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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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의 구원자 (2)

“이게 무슨 일이야?”

제61마계의 군주.

마왕 자간의 표정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세이버 차원을 순조롭게 집어삼키고 있던 자신의 권속들이.

실시간으로 소멸해 나가고 있었다.

-마룡족이 저희를 공격했습니다!

-검푸른 장막을 사용하는 마계 귀족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빙마족의 대군이 갑자기 기습을!

-투마족 출신으로 보이는 마계 귀족이 공격을!

올라오는 보고도 너무 짜증이 날 정도로 끔찍했다.

이건 누가 봐도.

“다른 마왕이 권속들이군.”

감히 자신이 다 잡은 먹잇감인 세이버 차원을 노리다니?

마음 같아서는 당장 세이버 차원으로 넘어가서 응징을 해 주고 싶었지만.

‘아직 못 넘어가는데.’

가려면 갈 수 없는 건 아닌데.

아직은 세이버 차원의 마력 농도가 낮은 편이라, 차원 게이트가 조금 불안정했다.

‘이러다 뺏기는 거 아니야?’

점점 조급함이 더해졌다.

방금 전까지는.

-굳이 차원의 미아가 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세이버 차원으로 넘어갈 필요는 없지.

이런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너무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어.’

그럼 확률적으로 자신의 권속들을 공격하고 있는 놈들은 자신보다 고위 서열 마왕의 권속들일 확률이 높았다.

‘어떻게 하지?’

마왕 자간이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포기해?’

그러자니 그간 들인 공이 아깝다.

거기다.

‘내가 포기한다고 그놈이 물러날까?’

세이버 차원은 제61마계와 가장 근접해 있는 차원이다.

또 영구적으로 이어진 차원 게이트까지 존재하는 상황.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세이버 차원을 포기하면.

영구적으로 이어져 있는 차원 게이트를 파괴하면.

‘과연 지금 세이버 차원을 침공한 마왕이 나를 포기할까?’

그럴 리가 없었다.

마왕의 탐욕은 같은 마왕인 자간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인간 농장 계획을 포기하자.’

그 후 세이버 차원에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을 모조리 죽여 버린다.

그러면?

‘승급할 수 있어.’

육체가 한계를 뛰어넘고, 더 강력한 마기를 품게 되면.

그와 더불어 미리 세이버 차원을 침공한 다른 마왕의 권속들을 학살해 마기를 추가로 수급하면.

‘상위 서열의 마왕이 아니라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결정적으로.

자신보다 월등히 강력한 마왕이라면.

‘설사 내가 세이버 차원을 점령한다고 해도 마력 농도 차이로 쉽게 넘어오지 못해.’

애초에 자신이 점령한 세이버 차원으로 넘어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와 힘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뜻이지.’

그럼 한번 붙어 볼 만했다.

어쩌면 이건.

‘나에게 큰 기회가 될 수도 있어.’

마왕 하나를 잡아먹을 수 있는 기회 말이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위험도 감수해야 했다.

‘그놈이 나보다 약한 마왕이라면.’

마왕 자간보다 먼저 세이버 차원에 도착해.

그의 권속들을 학살하고, 세이버 차원의 인간들을 도륙해 힘을 키울 수도 있다.

그럼?

‘역으로 내가 잡아먹힐 수도 있어.’

그걸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지금은.

‘조금 위험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했다.

파지지직!

마왕 자간이 엄청나게 낮기는 하지만, 차원의 미아가 될 위험을 무릅쓰고.

차원 게이트를 향해 몸을 날렸다.

* * *

‘순조롭네.’

아무 문제 없이, 너무나 손쉽게 세이버 차원의 몬스터와 마족 들을 때려잡았다.

레벨은 계속 올랐고, 마기 스텟도 계속 올랐다.

또 소환수의 질도 상승했다.

어디 그뿐인가?

‘위험 요소도 사라졌어.’

마계 백작 놈들을 잡아 제거한 후 소환수로 부활시킨 결과.

‘서열 61위의 마왕 자간이라.’

마왕 단탈리온이나 마왕 암두시아스보다는 강하겠지만.

‘그래 봤자 마왕 그레모리보다는 약해.’

또 전에는 휘하에 마왕이 둘이었지만, 이제는 셋이다.

‘어서 넘어와라.’

그래야 쉽게 요리할 수 있다.

만약 넘어오지 않으면?

차원 세이버 점령을 포기하면?

‘내가 가면 그만이야.’

역으로 차원 게이트를 열어 제61마계를 침공할 생각이었다.

그때.

‘뭐지?’

