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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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 (2)

강현수의 활약은 엄청났다.

거기다 이 자리에는 강현수만 있는 게 아니었다.

현대 병기와 더불어 지구 최정예라고 할 수 있는 랭커와 고레벨 플레이어 들이 있었고.

강현수의 소환수가 있었다.

마왕군의 대대적인 침공은.

지구 점령은커녕.

강현수와 지구 플레이어들에게조차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오히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후략……

‘레벨이 미친 듯이 오르네.’

강현수의 성장에 큰 도움을 주었다.

천만에 달하는 소환수들의 업그레이드도 순조로웠고.

거기다.

‘나 혼자만 성장하는 게 아니야.’

지구 플레이어들 역시 치열한 전투를 겪으며 레벨이 오르고 스킬 랭크가 상승하고 있었다.

거기다 죽은 마족과 몬스터 들이 토해 내는 스킬북과 아이템은 지구 플레이어들의 성장에 큰 밑바탕이 될 것이다.

‘순조롭네.’

강현수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런 강현수의 눈에.

‘리치?’

언데드 몬스터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리치가 차원 게이트 속에서 나오는 모습이 들어왔다.

‘저놈은 죽이면 곤란해.’

강현수가 재빨리 다가가.

콰득!

리치를 반쯤 박살 낸 후 아공간에 넣어 버렸다.

다른 언데드 몬스터라면 얼마든지 소멸시켜도 상관없다.

그러나 리치는 달랐다.

‘라이프 포스 베슬을 몸에 지니고 있을 수도 있지만.’

아닐 확률이 더 높았다.

‘언데드 몬스터 대군을 투입시킨 건 아닌데.’

강현수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전장을 훑였다.

방금 전 강현수가 반파시켜 아공간에 집어넣은 리치 외에 다른 언데드 몬스터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곳은 달랐다.

‘차원 게이트에서 리치가 나오고 있어. 다른 언데드 몬스터는?’

없었다.

‘뭔가 이상한데.’

최상위 언데드 몬스터의 종류는 다양하다.

데스 나이트, 듀라한, 스켈레톤 나이트, 밴시 등등.

그런데 이 전장에 언데드 몬스터라고는, 오직 리치밖에 없었다.

-리치를 절대 소멸시키지 마라!

강현수가 재빨리 휘하 지휘관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수많은 언데드 몬스터 중 왜 극소수의 리치만이 이번 전장에 투입되었는지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케르논이 어지간히도 신뢰를 못 받나 보네.’

리치는 라이프 포스 베슬만 무사하면.

마기를 주입시켜 얼마든지 부활시키는 게 가능한 불사의 존재다.

이 전장에 리치가 투입되었다는 건.

‘마왕 단탈리온이 지구의 상황을 좀 더 상세히 알고 싶어 한다는 거지.’

어차피 정보 전달 자체를 막는 건 불가능하다.

라이프 포스 베슬의 소유자는 라이프 포스 베슬에 충격을 줘서 리치를 소멸시킬 수 있으니까.

단.

‘자칫 잘못하면 리치의 육체만이 아니라, 라이프 포스 베슬 자체가 박살 날 수도 있다는 거지.’

설사 박살 나지 않더라도.

라이프 포스 베슬에 담겨 있는 리치의 혼이 손상을 입기라도 하면?

제대로 된 정보가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아마 그래서 아르타스를 소멸시키지 않은 것이겠지.’

러시아를 초토화시킨 리치 아르타스는 강현수에게 사로잡혀 아직까지 아공간에 보관되어 있었다.

그 말은 마왕이 아르타스의 라이프 포스 베슬에 충격을 가해 소멸시키지 않았다는 뜻이다.

‘모조리 생포한다.’

그럼 시간을 좀 더 끌 수 있으리라.

‘뭐, 사실 시간을 끌지 않아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마왕 단탈리온의 가장 큰 실수는.

이번 침공에 너무 많은 전력을 쏟아부었다는 것이다.

마룡족, 빙마족, 화마족, 투마족, 우마족 등등.

마족들 중에서도 고위 마계 귀족이 대거 포함된 종족들을 대거 투입했다.

‘케르논이 알려 준 정보와 비교해 보면.’

이 정도면 제71마계 주요 전력의 1/3을 투입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왕 단탈리온이 함께였다면?

