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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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습 (2)

말의 형상을 가진 머리.

그 머리 위에 우뚝 솟은 뿔.

인간과 말의 형상을 반쯤 섞은 반인반수의 형상을 하고 있는 존재는 제67마계의 군주인 마왕 암두시아스였다.

‘손에 넣기는 했는데.’

마왕 암두시아스는 제71마계를 점령했다.

그러나.

‘남은 게 아무것도 없군.’

제71마계는 말 그대로 텅 비어 있었다.

‘알맹이는 모조리 빼내 갔다 이거지.’

아쉬웠다.

마왕 단탈리온을 잡아먹었다면.

창조의 권능을 늘리는 것은 물론 더 강해질 수 있었으니까.

‘금방 잡아먹을 수 있다.’

마왕 암두시아스는 지구와 연결된 차원 게이트로 몬스터들을 투입시켰다.

‘마력 농도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아.’

마왕 단탈리온이 지구로 넘어갔을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미 지구를 점령했겠지.’

마왕 암두시아스의 입에 군침이 고였다.

서열은 떨어지지만 자신과 같은 격을 가진 마왕 단탈리온과 지구라는 차원을 단숨에 삼켜 버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시간을 오래 끌 생각은 없었다.

‘몬스터들을 한계치까지 쑤셔 넣으면 금방 마력 농도를 맞출 수 있다.’

족히 수백만의 몬스터들이 소모되겠지만.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어차피 마족에게 있어 몬스터라는 존재는 노동력과 마기를 제공하는 가축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마왕 단탈리온이 얼마나 강해졌으려나?’

마왕 암두시아스는 이미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던 차원 하나를 점령했고.

그 결과 엄청난 힘을 손에 넣었다.

또 휘하 마족들과 계약한 인간 노예들을 통해 살아 있는 인간 농장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실시간으로 인간 농장에서 생산된 마기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아마 단탈리온 놈의 행보도 비슷하겠지.’

적당한 숫자의 인간들을 학살해 힘을 키우고.

인간 농장을 운영해 마이너스한 감정을 뽑아 마기로 치환하는 작업에 한창이리라.

그래서 시간을 오래 끌면 끌수록 좋지 않았다.

마왕 단탈리온이 더 강해질 테니까.

‘뭐, 그래 봤자지.’

두렵지 않았다.

마왕 암두시아스는 본래 마왕 단탈리온보다 강했다.

그와 더불어 이제 막 하나의 차원을 점령한 마왕 단탈리온과 달리.

마왕 암두시아스는 이미 하나의 차원을 점령하고 인간 농장까지 만들어 놓은 상태.

마왕 단탈리온과 싸우면 무조건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더 몸이 달았다.

“몬스터들을 쉼 없이 투입시켜라.”

마왕 암두시아스의 명령에 마족들이 움직였다.

사실 지구의 마력 농도를 더 빨리 올리기 위해서는 몬스터보다 마족들을 투입하는 게 더 효과가 좋았다.

특히 마계 귀족이라면 그 효과를 더욱더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강한 힘을 가진 마족이 죽으면 지구의 마력 농도가 올라갈 테고.

반대로 강한 힘을 가진 마족이 사라지면, 마왕 암두시아스가 있는 이곳의 마력 농도는 더 낮아질 테니까.

사실 다른 차원을 침공하면서 몬스터를 투입하는 건.

침공하는 차원의 마력 농도를 높이고, 현재 머물고 있는 차원의 마력 농도를 낮추는 일종의 교환 작업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효과만 따질 수는 없었다.

효율도 따져야 했다.

‘마족들은 최대한 아껴야 해.’

마왕 암두시아스 입장에서는 몬스터나 마족이나 가축이라는 점은 똑같다.

그렇지만 몬스터가 비효율적이라도 마구마구 소모해도 되는 가축이라면.

마족은 효율을 따져 가며 가성비 있게 소모해야 하는 가축이었다.

마왕 암두시아스는 몬스터라는 가축을 계속해서 차원 게이트로 투입시켰다.

그러던 중.

파지지직!

갑자기 기이한 마력이 느껴졌다.

‘이 흐름은?’

마왕 암두시아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 마력의 흐름은 차원 게이트가 열릴 때 느껴지는 것과 동일했다.

마왕 암두시아스가 마기를 끌어 올렸다.

