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습 (3)
* * *
‘싹 쓸려 나갔네.’
핵무기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뭐, 어디까지나 한계가 명확하지만.’
마왕은커녕 고위 마계 귀족들도 멀쩡했다.
심지어 하위 서열 마계 귀족들 중에서도 강한 놈들은 어떻게든 핵폭발을 견뎌 냈다.
‘일반 마족과 몬스터를 쓸어버린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게다가 무려 하위 마계 귀족까지 쓸어버리지 않았는가?
거기다 경험치까지 준다.
강현수로서는.
광렙도 이런 광렙이 없었다.
그 결과, 창조의 권능을 사용해 마왕 그레모리와 마왕 단탈리온을 손쉽게 강화시킬 수 있었다.
이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성과였지만.
‘이제 겨우 디저트만 먹은 셈이지.’
몬스터와 마족 들을 대거 학살하고 얻은 경험치보다는.
죽은 몬스터와 마족 들이 뿜어낸 사기와 마이너스한 감정을 마기로 치환해 흡수하고, 그것도 모자라 소멸하면서 뿜어져 나온 마력과 마기를 흡수한 마왕 암두시아스와 그 휘하의 마족들.
‘저놈들이 메인 디시지.’
제67마계의 모든 것을 압축한 정수.
그게 바로 마왕 암두시아스와 그 권속들이었다.
저 녀석들을 쓰러트리면.
대량의 경험치와 막대한 마기를 얻는 데다.
마왕 하나와 마계 귀족들을 대거 소환수로 만들 수 있다.
‘물론 순순히 죽어 주지는 않겠지.’
그렇지만 강현수에게는 이 전쟁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콰콰콰콰콰!
강현수의 검이 핏빛 오러로 휩싸였다.
휘익!
강현수가 검을 휘두르자.
콰지지직!
핵폭발에서 살아남았던 강인한 마계 귀족들이 너무도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이 건방진 인간 놈이!”
분노한 마왕 암두시아스의 일갈과 함께.
파아아아앙!
강력한 음파가 뿜어져 나왔다.
강현수는 마력과 마기를 끌어 올려 귀를 보호했다.
마왕 암두시아스의 권능은 죽음의 노래.
‘무협 소설로 치자면 음공 같은 거지.’
음파로 무형의 공격을 가하고.
정신력이 낮은 이들은 마왕 암두시아스의 권능 죽음의 노래에 노출된 것만으로도.
‘정신을 장악당해 마왕 암두시아스의 노예가 된다지.’
역시 하위 서열은 하위 서열인 이유가 있었다.
마왕 단탈리온은 환영을 간파당하면 한없이 약해진다.
그건 마왕 암두시아스도 마찬가지로.
죽음의 노래로 상대의 정신을 장악하지 못하면?
‘한없이 약해지지.’
마왕 그레모리 역시 모든 것을 불태우는 겁화의 권능 없이 치유의 권능만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 마왕 서열이 더 낮아졌으리라.
‘하지만 그래도 마왕은 마왕이지.’
최하위 서열인 마왕 단탈리온조차 권능이 무력화된 상태에서도 강력한 무력을 발휘했다.
‘마왕 암두시아스의 권능은 정신 지배만이 아니라 공격에도 사용할 수 있으니까.’
마왕 단탈리온보다 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죽음의 노래의 가장 큰 효과 중 하나가 무력화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놈을 죽여라!”
마왕 암두시아스의 명령과 함께 살아남은 마계 귀족들이 벌 떼처럼 달려들었다.
단순히 마계 귀족들만 달려들었다면 일방적인 학살이 벌어졌겠지만.
마왕 암두시아스 역시 권속인 마계 귀족들과 함께 공격해 들어오는 상황.
그러나 강현수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망설이지도 않았다.
그저.
‘일인원수부 소환.’
자신의 권속들을 부를 뿐.
슈슈슈슈슉!
가장 먼저 마왕 그레모리와 마왕 단탈리온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뒤를 이어 강현수 휘하의 지휘관들과 고위 마계 귀족 그리고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를 바탕으로 만든 소환수들이 무더기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레모리와 단탈리온이 왜?”
마왕 암두시아스는 적잖이 당황했다.
자신과 같은 격을 가진 마왕이 갑자기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등장했으니 놀랄 만도 했다.
그러나 마왕 암두시아스는 금방 진실을 알아차렸다.
“백만 남은 껍데기였구나.”
마왕 그레모리와 마왕 단탈리온의 혼은 존재하지 않았다.
