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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벨리알 (2)

‘안 오네.’

강현수는 고위 마계 귀족들을 대거 잃은 마왕 벨리알이 당장이라도 차원 게이트를 넘어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안 왔다.

‘안 오면 나야 좋지.’

왜?

[U–EX랭크 퀘스트가 발동했습니다.]

[마왕의 침공에 고통받고 있는 차원 엘리소타를 구원하십시오.]

[조건 - 마왕군이 전멸하거나 차원 엘리소타의 점령을 포기해야 합니다.]

[보상 – 차원 엘리소타의 지배권과 창조의 권능]

[U-EX랭크 퀘스트 차원 엘리소타를 구원하라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퀘스트를 받아서 손쉽게 마왕 벨리알의 차원 침공을 막아 낼 수 있었으니까.

예를 누르자.

파지지직!

강현수의 눈앞에 차원 엘리소타로 향하는 차원 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휘익!

강현수가 몸을 날려 차원 게이트를 통과했다.

차원 엘리소타에 도착한 강현수가 주변을 살폈다.

당연히 사방에 몬스터가 득실거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없네.’

몬스터가 안 보였다.

‘다른 곳으로 이동해 봐야 하나?’

강현수는 대공급 마룡을 비롯한 휘하 지휘관과 소환수 들을 소환했고.

그 후 사방으로 흩뿌렸다.

그런데.

-주군, 마족과 몬스터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침공당한 흔적은 있는데, 몬스터와 마족은 없습니다.

휘하 지휘관들과 소환수들의 보고가 이어질수록.

강현수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무슨 꿍꿍이지?’

왜 침공받고 있는 차원에 마족과 몬스터가 없는 걸까?

그리고.

‘마족과 몬스터가 없으면 엘리소타 차원은 이미 구원한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데 왜 퀘스트 완료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말인가?

강현수가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현수야, 생존자들을 발견했어.

송하나의 보고가 올라왔다.

-바로 갈게.

강현수는 곧바로 송하나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곳이야.”

송하나의 말에 강현수가 생존자들이 모여 있는 거대한 요새를 발견했다.

‘규모가 꽤 크네.’

대략 수십만 명 정도는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보였다.

강현수가 대화를 나누기 위해 다가가자.

“적이다!”

땡땡땡땡!

생존자들은 빠르게 반응했다.

무기를 든 플레이어들이 성벽 위로 집결했고.

강현수를 향해 무기를 겨누고 마력을 끌어 올리더니.

“공격!”

파지지직!

화르르륵!

곧바로 공격 스킬을 날렸다.

‘나랑 하나를 마족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럴 수도 있고, 단순히 외부인을 무작정 적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차분히 설득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 쓸데없이 시간을 잡아먹게 된다.

또한.

‘설득한다고 믿어 준다는 보장도 없고.’

입을 다물고 있거나 엉뚱한 정보를 흘릴 수도 있었다.

거기다.

‘이미 공격을 하고 있으니.’

강현수와 송하나라서 아무런 피해도 없는 거지, 다른 플레이어였다면?

이미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랐다.

“강한 적이다! 당장 지원을 요청해!”

“네!”

요새의 생존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엄청 호전적이네.’

강현수가 정신계 위압 스킬 폭군의 위세를 사용했다.

구구구구구!

강현수가 마력을 아낌없이 사용한 정신계 위압 스킬 폭군의 위세가 발동하자.

“히이익!”

“커억!”

강현수와 송하나를 공격하던 이들이 기겁을 하며.

챙그랑!

무기를 떨어트리고.

덜덜덜덜! 털썩!

몸을 덜덜 떨며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이 요새의 군주는 앞으로 나와라.”

강현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새 위에 있던 이들의 시선이 무릎을 꿇고 있는 4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중년인에게로 향했다.

강현수의 시선이 중년인에게 향했고.

“히익!”

중년인이 화들짝 놀라며 엉금엉금 앞으로 기어 나왔다.

“제, 제가 이 요새의 군주입니다.”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무엇이든 답해 드리겠습니다.”

“마족과 몬스터 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거지? 원래부터 없었나?”

강현수의 물음에.

“아닙니다. 원래는 줄기차게 공격을 해 왔는데, 이틀 전에 갑자기 마족과 몬스터 들이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중년인이 공손히 대답했다.

