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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원의 군주

    ‘창조의 권능은 그런 식으로 강화할 수 있는 게 아닐 텐데?’

    강현수의 상식으로는 그랬다.

    그렇지만.

    ‘가이아 시스템이 거짓말을 할 리는 없지.’

    강현수가 가이아 시스템을 좋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회귀 전과 후를 통틀어 거짓된 정보를 전달해 준 적은 없었다.

    ‘혹시 그건가?’

    강현수의 머릿속에 차원을 점령하게 되면 미약한 창조의 권능을 얻을 수 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지만.

    ‘그냥 주는 걸 가지고 이런 시스템 메시지를 보내지는 않을 텐데.’

    잠시 고민해 봤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혹시?’

    강현수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가이아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창조의 권능을 나눠 주려는 건가?’

    솔직히 말해서 강현수가 가이아 시스템의 보조를 받는 것 자체가 창조의 권능을 얻는 일이었다.

    업적, 스킬, 직업 등등.

    이 모든 게 가이아 시스템이 가진 창조의 권능으로 이루어진 것들이다.

    ‘공짜로 주어진 건 단 하나도 없어.’

    강현수가 몬스터를 사냥하든 마족을 사냥하든 어떤 성과를 거뒀을 때 준 보상이다.

    ‘분명 법칙을 어길 수 없다고 했지.’

    강현수는 가이아 시스템이 가지고 있던 기계 같은 면을 떠올렸다.

    그리고 방금 전 느꼈던 인간적인 면을 떠올렸다.

    ‘가이아 시스템은 정해진 코드를 그대로 실행하는 프로그램이야.’

    그 가정은 틀리지 않았다.

    강현수는 여기에 몇 가지 가정을 더 추가했다.

    가이아 시스템을 만든 존재가 소멸했다면? 아니면 소멸하지는 않았어도 가이아 시스템을 제어할 능력이 없다면?

    ‘간접적으로 간섭하는 수밖에 없겠지.’

    예를 들면 정해진 보상을 조금 과하게 준다든가.

    플레이어에게 꼭 필요한 걸로 보상을 바꾼다든가.

    ‘나한테 퍼 주고 싶어도 법칙 때문에 줄 수 없는 상황일 확률이 높아.’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 강현수라는 존재는 두 개의 차원을 구해 내고 세 마왕을 쓰러트린 강자다.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야.’

    가이아 시스템의 영향을 받는 차원과 마신이 지배하던 72개의 차원.

    이 두 차원들은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고.

    강현수가 예상하기로.

    ‘승률은 마계 쪽이 더 높을 거다.’

    가이아 시스템이 이성이 있는 존재라면.

    ‘다른 놈들한테 찔끔찔끔 지원하느니 차라리 나한테 올인하는 게 전쟁에서 승리할 확률이 더 높다는 걸 알고 있겠지.’

    문제는 가이아 시스템이 정해진 프로그램대로만 움직이고 있고 운영자도 직접적인 제어가 불가능하다는 것.

    그럼?

    ‘지금처럼 간접적으로 지원해 줄 수밖에 없겠지.’

    강현수가 차원을 점령하는 성과를 내면.

    가이아 시스템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창조의 권능을 떼어 주는 식으로 말이다.

    ‘좋네.’

    강현수로서는 나쁠 게 없었다.

    가이아 시스템이 자신을 적극적으로 보조해 준다면.

    적은 성과를 올려도 더 과한 보상을 준다면.

    강현수는 더욱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다.

    ‘일단 할 일부터 하자.’

    강현수는 일인원수부 구성 스킬을 사용해 마왕 암두시아스를 소환수로 만들었다.

    “주군을 뵙습니다.”

    방금 전까지 강현수를 죽이기 위해 날뛰던 마왕 암두시아스가 공손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강현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마계 귀족들을 소환수로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최상위 마족들도 소환수로 만들었다.

    ‘점점 소환수의 질이 올라가고 있어.’

    이대로 가면 나중에는 가장 등급이 낮은 소환수의 기준을 상급 마계 귀족 정도로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능하면 전원 마계 귀족급으로 만들고 싶기는 한데, 천만에 달하는 수를 다 채우는 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볼 생각이었다.

    “네가 점령하고 있던 차원은 제67마계와 제71마계가 전부인가?”

    “아닙니다. 아론이라는 인간들의 차원 하나를 점령해 지배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마왕 암두시아스의 말을 들은 강현수가 머리를 굴렸다.

