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348화 (348/365)

재정비

‘느껴진다.’

마왕 푸르푸르가 온전히 강현수의 지배하에 들어왔다.

마음만 먹으면.

마왕 푸르푸르가 가진 창조의 권능을 모두 빼앗을 수도 있고.

몸속에 품고 있는 마기 역시 언제든 회수가 가능해졌다.

“이럴 수가.”

그 사실을 마왕 푸르푸르도 느꼈는지 절망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으아아아아!”

처절한 목소리로 절규를 토해 냈다.

“아쉽겠네, 뒤통수치려고 했던 계획이 무산되어 버려서.”

“이건 사기야! 사기라고!”

마왕 푸르푸르가 울분에 가득 차서 목소리를 높였지만.

콰직!

강현수가 발을 올려 마왕 푸르푸르의 머리를 내리찍고 그대로 짓누르며.

“사기? 역시 뒤통수치려고 했구나?”

물었고.

“아, 아니옵니다. 제 충성 맹세는 진심이었사옵니다.”

마왕 푸르푸르가 억지로 마음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억누르며 강현수에게 복종하는 척을 했다.

“거짓말을 하는군. 너에게 벌을 내리겠다.”

“사, 살려 주십시오!”

마왕 푸르푸르가 다급하게 외쳤다.

목숨을 건지기 위해, 반전의 기회를 노리기 위해.

인간에게 충성 맹세를 하는 굴욕까지 참아 냈는데.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분명 기다리면 방법이 생길 거다. 그래, 창조의 권능을 사용하면 무슨 수가.’

마왕 푸르푸르가 강현수에게 납작 엎드리며.

“저는 주인님의 비천한 종입니다. 주인님의 명령이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자비를 베풀어 목숨만은 살려 주십시오.”

다시 한번 충성을 맹세했다.

“그래도 벌은 받아야지.”

강현수가 그 말과 함께 마왕 푸르푸르가 그간 쌓아 온 창조의 권능을.

슈우우우욱!

강제로 빼앗았다.

“으아아아악!”

마왕 푸르푸르는 혼백이 분리되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토해 냈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그 어떤 반항도 할 수 없었고, 저항도 불가능했다.

“허억! 허억! 허억!”

고통이 끝난 순간, 마왕 푸르푸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간 애써 모아 놓은 창조의 권능은 강현수에게 모조리 빼앗긴 후였다.

유일하게 반전을 노릴 수 있는 힘의 원천을 모조리 빼앗겨 버린 것이다.

‘이럴 수가.’

이러면 자신은 영원히 저 인간의 노예로 살아가야 했다.

‘차라리 죽을 것을.’

그랬다면 이런 굴욕은 당하지 않았으리라.

‘지금이라도 죽자.’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건 어떻게든 기회를 노리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전의 기회가 있다는 믿음과 희망이 사라진 지금은.

굳이 인간의 노예를 자처하며 목숨을 부지할 이유가 사라졌다.

마왕 푸르푸르가 몸속에 남은 마기를 역류시키려 했다.

그런데.

‘어째서?’

마왕 푸르푸르의 몸속에 있는 마기가 반응하지 않았다.

“괜한 수작 부리지 마.”

강현수가 미소를 지으며.

“네 육체는 너의 의지보다 나의 지시를 더 우선시하니까.”

마왕 푸르푸르에게 말했다.

“이, 이럴 수가.”

마왕 푸르푸르의 얼굴이 강한 절망으로 물들었다.

‘내가 실수를 했어.’

목숨을 부지해 기회를 노리겠다고 괜한 수작을 부리지 말 걸 그랬다.

그냥 말끔하게 죽을 걸 그랬다.

그랬다면.

‘인간의 종으로 살아가는 굴욕 따위는 느끼지 않았을 것을.’

마신이 되고 싶다는 욕심.

기회가 남아 있다는 희망.

그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마왕 푸르푸르를 비천한 인간의 종으로 영락시켜 버렸다.

그리고.

[U-EX랭크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 차원 아틀란티스의 지배권과 창조의 권능이 주어집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칭호 아틀란티스의 구원자가 주어집니다.]

[새로운 차원을 점령했습니다.]

[차원의 군주 효과가 강화됩니다.]

‘좋아.’

아틀란티스 차원을 손에 넣었다.

‘칭호 효과는?’

[아틀란티스의 구원자 - U-EX랭크]

-아틀란티스 차원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창조의 권능을 얻습니다.

‘역시 똑같네.’

