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푸르푸르 (3)
* * *
‘역시 무는구나.’
강현수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마왕 푸르푸르를 바라보며 속으로 실소를 터트렸다.
‘그래, 안 물 수가 없겠지.’
지금까지 14명의 마왕을 쓰러트리면서.
이 방법에 낚이지 않은 마왕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화르르르륵!
콰콰콰콰콰!
콰득! 우득!
마왕 푸르푸르를 향해 마왕 출신 소환수들의 맹공이 쉼 없이 날아들었다.
우르르르릉!
파지지지직!
마왕 푸르푸르는 전신을 칠흑빛 먹구름과 뇌전으로 휘감은 뒤.
꽈아앙! 퍼어엉!
몸으로 마왕 출신 소환수들의 공격을 받아 내며 맹렬히 진격했다.
그러다 강현수의 바로 앞까지 도착했고.
“죽어라, 인간!”
파지지지직!
강현수를 향해 칠흑빛 뇌전을 흩뿌렸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힘이 있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달의 그림자.’
강현수가 달의 그림자 스킬을 사용해 몸을 숨겼다.
꽈아아아앙!
칠흑빛 뇌전이 화려하게 폭발했지만.
달의 그림자 스킬을 사용해 차원의 틈으로 몸을 피한 강현수는 멀쩡했다.
“이놈이 잔재주를 피우는구나!”
마왕 푸르푸르는 강현수의 모습이 사라졌음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더 강력한 마기를 끌어올리며 눈을 부릅떴고.
“거기구나!”
달의 그림자를 통해 차원 틈에 몸을 숨긴 강현수가 있는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는.
파지지지직!
다시금 공격을 날렸다.
‘이건 다르다.’
강현수는 칠흑빛 뇌전에 담긴 창조의 권능을 느꼈다.
‘차원의 틈까지 분쇄해 버릴 수 있는 권능이 담겼어.’
지금까지 상대했던 마왕들과는 달리, 상황 판단 능력이 엄청나게 뛰어났다.
‘하긴 그간 별의별 마왕을 다 상대했을 테니.’
강현수가 혀를 차며 달의 그림자 대신 단거리 공간 이동 스킬인 블링크를 사용했다.
슈우욱!
강현수가 사라진 자리에.
꽈아아아앙!
다시금 칠흑빛 뇌전이 화려하게 폭발했다.
“이 쥐새끼 같은 인간 놈!”
마왕 푸르푸르가 성난 목소리로 외치며 강현수를 노려보더니 다시 몸을 날렸다.
쫓고 쫓기는 술래잡기가 계속되었고.
“으아아아아!”
매번 아슬아슬하게 강현수를 놓친 마왕 푸르푸르가 분노 섞인 외침을 토해 냈다.
‘장거리 공간 이동 스킬은 아껴 놔야지.’
그걸 사용하면, 단숨에 대륙 반대편으로 이동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저놈이 마왕 출신 소환수들을 공격할 수도 있어.’
그건 피해야 했다.
강현수는 요리조리 마왕 푸르푸르의 공격을 피했고.
그러는 사이.
꽈아아앙!
퍼어어엉!
마왕 푸르푸르의 몸에 마왕 출신 소환수들의 공격이 누적되어 갔다.
“크윽!”
자신만만하던 마왕 푸르푸르의 얼굴에 점점 초조함이라는 감정이 퍼져 나갔다.
“벌레 같은 것들! 모조리 죽여 주마!”
그러더니 강현수를 포기하고.
파지지지직!
강력한 칠흑빛 뇌전을 뿜어내며 마왕 출신 소환수들을 노렸다.
‘멍청한 놈.’
강현수가 공격받은 마왕을 역소환했다.
스르르륵!
꽈아아아앙!
마왕 푸르푸르의 공격이 허무하게 허공에서 폭발했다.
사아아아악!
강현수는 다른 곳에 역소환한 마왕을 다시 소환했다.
“으아아아!”
마왕 푸르푸르가 광분하며.
파지지지직!
더욱더 강한 마기를 끌어올려 연달아 공격을 퍼부었고.
꽈아아앙! 꽈아아앙! 꽈아아앙!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아 마왕 자간이 칠흑빛 뇌전에 휩싸였다.
그러나.
‘어차피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니야.’
소멸하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멀쩡히 복구시켜 전투에 써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왕 푸르푸르는 강했고.
역소환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콰지직!
마왕 출신 소환수가 소멸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렇지만 당황할 필요는 없었다.
‘일인원수부 구성.’
다시 부활시키면 그만이었으니까.
“으으으으!”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신만만하게 마왕 출신 소환수들을 공격하던 마왕 푸르푸르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그러게 정석을 따랐어야지.’
괜히 소환술사와 전투를 할 때 소환수가 아닌 소환사를 공격해야 한다는 기본 공식이 생긴 게 아니다.
그만큼 효율적이고 그 외의 방법으로 대처하면 손해가 누적되니까.
