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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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마왕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마왕 벨리알은 현재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제68마계에 남아 적을 기다렸을 때도.

텅 비어 버린 차원들을 돌아다니며 적을 찾아다닐 때도.

마왕 푸르푸르를 만났을 때도.

자신과 대등한 힘을 가진 인간이라는 예상치 못한 적이 등장했을 때도.

마왕 벨리알은 자신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승급을 하며 육체를 재구성하며 만든 새로운 권능.

마왕 푸르푸르나 인간 따위가 아니라, 마신의 자리를 건 최후의 결전을 대비해 만든 이 권능이 있으면?

무조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저 인간은 왜 더 강해진 거야!’

자신이 강해진 것 이상으로 저 인간도 강해졌다.

모든 신체 능력과 스킬의 위력이 상승했고.

특히 힘이 미친 듯이 강해졌다.

꽈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파삭!

그간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손톱이 박살 났다.

핏빛 오러에 닿는 순간.

화르르륵!

무엇이든 불태울 수 있는 지옥의 겁화가 그 힘을 잃고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강대한 힘을 주던 육신이 한계의 한계를 넘어섰다.

“커억!”

전신의 근육이 뒤틀리고 뼈가 어긋나는 것 같은 충격이 몰려오며.

충만하던 힘과 권능이 손가락 사이 모래알처럼 스르륵 빠져나갔다.

털썩!

다리에 힘이 풀리며, 마왕 벨리알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찮은 인간 앞에 무릎을 꿇었다.

“뭐야? 항복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자신을 쓰러트린 인간의 말에 마왕 벨리알이 어금니를 악물었다.

“나를 마왕 푸르푸르 같은 패배자라고 생각하지 마라!”

마왕 벨리알이 한계에 도달한 마기와 육체의 그릇을 억지로 부숴 버렸다.

죽을 때 죽더라도, 저 인간에게 제대로 한 방을 먹이고 싶었다.

그때.

콰직!

등 뒤에서 날아온 날카로운 칼날이 마왕 벨리알의 심장을 관통했다.

“쿨럭!”

마왕 벨리알이 힘없이 피를 토했다.

마기와 육체의 그릇을 부수며 최후의 반격을 준비했던 마왕 벨리알이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인간.

그것도 자신을 쓰러트린, 자신과 대등한 격을 가진 인간이 아니라.

그 인간의 권속으로 보이는 하찮은 인간 여자의 손에 들린 검이.

마왕 벨리알의 심장을 꿰뚫고.

휘익!

목을 향해 날아왔다.

‘이런 젠장.’

자신과 대등한 격을 가진 인간이 아닌, 하찮은 인간 여자 따위에게 목숨을 잃다니?

너무도 분하고 억울했지만, 마왕 벨리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서걱!

마왕 벨리알의 머리가 몸통과 분리되어.

툭!

바닥을 나뒹굴었다.

* * *

[U–EX랭크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 차원 제68마계의 지배권과 창조의 권능이 주어집니다.]

[칭호 제68마계의 지배자가 주어집니다.]

‘드디어 잡았네.’

강현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한계 돌파가 없었으면 위험할 뻔했어.’

그만큼 최후의 불꽃을 불태우던 마왕 벨리알의 기세는 실로 무시무시했다.

그러나 어차피 목숨을 잃은 지금은?

‘오히려 좋은 일이지.’

강현수가 마왕 벨리알을 향해 일인원수부 구성 스킬을 사용했다.

‘내가 보유한 소환수들 중에서 최강의 존재가 되겠어.’

그와 더불어.

마왕 벨리알이 보유하고 있던 창조의 권능이 강현수에게 밀려들었다.

‘엄청나네.’

그간 강현수가 모은 것과 대등한 양의 창조의 권능이 밀려들어 오자.

강한 충만감과 함께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고양감이 밀려들었다.

‘단순한 느낌만은 아니지.’

창조의 권능이 급격히 늘어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플레이어를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하겠어.’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겠지만.

하고자 한다면, 누구든 플레이어로 만들 수 있었고.

적당한 스킬과 레벨을 부여해 줄 수도 있었다.

불치병을 완치시키거나, 인간의 수명을 늘려 줄 수도 있다.

