는 일에 불과했다.

‘일단 정보 수집부터.’

강현수가 죽은 하급 마계 귀족들을.

‘일인원수부 구성.’

소환수로 부활시켰다.

“주군을 뵙습니다.”

방금 전까지 강현수를 향해 죽일 듯 달려들었던 하급 마계 귀족들이 공손히 무릎을 꿇었다.

“너희들의 군주가 누구냐?”

강현수가 소환수로 만든 하급 마계 귀족들에게 물었다.

“마왕 바알이옵니다.”

소환수가 된 하급 마계 귀족의 대답에.

‘역시 그런가.’

강현수가 살며시 얼굴을 찌푸렸다.

대충 짐작은 했다.

마계 서열 1위의 마왕.

원래부터가 마왕들 중 가장 강력한 힘을 지녔던 존재.

“마왕 바알이 몇이나 되는 마왕을 잡아먹었는지, 또 어느 정도 힘을 가졌는지 알고 있느냐?”

“저희들의 베이스가 충성했던 마왕 마르바스가 바알에게 당했나이다.”

“하오나 그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저희도 알지 못하나이다.”

마왕 마르바스라면 서열 5위의 마왕이었다.

“마왕 바알이 쓰러트린 다른 마왕에 대한 정보는 없나?”

“알지 못하옵니다.”

“저희는 모두 마왕 마르바스의 휘하에 있다가 마왕 바알에게 흡수된 패잔병이옵니다.”

“으흠.”

하급 마계 귀족이라서 그런지, 애초부터 마왕 바알의 휘하가 아니어서 그런지 이놈들은 알고 있는 정보가 별로 없었다.

‘일단 지금은 마왕 바알이 최후의 마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 충분해.’

또 마왕 바알이 서열 5위의 마왕 마르바스를 잡아먹었다는 것도 중요했다.

‘아니, 최후의 마왕이라고 했으니.’

아마 강현수가 잡아먹지 않는 마왕들은 모조리 마왕 바알의 먹잇감이 되었으리라.

‘만만치 않겠어.’

잡아먹은 마왕들의 숫자는 강현수가 훨씬 더 많다.

그러나.

‘난 대부분 중하위 서열 마왕들이고.’

마왕 바알은 상위 서열 마왕들을 잡아먹었다.

‘점령한 차원의 숫자는 내가 더 많으려나?’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일단 마왕 바알에 대한 정보를 모아야겠네.’

마왕 푸르푸르를 포함해 마왕 출신 소환수들이 가진 정보를 뽑아낸다면?

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뭐, 그중에서 쓸 만한 정보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강현수는 곧바로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마왕 푸르푸르를 포함한 마왕 출신 소환수들을 소환했다.

그리고.

“마왕 바알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말해라.”

지시를 내렸다.

“마왕 바알에 대한 정보 말씀이십니까? 그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자입니다.”

마왕 푸르푸르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고.

“또한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존재입니다.”

다른 소환수 출신 마왕들이 차례대로 입을 열었다.

같은 마왕들조차.

서열 1위의 마왕 바알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첫 번째 정보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눈을 가졌다는 것.

‘진실의 눈과 같은 건가?’

본질은 비슷할 확률이 높아 보였다.

물론.

‘성능은 훨씬 우위에 있겠지.’

두 번째 정보는 마왕 바알이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존재라는 것.

‘공간과 차원에 관한 권능을 가졌다는 거지.’

강현수가 가진 달의 그림자와 비슷하겠지만.

‘역시 성능은 더 우위에 있겠지.’

또한 은신의 권능 역시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타입만 보면 암살자인데.’

상대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어디든 갈 수 있으며.

자유자재로 모습을 감출 수 있다면?

최고의 암살자라고 할 만했다.

‘뭐, 그렇게 단순히 치부할 수만은 없겠지만.’

72명의 마왕 중에서 항상 서열 1위를 지켰던 마왕.

권능도 권능이지만.

‘품고 있는 마기의 질과 양은 물론, 육체 성능 역시 엄청나게 뛰어나겠지.’

강현수 입장에서는 참 까다로운 상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기면 그만이야.’

강현수에게도 진실의 눈이 있었고.

공간 이동 스킬과 은신 스킬이 있었다.

‘술래잡기를 원한다면 얼마든지 해 주지.’

강현수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전의를 다졌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U–EX랭크 서브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 차원 기다이브의 지배권과 창조의 권능이 주어집니다.]

[칭호 기다이브의 구원자가 주어집니다.]

퀘스트가 끝났고.

다시금 새로운 퀘스트가 내려왔다.

‘뭐 때문에 침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강현수는 이 기회를 틈타 최대한 많은 차원의 지배권을 빼앗기로 결심했다.

* * *

‘강하구나.’

마왕 바알이 굳은 표정으로 한 인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인간과 마왕 바알의 거리는 수십 개의 차원을 건너뛰어야 할 만큼 멀었다.

그러나 공간과 차원의 권능을 가진 마왕 바알에게 있어서 그런 물질적인 거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원한다면?

권능을 사용한다면?

지금처럼 저 인간의 행보를 얼마든지 지켜볼 수 있었고.

그걸 넘어서 당장이라도 저 인간의 곁으로 가서 수많은 차원들의 명운을 건 일전을 벌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 마왕 바알에게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우라노스를 집어삼키고 가이아의 가호를 받는 인간이라.’

그저 무심하게 저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본다.

천신 우라노스가 가진 창조의 권능, 대지신 가이아가 가진 창조의 권능, 마신 크로노스가 가진 창조의 권능.

하늘과 대지와 어둠을 지배하는 세 주신이 지닌 창조의 권능이 하나로 어우러져 저 인간의 몸에 깃들어 있는 모습은.

감히 눈이 부셔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너무나 아름답고 찬란했다.

그와 동시에 강렬한 욕구가 치솟아 오른다.

당장에라도 차원과 공간을 넘고 달려들어 저 인간을 찢어 죽이고.

저 찬란한 아름다움을 빼앗아 버리고 싶을 만큼.

강탈해 버리고 싶을 만큼.

먹어 치워 버리고 싶을 만큼.

그러나.

‘섣부르게 움직였다가는 내가 잡아먹혀 버리겠지.’

빼앗고 강탈하는 사냥꾼이 아니라, 빼앗기고 강탈당하는 사냥감이 될 수도 있었다.

인간이라고는 하나 세 주신이 지닌 창조의 권능을 품고 있는 존재.

수많은 차원의 지배자이자, 마왕 바알과 동등한 격을 갖춘 수많은 마왕들을 잡아먹은 자.

태생은 인간이었으나.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자.’

자신과 대등한 격을 갖춘 유일한 경쟁자.

마왕 바알 역시 대지신 가이아의 가호를 받던 차원들을 잡아먹으며 창조의 권능을 늘렸고.

마신 크로노스가 가지고 있던 창조의 권능을 절반 이상 집어삼켰지만.

저 인간을 상대로 이길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는 없었다.

그래서 독을 풀었다.

마기와 창조의 권능이라는 달콤한 독을.

‘나의 권속들을 더 많이 죽여라. 그리고 나의 지배를 받던 차원을 빼앗아라.’

그렇게 흡수하여 얻은 힘들이 달콤한 독이 되어.

‘네놈의 심장을 꿰뚫을 테니.’

마왕 바알이 뜨고 있던 두 눈을 조용히 감으며.

한 인간을 향해 집중되어 있던 자신의 권능을 조심스럽게 거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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