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푸르푸르 (2)
‘이렇게 나온다고?’
강현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오히려 좋아.’
몬스터와 마족의 대군이 몰려오는 이유?
막강한 전력을 투입해 일거에 아틀란티스 차원을 점령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
그게 아니면.
‘마력 비율을 맞추려는 의도일 수도 있지.’
마왕이 직접 차원 게이트를 넘지 않았다는 건, 아직 아틀란티스의 마력 농도가 낮다는 뜻이다.
마력 농도를 올리기 가장 좋은 방법은?
‘몬스터와 마족 투입이지.’
마왕 푸르푸르가 있는 마계의 마력 농도를 낮추고.
차원 아틀란티스의 마력 농도를 높일 수 있는 일거양득의 방법.
‘어지간히 자신이 있나 보네.’
이미 아틀란티스에 투입된 몬스터와 마족의 군대가 전멸한 상황.
마왕 푸르푸르가 직접 오거나.
대공급의 고위 마계 귀족이 무더기로 오는 것도 아니고.
‘하급 마계 귀족조차 없어.’
현재 차원 게이트를 넘어 꾸역꾸역 몰려오는 건 몬스터와 일반 마족이 전부였다.
이건.
‘대놓고 아틀란티스 차원에 가서 죽으라는 거네.’
이유는 오직 하나.
몬스터와 마족의 죽음으로 아틀란티스 차원 마력 농도를 진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마왕 푸르푸르가 아틀란티스 차원으로 안전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말이지.’
몬스터와 일반 마족도 마왕 푸르푸르의 권속이다.
어차피 죽어야 한다면, 그냥 마왕 푸르푸르가 자신의 힘을 늘리는 데 사용해도 그만.
그런데 이런 식으로 죽여 보라는 듯 투입시킨다는 건.
‘이 정도는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마왕 푸르푸르가 강하다는 거겠지.’
강현수가 어금니를 악물었다.
‘후회하게 해 주마.’
순수하게 몬스터와 마족 들을 죽이는 것만으로는 강해지는 데 한계가 있는 게 맞다.
그렇지만.
무한히 0레벨 플레이어로 돌아갈 수 있고, 가이아 시스템의 보조를 받는 강현수는.
몬스터와 마족 들을 몇 배나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죽여라.”
강현수의 명령과 동시에.
크아아아앙!
대공급 마룡이 포효하며 날뛰었고.
마계 귀족급 빙마족, 화마족, 투마족, 도플갱어, 오크 등등의 소환수들이.
무자비하게 차원 게이트를 통과하는 몬스터와 마족 들을 쓸어버렸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후략……
레벨이 오르면, 괴력 스킬의 보조를 받는 힘 스텟에 올인해 스텟을 뻥튀기시키고.
그 후에는 오른 스텟을 투자해 소환수가 된 마왕들을 강화시켰다.
‘어차피 다 일반 마족들뿐이야.’
마왕 푸르푸르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몬스터 소환수를 상급이나 최상급 마족으로 교체하는 것보다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마왕 출신 소환수들을 강화하는 게 앞으로의 싸움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괴력 스킬의 힘을 받아 뻥튀기된 스텟들과 몬스터와 마족 들에게서 뽑아낸 마기가 마왕 출신 소환수들에게 끝도 없이 빨려 들어갔다.
‘너무 느려졌네.’
레벨 업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자.
‘스킬 강화.’
강현수가 레플리카에 스킬 강화를 사용했다.
‘언제 U-EX랭크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스킬 강화를 통해 계속 경험치를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0레벨 플레이어가 되자.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후략……
레벨이 미친 듯이 상승했다.
강현수는 레플리카 스킬을 적극 활용했다.
등가교환을 사용해.
스킬 강화의 쿨타임을 초기화시키고.
약육강식과 마력흡수를 사용해 빠르게 힘을 키웠다.
이런 식의 작업을 무한 반복하면, 조무래기에 불과한 몬스터와 마족을 이용해서도.
‘빠르게 강해질 수 있지.’
강현수가 무심한 눈빛으로 죽어 가는 몬스터와 마족 들을 바라보며 지루한 반복 작업을 계속했다.
* * *
몬스터와 마족 들을 얼마나 쏟아부었을까.
‘이제 때가 되었군.’
아틀란티스 차원의 마력 농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마왕 푸르푸르가 안전하게 차원 게이트를 넘어서 아틀란티스 차원으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쓰윽!
마왕 푸르푸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틀란티스 차원으로 간다.”
