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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비 (2)

강현수는 마왕 푸르푸르의 지배하에 있던 19개의 마계와 23개의 인간계를 접수했다.

‘창조의 권능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정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충만함이 느껴졌다.

‘이 힘으로 뭘 할까?’

솔직히 말해서 지금 당장 마왕 벨리알을 치더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 강현수는 애써 마음을 가다듬었다.

‘오만해질 필요는 없어.’

마왕 푸르푸르가 왜 자신에게 당했는가?

오만함이 도를 지나쳐서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아틀란티스 차원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마왕 푸르푸르가 친위대만 이끌고 오지 않고 모든 병력을 총동원했다면?’

전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권속들을 지속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되었더라도.

마왕 푸르푸르의 마기가 그렇게 빨리 소진되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강현수는 지금도 승리를 확신하지만, 더 확실한 패를 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택을 해야 했다.

‘레플리카 스킬을 강화할까?’

그럼 강현수는 물론 스킬 공유를 받는 휘하 지휘관들까지 한 번에 강해질 수 있다.

단점이라면?

‘될까 모르겠다는 건데.’

오래전 EX랭크에 도달한 레플리카는 그렇게 많은 경험치를 처먹었음에도 아직도 EX랭크에 머물고 있다.

‘창조의 권능을 통해 모든 힘을 쏟아부었는데도 레플리카가 성장하지 않는다면?’

그런 낭패가 없었다.

‘아니면 소환수들을 강화해?’

현재 강현수의 휘하에는 14명의 마왕 출신 소환수와 살아 있는 마왕 푸르푸르가 있다.

‘마왕 푸르푸르에게 과한 힘을 주기는 좀 애매하다는 말이지.’

당근을 주고 달래 놓기는 했지만, 애초에 충성심 자체가 너무 떨어졌다.

그럼 남은 건 14명의 마왕 출신 소환수인데.

‘창조의 권능을 투자해 강화하면.’

마왕들을 소환수가 되기 전 살아생전보다 더 강력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양민 학살에 최적화된 단탈리온이나 자간을 제외하면.’

다른 마왕들은 전투력이 무척이나 뛰어났다.

잠시 고민하던 강현수가.

‘안전한 쪽으로 가자.’

소환수가 된 마왕들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도박은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거기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엄청난 경험치가 몰려들고 있어.’

굳이 레플리카에 창조의 권능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스킬 강화만 적절히 사용하면.

레플리카를 U-EX랭크로 성장시킬 수도 있지 않겠는가.

강현수가 그런 생각을 하며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스킬 강화가 EX랭크에서 U-EX랭크로 성장하였습니다.]

[스텟 고정이 EX랭크에서 U-EX랭크로 성장하였습니다.]

레플리카에 앞서 스킬 강화와 스텟 고정이 성장했다.

‘좋아.’

랭크가 올라가며 쿨타임이 줄어들고 스킬 효과는 더 커졌다.

‘아마 레플리카도 거의 끝자락일 거야.’

소환수인 마왕들을 최대치로 강화하며 레플리카가 성장하기를 기다린다.

‘뭐, 너무 오래 기다릴 수는 없지만.’

일단 소환수인 마왕들의 강화가 끝날 때까지는 차분하게 기다려 볼 생각이었다.

* * *

지배하는 차원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강현수가 실시간으로 수급하는 경험치의 양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에 강현수는 레벨이 상승하며 늘어난 스텟으로 마왕들을 강화했고.

그 후 스킬 강화와 스텟 고정을 사용해 레벨을 낮추며 누적 스텟을 쌓으면서 레플리카의 랭크 상승을 시도했다.

‘이렇게 해서 U-EX랭크로 성장시켰는데, 설마 딸랑 레플리카 자리 하나만 늘려 주는 건 아니겠지?’

그러면 엄청나게 실망할 것 같았다.

‘분명히 증폭도가 올라갈 거야.’

강현수가 가장 기대하는 건 레플리카 스킬들의 위력 증폭도였다.

‘현재 300%지.’

그러나 처음에는 10%였고.

증가 폭도 낮았다.

하지만 천천히 올라갔다.

F랭크는 10%, E랭크는 20%, D랭크는 40%. C랭크는 70%, B랭크는 100%, A랭크는 130%, S랭크는 160%, SS랭크는 200%, SSS랭크는 240%.

‘SSS랭크까지는 10%, 20%, 30%, 40% 순서로 늘어났었는데.’

그러나 SSS랭크에서 EX랭크가 되며 단숨에 60%가 늘어나서 300%가 되었다.

‘경험치를 그만큼 먹어 치웠으니까 그 정도 값어치는 해야지.’

고유 스킬 레플리카가 EX랭크에서 U-EX랭크가 되면?

‘못해도 60% 이상, 어쩌면 100% 정도 증가 폭이 올라갈지도 모른다.’

그럼?

강현수가 보유한 모든 레플리카 스킬의 위력이 300%에서 400%로 증가한다.