마구잡이식으로 흩어져 있던 몬스터와 마족 들이 어딘가를 향해 맹렬히 이동했다.

‘여기만 그런 건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몬스터와 마족 들의 동태를 보고해라.

휘하 지휘관들과 소환수들에게 물어봤다.

-몬스터와 마족 들이 한곳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도주와는 다릅니다.

-체계적으로 퇴각하고 있습니다.

휘하 지휘관들과 소환수들의 보고를 받자 확실해졌다.

‘이놈들이 전력을 하나로 모으고 있었다.’

그리고 전력이 모이는 중심에는?

‘마왕 자간이 있을 확률이 높다.’

뭐, 그게 아니더라도.

‘대공급이 있겠지.’

어쨌든 제61마계 소속 마족들이 힘을 합쳐 반격을 준비하는 건 확실하다.

‘굳이 기다려 줄 필요는 없지.’

강현수는 굳이 적들이 힘을 하나로 모을 동안 친절하게 기다려 줄 생각이 없었다.

“가자.”

콰우우우우우!

강현수의 말에 마룡족 로드가 힘찬 포효와 함께 빠르게 하늘을 가로질렀다.

-놈들이 모이는 장소를 보고해라.

현재 전투를 치르고 있는 건 강현수만이 아니다.

휘하 지휘관들과 소환수들의 보고를 받으면.

충분히 몬스터와 마족 들이 모이는 장소를 특정해 낼 수 있다.

* * *

“후우! 죽을 뻔했군.”

마왕 자간은 약간(?)의 위기는 있었지만.

결국 무사히 차원 게이트를 통과해 세이버 차원으로 넘어오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죽어 나가는 권속들의 움직임을 더 생생히 파악할 수 있었다.

‘건방진 놈들.’

이가 뿌득뿌득 갈렸다.

그렇지만.

‘내가 온 이상 끝이다.’

마계 귀족이 아무리 강해 봐야, 마왕과는 그 격이 다르다.

‘아직 저놈들의 군주는 세이버 차원에 오지 못했을 거다.’

그럼?

‘내가 다 잡아먹을 수 있어.’

마왕 자간의 얼굴이 강렬한 탐욕에 물들었다.

‘아마 강한 놈들은 이곳에 뭔가가 있음을 느꼈겠지.’

그렇기에 강한 순서대로 이곳으로 몰려올 것이다.

마계 대공이나 마계 공작이 올 확률이 높았지만,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내가 세이버 차원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에 최대한 큰 성과를 내야 한다.’

왜?

자신이 도착한 사실이 알려지면, 기세등등하게 자신의 권속들을 사냥하던 다른 마왕의 권속들이 꽁지가 빠져라 도망칠 테니까.

어쩌면 차원 게이트를 열고 본래 자신의 차원으로 도망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함정을 마련한 것이다.

최대한 많은 숫자의 강력한 마계 귀족들을 잡기 위해서.

쿠아아아아앙!

그때 멀리서 성난 포효와 함께 거대한 체구를 가진 마룡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 정도 크기와 마기라면 대공급이군.’

역시 처음부터 훌륭한 먹잇감이 걸려들었다.

마왕 자간은 대공급 마룡을 유인하기 위해 자신의 마기를 최대한 억눌렀다.

마왕 자간의 권능은 물질 분해와 재조립.

무생물이든, 생물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돌을 금이나 은으로 바꿀 수 있고.

강철이나 나무로도 바꿀 수 있으며.

살아 있는 생명체를 흙이나 돌로 만들 수도 있고.

금이나 은으로 만들 수도 있다.

무생물과 생물을 가리지 않고 모조리 분해시켜 원하는 것으로 만드는 마왕 자간의 권능은.

전투 상당히 적합했다.

적의 육체를 모래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고, 적의 피를 술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나보다 격이 높은 자에게는 권능이 통하지 않는다는 거지.’

이게 너무 큰 단점이었다.

자신보다 하위 서열의 마왕들과의 전투라면, 압도적으로 승리할 자신이 있다.

그러나 자신보다 상위 서열 마왕과의 전투라면?

무조건 필패였다.

마왕 자간이 위험을 감수하고 차원 게이트를 넘어온 이유.

그리고 차원 세이버를 노리는 마왕의 권속들을 먼저 먹어 치우려는 이유.

그 모든 게 자신의 격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격을 최대한 올려놓고.

차원 세이버를 노리던 마왕까지 먹어 치우면?

격이 순식간에 급등하며.

‘중하위 서열 마왕들을 무차별적으로 사냥할 수 있다.’

마왕 자간의 두 눈이 강한 탐욕으로 물들었다.