마왕 푸르푸르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친위대라고 할 수 있는 고위 마계 귀족들이 일제히 모여들었다.
마계 대공, 마계 공작, 마계 후작, 마계 백작 같은 고위 마계 귀족들로만 구성된 마왕 푸르푸르의 친위대는.
마왕 푸르푸르의 군세 중에서도 최강의 전력을 자랑했다.
“가자.”
마왕 푸르푸르가 그 말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고.
그 뒤를 마왕 푸르푸르의 친위대가 따라.
파지지직!
차원 게이트를 넘어갔다.
‘이곳이 아틀란티스 차원인가?’
막 차원 게이트를 통과한 마왕 푸르푸르가 차원 아틀란티스에 자리한 마왕을 찾으려고 할 때.
콰콰콰콰콰!
핏빛 오러와.
화르르륵!
붉은 화염.
콰직! 우직! 우적!
그림자 군세.
그 외에 온갖 종류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건방진!”
마왕 푸르푸르가 분노를 토해 내며 자신의 마기를 끌어 올리고 권능을 행사했다.
우르르르릉!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들고.
파지지지직!
머리 위로 뻗은 두 개의 사슴뿔에서 칠흑빛 뇌전이 뿜어져 나왔다.
마왕 푸르푸르의 권능은.
기후를 자유자재로 조종하고.
모든 것을 태워 버리는 칠흑빛 뇌전을 뿜어내는 것.
꽈아아아아앙!
마왕 푸르푸르의 권능인 칠흑빛 뇌전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던 핏빛 오러와 붉은 화염을 포함한 수많은 공격들을 모조리 먹어 치웠다.
그러나.
‘만만치 않다.’
여유 만만하던 마왕 푸르푸르의 등줄기에는 어느새 차갑게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손쉽게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고 생각했는데, 쏟아지는 공격에 실린 마기가 범상치 않았다.
결정적으로.
‘저 화염은 그레모리의 것이고, 저 그림자 군세는 단탈리온의 것인데?’
다른 공격들도 마찬가지.
모두 각 마왕들의 권능이 형상화된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마왕 푸르푸르도 수많은 마왕을 잡아먹었다.
그렇지만.
마기를 늘리고 창조의 권능이 늘어났을 뿐.
다른 마왕의 권능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굳이 구현하려면, 창조의 권능을 사용해 할 수도 있었지만.
먹어 치운 마왕의 권능을 구현하는 것보다는, 기존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권능을 강화시키는 게 더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아아아악!”
“푸르푸르 님!”
“크아아아악!”
“살려 주십시오!”
눈앞에 펼쳐진 마왕의 권능이 자신에게는 몰라도 친위대에게는 너무나도 치명적이라는 점이었다.
칠흑빛 그림자 군세가 마계 대공과 공작의 몸을 먹어 치우고.
쩌저저적!
마계 후작과 마계 백작의 육체가 흙덩이나 모래로 변해 흩어진다.
마왕의 권능은 일반 마족들이 막기에는 너무 가혹한 공격이었다.
“모두 돌아…….”
당장 후퇴를 명령하려다가 순간 멈칫했다.
‘너무 늦었어.’
이미 죽은 녀석들도 많았고.
다시 차원 게이트를 통과해 돌아가려면, 창조의 권능을 사용해 다시 차원 게이트를 만들어야 했다.
‘차라리 내가 먹어 치우자.’
마왕 푸르푸르의 두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그와 동시에.
사아아아악!
마왕 푸르푸르의 권속이었던 친위대의 육체에 담겨 있던 마기가 모조리 마왕 푸르푸르에게 빨려 들어갔다.
이런 식으로 소모시키기에는 아까운 수하들이었고.
육체의 그릇이 한계에 차 있었기에, 친위대의 목숨을 대가로 흡수한 마기를 영구적으로 흡수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야.’
다수의 마왕들이 나타났다.
만만치 않은 상대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수하들은 결국 다른 마왕들의 권능에 허무하게 소멸하고 다른 마왕들에게 흡수되어 버린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내가 흡수하는 게 낫다.’
마기를 영구적으로 흡수할 수 없는 게 아쉬웠지만.
그 손해는.
‘마왕 놈들을 먹어 치우면서 해결하면 그만이야.’
육체의 한계를 늘리고, 마기를 쌓고.
창조의 권능을 늘리면?
친위대가 없어도 상관없었다.
왜?
마왕 푸르푸르 자신이 월등히 강해질 테니까.
우득! 우득!
순간적으로 몰려든 마기가 강제로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게 만들었다.
