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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자격 (2)

“아아아아악!”

송중구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두 눈의 실핏줄이 터져 나갔고, 입에서는 침이 줄줄 흘러내렸다.

다리뼈가 박살 나고 근육이 뒤틀렸다.

박살 난 뼛조각이 신경과 근육에 틀어박혀 엄청난 고통을 선사했다.

이 정도면 쇼크사를 하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

송중구는 쉼 없이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지만.

그 비명 역시 밖으로 퍼져 나가지는 못했다.

“안가로 이동.”

그 말과 함께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송중구와 배수영을 강제로 제압한 채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사, 살려 주세요. 우리가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 주세요.”

배수영이 공포에 질린 눈으로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에게 싹싹 빌었다.

그러나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크으윽! 내가 송하나 아빠야! 나한테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그때 송중구가 송하나의 이름을 부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히익!”

송중구와 배수영의 표정이 시커멓게 변했다.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전신을 장악했다.

강철 같은 육체와 무표정한 얼굴이 너무 두려웠다.

그때.

척!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의 움직임이 약속이라도 한 듯 정지했다.

“하, 하나야!”

송중구의 얼굴이 환해졌다.

자신의 눈앞에 송하나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송하나는 비공식 랭커로 추정되는 인물.

이 괴물들 정도는 손쉽게 쓰러트릴 수 있으리라.

거기다.

이번 일을 알게 되면?

송하나 역시 강현수에 대한 악감정을 가지리라.

굳은 표정의 송하나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화아아악!

환한 빛무리가 뿜어져 나왔고.

우드득!

꺾이지 말아야 할 방향으로 뒤틀려 있던 송중구의 다리가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아아아.”

죽는 게 낫겠다 싶었던 고통이 사라지고.

평생 장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상처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역시 비공식 랭커가 맞았어.’

그것도 최상위 랭커가 확실했다.

‘힐러였나 보네.’

힐러가 돈을 그렇게 잘 번 다니더니, 그게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현수야, 미안한데, 이번 일은 나한테 맡겨 줄 수 있을까?”

그때 송하나가 뜬금없는 말을 했고.

처억.

그 말과 함께 송중구와 배수영을 억압하고 있던 검은 양복의 경호원들이 일제히 물러났다.

그리고.

사아아악!

허공에 녹아들듯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런 미친!”

송중구는 기겁하듯 놀랐다.

“다, 당장 경찰에 신고해요!”

배수영의 말에.

“그래야겠어. 인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 감히.”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떨던 송중구가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그 순간.

콰직!

송하나가 송중구의 손에 들려 있던 스마트폰을 박살 내 버렸다.

“이년이 미쳤나! 이게 무슨 짓이야! 저놈들이 나한테 한 짓을 생각…….”

휘익!

화가 치밀어 올라 역정을 내려던 송중구의 입이 저절로 다물어졌다.

송하나의 손이 송중구의 입을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읍읍!”

송중구가 자신의 입을 막은 송하나의 손을 떼어 내려고 발악했지만.

송하나의 가녀린 손가락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대로 턱을 박살 내 버리기 전에 닥쳐.”

송하나의 경고에도.

“으으으읍!”

송중구는 계속해서 반항했고.

뿌드득!

기이한 소음과 함께.

“크으읍!”

송중구의 턱뼈가 박살 났다.

“하, 하나야, 아버지한테 이게 무슨 짓이니!”

배수영의 외침에.

“당신도 턱이 박살 나고 싶어?”

송하나가 물었고.

배수영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입을 다물었다.

“난 당신들을 구한 게 아니야. 현수한테 괜한 짐을 떠넘기지 않으려고 하는 거지. 따라와.”

송하나가 두 사람을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아아아악!”

송하나의 집 안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비명은 송하나의 집 밖으로 조금도 빠져나가지 못했다.

* * *

송하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강현수에게 이런 꼴을 보인 것도 화가 났지만.

가장 분노한 것은.

송중구와 배수영이 강수혁과 박영숙에게 폭언을 하고 폭행을 하려 한 것이었다.

