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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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 (3)

온전히 부활한 리치들이 토해 낸 정보는?

-차원 게이트를 넘자마자 포르든 남작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아공간에 감금되었습니다.

-차원 게이트를 넘자마자 드라포우 자작이 공격해 왔고. 제압당한 후 감금되었습니다.

-차원 게이트를 넘자마자 스타루드 백작의 공격을 받았고. 그 후 감금되었습니다.

마치 찍어 내기라도 한 듯 똑같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강한 인간을 만나 패배하였고, 그 후 계속 아공간에 감금당했습니다.

유일하게 다른 보고를 하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는 점이다.

“강한 인간?”

-예, 저를 순식간에 반파시켰습니다.

하지만.

‘고작해야 중급 마족에 불과한 녀석이니.’

아무리 지구의 인간들이 약해도, 중급 마족보다 강한 인간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게 끝인가?’

마왕 단탈리온이 마지막 남은 라이프 포스 베슬을 집어 들었다.

이 라이프 포스 베슬은, 가장 먼저 지구로 넘어갔던 리치 아르타스의 것이었다.

빠직!

라이프 포스 베슬에 작은 금이 갔다.

-으아아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마왕 단탈리온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력을 주입했다.

사아아악!

‘성공이군.’

마왕 단탈리온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라이프 포스 베슬에 나 있던 작은 금이 사라지며.

우득! 우득!

리치의 육체가 만들어졌다.

“네가 본 것을 고해라.”

마왕 단탈리온이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우어어어어!

완성된 형태의 리치가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으며 처절한 비명을 토해 냈다.

‘혼이 손상되었군.’

라이프 포스 베슬을 손상시킨 후 복구시키는 과정에서 약간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리 큰 손상은 아닌데?’

마왕 단탈리온이 지금까지 부활시킨 리치들의 1/3이 부활 과정에서 혼에 손상을 입었다.

그러나 리치 아르타스보다 혼에 더 많은 손상을 입은 녀석들도 보고는 잘만 했다.

혼이 손상되었다는 건, 마족으로서의 격이 떨어지고 정보의 손실이 발생할 뿐.

‘고통은 이미 끝났을 터인데.’

애초에 리치는 불사의 존재.

유일하게 고통을 주는 건 혼을 보관하고 있는 라이프 포스 베슬에 타격을 주는 거지만.

현재 라이프 포스 베슬은 멀쩡히 복구된 상태.

즉, 격이 떨어지고 정보의 손실이 발생했을지라도.

리치가 더 이상 고통을 느낄 이유 따위는 없었다.

“아르타스, 나의 권속이여.”

마왕 단탈리온이 리치 아르타스의 이름을 부르며.

“나의 명령에 복종하라.”

지배의 권능으로 자신의 권속인 아르타스에게 강제적인 명령을 내렸다.

리치 아르타스가 마왕보다 강하다면 지배의 권능을 거부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무조건 마왕의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강한 힘을 가진 인간…… 어둠…… 고독…… 으아아아아!

몇 가지 말을 주절주절 떠들던 리치 아르타스가 다시금 고통스러운 비명을 토해 냈다.

“정신이 온전치 못하군.”

마왕 단탈리온이 혀를 찼다.

라이프 포스 베슬에 충격을 가하기는 했지만, 혼에 난 손상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런데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에 이상이 생긴 모양이었다.

“명색이 마족이라는 놈이.”

마왕 단탈리온은 혀를 끌끌 찼다.

얼마나 정신력이 약하면 그 정도 충격에 정신이 나간다는 말인가?

그러나 이는 마왕 단탈리온의 착각이었다.

리치 아르타스는 강현수에게 붙잡힌 이후.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는 엄청나게 큰 아공간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당연히 계속해서 정신이 깎여 나갔다.

그나마 혼에 상처를 입지 않고 온전히 부활했다면.

명색이 마족인 만큼 오래가지 않아 깎여 나간 정신을 회복했으리라.

하지만 불행하게도 부활 과정에서 혼에 상처를 입어 버렸고.

그 결과.

일시적으로 깎여 나간 정신이 영구적인 손상으로 이어져 버렸다.

“인간, 어둠, 고독이라.”

