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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자격 (3)

송중구와 배수영이 집으로 돌아갔다.

겉모습은 손끝 하나 다친 것 없이 너무나 멀쩡했다.

그러나 그건 불멸의 성화 때문에 멀쩡해진 것일 뿐.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은 고통과 공포는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경찰서로 달려가 신고하고 싶었지만.

-오늘 있었던 일을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마.

강현수의 한마디를 듣는 순간, 그 마음이 싹 사라졌다.

송중구와 배수영에게 강현수가 위압 스킬인 폭군의 위세를 포함해 제압, 세뇌, 억압 등등의 효과를 가진 정신계 스킬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정신 계열 스킬들은 스텟의 차이가 압도적이지 않은 이상 그 효과가 엄청나게 떨어지지만.

일반인에 불과한 송중구와 배수영에게는 모든 효과가 제대로 적중했다.

집으로 돌아간 송중구와 배수영은.

공포에 덜덜 떨며 앞으로 송하나에게 엉뚱한 수작을 부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잠이 든 순간.

끔찍한 고통이 찾아왔다.

시간은 공평하지 않다.

인간이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뇌가 어떤 반응을 하느냐에 따라 똑같은 1시간을 보내도.

너무 짧게 느껴질 때가 있고, 너무 길게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잠의 경우는 그 괴리가 더욱 크게 벌어진다.

송중구와 배수영은 고작 하룻밤을 잤을 뿐이건만.

몇 달간 지옥에 있었던 것 같은 고통과 공포를 경험했다.

그와 같은 일이 반복되자, 송중구와 배수영은 잠자는 걸 거부했다.

온갖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며 버티고 버텼다.

그러나 수면욕을 버틸 수 있는 인간은 없다.

너무 졸리면?

자신도 모르게 잠들기 마련이다.

그렇게 잠이 들면.

“아아아악!”

“으아아아!”

끔찍한 악몽이 찾아왔다.

본래 꿈이라면, 깨는 순간 흐릿해지거나 완전히 잊혀야 하건만.

송중구와 배수영이 꾸는 꿈은 지나칠 정도로 생생했고.

기억이 흐릿하기는커녕 너무 또렷했으며.

잠에서 깬 후 몸에서 고통을 느껴질 정도로 그 기억이 엄청나게 강렬했다.

송중구와 배수영은 점점 더 피폐해져 갔다.

그러는 와중에 두 사람에게 검찰의 구속영장이 날아왔다.

* * *

‘설마 이 정도였을 줄이야.’

강현수는 혀를 찼다.

송중구와 배수영이 선하지 않게 살아왔으리라는 사실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설마 이렇게 막장일 줄은 몰랐다.

송중구와 배수영이 제법 규모가 있는 중소기업을 운영했을 당시.

직원들에게 추가 수당 없는 야근과 공휴일 출근 강요는 기본이었고.

온갖 명목으로 직원들의 급여를 떼먹었으며.

노조를 해산시키기 위해 온갖 폭력과 협박을 했고.

불법체류자 고용까지 했다.

심지어 그렇게 채용된 불법체류자 중에는 사고로 불구가 된 이도 있었다.

온갖 횡령과 법인 자금 사적 사용은 기본이었다.

결정적으로.

송중구와 배수영에게 적대적이거나 경쟁자였던 이들 중.

우연한 뺑소니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무려 셋이나 나왔다.

하나하나 떼 놓고 보면 그저 우연이었지만.

모아 놓고 보면?

‘누가 봐도 정황상 교통사고로 위장한 살인 사건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지.’

당연히 검찰과 경찰이 재조사에 착수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기존의 사업이 망하고 새롭게 시작한 몬스터 부산물 사업의 경우.

전적으로 아들인 송영우가 들어가 있는 길드의 도움으로 성장했고 자리를 잡았지만.

‘그걸 떼먹을 줄이야.’

길드 직원을 매수해서 야금야금 횡령을 했다.

걸리면, 아들인 송영우가 개망신을 당하는 것을 넘어 길드에서 탈퇴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그런 짓을 한 것이다.

정식으로 검찰 조사가 시작되고 횡령 사건이 드러나자.

결국 송영우는 길드를 탈퇴해야 했고.

그것도 모자라 아버지 송중구와 어머니 배수영이 횡령한 금액을 전 재산을 털어 보상했다.

송중구와 배수영은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되었다.