상위 서열의 마왕이 자신을 노리고 움직이는 걸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새롭게 열린 차원 게이트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아!”

절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차원 게이트에서 나온 존재가 품고 있는 마기가 너무 보잘것없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혼이 없군.’

겉보기에는 살아 있는 마족처럼 보였지만, 그것 어디까지나 겉모습뿐.

저 마족은 죽은 후 백으로 만들어진 언데드 같은 존재에 불과했다.

‘사신으로 보낸 건가?’

휘이이익!

그때 차원 게이트를 통과한 언데드 비스무리한 놈이 마기로 감싼 무언가를 마왕 암두시아스의 군세를 향해 집어 던졌다.

‘설마 공격인가?’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군세를 향해 날아오는 마기의 위력은 너무도 보잘것없었다.

기껏해야 중하급 마족 열댓 마리를 죽일 수 있을 정도랄까?

‘정찰병인가?’

이게 마왕 암두시아스가 할 수 있는 생각의 한계였다.

화르르르륵!

그때 마계 귀족 중 하나가 마족들에게 날아오는 마기로 감싸인 무언가를 요격했다.

그 순간.

꽈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눈이 멀어 버릴 것 같은 강렬한 빛.

모든 것을 녹여 버릴 듯한 열기.

강인한 마족의 육신을 갈가리 찢어 버릴 만한 폭발이 발생했다.

옹기종기 모여 대기하고 있던 수만에 달하는 마족들이 순식간에 증발해 버렸다.

그중에는 작위를 얻은 마계 귀족들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 * *

‘오호, 제대로 폭발했네.’

지휘관의 시선을 통해 소환수가 날린 핵무기의 위력을 감상한 강현수의 입가에서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차원 게이트의 영향으로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차원의 틈을 가로지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불안정한 차원 게이트의 경우 중간에 차원의 미아가 될 확률도 있었다.

그래서 강현수는 창조의 권능까지 사용해 핵무기를 보호했다.

그 결과.

핵무기는 아무런 문제 없이 제대로 폭발했다.

‘아주 좋아.’

차원 게이트를 통과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이상.

마족의 대군은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

거기다.

‘설마 이것까지 가능할 줄은 몰랐는데.’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후략……

레벨이 미친 듯이 오르고 있었다.

강현수는 창조의 권능을 이용해 거리에 상관없이 소환수들이 사냥해서 얻는 경험치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

그렇지만.

‘현대 병기인 핵무기를 사용한 것까지 인정해 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그게 끝이 아니다.

소환수가 핵무기를 사용한 곳은 지구가 아니라 제71마계.

강현수가 창조의 권능을 사용해 경험치를 원거리에서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그건 한 차원 내에서의 일이었을 텐데.’

다른 차원에서 소환수가 사냥한 경험치까지 흡수한다는 건 예상 밖이었고.

또 강현수가 애초에 의도했던 바도 아니었다.

그런 결과를 얻으려고 했다면.

‘훨씬 많은 힘을 창조의 권능에 쏟아부어야 했겠지.’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음에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강현수가 투자한 것 이상의 예상치 못한 성과가 나온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강현수가 투자하지 않은 성과를 얻었다는 건 누군가가 대신 그 대가를 지불했다는 뜻이고.

그건.

‘가이아 시스템밖에 없어.’

마왕을 쓰러트려 아틀란티스 차원을 구원하고, 창조의 권능을 손에 넣었지만.

가이아 시스템은 좋은 뜻이든 나쁜 뜻이든 강현수를 특별 대우 하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예상치 못한 버그를 처리할 능력이 없어서 방치하는 느낌이었지.’

그런데 마왕 단탈리온을 쓰러트리고 새로운 보상을 얻은 이후.

뭔가 달라졌다.

‘가이아 시스템이 나를 팍팍 밀어주는 것 같단 말이야.’

강현수와 휘하 지휘관들에게 맞춤형 스킬이 나왔을 때 어렴풋이 느꼈지만.

이번 일로 강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나쁠 건 없어.’

오히려 좋았다.

가이아 시스템이 필요 이상의 보상을 해 준다는 건.

강현수가 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었고.

굳이 강현수의 힘을 소모해 창조의 권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가이아 시스템이 대신 대가를 지불하고 강현수를 보조해 준다는 의미였으니까 말이다.

마치 지금처럼.

‘그럼 계속해 볼까.’