어둠과 고독이라면 아마 아공간이리라.

‘전체적인 내용은 다른 리치들과 비슷하군.’

다른 점은?

인간.

‘두 놈이 인간을 언급했단 말이지.’

반역자들에게 당한 놈들도 있고.

인간에게 당한 놈들도 있다.

어쩌면?

‘확률은 낮지만, 반역자 놈들이 인간들과 일시적으로 손을 잡은 걸지도.’

그게 아니라면?

‘반역자 놈들이 인간을 노예로 부리고 있을 수도 있다.’

약한 놈들은 정리해 먹잇감으로 삼고.

강한 놈들은 권속으로 삼았을 확률이 높았다.

그렇지만.

가장 큰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도대체 그놈들이 무슨 배짱으로 그런 짓을 한 거지?’

반역.

그것도 한 놈도 아니고 보내는 족족.

거기다 최근에 보낸 전력들은.

‘설사 그놈들이 지구의 인간들을 학살하고 강해졌다고 해도 절대 이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닌데.’

마왕 단탈리온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최근 차원 게이트를 통해 지구로 넘어간 전력은.

강하기도 하지만, 충성심도 깊다.

그런 만큼 반역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쓸려 나가거나.

반역자들에게 동조할 확률은 낮았다.

그럼에도 그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는 건?

‘다른 마왕이 지구를 이미 점령한 상태인 건가?’

그런 상황이라면, 모든 걸 이해할 수 있다.

마계 귀족들의 배신과 최근 보낸 전력의 손실까지.

그렇지만.

‘그럼 마력 농도가 그따위일 리가 없는데.’

지구가 다른 마왕에게 침공당한 상태라면?

차원 게이트를 여는 데 그렇게 힘들 필요가 없었다.

또 지구의 마력 농도가 빠르게 올라갈 리도 없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마왕 단탈리온은 지구의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물러날 수도 없었다.

지구에 투입한 병력이 너무 많았다.

남은 전력으로는 마왕 암두시아스의 공격을 힘겹게 막아 내는 게 전부.

현재 마왕 단탈리온에게 남은 선택지는?

남은 전력을 이끌고 자신이 직접 지구로 넘어가거나.

마왕 암두시아스와 일전을 벌이는 것뿐이었다.

‘빌어먹을.’

지구는 정보가 없어 꺼림칙하고.

전력이 손상된 상황에서 마왕 암두시아스를 상대로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지.’

마왕 단탈리온은 결국 남은 전력을 모조리 긁어모아 지구로 넘어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 * *

강현수와 세계 플레이어 협회는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대규모 침공을 훌륭하게 막아 내는 데 성공했다.

‘성과가 어마어마하네.’

대규모 침공이었던 만큼, 소환수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되었다.

‘최상급 몬스터가 최하야.’

전체적으로 최하 커트라인이 올라갔다.

그러나 이건 그리 큰 업그레이드라고 볼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질이었다.

‘마계 귀족 비율이 확 올라갔어.’

강현수는 마왕 그레모리를 포함한 휘하의 마계 귀족들을 소환수로 만들었지만.

천만은커녕 1만도 채우기 힘들었다.

한데 이번 일로 인해.

‘1만이 넘었어.’

뭐, 애초에 숫자는 적어도 마계 귀족급 소환수는 엄청난 강력함을 지니고 있었다.

가장 낮은 계급인 마계 남작급 소환수만 해도.

최상급 몬스터로 만든 소환수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강함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마왕 단탈리온의 남은 군세를 통째로 먹어 치우자.’

그럼?

마계 귀족급 소환수의 숫자를 1만 5천까지는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출신까지 합치면.’

최정예라고 불릴 만한 소환수의 숫자를 3만 정도까지는 늘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 직접 공격해 오려나?’

지구의 마력 농도는 이미 충분히 짙어졌을 터.

어쩌면 며칠 안으로 총공세를 펼쳐 올 수도 있었다.

‘걱정할 필요는 없어.’

다른 마왕은 몰라도 이미 군세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린 데다 마왕 서열마저도 최하위에 있는 단탈리온을 상대라면?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었다.

‘케르논의 확답이 있었으니까.’

마계 공작이었던 케르논은 마왕 단탈리온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많았다.

