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푸르푸르
“인간? 하찮은 인간이 어떻게 그런 힘을?”
마족들에게 백작이라고 불린 마족은 강현수의 무위에 적잖이 당황한 듯했다.
그러나 그건 강현수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그건 알 필요 없고. 그냥 죽어.”
휘익!
강현수가 가벼운 마음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마족들에게 마계 백작이라고 불렸던 마족이 다급하게 마기를 끌어모아.
퍼어어어엉!
강현수의 공격을.
“어라?”
막았다.
“크으으윽!”
뭐, 강현수 입장에서는 가볍게 날린 공격이었고.
마족들에게 마계 백작이라고 불렸던 놈은 막았다고 해도 오른팔과 어깨가 말끔하게 증발한 상태이기는 했지만.
“제법이잖아?”
백작이라고 불리기에 가볍게 생각했는데.
마기를 끌어모으는 반응 속도와 공격을 피하는 움직임을 보니 백작이라고 불리기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죽어라! 인간!”
그 뒤에 이어지는 행동도 깔끔했다.
강현수가 막거나 피하기 까다로운 곳을 향해 공격을 날리며 화려한 섬광을 뿜어내 그의 시야를 흐리고.
금방이라도 강현수에게 달려들 것 같았던 기세와는 정반대로 은근슬쩍 몸을 뒤로 빼 도망쳤으니까.
그러나 강현수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고.
콰직!
강현수가 휘두른 검에 심장이 꿰뚫렸다.
“커억!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백작이라고 불렸던 마족이 원통하다는 듯 중얼거렸지만.
서걱!
목까지 베어 주자 말끔하게 숨이 끊어졌다.
‘일인원수부 구성.’
강현수가 죽은 백작을 소환수로 부활시켰다.
“주군을 뵙습니다.”
백작이 공손히 강현수에게 고개를 숙였다.
“네가 모시는 마왕이 누구지?”
강현수는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어봤다.
“푸르푸르입니다.”
마왕 푸르푸르라면.
서열 34위의 마왕이었다.
‘생각보다 낮네.’
서열 20위권의 마왕이나, 어쩌면 10위권의 마왕을 만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살짝 긴장했는데.
서열 34위의 마왕 푸르푸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긴장이 풀렸다.
‘그렇다고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지.’
강현수는 마왕 그레모리에게 들은 정보가 있었다.
‘마왕 그레모리는 서열 38위의 마왕 할파스에게 공격받는 중이었다고 했어.’
그래서 차원 아틀란티스를 공격하는 마왕이 그레모리를 노렸던 서열 38위의 마왕 할파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왕 할파스가 아니라 마왕 푸르푸르라는 말이지.’
그럼 마왕 푸르푸르가 마왕 할파스를 잡아먹었을 확률이 높았다.
“마왕 푸르푸르가 지금까지 몇이나 되는 마왕을 잡아먹었지?”
“그건 저도 정확히 알지 못하옵니다. 저는 본디 서열 40위의 마왕 라움을 섬겼던 마족이었으나, 마왕 푸르푸르가 마왕 라움을 잡아먹은 뒤 마왕 푸르푸르를 따르게 되었고. 그 후 곧바로 아틀란티스 차원 점령에 동원되었습니다.”
“서열 40위의 마왕 라움을 잡아먹었다라.”
일단 하나는 확실히 잡아먹었고.
‘마왕 할파스도 잡아먹혔을 확률이 높지.’
이것만 해도 마왕이 둘이다.
“마왕 푸르푸르와 라움의 전투는 어땠지?”
“제가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으나, 듣기로는 순식간에 승부가 났다고 합니다.”
“마왕 라움은 다른 마왕이나 차원을 잡아먹은 적이 있나?”
“예, 마왕 라움은 인간 차원 세 개를 점령하고. 서열 51위의 마왕 발람과 서열 47위의 마왕 부알을 잡아먹었사옵니다.”
“뭐?”
이어지는 보고에 강현수가 화들짝 놀랐다.
‘마왕 둘을 잡아먹고 세 개의 차원을 점령한 마왕 라움이 순식간에 당했다?’
그럼 지금의 마왕 푸르푸르는?
‘못해도 마왕 다섯 이상을 잡아먹은 힘은 보유하고 있겠지.’
그건 어디까지나 최소치고.
어쩌면, 열 이상일지도 모른다.
‘이건 상황이 조금 심각한데.’
강현수도 14마리의 마왕을 잡아먹고 소환수로 만들어 휘하에 거두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하위 서열이지.’