아직 재판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강현수가 보기에는.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할 것 같은데.’

굳이 강현수가 신경 쓸 필요도 없이, 그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범죄에 대한 처벌만으로도.

앞으로 송중구와 배수영이 바깥세상의 빛을 보기는 힘들어 보였다.

* * *

“아버지와 어머니가 어떻게 이러실 수 있습니까!”

송영우는 부모님에게 강한 배신감을 느꼈다.

“그거 우리가 한 거 아니다!”

“맞아! 뭔가 잘못된 거야! 좋은 변호사만 쓰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어!”

그러나 송중구와 배수영은 뻔뻔했다.

“길드 자금 횡령한 거, 제 두 눈으로 직접 다 확인했습니다.”

“크흠, 그건 미안하다. 그냥 욕심이 조금 생겨서.”

“하지만 큰 금액도 아니지 않니? 네가 어떻게 잘 말하면 그냥 소 취하하고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송중구와 배수영의 말에 송영우는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의 부모이기에, 어떻게든 믿고 싶었다. 믿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정황이 너무 명확했다.

거기다 진짜 중요한 건, 몬스터 부산물을 처리하며 길드 자금을 횡령한 게 아니다.

그게 전부였다면, 송영우도 이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을 터였다.

그런데.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다니.”

송영우는 송중구와 배수영이 받는 혐의를 전부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돈 욕심이 과하고 냉정한 면이 보이기는 했지만.

으레 사업하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생각하며 넘겼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두 사람은, 송영우의 부모이기 이전에 돈에 영혼을 팔아 버린 악마였다.

“우욱!”

피로 얼룩진 돈으로.

사람의 목숨값으로.

자신 역시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절로 구역질이 나왔다.

“아니라니까! 너까지 이 아비를 못 믿냐!”

“그래, 영우야, 엄마 믿지?”

송중구와 배수영이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송영우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못 믿어요. 그리고 어렸을 때 누나를 학대한 거, 제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는 너무 어린 나이였기에 정황만 보고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성장한 후에는?

어릴 때 봤던 흔적들이 엄청난 폭력이자 학대의 증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누나 송하나를 간절히 찾았다.

부모가 저지른 끔찍한 죄를 자신이 대신 사과하기 위해서.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동안 영선이에게 한 짓도 다 알고 있어요.”

송중구와 배수영은 며느리인 이영선을 싫어했다.

돈이 많은 집안의 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영선의 친정은 비교적 가난한 편에 속했다.

그렇기에 엄청난 반대를 했었다.

플레이어인 송영우라면, 훨씬 더 좋은 혼처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송영우의 고집과 손녀인 송하은의 존재로 인해.

송중구와 배수영은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허락했다.

송영우와 이영선에게 배 속의 아이를 지우라고 강요했지만,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사업이 망하고 플레이어인 송영우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

부모 자식 사이가 틀어지면.

아들인 송영우가 아니라, 부모인 송중구와 배수영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혼을 했다고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었다.

송중구와 배수영은 온갖 트집을 잡아 며느리인 이영선을 괴롭혔다.

두 사람에게 있어서 며느리인 이영선은 아들의 돈을 빨아먹는 기생충일 뿐이었다.

손녀인 송하은에게도 그리 살갑지 않았다.

송중구와 배수영에게 있어 손녀인 송하은의 존재는.

이영선이라는 기생충을 집안에 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자.

송중구와 배수영의 소원대로 아들 송영우와 며느리 이영선이 헤어지더라도.

아들 송영우가 좋은 혼처를 얻을 때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는 혹덩어리였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송하은은 송중구와 배수영에게 있어서.

송하나 같은 존재였다.

생긴 것도 빼다 박은 것처럼 닮았고 말이다.

“우리가 언제?”

“난 그런 적 없다.”

송중구와 배수영이 부정했지만, 송영우는 믿지 않았다.

거기다 애초에 송영우는.

송중구와 배수영이 자신의 딸인 송하은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간 막연히 자신만 잘하면 화목한 가정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누나 송하나를 우연히 만난 것도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한데 아니었다.

송중구와 배수영은 송하나에게 진심 어린 사과 대신 그녀를 돈줄이라고 생각하며 용서를 강요하고 닦달했다.

거기다 검찰 조사로 그간 모르던 부모님의 죄가 드러나자.

송영우는 결심을 굳혔다.