‘이렇게 쉽게 분쇄하기 힘들었겠지.’

그것도 별다른 피해 없이 너무나 손쉽게 말이다.

그렇지만.

‘기왕이면 방심하고 있는 상태로 나와 주는 게 더 좋지.’

리치들을 모조리 생포해 아공간에 처박으면?

정보가 손상되고, 그와 더불어.

‘지구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게 되지.’

방금 강현수에게 파괴된 리치 역시 강현수가 마룡족을 쓸어버리는 모습을 목격하지는 못했다.

막 차원 게이트에서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그건 다른 리치들 역시 마찬가지.

‘전장의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전에 반파시켜 아공간에 넣어 버리자.’

그럼 마왕 단탈리온도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없으리라.

‘사전에 지구로 넘어온 마왕군이 모조리 섬멸당했다는 사실만 모르게 하면 그만이야.’

아마 마왕 단탈리온 역시 그런 최악의 상황은 가정하지 못하고 있으리라.

기껏해야.

‘배신자들 때문에 내분이 생겼고, 지구의 전력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게 전부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적절한 연기가 필요했다.

‘나와라.’

강현수의 지시에 그간 전투에 투입되지 않았던 마계 귀족 출신 소환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플갱어 킹인 포르든 남작과 바우카 남작.

혈마족의 족장 드라포우를 포함한 마계 자작.

마왕 단탈리온에게 한 번의 보고 후 소식이 끊긴 마계 백작 다티, 우쿠르, 스타루드.

강현수의 수족이 된 케르논과 함께 지구로 넘어왔다 소환수가 된 마계 백작과 후작 들.

순수하게 마왕 단탈리온의 군세였던 마계 귀족들만 소환한 강현수가.

-리치들을 생포해라.

명령을 내렸고.

슈우우욱!

강현수의 지시를 받은 소환수들이 막 차원 게이트를 통과한 리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소환수라는 게 걸리려나, 안 걸리려나?’

걸리면?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러나 안 걸리면?

‘제대로 혼선을 줄 수 있어.’

이를 위해 강현수는 방금 지시를 내린 소환수들에게 마기를 팍팍 퍼 줬다.

‘리치들의 수준이 생각보다 낮아.’

마계 귀족급 아크 리치는 아직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고작해야 상급 마족이 최대치.

강현수의 머릿속에 케르논이 준 정보가 떠올랐다.

‘언데드 대군이 마왕 암두시아스의 군대를 막아 내는 와중이라고 했지?’

아마 그래서 리치들의 수준이 낮은 모양이었다.

소멸 후 부활해 보고를 올리는 데 있어서, 리치의 강함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리치가 강하면?

‘괜히 부활시키는 데 드는 마기만 많아지지.’

강현수로서는 좋은 일이었다.

그 정도로 수준이 낮다면?

‘충분히 속여 넘길 수 있겠어.’

마왕 단탈리온이 고위 귀족급 아크 리치 킹을 투입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마왕 단탈리온은 별다른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겠지만.’

혼이 사라지고 남은 백으로 만들어진 소환수를 다루는 강현수 입장에서는?

‘고맙다.’

마왕 단탈리온의 이런 조치가 기꺼울 수밖에 없었다.

지구의 전력을 최대한 숨기고.

지구로 넘어온 마계 귀족들의 반란으로 상황을 뒤틀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강현수의 지시를 받은 소환수들은 순식간에 리치들을 제압했다.

그건 그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리치들은, 차원 게이트에서 나오는 족족 강현수의 소환수들에게 잡혀 반파당하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 * *

제71마계.

마왕 단탈리온의 표정이 돌덩이처럼 굳어 있었다.

‘단 한 놈도 보고를 올리지 않다니.’

이번 지구 침공에 동원된 전력은.

병력의 규모와 수준을 통틀어 과거의 침공과 차원이 달랐다.

무려 마계 대공과 공작들이 대거 포함된 전력.

제71마계의 핵심 전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놈들이 모조리 배신했을 리도 없고.’

마왕 단탈리온은 이번 침공에 참가한 마계 귀족들에게 전투가 끝나는 즉시 보고를 올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전투가 길어져서 하루를 넘기면.

전투 중에라도 보고를 올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그 많은 마계 귀족들 중 단 한 놈도 보고를 올리는 놈이 없었다.