    ‘그럼 내가 추가로 지배할 수 있는 차원은 두 개가 더 늘어난다.’

    거기다 확인해야 할 정보가 하나 있었다.

    “그레모리, 네가 지배하던 차원은 어떻게 되었을 것 같나?”

    “아마 저를 노리던 서열 38위의 마왕 할파스의 손에 들어갔을 겁니다.”

    “그 후 아틀란티스를 침공했을까?”

    강현수의 물음에.

    “그건 저도 알 수가 없는지라.”

    그레모리가 송구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건 어쩔 수 없지.”

    마왕 그레모리는 강현수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그 후 강현수는 곧바로 지구로 이동했다.

    제56마계와 아틀란티스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강현수도 모르고 마왕 그레모리도 알 수가 없었다.

    ‘가장 빨리 확인하는 방법은 아틀란티스 차원과 연락을 취하는 건데.’

    불가능하지는 않다.

    아틀란티스에는 투황과 유카를 비롯해 강현수의 휘하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으니까 말이다.

    문제는 단순히 연락을 취하는 데 소모되는 대가가 너무 크다는 거였다.

    ‘일단 창조의 권능부터 늘리고 보자.’

    창조의 권능이 늘어나면, 효율이 증가하고 더 적은 스텟을 소모해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다.

    ‘일단 마왕 암두시아스가 점령하고 있던 차원부터 손에 넣자.’

    차원 하나를 점령할 때 창조의 권능이 얼마나 증가하느냐 하는 것도 강현수가 파악해야 할 포인트 중 하나였다.

    “암두시아스.”

    “예, 주군.”

    “제67마계와 아론으로 가고 싶다. 따로 창조의 힘을 소모해야 하나?”

    “아니옵니다. 제가 영구적으로 연결시켜 놓은 차원 게이트가 있사옵니다.”

    “안내해라.”

    “예.”

    강현수는 마왕 암두시아스의 안내를 따라 이동했고.

    곧 영구적으로 뚫려 있는 거대한 차원 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가?”

    “그렇사옵니다.”

    “지구와도 연결할 수 있나?”

    “차원의 지배자가 동일하니 창조의 권능을 조금만 소모하더라도 가능하옵니다.”

    강현수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물론 당장 지구와 다른 차원을 연결할 생각은 없었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제71마계는 아예 포기하는 편이 좋지.’

    그건 제67마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몬스터들이 출입할 수 있게 하는 건 나쁘지 않지.’

    그럼 영구적인 사냥터를 만들 수 있다.

    제67마계를 일종의 몬스터 양식장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 후 적당한 숫자의 몬스터를 계속해서 지구로 투입시킨다면?

    반영구적인 사냥터를 만들 수 있다.

    ‘그건 나중에 하고.’

    일단은 제67마계에 진입하는 게 우선이었다.

    저벅저벅.

    강현수가 차원 게이트를 넘었다.

    ‘의외네.’

    제71마계에 진입했을 때처럼 강한 압박이 없었다.

    오히려 편안했다.

    이는 제67마계의 군주인 마왕 암두시아스가 소멸했기 때문으로, 방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긴가?”

    강현수가 제67마계에 도착했다.

    그 순간.

    [새로운 차원을 점령했습니다.]

    [차원의 군주 효과가 강화됩니다.]

    짧은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창조의 권능이 늘었다.

    ‘호오.’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적은 양도 아니지.’

    이 정도면 마왕 단탈리온을 쓰러트리고 얻은 창조의 권능의 1/10는 될 것 같았다.

    ‘마왕 암두시아스로 비교하면 조금 적어지지만.’

    그건 마왕 암두시아스가 세 개의 차원을 점령하고 있던 상태였기에 그랬으리라.

    “몬스터들은 남아 있지?”

    강현수가 처리한 건 제71마계로 넘어온 몬스터들뿐.

    제67마계에 남아 있던 몬스터들은 숫자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멀쩡히 살아 있었다.

    “그렇사옵니다.”

    “굳이 따로 관리해 줘야 할 필요는 없지?”

    “예, 몬스터의 생명력은 강인합니다.”

    그건 강현수도 인정했다.

    몬스터는 관리를 소홀히 하면 온도, 먹이, 질병 관련 사고가 발생해 금방 죽어 버리는 연약한 가축이 아니었으니까.

