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
‘언제 채우냐.’
강현수가 엄청나게 남아 버린 소환수 TO를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일인사령부에서 일인원수부로 승급한 이후.
소환수 TO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일단 질은 나중에 올리고.
‘숫자를 채우는 데 집중하기로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도가 쉽게 올라가지 않았다.
아무리 막 숫자를 채운다고 해도.
강현수의 스텟이 소모되는 만큼 최소한 상급 몬스터 정도는 되어야 효율이 나오는데.
그게 쉽지가 않았다.
‘뭐, 언젠가는 다 채울 수 있겠지.’
어차피 숫자를 채운 후에는 계속해서 소환수를 갈아치우며 더 강한 녀석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했다.
‘그건 대규모 차원 게이트 사태가 벌어질 때로 미뤄야겠지.’
강현수에게 충성을 맹세한 마계 공작 케르논은 지속적으로 마왕 단탈리온에게 거짓 보고를 올렸다.
그와 더불어 조심스럽게 마왕 단탈리온의 침공 계획을 빼내고 있었다.
‘멍청한 놈.’
강현수는 마왕 단탈리온을 비웃었다.
조만간 대규모 침공이 있을 거라는 정보를 받았다.
공작급 마계 귀족이 셋이나 포함된 역대 최대 규모의 침공이었다.
‘뭐, 케르논의 말을 온전히 믿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마왕 단탈리온은 이 정도 규모의 전력이라면.
케르논을 포함해 설사 앞서 넘어갔던 녀석들이 모두 자신을 배신했다고 해도 충분히 진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거기다.
‘지구의 마력 농도가 계속 상승 중이기도 하고.’
강현수가 강해짐에 따라 지구의 마력 농도가 올라갔고.
차원 게이트를 열기가 수월해졌다.
마왕 단탈리온 입장에서는.
지구의 마력 농도 상승이 케르논의 보고를 믿을 수 있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증거였다.
‘최소한의 피해로 막아야 해.’
아마 이번 침공을 막아 내면.
‘마왕 단탈리온이 직접 참전하겠지.’
강현수라는 이레귤러가 끼어들면서 침공 속도가 월등히 빨라졌다.
그러나 온전히 강현수의 잘못만은 아니었다.
‘애초에 마왕 단탈리온은 느긋하게 침공할 수 없는 처지야.’
또 다른 마왕 암두시아스의 침공 때문이었다.
강현수가 없었다면, 마왕 단탈리온의 침공 속도가 조금 느려졌을 수는 있지만.
‘결국 계속되는 공격을 막아 내지 못했겠지.’
그럼 지구의 일부를 몬스터들에게 빼앗겼으리라.
‘몬스터 필드가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를 완전히 점령했을 수도 있고.’
거기다 리치 아르타스가 러시아를 더 난장판으로 만들고.
카우르가 인도를 완전히 죽음의 나라로 만들었으리라.
강현수가 없었다면?
‘대충 따져도, 인간들이 살아가는 땅의 절반 정도는 마왕군의 손에 들어갔을 확률이 높지.’
그럼 지구의 마력 농도 역시 자동으로 상승했을 게 뻔했다.
강현수라는 이레귤러의 존재가 결국에는 화가 아닌 복이 된 셈이다.
강현수라는 존재로 인해.
지구의 인간들은 단 한 뼘의 땅도 빼앗기지 않은 채로 마왕군의 침공을 막아 낼 수 있었다.
‘지구 플레이어들의 실력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건 강현수도 어쩔 수 없었다.
강현수가 없었다면, 지구 플레이어들이 치열한 혈투를 겪었다면?
실력이 조금 더 올라가기는 했겠지만.
‘대신 숫자는 지금의 1/10도 남아 있지 않았겠지.’
숫자는 충분했다.
부족한 플레이어들의 실력은 앞으로 실전을 겪으며 올리면 되고.
지금 당장의 전력은 강현수에게 지휘관 임명과 축복을 받은 랭커들이 끌어올리면 그만이다.
‘소환수도 있고 말이지.’
강현수는 차분하게 마왕군의 대대적인 침공을 기다렸다.
어디로 침공해 올지, 언제 침공해 올지.
그건 강현수도 알지 못했다.
케르논이 알아내지 못한 정보였고.
‘설사 알아낸다고 해도 큰 의미는 없지.’
마왕 단탈리온의 변심에 따라 얼마든지 병력 구성과 날짜가 바뀔 수 있었으니까.
‘최악을 가정하고 준비하자.’
강현수는 소환수를 늘리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고.
세계 각국은 세계 플레이어 협회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앞으로 닥칠 대규모 차원 게이트 사태를 대비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던 중.