‘리치들은 멀쩡하다.’

마왕 단탈리온이 리치들의 라이프 포스 베슬을 바라봤다.

모두 멀쩡했다.

리치들이 소멸하지 않고 멀쩡히 살아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리치들도 보고를 올리지 않았어.’

마치 블랙홀 같았다.

지구로 넘어가는 즉시 수하들에게서 모든 연락이 끊겨 버렸다.

‘케르논 공작의 보고도 아직이야.’

머릿속이 복잡했다.

처음에는 좋게 생각했다.

휘하 마계 귀족들의 배신?

크게 걱정할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침공을 계기로 마왕 단탈리온의 생각이 달라졌다.

‘그놈들이 모두 배신했을 리가 없어.’

특히 리치들의 경우는.

‘마기가 부족할 리도 없어.’

지구는 나약하니까.

설사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스스로의 마기를 희생해서라도 보고를 올리라고 했거늘.’

마계에서 마왕의 권속이 군주에게 반기를 든다?

그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지구로 환경이 바뀌었고 서로 단절되어 있다고 해도.

마왕의 권속이 군주에게 반기를 드는 건 자살행위였다.

마왕이 지구로 넘어가는 순간.

반기를 들었던 이들은 마왕의 마기를 올려 주는 먹잇감으로 전락해 버리고 마니까.

‘한둘 정도라면 미친놈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 많은 마계 귀족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정신이 나가서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짓을 할 확률은?

제로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어쩔 수 없군.’

마왕 단탈리온이 리치의 라이프 포스 베슬을 움켜쥐었다.

우드드득!

가볍게 힘을 줬다.

빠직!

라이프 포스 베슬에 작은 금이 갔고.

-아아아아악!

라이프 포스 베슬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마왕 단탈리온이 서둘러 마기를 주입했다.

그러나.

콰지지직!

라이프 포스 베슬은 그대로 으스러지며 그 안에 담겨 있던 리치의 혼이 산산조각 났다.

“이런.”

마왕 단탈리온이 얼굴을 찌푸렸다.

나름 조심스럽게 한다고 했는데, 충격이 너무 컸던 모양이다.

그러나 각오했던 일이었다.

충격을 너무 약하게 주면, 리치가 소멸하지 않고 고통만 받을 것이기에 목적을 이룰 수가 없다.

라이프 포스 베슬이 파괴될 수도 있을 정도의 충격을 줘야.

리치가 소멸한다.

마왕 단탈리온이 다른 라이프 포스 베슬을 움켜쥐었다.

빠직!

이번에도 역시 라이프 포스 베슬에 작은 금이 갔고.

-으아아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마왕 단탈리온이 재빨리 마기를 주입했다.

사아아악!

마기를 주입받은 라이프 포스 베슬에 있던 금이 순식간에 말끔하게 사라졌다.

그 후에.

우득! 우득!

인간의 뼈로 만들어진 언데드 몬스터, 리치가 부활했다.

“네가 본 것을 고해라.”

부활한 리치에게 마왕 단탈리온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차원 게이트를 넘자마자 바우카 남작의 공격을 받았고. 그 후 감금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정보는 들을 수가 없었다.

“바우카 남작의 공격을 받은 후 감금당했다고? 그것 말고 다른 정보는 없는 거냐?”

-그렇사옵니다.

“감금당하기까지 본 것을 고하라.”

-아공간에 바로 처박혔는지라. 차원 게이트를 넘어온 아군을 공격하는 배신자들의 모습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마왕 단탈리온의 눈이 번뜩였다.

“배신자들의 구성은?”

-제가 확인한 것은 바우카 남작과 도플갱어들뿐입니다.

“으흠.”

마왕 단탈리온이 미간을 찌푸렸다.

뭔가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아내지 못했다.

그저 먼저 넘어간 마족들에게 공격당했다는 다티, 우쿠르, 스타루드의 보고가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아직 확인해 볼 녀석들은 많으니까.’

마왕 단탈리온이 다른 라이프 포스 베슬을 손상시키고 마기를 주입하기를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1/3가량의 라이프 포스 베슬이 박살 났다.

문제는.

남은 라이프 포스 베슬에서 부활한 리치들 중 절반이 영혼에 손상을 입어 온전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온전히 부활한 절반 역시 제대로 아는 정보가 없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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