그와 동시에 대공급 마룡을 향해 손을 뻗으며 자신의 권능을 사용했다.

지이이이이잉!

황금빛 마기가 요동치며 뻗어 나가 대공급 마룡의 몸에 닿았고.

그 순간.

파사사사삭!

강력하기 그지없는 마룡족의 육신이 그대로 산산이 부서지며 모래로 변해 흘러내렸다.

‘응?’

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

‘왜 혼이 없지?’

거기다.

덩치에 비해 뿜어져 나오는 마기의 양도 적었고.

‘흡수되는 마기가 너무 적어.’

대공급 마룡을 소멸시켰다.

그럼 엄청난 마기가 몸속으로 흘러들어야 하거늘 그런 기미가 전혀 없었다.

그때.

휘이이이익!

모래로 변해 흩어지고 있는 대공급 마룡의 몸을 꿰뚫고, 무언가가 맹렬한 기세로 마왕 자간을 향해 달려들었다.

순간 화들짝 놀랐지만.

‘인간?’

상대의 정체를 알아차린 순간 긴장감이 탁 하고 풀렸다.

‘어떻게 인간이 대공급 마룡과 함께 있는 거지?’

그런 의문이 들었다.

왜 대공급 마룡이 저렇게 적은 마기를 가지고 있는지.

왜 혼이 없는지.

이상한 건 많았지만.

‘그런 건 천천히 알아보면 그만이지.’

그렇기에 손을 뻗어.

지이이이잉!

자신에게 덤벼드는 인간을 향해 권능을 행사했다.

황금빛 마기가 눈앞의 인간을 뒤덮었다.

‘황금 동상으로 만들어 주마.’

마왕 자간의 의지를 타고 황금빛 마기가 인간의 신체를 분해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런데.

사아아아악!

황금빛 마기에 뒤덮인 인간이 아무렇지 않게 몸을 움직였고.

빠른 속도로 마왕 자간을 향해 달려들어.

콰콰콰콰콰콰!

핏빛 오러에 휩싸인 검을 휘둘렀다.

“이런 미친!”

화들짝 놀란 마왕 자간이 마기를 끌어 올려 자신의 몸을 방어했지만.

서걱!

핏빛 오러에 휩싸인 검은 너무나 쉽게 마왕 자간의 방어를 뚫고.

좌아아악!

마왕 자간의 오른팔을 잘라 버렸다.

“크아아아악!”

마왕 자간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터트리며.

“죽어! 죽어라! 인간!”

지이이이잉!

연달아 자신의 권능을 발휘했다.

황금빛 마기가 화려하게 요동쳤다.

저 인간의 들고 있는 검이 모래로 변해 사라지고.

인간의 육체는 먼지처럼 으스러져야 했지만.

놀랍게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왜? 왜? 도대체 왜?”

마왕 자간이 비명에 가까운 외침을 쏟아 냈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서걱! 좌악!

인간의 검은 착실하게 마왕 자간의 육체를 베어 나갔다.

“이럴 수는 없다. 이럴 수가 없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마왕 자간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아니, 납득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걸 납득하는 순간, 눈앞의 인간이 마왕 자간 자신보다 더 격이 높은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으니까.

그렇지만 아무리 부정해 봐도.

지이이잉!

연달아 사용한 마왕 자간의 권능은 상대의 육체는 물론 들고 있는 무기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 결과.

콰직!

하찮은 존재라고 무시했던 인간의 검에 심장이 꿰뚫리고.

서걱!

목이 날아갔다.

서열 61위의 마왕치고는 너무나 허망한 최후였다.

* * *

‘쉽네.’

강현수는 마왕 자간을 손쉽게 제거했다.

소환수인 마룡족 로드를 순식간에 모래로 만들어 버릴 때는 적잖이 놀랐다.

그렇지만.

그 황금빛 마기가 자신의 몸에 아무런 해를 끼칠 수 없다는 걸 확인한 순간.

두려울 게 없었다.

강현수는 마왕 그레모리, 마왕 단탈리온, 마왕 암두시아스를 통해 72 마왕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었고.

마왕들이 보유한 권능도 대략 파악하고 있었다.

눈앞에서 마룡족 로드가 모래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잠시지만 자신에게도 이 권능이 적용되면 어떻게 하지 하고 생각하긴 했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았다. 당황하지 않았다.

곧바로 자신의 격이 마왕 자간보다 더 높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마왕 자간의 권능이 자신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순간.

강현수는 승리를 확신했다.

그리고 결과는?

보다시피 너무도 손쉬운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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