    굳이 관리하지 않아도 알아서 살아남아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리라.

    “아론으로 가자.”

    “예.”

    강현수의 지시에 마왕 암두시아스가 다시금 안내를 시작했고.

    “이곳입니다.”

    새로운 차원 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아론이라는 차원의 상황은?”

    “대략 3억 정도의 인간이 가축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죽었습니다.”

    “네가 한 짓이지?”

    “그렇사옵니다.”

    마왕 암두시아스의 대답에 강현수는 순간 분노가 끓어올랐다.

    아론이라는 차원의 원래 인구가 얼마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못해도 몇십억은 됐겠지.’

    그런데 그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겨우 3억 명만 살아남은 것이다.

    그것도 가축으로 취급받으면서 말이다.

    만약 강현수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아틀란티스와 지구도 비슷한 꼴을 당했으리라.

    “가자.”

    화가 나기는 했지만.

    강현수는 굳이 소환수가 된 마왕 암두시아스에게 화풀이를 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어차피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한 마왕 암두시아스는 죽었다.

    소환수 마왕 암두시아스는.

    그저 죽은 마왕 암두시아스의 백으로 만든 인형일 뿐 화를 내고 처벌을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파지지직!

    강현수가 차원 게이트를 통과해 아론이라는 차원에 도착했다.

    ‘처참하네.’

    그게 강현수의 첫 감상이었다.

    폐허.

    차원 아론에는 무너진 건물과 먼지 쌓인 백골만이 가득했다.

    마왕에게 점령당한 차원을 목격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고, 그렇기에 더욱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때.

    [새로운 차원을 점령했습니다.]

    [차원의 군주 효과가 강화됩니다.]

    다시금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런데.

    ‘조금 더 늘었어?’

    제67마계를 점령했을 때보다 아론을 점령했을 때 주는 창조의 권능이 더 많았다.

    ‘단순히 점령당한 차원을 수복했기 때문인가?’

    그게 아니라면?

    ‘앞으로 점령하는 차원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창조의 권능을 줄 수 있다는 건가?’

    지금 당장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강현수로서는 나쁠 게 없었다.

    “살아남은 인간들은 누가 다스리고 있지?”

    “마족의 계약자들입니다.”

    “인류의 배신자들이군.”

    “그렇사옵니다. 아마 갑자기 계약이 끊겨 적잖이 당황하고 있을 것이옵니다.”

    “이곳에도 가이아 시스템이 있나?”

    “있었으나 지금은 없사옵니다.”

    “무슨 뜻이지?”

    “차원 아론을 점령한 후 제 베이스가 된 존재가 가이아 시스템이 품고 있던 창조의 권능을 먹어 치웠나이다. 그 후 이 차원의 인간들은 가이아 시스템의 힘을 잃었사옵니다.”

    ‘포기한 거네.’

    강현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마왕 암두시아스가 품고 있는 창조의 권능은.

    마왕 그레모리나 마왕 단탈리온보다 많기는 했지만, 압도적이라는 느낌은 아니었다.

    ‘고작 그 정도 창조의 권능으로 플레이어를 대량으로 키워 낼 수는 없지.’

    아마 마왕 암두시아스가 먹어 치운 창조의 권능은.

    가이아 시스템과 아론이라는 차원을 이어 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점령당한 후 연결은 끊겼고, 가이아 시스템은 이 차원을 버렸다.’

    정확히는 투자해도 재기의 여지가 없으니 버림받은 것이리라.

    냉정하게 따지면.

    ‘틀린 선택은 아니야.’

    재기의 여지가 없는데 계속해서 창조의 권능을 투자해 봐야.

    오히려 마왕 암두시아스의 힘만 키워 주는 꼴이 되었을 테니까.

    그렇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입맛이 씁쓸했다.

    이 아론이라는 차원은.

    지구나 아틀란티스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다른 결과를 맞이했을 뿐이니까.’

    전쟁에서 패배했다면.

    지구와 아틀란티스 모두 이 아론이라는 차원과 같은 상황에 놓였으리라.

    ‘뭐, 이제는 아니지만.’

    차원 아론의 지배자는 이제 마왕 암두시아스가 아니라 강현수였다.

    강현수는 인간 농장이라는 비인간적인 환경을 유지할 생각이 없었고.

    같은 동족인 인간을 배신하고 마왕군에게 붙어 버린 인류의 배신자들 역시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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