굳이 가이아 시스템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말이다.

‘뭐,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

할 수 있다는 거지.

효율이 떨어지는 그런 일을 하느니, 휘하 지휘관들과 소환수들을 강화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었다.

‘완벽하지 않아.’

전능에 가까운 힘을 얻었지만, 아직 부족했다.

온전한 창조의 권능을 가진다면, 일반인을 플레이어로 만들고 스킬을 부여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말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창조가 가능할 것 같단 말이지.’

차원, 인간, 마족, 몬스터.

말 그대로 무엇이든 창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진짜 신처럼 말이다.

강현수가 가볍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U–EX랭크 퀘스트가 발동했습니다.]

[최후의 전쟁을 준비하고 승리하십시오.]

[조건 – 마지막 남은 최후의 마왕을 쓰러트려야 합니다.]

[보상 – 가이아 시스템이 가진 모든 창조의 권능]

[U-EX랭크 퀘스트 ‘최후의 전쟁을 준비하고 승리하십시오’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가이아 시스템의 메시지가 마지막 전쟁을 알려 왔다.

‘최후의 전쟁이라.’

강현수의 머릿속이 말끔해졌다.

‘마지막 남은 마왕이라.’

그게 마왕 푸르푸르를 뜻하는 것은 아닐 테니.

‘상위권 마왕들 사이에 벌어졌던 전쟁도 끝이 났나 보네.’

이제 남은 건?

강현수와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마왕뿐인 것 같았다.

‘왜 이런 퀘스트를 준 거지?’

마왕 벨리알을 칠 때처럼 퀘스트를 통해 마지막 남은 마왕의 차원을 하나하나 빼앗거나, 권속들의 숫자를 줄여 나가는 게 훨씬 유리할 텐데.

‘그런 방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건가?’

아니면, 그런 방법을 사용하면 오히려 강현수가 위험해진다는 걸까?

‘확실히 위험하기는 하겠지.’

사실 강현수만 해도.

원하기만 하면,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마치 신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아마 상대도 그렇다는 거겠지.’

그러니 어설프게 퀘스트의 형식을 빌려 움직였다가는.

오히려 역으로 당할 수 있었다.

거기다 보상 역시 만만치가 않았다.

‘가이아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모든 창조의 권능이라.’

이건 가이아 시스템 역시, 강현수에게 모든 걸 걸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할 수 있는 준비를 모두 끝마치고, 마지막 마왕을 쓰러트린다.’

그러면?

강현수가 오랜 시간 기다려 왔던 진정한 평화를 맞이할 수 있으리라.

* * *

강현수는 차분하게 최후의 전쟁을 준비했다.

소환수의 질을 끌어올리고.

플레이어들의 전력도 끌어올렸다.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일반 플레이어와 소환수 들이 최후의 마왕과 같은 초월적인 강자와의 전투에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랭커들도 별다른 도움이 안 될 정도니까.’

그렇지만, 할 수 있는 대비는 다 하는 게 좋았다.

‘최후의 마왕이 벨리알처럼 혼자라는 보장도 없고.’

얼마나 많고 또 강력한 권속들을 데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문제는.

‘자칫 잘못하면 최후의 마왕이나 마족들의 힘만 키워 줄 수 있다는 거지.’

그렇기에 기왕이면 최후의 전쟁이 될 전장은.

‘텅 비어 버린 마계에서 벌이는 게 나아.’

문제는.

‘적들이 거기에 응해 주냐는 거지.’

어쩌면 이번 전쟁은, 서로가 서로의 본진을 치거나 방어하는 형식이 될지도 몰랐다.

‘최후의 전쟁이 어떤 방식으로 벌어지든, 대응할 방법을 마련해 놓아야 해.’

수많은 차원의 인류가 괴멸적인 피해를 입는다면.

설사 최후의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상처뿐인 승리일 뿐이다.

강현수의 목적은 창조의 권능을 모조리 끌어모아 신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들과 즐겁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었으니까.

* * *

‘조용하네.’

마왕 벨리알을 쓰러트리고 석 달의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최후의 전쟁을 준비하고 승리하라는 거창한 퀘스트 내용과는 달리.