이것만 해도 엄청났지만.

‘뭔가 새로운 게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간 처먹은 경험치가 있는데.

꼴랑 레플리카 자리 하나 늘어나고, 증가 폭 100% 증가는 너무 짠 거 아니겠는가?

‘내 마음 다 알고 있지?’

강현수가 자신과 연결된 가이아 시스템을 보고 들으라는 듯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대놓고 말하면.

‘뭐라도 챙겨 주겠지.’

아무 대가 없이 퍼 줄 수는 없어도.

‘먹은 것 이상으로 퍼 줄 수는 있잖아.’

강현수는 가이아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힘을 뼛속까지 뽑아먹을 참이었다.

가이아 시스템의 관리자로 보이는 이가 강현수를 괘씸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대안도 없잖아.’

현재 가이아 시스템이 믿을 수 있는 건 강현수뿐이었다.

* * *

강현수가 마왕 푸르푸르를 휘하에 거두고, 아틀란티스 차원을 비롯한 수많은 차원의 지배자가 된 이후.

가이아 시스템은 더 이상 다른 차원을 구원하라는 퀘스트를 내려 주지 않았다.

‘역시 내 상황을 알고 있어.’

가이아 시스템은.

지구를 시작으로 세력이 약한 마왕들의 공격을 받는 차원들을 하나씩 하나씩 공략하게 했다.

마지막이 아틀란티스 차원과 그곳을 공격하는 마왕 푸르푸르였다.

‘약한 마왕의 공격을 받는 차원이 더 없는 거겠지.’

그래서 강현수를 아틀란티스 차원으로 부르고 마왕 푸르푸르와 싸우게 한 것이리라.

‘마왕 벨리알만 쓰러트리는 걸 목표로 생각하자.’

사실 강현수는 마왕 푸르푸르를 휘하에 거둔 직후.

가이아 시스템이 곧바로 새로운 퀘스트를 내려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마왕 벨리알이 공격 중인 차원이라면 적당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가이아 시스템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강현수가 더 강해질 때까지 기다려 주겠다는 듯이 퀘스트를 중단시켰다.

‘마왕 벨리알이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뜻이겠지.’

강현수가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가이아 시스템이 퀘스트로 강현수의 등을 떠밀며 어서 싸우라고 부추기지 않았을까?

‘그런데 도대체 언제 성장하는 거야?’

강현수가 지루한 표정으로 아직도 EX랭크에서 멈춰 있는 고유 스킬 레플리카를 바라봤다.

이제 슬슬 끝날 때가 된 것 같은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었다.

‘마왕들의 강화도 거의 끝나 가는데.’

만약 강화가 끝날 때까지 U-EX랭크로 성장하지 못하면?

강현수도 포기할 생각이었다.

어느 정도 레벨이 오르고 스텟 투자가 끝나자.

강현수는 관성적으로 스킬 강화와 스텟 고정을 사용했다.

그 순간.

[고유 스킬 레플리카가 EX랭크에서 U-EX랭크로 성장하였습니다.]

레플리카가 성장했다.

‘드디어.’

강현수가 기대 어린 눈빛으로 고유 스킬 레플리카의 정보를 확인했다.

가장 먼저 확인한 건 스킬 증폭도였다.

[레플리카 스킬은 원본의 500%의 능력치를 갖습니다.]

늘었다.

그것도 예상대로 100%가 아니라, 무려 200%나.

300%였던 레플리카 스킬 증폭도가 500%로 상승한 것이다.

이걸로 강현수가 보유한 모든 주력 스킬의 위력이 300% 증폭에서 500% 증폭으로 늘어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거기다.

‘레플리카 자리도 하나 늘었어.’

여기까지는 예상을 초과하는 성과였다.

‘그것 말고 뭐가 달라졌지?’

강현수가 고유 스킬 레플리카의 새로운 정보를 확인했다.

‘딱히 달라진 게 없는데.’

레플리카 스킬 자리 하나가 늘어난 것과 스킬 증폭도 200% 증가가 나쁜 결과는 아니지만.

이게 전부라면.

‘실망이 큰데.’

그런데 그때, 강현수의 눈에 전에는 없던 무언가가 들어왔다.

[한계 돌파 - 특수 스킬]

-액티브 스킬

-레플리카 스킬의 위력을 10분간 500% 증가시킵니다.

-쿨타임 : 24시간

레플리카 스킬 설명 말미에 새롭게 생겨난 스킬.

‘한계 돌파라.’

나쁘지 않았다.

아니, 엄청나게 좋았다.

‘스텟을 소모하거나 레벨을 소모했다면 그리 좋다고 말할 수 없지만.’

아무런 대가 없이 그저 쿨타임만 소모하는 거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좀 약한 거 같기는 한데.’

그런 생각이 들다가.