송하나는 이성이 반쯤 날아갔다.

마음 같아서는 단숨에 때려죽이고 싶었지만.

이 짐승들에게는 짧은 고통 후에 찾아올 죽음조차 사치에 불과했다.

그래서 자신이 어린 시절 당했던 짓을 이자까지 쳐서 갚아 줬다.

두 사람은…….

“여, 영우가 이 사실을 알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동생인 송영우와.

“하은이를 생각해 봐! 우리를 이렇게 만들고 그 아이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있을 것 같아?”

조카인 송하은의 이름을 팔았다.

그러나 이성이 반쯤 날아간 송하나에게는.

“당신들은 어차피 죽어. 그럼 무슨 수로 영우와 하은이가 그 사실을 알겠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당신들이 했던 짓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송하나는 무감정한 얼굴로 응징을 계속했다.

“우리가 잘못했어! 진짜야!”

“살려 줘! 제발 살려 줘!”

송중구와 배수영은 살려 달라고 싹싹 빌었다.

그러나 송하나는 멈추지 않았다.

“이제 겨우 30분이 지났을 뿐이야. 내가 당신들에게 당한 건 3년이 넘어.”

송하나가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송중구와 배수영의 두 눈이 공포로 물들었다.

특히 송중구의 충격은 엄청나게 컸다.

송하나에 대해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두들겨 패도 아무런 반항도 신고도 못 했던 년.

자신이 당한 폭력과 학대를 동생 송영우에게 입도 뻥긋하지 않았던 년.

골프채와 허리띠로 전신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려도.

증오가 아닌 애정을 갈구하는 눈빛을 보내던 년.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났지만.

송중구에 눈에 송하나라는 존재는.

돈이 많다는 것을 제외하면 전과 달라진 게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기에 아무렇지 않게 수작을 부리고, 이런 막 나가는 행동을 할 수 있었다.

한데 아니었다.

송하나는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더 이상 친부와 계모의 폭력에 아무런 대항도 하지 못하고, 영원히 받을 수 없는 애정만 갈구하던 소녀가 아니라.

피가 튀고.

뼈가 부러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차가운 심장의 소유자였다.

뒤늦게 후회라는 감정이 밀려들었다.

‘모르는 척했어야 했어.’

송하나가 원하는 것처럼 투명 인간 역할에 충실해야 했다.

‘내가 미쳤지.’

돈 욕심에 눈이 멀었다.

‘쉬울 줄 알았는데.’

송하나가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추고 있던 분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니, 자신들이 과거에 한 짓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또 너무도 당연히 옛날과 같은 어린아이라고 생각했다.

“아악! 죽여 줘!”

“차라리 죽여 달라고!”

너무도 고통스러웠기에.

송중구와 배수영은 차리라 죽여 달라고 송하나에게 애원했다.

하지만 송중구와 배수영은.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죽음이라는 해방을 향해 다가갈 수 없었다.

송하나가 강현수에게 공유받은 레플리카 스킬 중 하나인 불멸의 성화를 통해 두 사람의 몸을 끊임없이 회복시켰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3시간이야. 앞으로 3년 동안 내가 받았던 걸 고스란히 돌려줄게.”

송하나의 말에.

“히익!”

송중구가 오줌을 지렸고.

“싫어! 싫어!”

배수영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반쯤 풀린 눈으로 도리질을 쳤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시간은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져 나갔다.

* * *

“하아.”

강현수는 지휘관의 시선을 통해 송하나가 하는 행동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토해 냈다.

고통받는 두 짐승보다 고통을 주는 송하나가 더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냥 내가 처리하려고 했는데.’

강현수는 두 짐승이 선을 넘는 순간, 처분을 결정했다.

그렇기에 부모님을 호위하는 도플갱어들에게 최고 등급 경호 매뉴얼 실행을 지시했다.

그런데 송하나가 나섰다.

‘이대로 내버려 둘 수가 없네.’

송하나의 부탁이었기에 물러났다.

그런데 더 이상은 그럴 수가 없었다.