도움을 주겠다고 나오는데 굳이 사양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거기다 마계 귀족들도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은 것 같단 말이지.’

고위 마계 귀족이 아니라 하급 마계 귀족에 불과했고.

그중에서도 근거리에서 직접 폭발에 휘말린 놈들만 타격을 입은 것 같기는 했지만.

강현수로서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과였다.

아마 경험치가 미친 듯이 들어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리라.

뭐, 마왕은커녕 고위 마계 귀족에게는 별다른 타격이 없었지만 말이다.

‘살아남은 놈들은 죽은 놈들의 마기를 흡수해 더 강해지겠지.’

그러나 문제 될 건 없었다.

강해진 놈들이 흡수한 마기는 나중에 회수하면 그만이고.

방금 죽은 마족들 역시 혼은 사라졌지만.

‘백은 남아 있겠지.’

목숨이 끊어지면 혼은 금방 사라지지만, 백은 얼마간 남아 있다.

제71마계를 초토화시킨 뒤 느긋하게 가서 소환수로 만들어도 그만이라는 뜻이었다.

‘판이 깔렸으니 제대로 놀아 봐야겠어.’

방금 전에는 고작 하나의 핵무기를 사용했다.

일종의 테스트였다.

핵무기가 폭발하지 않을 수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핵무기가 마계에서도 정상 작동한다는 사실을 파악했으니.

이제는 하나가 아니라 무더기로 선물을 전달해 줄 차례였다.

강현수가 다시금 차원 게이트를 열었고.

그 속으로 핵무기를 들고 있는 소환수들을 투입시켰다.

* * *

마왕 암두시아스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꽈아아아아앙!

커다란 폭발이 일어나고 엄청난 빛과 열이 대지를 뒤덮었다.

꽈아아아앙! 꽈아아아앙! 꽈아아아앙!

거대한 버섯구름이 쉼 없이 피어오른다.

그와 동시에 마왕 암두시아스를 따르던 몬스터와 마족 대군이 빛과 화염에 휩싸여 사라진다.

고위 마계 귀족과 마왕 암두시아스는 멀쩡했지만.

그렇다고 제71마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다 합치면 족히 수백억은 되는 숫자의 몬스터와 마족 들을 보호해 줄 수는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마왕 암두시아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마력도 아니고 마기도 아닌 것이 저런 위력을 내다니?

‘마왕 단탈리온,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이냐.’

마왕 암두시아스는 차원 게이트를 통해 넘어오는 놈들의 정체를 알아내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좌표는 파악했다.

그 좌표가 가리키는 곳은 지구였다.

지구를 점령한 마왕 단탈리온이 알 수 없는 무기를 사용해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후회하게 해 주마.’

마왕 암두시아스가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휘하 몬스터와 마족 들이 거의 몰살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지만.

그 덕분에 마왕 암두시아스와 살아남은 마계 귀족들은 한계치까지 마기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마력 농도 역시 빠르게 맞춰졌다.

더 이상 몬스터를 투입할 필요도 없었고.

투입할 여력도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직접 차원 게이트를 넘어가 마왕 단탈리온을 때려죽이는 것뿐이었다.

‘단탈리온에게 빼앗은 창조의 권능으로 육체의 그릇이 가진 한계를 상승시킨다.’

그 후 마왕 단탈리온 휘하 마족들과 인간들을 학살한다.

그럼 못해도 중위 서열 마왕.

잘하면 단숨에 상위 서열 마왕 정도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

‘인간 차원 두 개를 점령하면 인간 농장도 늘어나겠지.’

그렇게 되면.

설사 단숨에 상위 서열 마왕 정도의 힘을 손에 넣지 못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마기를 공급받으며 안정적으로 늘어난 육체의 그릇을 채울 수 있으리라.

그때.

파지지직!

새로운 차원 게이트가 열렸다.

‘또 헛수작을 부리려는 거냐?’

마왕 암두시아스는 무시했다.

저 무기의 위력이 엄청나기는 했지만, 살아남은 이들을 해할 수는 없었다.

마왕 암두시아스를 비롯해 생존한 마계 귀족들은 이미 자신의 한계를 부수고 승급한 상태였으니까.

그런데.

“인간?”

차원 게이트를 넘어서 모습을 드러낸 건 백만 남은 언데드 같은 존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마왕 단탈리온이나 그 권속도 아니었다.

차원 게이트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고작 인간.

그것도 고작 한 명의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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