드디어 다수의 고위 마계 귀족을 필두로 한 마왕군의 대대적인 지구 침공이 시작되었다.
***
파지지직!
남아메리카의 하늘이 일그러지며.
거대한 차원 게이트 수천 개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서둘러!”
“대피 작업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시간이 얼마 없다! 최대한 서둘러!”
차원 게이트 근처로 군부대가 집결했고.
그 앞을 랭커와 고레벨 플레이어 들이 지키고 서 있었다.
전 세계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들을 총동원한 결과였다.
‘순조롭네.’
강현수는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는 차원 게이트를 바라봤다.
마력 탐지기로 인해 사전에 차원 게이트의 징후를 알아차렸다.
그 후 미리 준비하고 있던 인력들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 결과.
차원 게이트가 완전히 오픈되기 전에 전투준비를 완료할 수 있었다.
‘주민 대피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최소한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의 주민 소거는 끝마쳤다는 거지.’
전투가 확장되면 피해가 갈 수도 있겠지만.
그건 강현수가 직접 막을 생각이었다.
‘소환수를 모조리 교체한다.’
무한 레벨 업과 소환수 구성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파지지지직!
얼마 지나지 않아, 차원 게이트가 완전히 오픈되었다.
그와 동시에.
쿠우웅! 쿠우웅!
몬스터와 마족의 군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발포하라!”
두두두두두!
슈우우우웅!
명령과 함께 차원 게이트를 향해 무자비한 포격이 이어졌고.
꽈아아아앙!
차원 게이트를 통과한 몬스터와 마족의 군대는 영문도 모르고 죽음을 맞이했다.
‘이게 현대 기술의 힘이지.’
아틀란티스에서도 차원 게이트를 사전에 예측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지구는 가능했다.
아틀란티스의 경우 설사 차원 게이트를 발견했다고 해도.
고작해야 원거리 딜러들을 이용해 포격하는 게 전부.
원거리 딜러들의 체력과 마력 소모는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대는 달랐다.
플레이어들은 편안하게 앉아 몬스터와 마족의 군대가 빠르게 줄어드는 걸 느긋하게 감상하면 그만이었다.
물론 중간중간.
“크아아아앙!”
“하찮은 인간 따위가!”
몬스터와 마족들이 포격을 뚫고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죽여!”
플레이어들의 합공에 금방 목숨을 잃었다.
체력과 마력 소모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포격을 뚫고 날아오는 몬스터와 마족 들은 소수였고. 그마저도 만신창이.
플레이어들이 굳이 체력과 마력을 과도하게 소모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 슬슬 시작인가.’
지금까지 차분하게 상황을 관망하던 강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몬스터와 마족 들 사이에서 중간중간 마계 귀족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은 하급 마계 귀족이 대부분이지만.’
이제 얼마 가지 않아 고위 마계 귀족이 모습을 드러내리라.
하급 마계 귀족까지는 귀환자를 포함한 지구 플레이어들이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상급 마계 귀족은 상황이 달랐다.
귀환자들 중에서 최강자인 송하나, 신창후, 장석원, 도르초프, 이반, 이고르 정도가 아니면.
‘고위 마계 귀족을 감당하기 힘들지.’
강현수가 매의 눈으로 전장을 주시했다.
그러면서 부지런히 일인원수부 구성 스킬을 사용했다.
‘이제 구색이 갖춰지네.’
대규모 침공이 시작되기 전, 강현수는 일인원수부의 TO를 모두 채웠다.
총 1천만.
소위 말하는 천만 대군의 소환수를 거느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천만 대군을 구성하는 병력의 질이 너무 떨어졌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올려 봐야지.’
강현수가 눈을 번뜩였다.
‘잘 싸우네. 당장은 나설 필요가 없겠어.’
송하나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마계 자작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저 정도면 고위 마계 귀족을 상대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겠는데.’
송하나를 포함한 귀환자 출신 최강자들의 실력이 급성장한 이유는?
당연히 강현수 덕분이었다.
스킬 공유.
강현수의 스킬을 공유받은 플레이어들은 빠르게 성장했고.
거기다 EX랭크로 꽉 차 있는 스킬들을 무더기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뱀피릭 오러, 불멸의 성화, 야성의 감각, 괴력 등등.
애초에 지구 최강의 플레이어였던 이들에게 스킬 공유는,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달아 준 격이었다.
몬스터와 마족의 대군이 차원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그대로 분쇄되었다.
쿠우웅!
그때 한 차원 게이트에서 용종 몬스터들과 함께.
-쿠오오오오!