‘저 짐승들을 죽이는 건 상관없지만.’

그게 송하나여서는 안 된다.

송하나는 선한 사람이다.

분명 훗날 자책할 것이고, 앞으로 영원히 동생 송영우와 조카 송하은의 얼굴을 보지 못하리라.

저 두 짐승은 송하나의 가족이 아니었지만.

동생 송영우와 조카 송하은은 송하나의 유일한 핏줄이자 가족이었다.

‘하나가 스스로 가족들과의 연을 끊어 버리게 할 수는 없어.’

강현수가 송하나의 집으로 향했다.

* * *

송하나가 멍한 눈빛으로 게거품을 물고 기절한 두 사람을 바라봤다.

‘고작 이 정도야?’

14살의 자신이 당했던 것에 비하면, 이런 고통은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그런데 겨우 14살 소녀도 참았던 고통을 견디지 못하다니?

‘그냥 죽일까?’

송하나의 두 눈에 스산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과거 당한 것을 그대로 갚아 줬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더 불편해졌다.

단순히 원한을 갚는 것이라면?

복수를 하는 거라면?

오히려 마음이 통쾌했으리라.

편안했으리라.

그러나 좋든 싫든 저 두 짐승은 동생 송영우를 낳아 준 친부모였고, 조카 송하은의 조부모였다.

“하나야.”

그때 강현수의 목소리가 송하나의 귓가를 울렸다.

“현수야.”

송하나가 작게 떨리는 목소리로.

“미안해.”

사과했다.

“괜히 나 때문에 두 분이…….”

“괜찮아.”

강현수가 송하나를 꼭 껴안고.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하실 거야. 그러니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

등을 토닥여 주었다.

“흐윽!”

송하나의 두 눈에서 작은 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네 잘못 아니야. 넌 아무 잘못도 없어.”

강현수가 송하나를 다독였다.

그러면서.

‘가만두지 않겠어.’

애써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아 냈다.

송하나는 아틀란티스에서 가장 처음 만나,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강현수가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동료이자 유일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그런 송하나의 과거를 알게 된 강현수의 분노는 결코 작지 않았다.

“이 두 사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강현수의 말에.

“아니야, 네가 할게.”

송하나가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현수한테 짐을 지울 수는 없어.’

이건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고. 그럼 자신이 책임을 져야 했다.

“그만 가 줘.”

송하나의 말에.

“싫은데.”

강현수가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 송영우와 송하은이 납득할 수 있는 처벌을 할 테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사실…….”

강현수가 구진수가 벌인 일에 대해 털어놨다.

“미, 미안해.”

송하나가 또다시 사과했다.

“네가 왜 사과를 해. 이건 너랑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인데.”

강현수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검찰이랑 경찰이 아마 지금쯤 여죄를 수사하고 있을 거야.”

“법의 처벌을 받게 하자고?”

“응.”

강현수의 대답에 송하나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도 절대 새어 나가지 않게 만들 생각이야.”

송중구와 배수영은 일반인에 불과하다.

스킬의 힘을 빌리면, 저 둘의 입을 다물게 만드는 건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다.

“알았어.”

송하나가 짧게 대답했다.

강현수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다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고 행동이기에.

억지로 납득했다.

그렇지만.

‘이대로 넘어가지는 않아.’

시간이 흐른 뒤, 진짜 제대로 된 처벌을 받게 해 주리라.

송하나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지.’

강현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송하나가 상처받을까 봐.

동생, 조카와의 인연까지 끊어질까 봐 나서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송하나에게 큰 상처를 준 두 짐승을 고작 법의 심판대에만 세울 생각은 없었다.

‘평생을 고통 속에 살게 해 주마.’

강현수가 악몽의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창조의 권능을 사용해, 악몽의 반지가 가진 권능을 약간 비틀 생각이었다.

저 두 짐승이.

‘영원히 악몽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남은 평생 동안.

잠에 들지 않는 것이, 깨어 있는 것만이.

‘유일한 구원이 되도록 만들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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