다른 차원을 구원했을 때와 동일했다.

‘그럼 잔금을 수금하러 가 볼까.’

강현수가 수많은 차원의 지배자가 되었던 것처럼 마왕 푸르푸르 역시 마찬가지였을 터.

이제부터 마왕 푸르푸르가 점령하고 있던 차원들을 모조리 강현수가 접수할 차례였다.

‘자동으로 접수가 되면 참 좋을 텐데.’

아쉽게도 그러지는 않았다.

“네가 점령한 차원들로 나를 안내해라.”

강현수의 명령에.

“예, 알겠습니다.”

마왕 푸르푸르가 반쯤 죽은 얼굴로 대답했다.

그간 애써 모은 창조의 권능도 다 빼앗겼고.

자신의 삶과 죽음조차 스스로의 의지로 결정할 수 없다.

거기다 남은 삶은 인간의 종으로 살아가야 하는 최악의 상황.

마왕 푸르푸르 입장에서는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길 리가 없었다.

‘이 상태로 두는 건 조금 곤란한데.’

나중에 토사구팽을 하더라도 일단은 마왕 푸르푸르의 의욕을 일으켜 줘야 했다.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라 강제로 어쩔 수 없이 하는 복종은.

마왕 푸르푸르가 가진 힘을 제대로 활용하기 힘들다.

‘다른 마왕과의 전투 중에 갑자기 트롤 짓을 할 수도 있고.’

강현수의 지배하에 있는 만큼 대놓고 명령을 어기지는 못하겠지만.

강현수의 명령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자살을 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런 일은 막아야 했다.

“나의 종이 되다니, 너는 다른 마왕들과 달리 상당히 현명하구나.”

강현수의 칭찬에.

“감사합니다.”

마왕 푸르푸르가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인간 따위의 종이 된 게 뭐가 현명한 짓이란 말인가?’

그저 순간의 욕심이 부른 참사였고.

죽어서 인형이 되어 버린 다른 마왕들이 부럽게 느껴질 정도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어.’

기회가 되면 어떻게든 죽고 싶었다.

‘그놈의 손에 죽는다면? 저 인간을 죽이는 데 어떻게든 도움이 되겠지.’

마왕 푸르푸르가 머릿속으로 어떻게 하면 강현수에게 한 방을 먹일 수 있을까 고민하며.

그 방법을 간구했다.

그때.

“다른 마왕들도 너처럼 현명했다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를 누렸을 텐데 말이야.”

강현수의 말이 마왕 푸르푸르의 귓가를 울렸다.

‘일인지하 만인지상?’

낯선 단어지만 자동으로 뜻이 해석되었다.

한 사람 아래, 만인의 위라는 뜻.

쉽게 말해 독보적인 2인자의 자리를 뜻했다.

“모든 마왕들을 쓰러트리면, 나는 초월적인 존재가 되겠지.”

아마 그럴 것이다.

전대 마신이 흩뿌려 놓은 창조의 권능을 흡수한 존재는 그 대상이 마왕이든, 마족이든, 인간이든.

새로운 마신이 되리라.

“하지만 나는 인간이다. 마계는 나에게 불편하고 낯선 차원에 불과해.”

뭐, 하찮은 인간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72개의 마계를 다스리는 마신이 된다는 게.

얼마나 엄청난 의미인지 인간 따위가 어떻게 알겠는가?

“그렇기에 나는 모든 마왕들을 쓰러트리면, 나의 고향 차원에서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마왕 푸르푸르는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저런 야망 없는 인간의 종이 되다니.’

그때였다.

“그러니 너의 효용성을 증명해라. 그리하면 내가 너를 중히 쓸 것이다.”

귀가 번쩍 뜨였다.

그와 동시에 아까 했던,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단어가 마왕 푸르푸르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너는 나에게 충성을 맹세한 두 번째 마족이다.”

두 번째라는 말에 마왕 푸르푸르의 눈이 번뜩였다.

자신과 같은 미친 짓을 한 놈이 또 있었단 말인가?

“케르논.”

강현수의 부름에 마계 공작 케르논이 소환되었다.

“부르셨습니까, 주군.”

마계 공작 케르논이 강현수에게 공손히 고개를 조아렸다.

‘마계 대공급은 되어 보이는 놈이군. 저런 놈이 인간의 수하가 되다니.’

실로 마족의 수치라 할 만했다.

“앞으로 분발하는 게 좋을 거다. 네 경쟁자가 생겼구나.”