거기다 이번에 소환수로 만든 마계 대공과 공작들을 통해 정보를 교차 검증하기까지 했다.

‘마왕 단탈리온은 다른 마왕을 잡아먹은 적이 없어.’

오히려 잡아먹힐 위기였다.

쉽게 말해서 마왕 중에 최약체라고 할 수 있었다.

강현수 입장에서는.

‘가장 손쉬운 먹잇감이라고 할 수 있지.’

지구와 강현수 입장에서 가장 좋은 건.

마왕 단탈리온의 침공을 막아 내는 것과 동시에 침공 사태가 종결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단탈리온을 공격하던 암두시아스가 지구로 쳐들어온다면?

다른 마왕들이 지구를 노린다면?

‘더 강해져야 해.’

마왕 단탈리온을 잡아먹으면, 마왕 그레모리까지 합쳐서 두 명의 마왕과 그 군세를 휘하에 넣는 셈이다.

그럼 다른 상위 서열의 마왕이 쳐들어와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을 터였다.

‘충분히 할 수 있어.’

강현수는 마음을 다지며 휴식을 취했다.

* * *

미국을 선두로.

세계 플레이어 협회에 속한 국가들이 정보를 통제했다.

이번 대규모 침공 사태가 일반인들에게 알려져 봐야 좋을 게 없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대격변 이후 뻗어 나가기 시작한 종말론자들의 세력이 커질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세계 각국은 최대한 조용히 이번 사태를 묻기 위해 노력했다.

인터넷이 있었기에 차원 게이트 사태 자체를 감춰 버릴 수는 없었지만.

다행히도 이번이 역대급 대규모 침공 사태라는 것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생각보다 사건이 빨리 종결되었다는 것에 있었다.

러시아, 인도,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등등.

기존에 발생했던 차원 게이트 사태보다.

남아메리카에서 발생한 이번 역대급 대규모 침공 사태는 규모에 비해 엄청나게 빨리 종료되었다.

차원 게이트의 숫자가 엄청났고, 쏟아져 나온 병력의 규모도 엄청났지만.

범위가 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왕 단탈리온으로서는 반역자들에게 각개격파 당하지 않게 아군의 전력을 한곳으로 집중한 거지만.

강현수와 플레이어들의 입장에서는.

적들이 상대하기 편하게 한곳에 몰려서 나타나 준 것에 불과했다.

그 덕분에 마력 탐지기로 차원 게이트를 예측하기도 편했고 말이다.

사건이 빨리 종결된 덕에 세계 각국은 일반인들에게 진실을 감출 수 있었다.

하나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세계 각국의 정부들은.

강현수 덕분에 이번 사태를 무사히 종결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일개 개인의 무력이 지구의 모든 현대 병기와 플레이어들을 합친 것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강현수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맹렬히 꼬리를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 점은 특히 그간 강현수의 힘에 눌려 억지로 협조했던 국가의 경우 더욱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우리한테 보여 준 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어.

-설마 저런 괴물일 줄이야.

-기다리면서 반전을 노릴 때가 아니야.

그들이 파악했던 강현수의 힘보다 이번 전투로 드러난 강현수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비협조적으로 나왔다고 앙심을 품으면 어떻게 하지?

-납작 엎드리자.

-지금은 그것만이 살길이야.

특히 독재국가의 경우는 더욱 절박했다.

목숨을 부지한 독재자들.

독재자가 사망한 후 정권을 잡은 새로운 독재자들.

그들은 강현수가 자신들을 마음에 들어서 살려 준 게 아니라.

당장 급하니까 살려 둔 후 적당히 써먹고,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정리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강현수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런저런 수작을 부리고 준비를 했지만.

이번 사태를 목격하며 그런 마음이 쏙 하고 들어갔다.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강현수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당장 태도가 달라졌다.

강현수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은 물론.

그간 축적해 놨던 재산을 모조리 풀어서라도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이 봤을 때 강현수라는 존재는.

지구라는 별을 지배하는 절대군주였다.

목숨을 부지하고 싶다면?

현재 지배하고 있는 국가에서 왕 노릇을 계속하고 싶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충성심을 보이고.

군주의 신뢰를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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