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324화 (324/365)

가 되었다.

그 후 느낀 점은?

‘완전 사기 스킬이었잖아.’

강현수가 가진 레플리카 스킬의 사기성을 엄청나게 짙게 느꼈다.

쿨타임이 공유되는 만큼.

우선은 강현수가 사용하고, 송하나의 경우는 쿨타임이 남을 때 종종 사용하는 정도였지만.

그것만 해도 스킬 랭크가 상승하는 속도와 스텟이 누적되는 속도가 어마어마했다.

‘뭐, 레플리카 스킬들이 전부 EX랭크라서 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강현수가 모든 레플리카 스킬을 EX랭크로 만들기 위해 적지 않은 고생을 했고.

송하나는 그 덕분에 지금 편하게 스킬 랭크와 스텟을 올리고 있는 셈이었다.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어차피 나도 현수의 휘하 지휘관이야.’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지만.

송하나는 강현수가 자신의 군주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자신이 강해지는 길이 곧 강현수가 강해지는 길이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뿐이지만.

‘금방 늘어나겠지.’

아마 다른 아홉 명의 TO가 채워지면?

쿨타임을 공유받는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빈도가 확 줄어들 것이다.

그러니.

‘지금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송하나는 애초부터 레벨 업에 열중하고 있었지만.

강현수로부터 스킬을 공유받은 후에는 더욱더 레벨 업에 열중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던 중.

“하나 누나?”

던전 앞에서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이들 중 하나를 만나고 말았다.

‘송영우.’

송하나의 표정이 굳어졌다.

‘플레이어로 각성한 건가?’

현존하는 최고 레벨 던전에 출입할 정도면 꽤 고레벨인 것 같았다.

그러나 원치 않는 만남이었고,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었다.

송하나는 그대로 무시하고 던전 입구를 향해 이동했다.

“하나 누나 맞지?”

그러나 송영우는 파티원들을 내버려 둔 상태로 송하나를 따라왔다.

“사람 잘못 보셨어요.”

송하나가 목소리를 깔며 짧게 대답했지만.

“얼굴부터 목소리까지 하나도 안 변했네.”

송영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잘 살고 있었구나. 다행이다.”

송영우의 말에 송하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잘 살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지구에서 송하나의 삶은 지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틀란티스로 넘어간 뒤 강현수를 만나고 안정을 찾기는 했지만.

치열했던 아틀란티스에서의 삶 역시 고난의 연속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따위 말을 하다니.’

아마 송영우는 송하나가 오랜 시간 실종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으리라.

“결혼은 했어? 난 했는데. 나 결혼할 때 누나를 찾으려고 엄청 노력했거든. 근데 아무리 찾아도 흔적이 하나도 없더라고. 그런데 이렇게 우연히 만나네.”

“사람 잘못 보셨다니까요?”

송하나가 정색하며 말했다.

“하나 누나 맞잖아. 아버지랑은 몰라도 나랑은 연락이라도 하고 지내자. 그리고 나 딸이 하나 있거든. 누나 조카. 이름은 송하은인데, 올해 다섯 살이야. 사진 보여 줄까?”

송영우가 주절주절 떠들었다.

“하아!”

송하나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만나고 싶지 않았던 사람.

반갑지 않은 얼굴.

그렇지만.

송영우라는 사람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송영우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었으니까.

그저.

“여기 내 명함이야.”

“필요 없어. 그냥 못 본 척하고 지나가. 앞으로도 알은척하지 말고.”

알고 싶지 않았다.

연관되고 싶지 않았다.

“가족인데 어떻게 그래?”

송영우의 말에.

“가족? 내가?”

송하나의 전신에서 짙은 살기가 피어올랐고, 제어되지 않은 마력이 넘실거렸다.

“어?”

송하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와 마력에 짓눌린 송영우의 몸이 부들부들 떨려 왔다.

송영우는 고레벨이라고는 하지만 어차피 평범한 플레이어 수준.

반면 현재의 송하나는 귀환자 출신 랭커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실력자로, 일반 플레이어들과는 그 격이 다른 존재였다.

“영우야! 무슨 일이야!”

송영우의 파티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고, 무기에 손을 가져다 댔다.

“별일 아니야. 신경 쓰지 마.”

“무슨 헛소리야! 이봐 당신, 여기 던전 밖이야! 스킬 사용 금지 구역이라고! 왜 영우를 위협하는지 모르겠지만.”

“신경 쓰지 말라니까! 내 친누나야!”

송영우의 말에 파티원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10년 넘게 찾고 있다는 그 누나?”

“플레이어였어?”

파티원들의 말을 들은 송하나가 얼굴을 찌푸렸다.

“휴우!”

애써 감정을 다독이고 마력을 거둬들였다.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살기와 마력을 뿜어낸 건 전적으로 송하나의 실수였다.

“미안.”

송하나가 사과했다.

한때는 송영우를 원망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그건 송영우의 잘못이 아니다.

“미안하면 잠깐 시간 좀 내줘. 그동안 누나가 어떻게 살았는지, 너무 궁금하고 걱정됐어.”

송영우의 말에 송하나가 잠시 고민했다.

“일단 사냥이나 해. 파티원들이랑 사냥하러 온 거잖아.”

“그럼 사냥 끝나고 같이 저녁이나 먹을까?”

송영우의 말에 잠시 망설이던 송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지. 일단 전화번호부터 좀 알려 줘. 근데 누나 파티원은 아직 안 온 거야?”

“신경 쓰지 마.”

송하나는 송영우와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송영우는 그 자리에 전화를 걸어 송하나가 알려 준 번호가 진짜인지 확인까지 한 후.

약속 시간에 늦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한 다음 파티원들과 던전으로 들어갔다.

“하아!”