저 두 마왕은 그저 남겨진 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언데드 같은 존재일 뿐이었다.
“얕잡아 보지 않는 게 좋을걸.”
강현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마왕 그레모리와 마왕 단탈리온.
비록 소환수로 부활하며 그 격이 꽤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무려 마왕이었던 존재를 바탕으로 만든 만큼.
일반적인 소환수들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강했다.
거기다 강현수는 마왕 그레모리와 마왕 단탈리온을 사령관으로 임명한 상태.
당연히 지휘관의 축복도 내려 주었고.
그것도 모자라 그간 얻은 경험치를 비롯해 창조의 권능까지 사용해 전투력을 최대치로 올렸다.
‘뭐, 아무리 그래 봤자 살아 있을 때와 비교하면 꽤 부족한 게 많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따라왔다.
거기다 하나가 아닌 둘.
마왕을 베이스로 만든 그레모리와 단탈리온이 힘을 합친다면?
웬만한 마왕 하나 정도는 능히 상대할 수 있었다.
‘마침 좋은 상대가 있기도 하고.’
강현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직접 나설 생각이 없었다.
이번 전투는 소환수로 다시 태어난 마왕 그레모리와 마왕 단탈리온을 테스트하는 무대 중 하나였다.
‘마왕 암두시아스가 예상외의 강자였다면 이런 여유를 부릴 수도 없었겠지만.’
강현수가 보기에 마왕 암두시아스는 모든 것을 쏟아붓고 쓰러트려야 할 강적이 아니었다.
“가라.”
강현수의 지시에 마왕 그레모리와 마왕 단탈리온이 앞으로 나섰다.
화르르르륵!
마왕 그레모리가 뿜어낸 화염이 고위 마계 귀족들을 불태웠고.
콰직! 우득! 으적!
마왕 단탈리온이 만들어 낸 칠흑빛 그림자가 고위 마계 귀족들을 씹어 먹었다.
그와 더불어 송하나를 비롯한 휘하 지휘관들과 마계 귀족과 네임드 플레이어, 랭커로 이루어진 소환수 부대 역시 무시무시한 위용을 선보이며 고위 마계 귀족들을 쓰러트렸다.
‘일인원수부 구성.’
강현수는 느긋하게 휘하 지휘관들과 소환수들이 쓰러트린 마계 귀족들을 소환수로 부활시킨 후 전장에 합류시켰다.
강현수의 스텟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으아아아아아!”
마왕 암두시아스가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고, 긴 뿔에서 기이한 소음을 뿜어냈지만.
살아 있는 자가 아닌 소환수를 정신 지배 하는 건 불가능했다.
휘하 지휘관들이 유일한 문제였지만.
송하나를 비롯한 휘하 지휘관들 역시 보통 인물들은 아니었다.
애초에 이번 일에 동원된 인원 전부가 마왕 그레모리를 쓰러트렸던 귀환자들이었고.
지구에서는 마왕 단탈리온을 쓰러트리기까지 했다.
거기다 강현수의 레플리카 스킬 공유까지 받았으니.
마왕과 일대일 승부를 벌이는 것도 아니고, 합공을 하는 상태에서는.
충분히 자기 몫을 해낼 수 있었다.
“고작 인간의 노예들이!”
마왕 암두시아스는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러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강현수에 의해 강화된 마왕 그레모리와 마왕 단탈리온은.
다른 지휘관이나 소환수의 도움 없이도 마왕 암두시아스를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그런 상황에서 휘하 마계 귀족들조차 죽어서 강현수의 소환수로 부활해 전장에 합류해 버리니.
마왕 암두시아스에게 승산 따위가 있을 리 만무했다.
“죽여 버리겠다! 죽여 버리겠어!”
마왕 암두시아스가 강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단탈리온도 그러더니 어째 하는 짓이 전부 다 똑같냐?’
강현수는 혀를 끌끌 찼다.
사실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소환수들은 아무리 죽여 봐야, 소환사만 멀쩡하면 다시 부활시킬 수 있다.
그러니 소환사 계열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소환수가 아니라 소환사를 노리는 전략이 필요했다.
하지만 당연히 소환사도 그걸 아는 만큼 얌전히 당해 줄 리가 만무했다.
화르르르륵!
마왕 그레모리가 날린 화염이 마왕 암두시아스의 상반신을 불태웠고.
우득! 우직!
마왕 단탈리온의 그림자 군세가 마왕 암두시아스의 하반신을 뜯어 먹었다.