“앞으로 제가 면회 오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겁니다.”

송영우의 말에.

“그게 무슨 말이냐?”

“면회를 안 오다니?”

송중구와 배수영이 화들짝 놀랐다.

“이사할 계획이니까 편지도 보내지 마세요.”

부모 자식 간의 연을 끊을 것 같은 송영우의 기세에.

“지금 그게 아비한테 할 소리야! 당장 취소하지 못해!”

“영우야! 지금 엄마랑 연을 끊겠다는 거니!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송중구와 배수영이 강하게 분노했다.

그러나 송영우는 차분했다.

“부모님과 모든 연을 끊겠습니다. 앞으로 고아로 살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송영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면회실을 나갔다.

“영우야! 영우야!”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지? 거짓말이지!”

송중구와 배수영이 목이 터져라 부르짖었지만.

송영우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면회실 밖으로 나온 송영우의 두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아려 왔다.

그러나.

후회는 없었다.

* * *

송영우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켰다.

곧바로 이사를 했고,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송중구와 배수영을 만나러 가지 않았다.

아니, 만나러 가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송하은이 가끔 칭얼거리며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으면?

하늘나라에 갔다고 말해 줬다.

송영우에게 있어 부모님은, 차라리 죽었다고 믿는 게 더 나은 사람들이었다.

“누나, 미안해.”

송영우는 송하나에게도 울면서 사과했고.

“넌 잘못한 거 없어.”

송하나는 웃으며 송영우를 토닥여 줬다.

충격을 받기도 했겠지만, 송영우의 선한 성격을 생각하면.

부모와 연을 끊은 이유 중 상당 부분이 송하나를 걱정해서이리라.

* * *

“피고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송중구와 배수영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내가 무기징역이라니! 이건 조작이야!”

“항소할 거야! 항소할 거라고!”

법정에서 난동을 피웠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고.

2심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그사이 송중구와 배수영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추가 증거가 나와.

“피고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오히려 사형 선고가 떨어졌다.

“으아아아!”

“죽여 버릴 거야! 저놈을 죽여 버릴 거라고!”

사형을 선고받은 송중구와 배수영이 미친 사람처럼 날뛰었다.

사실 송중구와 배수영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잠이 들면 악몽을 꾼다.

깜빡 눈을 감아도 마찬가지다.

눈을 감았다 뜬 시간은 고작 10분 남짓인데.

꿈속에서는 몇 날 며칠을 고통받는다.

1심과 2심을 받는 동안 무려 3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 동안 송중구와 배수영은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

구치소에서의 생활은 적응하기 힘들었다.

잠만 들면 악몽을 꿨고.

밤낮 가리지 않고 광인처럼 비명을 지르는 통에 같은 구치소에 수감된 이들에게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했다.

몸이 아프다며, 정신에 문제가 있다며 병원 치료를 요청했지만.

“꾀병입니다. 멀쩡하시군요.”

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필요 이상으로 건강했다.

강현수가 걸어 놓은 불멸의 성화 덕분이었다.

“정신병으로 위장하려는 것 같은데, 정신 질환은 없습니다.”

그건 정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역시 강현수가 걸어 놓은 굳건한 정신이라는 버프 덕분이었다.

강현수는 두 사람의 몸과 마음을 아주 건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전 세계 정재계 인사들 중에서, 강현수의 충복임과 동시에 그 효용을 인정받은 자들에게만 걸어 준 축복을.

송중구와 배수영에게도 나누어 준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강현수의 배려는.

두 사람에게 있어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오히려 강현수가 내려 준 두 가지 축복은.

송중구와 배수영에게 살아 있는 지옥이나 다름이 없었다.

죽을 만큼 괴롭고 힘들었음에도.

병원으로 도망칠 수도 없고, 죽음으로 도망칠 수도 없었으니까.

마지막 3심의 결과는 2심과 동일했다.

송중구와 배수영은 사형을 선고받았고.

실질적 사형제 폐지 국가인 대한민국에선 남은 생의 전부를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제발 죽여 줘! 나 사형수잖아! 그런데 왜 안 죽여!”

“어서 사형을 집행해 줘!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송중구와 배수영은 사형을 간절히 바랐다.

대한민국이 다시금 사형을 집행하는 나라가 되어 자신들의 숨을 끊어 주었으면 했다.

왜냐하면?

두 사람의 유일한 탈출구는 오직 죽음뿐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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