반면 마왕 푸르푸르가 잡아먹은 마왕들은 중하위 서열일 확률이 높았다.
거기다.
‘어쩌면 나랑 비슷하거나 많을지도.’
쉽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치열한 전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길 수 있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간 14마리의 마왕들을 모두 순탄하게 쓰러트린 건 아니다.
개중에는 꽤나 골치를 썩였던 녀석도 있었고.
예상보다 강했던 놈도 있었다.
그러나 모두 굴복시켰다.
결정적으로.
‘가이아 시스템이 준 퀘스트야.’
강현수가 패배할 것 같았다면.
‘굳이 이 퀘스트를 주지는 않았겠지.’
이길 가능성이 높으니 준 것이리라.
다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으니까.’
강현수가 마왕 14마리를 잡아먹었고.
마왕 푸르푸르도 열 마리 이상을 잡아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거기다 강현수가 쓰러트린 마왕 중에서도 다른 마왕을 잡아먹은 놈이 둘이나 있었다.
‘거기다 상위나 중위 서열 마왕들도 서로 죽고 죽였겠지.’
그렇게 따지면, 72 마왕 중 멀쩡하게 남아 있는 마왕의 숫자는.
‘많아야 다섯, 적으면 두셋 정도겠지.’
당연히 그만큼 강해졌을 수밖에 없고.
‘가이아 시스템 입장에서도 나한테 손쉬운 먹잇감을 던져 주기 힘들겠지.’
사실 마왕을 14마리나 손쉽게 잡아먹은 것도.
가이아 시스템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했으리라.
‘부딪쳐 보는 수밖에 없어.’
어차피 싸워야 할 마왕이라면, 더욱더 강해지기 전에 제거해야 한다.
“현재 마왕 푸르푸르는 뭘 하고 있지?”
“저도 모르옵니다. 그저 저와 다른 마계 귀족들에게 아틀란티스 차원의 점령을 명령했을 뿐이옵니다.”
“다른 마왕과 싸우고 있을 확률은?”
“꽤 높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그렇겠지.”
그게 아니면 다른 차원을 공략 중이거나 말이다.
마왕 푸르푸르가 더 강해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결판을 내는 게 좋아.’
이번 일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었다.
마왕 푸르푸르가 강력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지만.
‘승리하면 그만이야.’
마왕 푸르푸르만 잡아먹으면.
강현수는 단숨에 72마리의 마왕들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30마리 이상을 잡아먹은 셈이 된다.
‘최대한 미리 힘을 키워 놔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아틀란티스에 널려 있는 몬스터와 마족 들을 싹쓸이해야 했다.
‘서둘러야겠네.’
강현수가 대공급 마룡의 등에 올라탄 후.
“가자.”
다시금 몬스터와 마족 들을 사냥하기 위해 움직였다.
콰우우우우!
대공급 마룡이 힘찬 포효와 함께 날아올랐고.
잠시 후, 강현수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아틀란티스 차원으로 넘어온 몬스터와 마족 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 * *
‘문제가 생겼나?’
마왕 푸르푸르가 권속들이 소멸하는 것을 느끼고 얼굴을 찌푸렸다.
‘별것 아닌 차원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재 마왕 푸르푸르는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너무 강대한 힘을 지닌 탓에 그 반동으로 인해 인간들이 사는 차원에 직접 진입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그놈을 막아야 해.’
자신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마왕을 먹어 치운 녀석.
그놈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마왕 푸르푸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로가 서로를 노리고 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는 않았다.
서로의 힘이 비등했기에 자칫 실수라도 하면 역으로 당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일단 정리부터 해야겠군.’
점령한 차원이 늘어나면, 창조의 힘도 늘어나고.
그럼 앞으로의 싸움에서 더 유리해진다.
문제가 발생한 차원 아틀란티스에 어느 정도 전력을 투자할까 고민하던 마왕 푸르푸르의 눈에.
‘어?’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진 차원 아틀란티스의 마력 농도가 들어왔다.
‘이게 무슨?’
전에는 마왕 푸르푸르가 절대 넘어갈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만 더 높아지면 안정적으로 넘어가는 게 가능한 수준이잖아?’
지금도 넘어가려면 갈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상당히 위험하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지.’
그저 몬스터와 마족을 더 투입해 차원 아틀란티스의 마력 농도를 더 높이면 그만이다.
‘일단 정보 수집부터 해야겠군.’
너무 많은 권속들을 거느리고 있기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많은 보고가 올라와서.