기본 공식이 되고 정석으로 꼽히는 거다.
“죽여 버리겠다, 인간!”
정석의 소중함을 깨달은 마왕 푸르푸르가 다시금 강현수를 노리고 몸을 날렸다.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해 멀리 몸을 피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마왕 푸르푸르와 마왕 출신 소환수들만 남겨 놓으면.
‘놈의 발을 확실하게 묶어 놓을 수가 없어.’
그럼 도망칠 수도 있다.
또 거리가 멀어지면, 역소환은 몰라도 소환을 할 수가 없다.
강현수가 얼음왕의 목걸이에 내장된 방어 스킬들과 다른 방어 및 회피 스킬들을 총동원하며 얄밉게 몸을 피했다.
그렇지만.
“놓치지 않는다, 인간!”
이번에는 마왕 푸르푸르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마왕 출신 소환수들의 맹공에 전신이 만신창이로 변한 와중에도.
이를 악물고 강현수를 추격하며, 유효타가 없음에도 계속해서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는 사이 무한대로 뿜어져 나올 것같이 보였던 마왕 푸르푸르의 마기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파지지지직!
꽈아아아앙!
뭐, 줄어들었다고 해도 엄청난 위력을 보여 주기는 했지만 말이다.
‘슬슬 한계네.’
권속들을 흡수해 일시적으로 늘린 마기도 바닥을 보이고 있고.
한계를 넘어선 마기를 분출하던 마왕 푸르푸르의 육체도 과부하로 삐걱거리고 있었다.
“으아아아!”
마왕 푸르푸르도 그걸 느꼈는지 더욱더 과감한 공격을 날렸다.
꽈앙! 꽈앙!
여유롭게 몸을 피하며 마왕 푸르푸르를 말려 죽이고 싶었지만.
‘한계인 건 나도 마찬가지지.’
강현수 역시 장거리 공간 이동 스킬을 제외하면, 더 이상 몸을 피할 방법이 없었고.
방어 스킬 역시 바닥을 드러낸 상태.
마왕 푸르푸르도 그 사실을 깨달은 모양.
“쥐새끼 같은 놈! 이제 끝이다!”
강현수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마왕 푸르푸르도 느꼈는지.
파지지지직!
마기가 줄어들고 육체가 한계에 도달했음에도.
오히려 더 강한 칠흑빛 뇌전을 뿜어내며 강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스윽!
그 순간 강현수가 검을 뽑아 들었다.
탐식의 검.
튜토리얼부터 강현수와 함께해 온 애검.
콰콰콰콰콰!
탐식의 검을 뱀피릭 오러가 뒤덮었고.
우득! 우득!
이중 야수화로 강화된 신체가 스텟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으며.
스킬 증폭이 스킬의 위력을 증가시키고.
융합 스킬을 사용해 절대 섞일 수 없는 마기 스텟과 신성 스텟을 하나로 만든 뒤.
여기에 마력 스텟과 독성 스텟을 더했다.
‘내가 힘이 없어서 도망친 게 아니거든.’
그저 확실한 승리를 위해 안정적인 전술을 선택했을 뿐이다.
휘익!
강현수가 검을 휘둘렀고.
꽈아아아앙!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마왕 푸르푸르의 칠흑빛 뇌전과 강현수의 검에 맺힌 오러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크으윽!”
마왕 푸르푸르가 뒤로 밀려 났다.
반면 강현수는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며 검을 휘둘렀다.
꽈앙! 꽈앙! 꽈아앙!
“이, 이게 무슨?”
지금까지 도망치던 강현수의 반격에 마왕 푸르푸르는 적잖이 놀랐다.
거기다.
‘내가 밀리다니?’
정면으로 싸우면 당연히 자신이 압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반대로 압도당하고 있었다.
‘소환사 주제에 이게 무슨?’
이건 상식을 벗어난 일이었다.
무슨 놈의 소환사가 소환수보다 강하다는 말인가?
‘실수다.’
마기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고.
육체가 한계에 도달했다며 비명을 지른다.
‘빌어먹을.’
아까 권속들의 마기를 흡수해 최강의 힘을 보유했을 때라면 모를까, 서서히 약해지고 있는 지금의 몸 상태로는.
제아무리 마왕 푸르푸르라고 해도 강현수의 맹공을 막아 낼 수가 없었다.
‘내가 당했어.’
마왕 푸르푸르는 자신이 함정에 빠졌음을 직감했다.
어떻게든 빠져나가기 위해 주변을 살피며 눈치를 봤지만.
소환수가 된 14명의 마왕들이 빽빽한 포위망을 유지하며 마왕 푸르푸르의 주변을 둘러싼 상태.
그들은 지금도 실시간으로 강현수를 지원하며 맹공을 퍼붓고 있었다.
‘너무 오만했다.’
설마 이런 강자가 아틀란티스 차원에 있을 줄이야!
거기다.