거대한 덩치의 마룡족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저건 내가 막아야겠네.’
성체 마룡족은 최하가 마계 하급 귀족 수준의 무력을 지니고 있다.
거기다.
‘단순히 마룡족 몇 마리 섞인 수준이 아닌 것 같단 말이지.’
마룡족의 고룡들은 최소가 마계 백작이고.
마룡족 로드급의 경우는.
‘최소 마계 공작이거나 최대 마계 대공이지.’
휘익!
강현수가 쏟아져 나오는 마룡족들을 향해.
콰콰콰콰콰!
핏빛 오러로 물든 검을 휘둘렀다.
좌아아아악!
강철보다 단단한 검은 비늘이 종잇장처럼 잘려 나가고.
서걱!
굴강하게 자라난 뿔이, 너무도 가볍게 잘려 나갔다.
강현수는 너무도 손쉽게 마룡족을 학살했다.
그와 동시에.
‘일인원부수 구성.’
쉼 없이 직업 스킬을 사용했다.
강현수가 직접 이곳까지 온 이유 역시, 마룡족들을 휘하 소환수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성체가 된 마룡족의 무력은 최소 마계 남작급.
그 말은 즉.
‘마룡족은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무조건 소환수로 만들면 그만이라는 거지.’
이번 침공에 다수의 마룡족이 포함되어 있다는 건?
강현수에게 있어서 휘하 소환수들의 질을 손쉽게 올릴 수 있는 잭팟 이벤트가 터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저 괴물은 뭐냐?
-어찌 인간이 저런 힘을?
-캬아아악!
수백 마리에 달하던 마룡족들은.
화려했던 등장에 비해 별다른 활약도 하지 못한 상태로, 차원 게이트를 나오는 족족 너무도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콰콰콰콰콰!
마룡족의 로드로 보이는 마계 대공이 브레스까지 쏘며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서걱!
강현수의 일검에 네 장의 날개가 찢겨 나갔고.
연속된 공격에 팔, 다리, 꼬리가 순식간에 썰려 나가며.
콰직!
너무도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마룡족은 정리했지만.’
아직 침공이 끝난 건 아니다.
거기다 이번 대규모 침공은?
‘마룡족이 주축이 아니지.’
빙마족, 화마족, 투마족, 우마족 등등 수많은 마족 군단의 한 일파일 뿐이었다.
‘단탈리안 고맙다.’
이번 전투 한 번으로.
천만 기에 달하는 소환수들의 질을 단숨에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엄청나군.”
미합중국의 대통령 버틀러가 기가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분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사상 최대 규모의 대규모 침공입니다.”
“그렇습니다. 특히 저 강력한 마룡들이 저렇게 무더기로 등장하다니.”
“다른 마족들 역시 엄청나게 강력합니다. 고성능 마력 측정기가 한계치를 잡아내지 못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버틀러 대통령이 기가 질린 건.
마왕군의 대규모 침공 때문이 아니라, 홀로 수백의 마룡족을 베어 내고 전장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강현수 때문이었다.
‘소환수는 그저 보여 주기식이었을 뿐이군.’
미국이 강현수와 처음 접촉했을 당시.
강현수는 미국이 오판하지 않도록 자신의 소환수가 된 마룡족을 선보였다.
그리고 그 결과, 미국은 사실상 강현수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지금 강현수는 홀로 수백의 마룡족을 베어 냈다.
마룡족 소환수는 꺼내지도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거겠지.’
쉽게 말해 강현수에게 있어 지금 상황은?
위기조차 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우리를 납득시키기 위해서였구나.’
버틀러 대통령은 그제야 마룡족 소환수가 그저 보여 주기식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강현수의 진짜 힘은 소환수 따위가 아니라 본인의 무력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소환수를 무시할 수도 없지.’
강현수가 너무 강할 뿐.
미국이 전력을 다한다고 해도 강현수가 보유한 소환수 마룡족 수백조차 감당하지 못하리라.
마왕군의 침공?
그건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신이라고 불려도 무방할 정도의 초월적인 강자가 있는데, 마왕군 따위가 뭐가 무섭겠는가?
버틀러 대통령은.
마왕군을 이끄는 마왕보다 막강한 소환수들과 지구 최상위 랭커들을 모조리 휘하에 거둔 강현수가 더 두려웠다.
강현수라는 존재는 지구의 전역을 지배하는 군주나 마찬가지였다.
하나 두렵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세계 최강국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이 강현수의 총애를 받도록 만들어야 했다.
‘무엇을 드려야 만족하실까?’
버틀러 대통령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그 시작.
세계 각국의 수장들도 버틀러 대통령과 같은 고민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