“갑자기 사라졌다고?”

“예, 그렇습니다.”

“다른 생존자들에 대해 아는 정보가 있나?”

“없습니다.”

“으흠.”

강현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저는 정말 진실만을 말했습니다. 정말입니다. 제발 믿어 주십시오.”

그러자 중년인이 간절한 어조로 말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거짓말은 아니겠지.’

요새의 군주라고는 하지만, 기껏해야 봐야 고레벨 플레이어.

극도의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강현수의 물음에 거짓을 답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없었고 말이다.

“다른 생존자들을 찾아봐야겠어.”

일단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여기는 내가 정리할게.”

송하나의 말에.

“그럼 부탁할게.”

강현수가 그 말을 남기고, 대공급 마룡을 소환해서 머리에 올라탄 후 자리를 떴다.

* * *

‘다들 하는 말이 비슷해.’

거칠게 공격해 오던 마족과 몬스터의 대군이 이틀 전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틀 전이면.’

강현수가 마왕 벨리알의 권속들을 대량으로 쓸어버린 시점이었다.

‘잠잠하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결국 꼬리를 내리기로 한 건가?’

점령을 시도하던 차원을 강현수에게 빼앗기고, 권속들까지 대거 잃었다.

그럼 마왕 벨리알의 선택지는 두 가지.

직접 차원 게이트를 넘어와 강현수를 치거나.

그게 아니라면.

‘지금처럼 차원 침공을 진행 중인 권속들을 철수시키는 거지.’

문제는.

‘왜 마왕 벨리알의 권속들이 사라졌는데 퀘스트 완료라는 시스템 메시지가 뜨지 않았냐는 거지.’

퀘스트 완료 조건은.

마왕군이 전멸하거나 엘리소타 차원 점령을 포기하는 것.

‘마왕 벨리알이 엘리소타 차원 점령을 포기한 것 같지는 않고.’

강제로 퀘스트를 완료하려면, 엘리소타 차원으로 넘어온 마왕군을 전멸시켜야 한다.

‘숨바꼭질을 해 보자 이건가?’

골치가 아파 왔다.

‘마왕군 전멸이라고는 하지만.’

진짜 전멸을 의미하는 건 아닐 것이다.

아틀란티스에서도 그랬고, 지구에서 그랬고, 다른 차원에서도 그랬다.

몬스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마왕군의 주력을 괴멸시키면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떴다.

‘주력이라고 할 만한 마족의 군대가 엘리소타 차원에 숨어 있다는 거겠지.’

최대한 빨리 엘리소타 차원에 숨어 있는 마족의 군대를 전멸시키고 퀘스트를 완료해야 했다.

왜냐하면 그래야.

‘새로운 퀘스트를 받을 수 있을 테니까.’

강현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귀찮은 짓을 하네.’

엘리소타 차원을 일일이 뒤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앞으로도 계속 이런 짓을 할지 몰라.’

강현수는 일단 소환수들을 모조리 풀어 마족의 군대를 찾으라는 지시를 내리고는 지구로 갔다.

그 후 마력 탐지기와 그 탐지기를 운용할 수 있는 인원들을 소집했다.

‘재고가 많아서 다행이야.’

마왕 단탈리온의 침공을 받던 당시에는 차원 게이트 발생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 대량의 마력 탐지기를 운용했다.

그렇지만 강현수가 마왕 단탈리온을 쓰러트리고, 다른 마왕들까지 연달아 쓰러트린 후에는 마땅한 쓰임새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 일로 인해 애물단지 신세였던 마력 탐지기를 제대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제법 머리를 굴린 것 같기는 한데.’

마력이나 마기를 품고 있는 존재는.

고랭크 은신 스킬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마력 탐지기의 감지를 절대 피할 수 없다.

‘환영의 장막을 사용하던 타키 백작 같은 놈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놈들도 계속해서 마기를 소모하며 상시 은신 스킬을 펼칠 수는 없을 터였다.

애초에 마력 탐지기의 존재 자체를 모를 테고 말이다.

‘현대 과학의 힘을 보여 주지.’

강현수에 의해 지구에서 엘리소타 차원으로 넘어온 마력 탐지기와 운용 인원들은.

마룡들의 등에 탄 상태로 사방으로 흩어졌다.

-생존자 무리를 발견했습니다.

-여기도 생존자 무리를 발견했습니다.