‘마왕을 14명이나 쓰러트리고 소환수로 만들었다는 걸 신경 썼어야 했는데.’
그걸 단순히 소환수의 강함으로만 생각했다.
‘이제 죽는 건가? 내가 죽어?’
마왕 푸르푸르의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수많은 마왕들을 먹어 치우고.
얼마 남지 않은 경쟁자들을 제거한 후.
마신이 될 날만을 꿈꿨다.
그런 자신이 고작 인간 따위의 하등한 종족에게 죽는다니?
용납할 수 없었다.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살아 나갈 방법이 없다.’
권속들의 마기를 취하며 열다섯 쌍으로 늘어났던 날개는 어느새 열세 쌍으로 줄어들었다.
이제 한쌍만 더 줄어들면, 권속들에게서 흡수한 마기가 바닥난다.
그럼 자신은?
끝장이다.
‘살고 싶다.’
마왕 푸르푸르는 마신이 될 기회를 눈앞에 두고 죽고 싶지 않았다.
‘나도 죽으면 저놈들처럼 변하겠지.’
그것도 싫었다.
‘목숨만 부지하면.’
기회를 노릴 수 있다.
‘굴욕은 잠시일 뿐이야.’
살아남기만 하면 그만이다.
어차피 인간에게 부려지는 노예 신세가 된다면?
껍데기만 남은 인형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게 나았다.
마왕 푸르푸르가 결단을 내렸고.
“항복하겠다. 살려 다오.”
인간에게 투항의 뜻을 밝혔다.
“뭐?”
한편 정신없이 마왕 푸르푸르를 몰아붙이던 강현수는 갑작스러운 마왕 푸르푸르의 항복 선언에 적잖이 놀랐다.
‘인간에게 항복하겠다고? 그것도 평범한 일반 마족도 마계 귀족도 아닌 모든 마족의 정점에 있는 마왕이?’
이건 마계 공작 케르논이 강현수에게 투항한 것보다 더 충격적인 일이었다.
“진심인가?”
“그렇다. 목숨만 살려 준다면 충성을 다하겠다. 그대도 저런 인형들보다는 살아 있는 마왕을 수하로 거느리는 게 더 큰 이득이지 않은가?”
마왕 푸르푸르의 말에 강현수가 마음속으로 실소를 했다.
‘기회를 노려 보겠다 이거냐.’
마왕 푸르푸르의 속셈이 뻔히 보였다.
어차피 핀치에 몰린 상황.
이대로 싸워 봐야 마왕 푸르푸르가 이길 수 있는 확률은 제로.
‘몸을 낮추고 인간인 나에게 충성 맹세를 한 뒤 시간을 벌겠다는 거군.’
아마 결정적인 순간에 강현수의 뒤통수를 치려는 생각을 하고 있을 터.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받아들이지 않는 게 맞았다.
그렇지만.
‘나한테는 가이아 시스템이 있어.’
충성 맹세와 지휘관 임명이라면, 마왕 푸르푸르를 이중으로 옭아맬 수 있다.
‘소환수로 만드는 것보다 살려 놓는 편이 효용성이 더 좋기도 하고.’
유일한 걱정거리는.
마왕 푸르푸르가 지금껏 강현수가 상대했던 마왕들 중 가장 강력한 존재라는 점이었다.
보유하고 있는 마기도 최고였고.
창조의 권능 역시 강현수와 대등한 수준.
‘과연 가이아 시스템이 제대로 옭아맬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기는 했지만.
‘못 하면 그냥 업적만 먹고 버려야지.’
그러면 어차피 강현수로서는 손해 볼 게 없었다.
“좋아, 받아들이지. 나한테 충성을 맹세하겠나?”
“물론입니다. 저 마왕 푸르푸르는 당신에게 충성하는 권속이 되겠습니다.”
마왕 푸르푸르의 충성 맹세와 함께.
[마왕의 충성을 받아 내는 존재할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마왕의 군주 U-EX랭크가 주어집니다.]
[창조의 권능이 부여됩니다.]
강현수는 U-EX랭크 업적을 얻었다.
거기다.
‘창조의 권능까지 주다니, 보너스를 팍팍 챙겨 주네.’
강현수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고, 마왕 푸르푸르의 표정은 굳어졌다.
가이아 시스템이 자신의 몸을 옭아매는 걸 느낀 것이다.
“이것도 받아들여라.”
[플레이어 강현수가 지휘관 임명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강현수가 마왕 푸르푸르에게 휘하 지휘관 임명 스킬을 시전했다.
굳은 표정의 마왕 푸르푸르가 어쩔 수 없이 예를 선택했고.
그와 동시에.
[마왕을 휘하에 거두는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마왕을 휘하에 거둔 자 U-EX랭크가 주어집니다.]
[창조의 권능이 부여됩니다.]
[휘하 지휘관에 대한 지배가 강화됩니다.]
여러 메시지가 떠올랐다.
‘창조의 권능은 예상했는데.’
지배 강화가 추가될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