중요하지 않은 차원에 투입한 권속과의 연결을 일시적으로 끊어 놨던 마왕 푸르푸르가 다시금 권속들과의 연결을 복구시켰다.
-대공급 마룡이 나타났사옵니다.
-강력한 마족과 인간 들이 저희를 학살하고 있습니다.
-왕이시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권속들의 처절한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다른 마왕이 넘어오기라도 한 모양이군.’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 봐도 마왕을 봤다는 보고는 없었다.
그저 마왕의 권속들이 넘어왔다는 보고만 있을 뿐이다.
‘저놈들 때문에 아틀란티스의 마력 농도가 올라갔구나.’
한쪽에서 몬스터와 마족을 투입하다가 양쪽에서 투입하니.
당연히 빠르게 아틀란티스의 마력 농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으흠.’
마왕 푸르푸르는 고민했다.
빠르게 올라갔던 차원 아틀란티스의 마력 농도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유지되는 게 눈에 들어왔다.
‘마왕이 직접 넘어온 것 같기는 한데.’
갑자기 급격히 상승한 마력 농도가 그걸 증명한다.
단지 마족과 인간 들이 자신들을 학살한다는 보고가 마음에 걸렸다.
‘아틀란티스의 인간들을 이용한 건가?’
그런 식의 꼼수를 부리면.
‘마력 농도를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지.’
플레이어가 성장하면 마력 농도가 낮아지니까.
하지만 어차피 꼼수는 꼼수.
결국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먹어 치워야겠어.’
자신이 직접 가면 좋겠지만 위험 부담이 크니.
‘소모품을 더 투입해야겠군.’
몬스터와 마족을 더 많이 아틀란티스에 집어넣는다.
그럼 마왕 푸르푸르가 있는 차원의 마력 농도는 내려가고.
아틀란티스 차원의 마력 농도는 올라가리라.
몬스터와 마족의 소모가 크기는 하겠지만.
‘꽤 강한 마왕 하나를 잡아먹을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사소한 투자에 불과하지.’
자신이 던져 주는 몬스터, 마족 들이 차원 아틀란티스로 넘어온 마왕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마왕 푸르푸르는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은 강했다.
‘내 상대는 그놈밖에 없어.’
다른 놈들은 얼마나 강해졌든.
순식간에 찢어 죽일 자신이 있었다.
차원 아틀란티스를 욕심부린 마왕은.
‘내 먹잇감에 불과해.’
어쨌든 꽤 힘을 키운 마왕일 것이고.
그런 놈을 잡아먹으면, 앞으로 벌어질 그놈과의 싸움에서 더욱더 유리한 고지를 접할 수 있으리라.
“아틀란티스 차원에 몬스터와 마족 들을 무한대로 투입해라.”
마왕 푸르푸르가 휘하 마계 귀족들에게 그런 지시를 내렸다.
그러곤 느긋한 표정으로 차원 아틀란티스의 마력 농도가 빠르게 상승하기를 기다렸다.
* * *
‘거의 정리가 끝나 가네.’
가장 먼저 급한 불을 끄고 난 후.
강현수와 휘하 지휘관들은 소환수들을 이끌고 아틀란티스 대륙을 순회공연하며 넘어온 몬스터와 마족의 씨를 말렸다.
그 과정에서 사클란트 제국의 황제 카를 13세를 만나 서열 정리 및 단속을 하고.
남부 연합 왕국의 대표인 엘프 여왕 엘란을 만나 감사 인사와 충성 맹세를 받았다.
‘이제 끝이네.’
남은 건 전력을 정비해 차원 아틀란티스를 침공한 마왕을 쓰러트리는 것뿐이다.
‘그간 핵무기도 꽤 쌓였겠지.’
인류는 꽤 오랜 시간 핵무기 생산을 자제해 왔다.
그런데 그 제약을 강현수가 풀었다.
그 결과 지구는 무서운 속도로 핵무기를 생산하는 중이었다.
‘마석을 이용한 방사능 제거 작업도 속도를 내는 것 같고.’
아마 그게 상용화되면, 원전 폭발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강현수가 핵무기를 사용해 엉망이 되어 버린 몇몇 마계도 다시금 멀쩡히 부활시켜 몬스터 서식지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
강현수가 창조의 권능을 사용해 차원 아틀란티스와 연결된 차원 게이트를 역추적하려고 할 때.
쿠우웅! 쿠우웅! 쿠우웅!
그간 잠잠했던 차원 게이트에서, 몬스터와 마족의 대군이 끝없이 밀려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