지구를 비롯해 강현수의 지배를 받는 차원들은 너무도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지구의 경우.

일반인들은 평범한 삶을 영위했다.

학생들은 학교에 등교를 하고, 직장인들은 직장에 출근을 한다.

모두가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아틀란티스와 다른 타 차원의 경우는.

지구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아 무너진 문명을 재건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나쁘지 않지.’

각 차원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인류가 번성하면 번성할수록.

강현수가 보유한 창조의 권능 역시 계속해서 늘어난다.

그리고 그렇게 늘어난 창조의 권능은?

최후의 전쟁에서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이래서 퀘스트 내용이 무작정 최후의 전쟁에서 승리하라는 게 아니었던 모양이네.’

단순히 승리하는 게 아니라, 준비하고 승리하라.

‘난 지금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는 게 맞을까?’

승리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중요하다는 가이아 시스템의 메시지.

‘맞겠지.’

솔직히 지금보다 더 잘 준비할 수는 없었다.

수많은 차원들이 조금씩 발전해 나갔고.

그 결과 강현수가 지닌 창조의 권능은 느리지만 꾸준히 커져 가고 있었다.

휘하 지휘관과 소환수 그리고 플레이어 들 역시 몬스터를 사냥하며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었다.

그때.

[U–EX랭크 서브 퀘스트가 발동했습니다.]

[최후의 마왕에게 점령당한 차원 기불다커를 탈환하십시오.]

[조건 - 마왕군이 전멸하거나 차원 기불다커의 지배를 포기해야 합니다.]

[보상 – 차원 기불다커의 지배권과 창조의 권능]

[U-EX랭크 퀘스트 ‘차원 기불다커를 탈환하라’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퀘스트가 발생했다.

‘뭐지?’

최후의 전쟁을 준비하라는 퀘스트 이후.

가이아 시스템이 주던 퀘스트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다시 퀘스트가 생겼다.

‘서브 퀘스트라고 나와 있기는 하지만.’

퀘스트의 내용은.

‘마왕 벨리알 때와 똑같아.’

마왕에게 점령당한 차원을 탈환하라는 거였으니까.

‘일단 수락해 보자.’

강현수가 예를 선택했고.

파지지직!

오랜만에 퀘스트로 인해 생겨난 차원 게이트가 강현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강현수가 차원 게이트 안으로 몸을 날렸다.

‘많네?’

차원 기불다커에 도착한 강현수의 눈에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숫자의 몬스터들이 들어왔다.

‘마족이나 인간의 흔적은 안 보이는데?’

강현수의 눈에 보이는 건 오직 몬스터들뿐이었다.

‘일단 청소부터.’

강현수가 소환수들을 소환했다.

-쿠아아아앙!

마룡족을 시작으로.

쿠우웅! 쿠우웅!

투마족, 화마족, 빙마족 등등 온갖 종류의 마족들로 이루어진 소환수의 군대가.

콰콰콰콰콰콰!

꽈아아아앙!

“모조리 죽여라!”

“와아아아아!”

일방적으로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강현수는 직접 나서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관찰했다.

그간 잠잠하던 가이아 시스템이 갑자기 퀘스트를 줬다는 건.

‘분명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거겠지.’

지금까지 퀘스트를 주지 않았던 것 역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떠먹여 주는 건 먹어야지.’

하지만 최대한 조심스럽게 먹어 치워야 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체할 수도 있으니까.

‘그게 아니면 가이아 시스템이 모르는 독을 품고 있는 음식일 수도 있는 거고.’

그래서 휘하 지휘관들을 소환하지 않았다.

마왕 출신 소환수들도 소환하지 않았다.

그저 소모품으로 써도 무방한, 마족 출신 소환수들만 동원했다.

‘굳이 그런 전력을 동원할 필요도 없고.’

적들은 고작 몬스터에 불과하다.

마계 귀족과 일반 마족 출신으로 이루어진 소환수들을 투입하는 것도 분에 넘치게 과한 전력이었다.

‘너무 순조로운데.’

체할 수도 있고 독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불다커 차원 점령은 엄청나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저 의아한 점이라면?

‘최후의 마왕이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도대체 왜 아무런 움직임도 없느냐 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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