‘그러고 보니 한계 돌파도 자동으로 스킬 공유가 되는 건가?’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계 돌파는 랭크가 없는 특수 스킬이고 레플리카 스킬 내에 존재하는 또다른 스킬.

그럼?

‘사용이 가능할 수도 있어.’

강현수가 송하나를 소환했다.

“어, 현수야? 갑자기 무슨 일이야?”

갑자기 소환된 송하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강현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공유받은 레플리카 스킬 정보 좀 나한테 보여 줘.”

“어, 알았어.”

송하나가 강현수의 말대로 공유받은 레플리카 스킬의 정보를 공개했고.

“있네.”

그곳에는 한계 돌파도 포함되어 있었다.

“레플리카 스킬 랭크가 올랐구나?”

그제야 그 사실을 깨달은 송하나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응, 방금 올랐어.”

강현수의 얼굴이 환해졌다.

역시 레플리카를 선택한 게 정답이었다.

‘그래도 테스트는 해 봐야지.’

스킬 공유는 단순히 스킬의 위력만이 아니라 쿨타임까지 같이 공유시킨다.

‘그럼 위력도 같이 증가할 확률이 높겠지.’

강현수가 한계 돌파를 사용한 후.

“어때?”

송하나에게 물었다.

“한번 테스트해 볼게.”

송하나가 강현수에게 공유받은 레플리카 스킬 중 하나인 뱀피릭 오러를 사용했다.

그 순간.

굳이 송하나가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한계 돌파로 강력해진 레플리카 스킬들이 송하나에게 고스란히 공유되었다는 게.

‘한계 돌파는 단순히 내가 사용하는 레플리카 스킬만 강화해 주는 스킬이 아니야.’

레플리카 스킬을 공유받는 휘하 지휘관을 무려 열 명이나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스킬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겠어.’

마왕 출신 소환수 강화가 끝나는 즉시.

‘마왕 벨리알을 잡는다.’

강현수가 결정을 내렸다.

‘뭐, 그래도 그 전까지는 최대한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더 이상 스킬 레플리카를 강화할 필요는 없으니.

레플리카에 포함되어 있는 다른 스킬들을 강화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스킬 정비도 해야 하고.’

투황을 만나면서 레플리카 스킬 자리가 하나 더 생겼고, 레플리카 스킬의 랭크가 상승하며 추가로 자리가 하나 더 생겼다.

남은 자리들을 채운 스킬들은 아직 랭크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의 경험치 수급 속도면.’

최소 SSS랭크, 잘하면 EX랭크를 찍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해 보였다.

“현수야, 밥은 먹었어?”

강현수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송하나가 강현수에게 물었다.

“어, 아직.”

“그럼 집에 가서 먹자. 아버님이랑 어머님이 현수 네 얼굴 보기 힘들다고 하셨단 말이야.”

“아, 그러고 보니 요즘 집에 잘 안 들어갔었지.”

퀘스트로 다른 차원 돌아다니랴.

아틀란티스 차원 재건하랴.

마왕 출신 소환수 강화하랴.

이런저런 일로 바쁘다 보니 요즘 자주 집에 들어가기가 힘들었다.

“오늘은 집에 가야겠네.”

“정말이지?”

“어, 진짜야. 같이 가자. 아, 그러고 보니 투황이랑 유카도 같이 데리고 가서 저녁 먹을까? 전부터 계속 지구에 가 보고 싶어 했는데.”

강현수의 말에.

“나중에 데리고 가자. 지금 지구로 데리고 가 봤자, 느긋하게 구경을 시켜 줄 수도 없잖아. 거기다 두 사람도 레벨 올리랴, 아틀란티스 재건 작업에 열중하랴 정신없이 바쁘잖아.”

송하나가 재빨리 그럴듯한 변명을 쏟아 냈다.

“뭐, 그렇기는 하지. 알았어. 그럼 두 사람은 일이 다 마무리된 후에 지구로 초대해야겠네.”

송하나의 말을 들은 강현수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자.”

파지지직!

강현수가 지구로 통하는 차원 게이트를 넘어 곧바로 송하나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엄마, 아빠, 저 왔어요!”

“오랜만이네.”

“요즘 얼굴 보기가 왜 이렇게 힘드냐? 많이 바쁜 거냐?”

어머니와 아버지가 걱정스럽게 물어 왔고.

“아니에요. 앞으로 자주 들를게요.”

강현수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너스레를 떨었다.

마왕 벨리알과의 결전을 앞두고 전력을 재정비하는 중이었지만.

굳이 그 사실을 말해.

‘부모님이 괜한 걱정을 하시게 만들 필요는 없지.’

강현수는 웃는 얼굴로 부모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그러는 사이.

“현수야, 오랜만이네.”

“요즘 바쁜가 보다.”

누나와 형도 집에 도착했다.

“바쁜 척하는 거지. 얼른 저녁이나 먹자.”

강현수가 괜한 너스레를 떨며 대화를 이어 나갔고.

가족들과 즐겁고 행복한 저녁 식사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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