마력 탐지기를 사용하자 생존자들을 찾기도 용이했다.

강현수가 엘리소타 차원으로 마력 탐지기를 가지고 오고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지하에서 대량의 마력이 탐색됩니다. 수색을 요청합니다.

성과가 나왔다.

소환수들이 곧바로 대량의 마력이 느껴지는 지하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쥐새끼처럼 땅굴을 파고 숨어 있던 마족 대군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단숨에 쓸어버려.

강현수의 명령이 떨어진 즉시 소환수들이 마족의 대군을 쓸어버렸고.

[U–EX랭크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 차원 엘리소타의 지배권과 창조의 권능이 주어집니다.]

[칭호 엘리소타의 구원자가 주어집니다.]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넌 실수한 거야.’

마왕 벨리알은 이런 방법으로 최대한 시간을 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마력 탐지기가 있는 이상, 마왕 벨리알이 아무리 마족의 대군을 잘 숨겨 놔도 금방 발각당할 수밖에 없었다.

[U–EX랭크 퀘스트가 발동했습니다.]

[마왕의 침공에 고통받고 있는 차원 저파라크를 구원하십시오.]

[조건 - 마왕군이 전멸하거나 차원 저파라크의 점령을 포기해야 합니다.]

[보상 – 차원 저파라크의 지배권과 창조의 권능]

[U-EX랭크 퀘스트 ‘차원 저파라크를 구원하라’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퀘스트가 완료되기 무섭게 새로운 퀘스트가 떠올랐다.

강현수가 예를 선택했고.

파지지직!

저파라크 차원으로 통하는 차원 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도 순식간에 끝내 주마.’

강현수가 차원 게이트 속으로 몸을 날렸다.

저파라크 차원에 도착한 강현수가 주변을 둘러봤다.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마족과 몬스터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예상했던 일.

강현수는 곧바로 엘리소타 차원에 있던 마력 탐지기와 운용 인원을 저파라크 차원으로 이동시켰고.

대대적인 마족의 군대 색출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고작 6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마족의 군대를 전멸시키고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었다.

그다음부터?

같은 일이 빠른 속도로 무한 반복되었다.

* * *

“이런 빌어먹을!”

마왕 벨리알이 얼굴을 찌푸렸다.

‘기껏 자존심을 버리고 시간을 끌었건만.’

계획이 실패해 버렸다.

숨겨 놓은 마족 부대가 너무도 빠르게 무너져 내렸고.

그 결과, 침공 중이던 차원들을 무더기로 빼앗겼다.

‘계획이 전부 다 어그러졌어.’

원래 마왕 벨리알의 계획은.

몇몇 차원을 미끼로 던져 주고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그사이 다른 차원을 점령해 창조의 권능을 늘리는 거였다.

한데 그 계획이 처참하게 실패했다.

미끼로 던져 주려던 차원들이 시간을 못 끌어도 너무 못 끌었다.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

최대한 꼭꼭 숨겨 놓은 마족의 군대.

찾으려면 최소 몇 달은 걸릴 거라고 예상했는데, 어째 며칠은커녕 반나절도 버티지 못했다.

‘이제는 어쩔 수 없다.’

마왕 벨리알은 효율을 포기했다.

창조의 권능을 조금 더 모았다면, 안정적으로 미래를 도모하며 승급이 가능했으리라.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더 이상 창조의 권능 수급이 불가능했다.

그뿐 아니라 적으로 추정되는 마왕이 실시간으로 힘을 키우고 있는 상황.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점령한 차원까지 빼앗길지 몰라.’

어차피 빼앗길 거라면.

‘내가 먼저 포기한다.’

인간 농장?

권속들?

다 필요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미래를 대비해서 장기간 더 높은 효율을 위해 유지하던 것들일 뿐.

지금은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때지, 미래를 고려할 상황이 아니었다.

‘인간 농장은 새롭게 만들면 그만이고, 권속들은 나중에 다시 늘리면 그만이야.’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최대한 쥐어짜서 승급을 하고 텅 비어 버린 그릇을 채운다.

‘몇 놈이나 남아 있을지 모르겠군.’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마왕 벨리알은 권속이 존재하지 않는 유일무이한 마왕이 될지도 몰랐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승급을 해서 다른 마왕의 권속들을 빼앗으면 그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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