송하나의 입에서 긴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런 곳에서 이렇게 우연히 송영우를.

자신의 이복동생을 만날 줄은 몰랐다.

* * *

그날 저녁.

송하나와 송영우가 함께 식사를 했다.

“하은이 정말 너무너무 귀엽지 않아?”

그러는 와중에 송영우는 딸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송영우는 전형적인 딸 바보였다.

“누나를 많이 닮았어.”

송영우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신기하게도 송영우의 딸 송하은은 아빠인 송영우보다 고모인 송하나와 더 많이 닮은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송하나는 그 사실이 달갑지 않았다.

조카인 송하은이 자신과 닮았다는 말은, 자신의 몸에 그 남자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증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말이다.

“아빠도 누나 걱정을 많이 했어. 예전 잘못도 많이 후회하고 있으시고.”

송영우의 말에.

“헛소리는 그만해.”

송하나는 코웃음을 쳤다.

세상에는 송영우처럼 딸에게 헌신적인 아빠도 있지만.

딸이라는 존재 자체를 증오하고 부정하고 학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헛소리라니? 그런 거 아니야. 진짜라니까?”

“그만 일어날까?”

송하나의 물음에 송영우가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누나는 언제 플레이어가 된 거야? 플레이어가 되기 전에는 뭐 하고 살았길래 실종된 사람처럼 찾을 수가 없었던 거야?”

송영우가 송하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냥 조용히 살았어.”

송하나가 짧게 대답했다.

굳이 송영우 앞에서 귀환자라는 사실을 주절주절 밝히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귀환자에 대한 정보 자체가 대중적이지 않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는 너는 언제 플레이어가 된 거야?”

“난 대격변 때 각성했어.”

“초기 각성자?”

“응, 적성에도 잘 맡는 거 같아서 완전히 전향했어.”

“회사는?”

송하나가 알기로 송영우는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는 게 기정사실화된 상태였다.

송하나와 송영우의 친부는 자산 규모가 천억대에 달하는 잘나가는 중소기업의 사장이었다.

“대격변 때 망했어.”

“망했다고?”

“큰돈을 들여서 시설 투자를 했는데, 완공 직후에 공장이 대격변에 휘말려서 박살이 났거든. 어떻게 살려 보려고 했는데, 결국 부도났어.”

송영우의 말에 송하나는 살짝 헛웃음이 나왔다.

친부가 처자식보다 더 사랑했던 회사가 그렇게 어처구니없이 망했다니?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너무 황당했다.

“그 후에는 아예 진로를 바꿔서 몬스터 부산물 처리 업체를 운영하고 있으셔. 뭐, 규모는 전에 비하면 열 배 이상 쪼그라든 수준이지만.”

“아깝겠다?”

송하나의 물음에 송영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혀, 오히려 난 지금이 좋아. 아버지 그늘에서도 완전히 벗어난 것 같고. 그리고 나만 아까워? 누나도 아깝지. 반은 누나가 물려받을 회사였는데.”

“헛소리하지 말라고 했다.”

친부가 송하나에게 회사의 절반을 물려준다?

절대 그럴 일은 없었다.

애초에 받고 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그 일 있고 나서 아버지도 조금 유해지셨어. 욕심도 내려놓으셨고.”

“그 사람 이야기는 그만해.”

냉기가 풀풀 날리는 송하나의 말에.

“알았어.”

송영우가 다시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점심을 거의 다 먹어 갈 때쯤.

“다음에는 아내랑 하은이도 데리고 올게.”

굳이 다음에 또 볼 필요는 없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송하나는 그 말을 애써 억눌렀다.

잘못을 저지른 것은 송영우의 부모지.

송영우가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송영우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부모 밑에서 어떻게 저런 자식이 나왔나 싶을 정도로 바보같이 착한 아이였다.

“알았어.”

짧게 대답한 송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렇게 10여 년 만에 성사된 남매의 만남이 끝났다.

* * *

“밥도 안 먹고 사냥한 거야?”

강현수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송하나에게 물었다.

요즘 사냥에 너무 열중한다 싶더니, 항상 함께하던 저녁 식사에 빠졌기 때문이다.

“아니야, 먹었어.”

“빵 같은 걸로 대충 때운 거야?”

강현수의 물음에 송하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남동생을 만났어.”

그러다 짧은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래? 반가웠겠네.”

강현수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반갑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말해 나쁘지도 않았다.

“던전 앞에서 우연히 만났어. 중소 길드 소속 고레벨 플레이어더라고.”

“그래?”

“응.”

송하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강현수도 더 이상 무언가를 묻지 않았다.

그저.

“이것 좀 받아.”

송하나에게 아이템과 스킬북을 한 무더기를 넘겼을 뿐이다.

“이게 뭐야?”

“나한테는 쓸모없는 건데, 혹시 너한테 필요할까 싶어서. 그럼 먼저 갈게.”

강현수가 그 말과 함께 집으로 사라졌다.

송하나는 강현수가 넘겨준 아이템과 스킬북을 살펴봤다.

‘나한테 필요한 게 하나도 없잖아.’

A랭크나 S랭크 아이템으로, 일반 고레벨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거대 길드의 후원을 받거나 운이 좋아 득템을 해야만 겨우 사용할 수 있는 고랭크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이미 EX랭크로 도배한 송하나의 입장에서는, 하등 쓸모없는 잡템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건 스킬북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내가 익힌 것과 같은 종류의 스킬북도 있잖아.’

EX랭크 스킬을 지닌 송하나가 같은 종류의 S랭크 스킬북이 왜 필요하겠는가?

헛웃음이 나왔다.

아마 동생에게 주라고 넘겨준 것이리라.

‘고마워, 현수야.’

강현수는 아틀란티스에서도, 지구로 귀환해서도.

송하나의 과거에 대해 캐묻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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