뿌득! 뿌득!
머리 위에 솟은 두 개의 사슴뿔이 더 굵고 웅장하게 자라났고.
등 뒤에 달린 열두 쌍의 날개가 열다섯 쌍으로 늘어났다.
“우오오오오!”
마왕 푸르푸르의 얼굴이 강한 희열로 물들었다.
전신에 힘이 넘쳐흘렀다.
지금이라면.
서열 1위의 마왕 바알을 상대로 싸우더라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고양감이 치밀어 올랐다.
그런 마왕 푸르푸르를 향해.
콰콰콰콰콰!
화르르르륵!
파지지지직!
온갖 종류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흥!”
코웃음을 친 마왕 푸르푸르가 권능을 행사했다.
우르르르릉!
칠흑빛 먹구름이 마왕 푸르푸르의 몸을 휘감았고.
파지지지직!
마치 화려한 왕관처럼 자라난 거대한 뿔이 칠흑빛 뇌전을 뿜어냈다.
“마왕 여럿이 모였다고 해서 이 나의 상대가 될 것 같으냐!”
자신을 향한 공격을 모두 막아 낸 마왕 푸르푸르가 적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마왕 그레모리, 마왕 단탈리온, 마왕 암두시아스, 마왕 자간, 마왕 말파스 등등.
숫자가 많기는 정말 많았다.
그런데?
‘이놈들이 왜 서로 협력하고 있나 했더니.’
눈앞의 마왕들은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혼이 없었다.
그저 백만 남아, 살아 있을 때의 외형과 권능을 구현한 껍데기만 남은 인형.
그게 마왕 푸르푸르를 공격한 마왕들의 실체였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놈들을 만든 거지?’
껍데기만 남은 인형들치고는 몸속에 품고 있는 마기의 양이 만만치가 않았다.
거기다 살아 있을 때보다는 못하지만.
마왕 시절 가지고 있던 권능 역시 무리 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 봤자 인형일 뿐이지.’
파지지지직!
마왕 푸르푸르의 권능으로 구현된 칠흑빛 뇌전이.
꽈아아아앙!
마왕 단탈리온을 향해 날아갔다.
품고 있는 마기도 볼품없이 약하고 권능도 큰 위협이 되지는 않지만.
어쨌든.
‘나에게 치명상을 가할 수 있는 놈이야.’
이런 다대일의 전투에서는 적들의 숫자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했다.
꽈아앙! 꽈아앙! 꽈아앙!
마왕 푸르푸르의 연속된 공격에 마왕 단탈리온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퍼어어엉!
그대로 소멸했다.
적지 않은 마기를 소모하기는 했지만.
적의 숫자를 하나 줄였으니 충분한 이득이었다.
그때.
사아아아악!
허공에서 마력과 마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이게 무슨?”
방금 마기를 꽤 투자해 소멸시킨 마왕 단탈리온이 멀쩡한 모습으로 부활했다.
품고 있는 마기가 아까보다 조금 부족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부활은 부활이었다.
‘도대체 어느 놈이?’
마왕 푸르푸르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마기의 흔적을 살폈다.
그러다.
‘인간?’
한 인간이 마왕들의 틈바구니 속에 숨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연결되어 있어?’
마왕 단탈리온을 부활시킨 마기의 흔적이 저 인간에게 이어져 있었다.
‘설마?’
의아한 표정을 짓던 마왕 푸르푸르가 마기의 흔적을 살폈다.
그러자 다른 마왕들 역시 저 인간과의 연결 고리가 확인되었다.
“하!”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간 어떤 마왕이 14명이나 되는 마왕을 인형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마왕이 아니었어.’
인간.
천하고 하등한 종족인 인간 따위가.
마왕들을 자신의 인형으로 만든 장본인이었다.
‘이러니 내가 찾을 수가 없었지.’
설마 인간 따위가 마왕들을 죽이고 인형으로 만들었을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크크큭!”
마왕 푸르푸르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우르르르릉!
파지지지직!
마왕 푸르푸르의 몸을 휘감고 있던 먹구름과 칠흑빛 뇌전의 기운이 더욱더 강력해졌다.
‘저 인간만 죽이면.’
모든 게 끝난다.
‘연약한 인간 따위.’
마왕으로 만든 인형들의 방호만 뚫으면?
‘순식간에 죽여 버릴 수 있어.’
권능을 전력으로 뿜어낸 마왕 푸르푸르가.
펄럭! 펄럭!
힘찬 날갯짓과 함께 무서운 속도로 인형들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인간을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