파지지직!
콰콰콰콰콰콰!
거기다 송하나를 비롯한 휘하 지휘관들의 공세와 고위 마계 귀족을 베이스로 만든 소환수들의 공격까지.
마왕 암두시아스의 육체는, 강현수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만신창이로 변했고.
콰직!
송하나가 날린 검에.
“커어어억!”
심장을 꿰뚫렸다.
“거의 다 왔거늘.”
마왕 암두시아스가 안타깝다는 듯 중얼거렸다.
“와도 소용없었어.”
달의 그림자를 통해 몸을 숨겨도 그만이고.
공간 이동 스킬을 통해 이동해도 그만이며.
오러가 담긴 검을 휘둘러도 그만이었다.
애초에 마왕 암두시아스에게 승산 따위는 없었다.
[두 번째 마왕군을 무찌르고 지구를 지켜 냈습니다.]
강현수의 눈앞에 익숙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압도적인 기여도 1위를 달성하셨습니다.]
[보상으로 U-EX랭크 스킬 한계 돌파를 습득하셨습니다.]
[보상으로 U-EX랭크 스킬 무한 성장을 습득하셨습니다.]
‘뭐야? 이번에는 두 개밖에 안 주나?’
마왕 단탈리안을 쓰러트렸을 때는 무려 세 개의 U-EX랭크 스킬을 받았다.
그런데 더 상위 서열이고, 더 강한 마왕인 암두시아스를 쓰러트렸음에도 오히려 보상이 줄어들었다.
‘가이아 시스템이 나한테 친화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강현수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어, 나한테 기여도 1위가 떴어.”
송하나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U-EX랭크 스킬을 두 개나 주네.”
“아마 나랑 중복일걸. 누가 2위야?”
강현수가 그렇게 말하며 휘하 지휘관들에게 물었다.
그런데.
“전 3위입니다.”
“전 4위입니다.”
2위가 없었다.
‘뭐야? 중복 지급 아니었나?’
당연히 중복으로 지급되어야 할 보상이 나뉘었다.
‘그러고 보니.’
마왕 단탈리온을 잡았을 때는 강현수와 중복으로 1위 기여도를 기록한 인물이 없었다.
‘물론 송하나가 두 개를 받았으니 결과적으로 동일하기는 한데.’
뭔가 보상이 짜졌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세 번째 마왕군의 침공을 대비하세요.]
그러는 와중에 세 번째 마왕군의 침공에 대비하라는 시스템 메시지까지 떠올랐다.
‘보상은 줄고 임무는 그대로라? 이게 무슨 뜻이지? 가이아 시스템이 이제 와서 나를 배척하기로 한 건가?’
강현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아닙니다. 저는 당신을 배척하거나 적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최선을 다해 돕고 있습니다. 다만 법칙을 어길 수 없고 여력이 없어 그리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강현수의 눈앞에 작은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뭐야?”
강현수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금까지 가이아 시스템은 일종의 프로그램 느낌이었다.
감정도 없었고, 개인적으로 의견을 밝힌 적도 없었다.
그런데 방금.
‘가이아 시스템이 나한테 대답을 했어?’
이런 일은 난생처음이었고, 지금까지 이런 일이 있었다고 들어 본 적도 없었다.
‘지금 내 말에 대답한 건가?’
강현수가 가이아 시스템에게 물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강현수가 헛것을 본 건 아니었다.
‘분명 가이아 시스템의 메시지였어.’
확실했다.
‘법칙을 어길 수 없고 여력이 없다고 했지.’
또 강현수를 배척하지 않는다거나 돕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시스템 메시지 하나 보내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가이아 시스템은 상태창으로도 존재했고.
또 레벨이 오를 때나 새로운 업적을 세웠을 때 항상 시스템 메시지를 보냈다.
‘물론 내용 자체는 단순하지.’
기계가 정해진 단어를 프린트하는 것에 불과한 느낌.
그러나 방금 전의 시스템 메시지는 달랐다.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고.
기계가 아닌 인간이 말하는 것 같았다.
그때.
[불가능한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칭호 차원의 군주가 주어집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기계적인 메시지야.’
방금 전과는 달랐다.
‘일단 확인은 해 봐야지.’
강현수가 칭호 차원의 군주가 가진 정보를 확인했다.
[차원의 군주 – U-EX랭크]
-지배하는 차원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창조의 권능이 강화됩니다.
-현재 지배하고 있는 차원 : 2개
‘이걸로 창조의 권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이건 강현수로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옵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