강현수가 마왕 푸르푸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그저 주군께서 내려 주신 임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할 뿐입니다.”

마계 공작 케르논이 충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너는 그런 놈이었지. 그렇기에 내가 72개의 마계를 너에게 맡기려 했던 것이고.”

강현수의 말에 마왕 푸르푸르의 눈이 번뜩였다.

“저에게는 과분한 영광이옵니다. 하지만 맡겨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나이다.”

마계 공작 케르논의 말에.

‘저 건방진 놈이.’

강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어디 감히 마계 귀족 따위가 마왕을 제치고 마계의 지배자가 되려고 한다는 말인가?

그것도 한 개도 아니고, 무려 72개나 되는 마계의 지배자가 말이다.

홀로 72개의 마계를 지배할 수 있다면?

그 권위는 마신의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 네 입장에서는 아쉽게도 경쟁자가 생겼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보아라.”

강현수가 웃으며 마계 공작 케르논에게 말하고는 마왕 푸르푸르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와 케르논을 제외하면 다른 녀석들은 모두 인형에 불과하다. 인형 따위가 마계를 제대로 다스릴 수 있을 리가 없으니, 너희 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주군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마계 공작 케르논이 먼저 대답했고.

“주인님의 종으로서 충성을 다하겠나이다.”

마왕 푸르푸르가 뒤이어 대답했다.

방금 전까지 어떻게 죽을까 고민하던 마왕 푸르푸르는 강현수가 던진 미끼를 덥석 물었다.

‘저 인간이 굳이 마계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면, 내가 마신과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마왕 푸르푸르는 바보가 아니다.

그렇기에 강현수가 일부러 자신의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이런 말을 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저 인간의 휘하에 저 케르논이라는 마계 대공 놈을 제외하면 인형들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지.’

인형들이 마계를 제대로 다스릴 수 있을 리가 없다.

같은 인간에게 마계의 관리를 맡길 수도 없다.

그럼 수시로 반란이 일어날 게 뻔했으니까.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결국 마계는 마족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어.’

그런데 강현수 휘하의 마족은 자신과 저 케르논이라는 마계 대공 놈뿐.

‘저 인간이 최후의 승자가 된다면, 그러는 데 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면.’

원래의 소망이었던 마신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그 대신 마왕 푸르푸르가 72개의 마계를 지배하는 대마왕이 되는 것은 결코 헛된 꿈이 아니었다.

‘한번 해 보자.’

어차피 희망이 사라진 마왕 푸르푸르의 입장에서는, 이게 강현수가 던진 미끼임을 알고도 무조건 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 미끼가 물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맛있어 보였으니까.

“제가 점령한 마계는 총 19개이고, 인간들의 차원은 총 23개입니다.”

모두 합치면 42개나 되었다.

‘다 내 소유가 되면 창조의 권능이 크게 늘겠어.’

이번 싸움으로 인해 실로 엄청난 이득을 얻었다.

마왕 푸르푸르가 쌓아 온 창조의 권능과 점령한 차원들을 일거에 집어삼킬 수 있게 되었고.

‘살아 있는 마왕을 휘하에 거두기도 했지.’

그게 끝이 아니다.

더 많은 마계를 점령한 만큼.

‘오토 사냥을 더 활발하게 돌릴 수 있게 된다.’

그럼?

강현수는 전보다 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바로 정보였다.

“남은 마왕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나?”

“예, 저와 대적하던 마왕이 있습니다.”

“그게 누구지?”

“서열 68위의 마왕 벨리알입니다.”

“벨리알?”

강현수는 살짝 놀랐다.

서열 68위의 마왕 벨리알은 사실상 최하위 서열이라고 봐도 무방한 마왕이다.

그런데 그런 벨리알이 마왕 푸르푸르와 대등할 정도의 세력을 지니고 있다니?

“어떤 수작을 부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놈은 중하위 서열의 마왕들은 물론, 상위 서열의 마왕들까지 다수를 먹어 치우고 저와 대등한 힘과 세력을 보유한 상태입니다.”

“놀랍군.”

정말 놀라웠다.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자리한 최하위 서열의 마왕이 그렇게 강해지다니.

“그럼 서둘러야겠군.”

“예, 그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마왕 벨리알 역시 다른 차원을 침공해 빠르게 힘을 키우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마왕 푸르푸르의 말을 들은 강현수는.

지배하는 차원을 늘리고 힘을 재정비한 후, 마왕 벨리알을 칠 것을 다짐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