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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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정리

“푼 마석 물량은?”

“회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시적으로 원유 생산량이 줄었기에 문제가 생긴 것일 뿐.

전보다 더 폭발적인 원유 생산이 가능해진 지금, 마석을 굳이 본래 가치의 1/10에 불과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거기다 마석 정제 장비 부족으로 인해 강현수가 푼 마석은 아직 에너지원으로 활용되지도 않은 상태였다.

“환경 문제가 있지 않나? 그냥 써도 되는데.”

“그렇기는 하지만, 마석을 다른 분야에 사용하는 게 그 효용성이 훨씬 더 큽니다.”

제약이든, 제조업이든, 원재료든.

마석을 필요로 하는 곳은 널리고 널렸다.

에너지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마석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다른 분야에서 사용하는 게 훨씬 그 효용이 높았다.

“그럼 그렇게 해.”

“알겠습니다.”

결국 강현수가 푼 마석 회수가 결정되었다.

강현수 입장에서는 마석을 1/10의 가격으로 팔든, 1/100의 가격으로 팔든 큰 상관이 없는데.

그마저도 원래 가격에 팔게 생긴 것이다.

강현수가 마석 가격을 할인한 건, 어디까지나 에너지 시장에서 판매될 때였으니.

다른 분야에 판매된다면, 정상 가격을 받으면 그만이다.

결과적으로 강현수는.

그저 보유한 마석의 수량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패권을 손에 넣은 꼴이었다.

또한 마틴의 간언을 들어 마석의 사용처를 바꾼 강현수의 선택은 결코 틀린 게 아니었다.

대량으로 풀린 마석으로 인해 현대 과학 수준은 눈에 띄게 발전했고.

그 결과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마석을 이용해 석유를 개량, 환경오염 제로로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었고.

결국 석유는 효율 좋고 안전한 친환경 에너지로 거듭날 수 있었다.

물론 그 기술이 개발되어 다시 석유 가치가 올랐을 때쯤에는.

끝까지 발악을 하며 버티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치킨 게임에서 패배한 상태였고.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원유 역시 강현수의 손에 들어간 후였다.

* * *

세계 각국이 바쁘게 움직였다.

특히 그중에서도 유럽과 아메리카의 경우, 차원 게이트 사태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편 베네수엘라를 제외하고 피해가 전무했던 남아메리카나 아프리카, 호주 같은 경우는.

적잖이 긴장하고 있었다.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에서 일어났던 차원 게이트 사태가 자국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세계 플레이어 협회 긴급 개입 조치 가입국이 급속도로 늘었다.

그러나 모두가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경우, 독재자들의 비율이 꽤 높았고.

권력을 쥐고 있는 독재자들이 외부의 개입을 꺼림칙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간다 역시 그런 나라 중 하나였다.

우간다의 역사는 단 한 번도 평화롭게 흘러간 적이 없었다.

영국의 식민지였고.

독립한 후에는 아프리카의 검은 히틀러라고 불리는 학살자이자 막장 독재자인 이디 아민의 지배를 받았으며.

막장 독재자를 쫓아내고 정권을 잡은 밀턴 오보테 대통령도 정상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부정선거와 더불어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자들에게 무자비한 대학살을 자행했으니까 말이다.

그 후 쿠데타로 밀턴 오보테 대통령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은 인물은.

요웨리 무세베디로, 그 역시 정상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후 30년 넘게 독재를 하고 있으며.

전 대통령과 전전 대통령 못지않은 실정을 저질렀으니까.

그 결과 우간다는.

현재 치열한 내전을 겪고 있는 중이었다.

문제는.

그 내전이 무려 30년도 더 전에 시작되었음에도 아직까지 끝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내전, 굶주림, 학살, 폭행, 에이즈 등등.

21세기에 이런 나라가 존재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엉망진창인 곳이 바로 우간다였다.

그런 우간다에 거대한 차원 게이트가 열렸지만, 정부군과 반정부군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결과.

쿵! 쿵! 쿵!

거대한 차원 게이트를 통해 몬스터와 마족으로 이루어진 대군이 아무런 방해도 없이 손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예상대로 절망과 공포가 넘쳐흐르는구나.”

차원 게이트를 통해 우간다로 넘어온 마족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사방에서 죽음의 기운과 온갖 마이너스한 감정들이 넘쳐흘렀기 때문이다.

아직 학살을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마기가 상승할 정도였으니.

마족들에게 있어서 지구는 지상낙원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마족과 몬스터 군대는 무차별한 학살을 저지르는 대신 질서 정연하게 도열했다.

마족과 몬스터 대군의 숫자가 30만을 넘어갈 때쯤.

저벅저벅.

차원 게이트 내부에서 세 명의 마계 귀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구의 공기는 정말 상쾌하군.”

“먼저 간 녀석들이 제대로 재미를 봤겠어.”

“그러니 건방지게 보고를 끊었겠지.”

마계 백작 우쿠르, 다티, 스타루드가 차례로 입을 열었다.

“이번 기회에 본때를 보여 줘야지.”

마계 백작 스타루드의 말에.

“아직은 이르다.”

“맞아, 아마 먼저 건너온 녀석들은 우리보다 더 강해졌을 가능성이 높아.”

마계 백작 우크르와 다티가 만류했다.

먼저 지구로 건너갔던 마계 귀족들 중 제대로 된 보고를 한 놈이 없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해서 마계 자작 드라포우를 제외하면, 단 한 놈도 보고를 올리지 않았고.

그나마 약식 보고를 올렸던 마계 자작 드라포우도 그 후 보고를 끊어 버렸다.

마왕 단탈리온은 분노했고.

마계 백작 우쿠르, 다티, 스타루드는 건방진 마계 하위 귀족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고 싶었다.

“태생이 천한 놈들이야. 그놈들이 강해져 봐야 얼마나 강해졌겠어?”

마계 백작 스타루드가 이를 빠득빠득 갈며 말했다.

“네 말이 맞다. 그놈들과 우리는 혈통부터가 다르지. 하지만 그래도 마족은 마족. 이런 축복받은 차원에서 오랜 시간 활동했다면 충분히 여러 번의 승급을 거쳤을 거다.”

“그래, 서두르는 건 좋지 않아. 일단은 녀석들과 접촉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대한 힘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마계 백작 우크르와 다티는 냉정하게 현실을 파악하고 실리를 찾기를 원했다.

뭐, 그래 봤자.

“환경이 갖춰졌어. 그런 천한 놈들보다 우리가 더 빨리 강해질 수 있다.”

“징벌은 그 후에 하면 그만이야.”

고위 마계 귀족 특유의 오만함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오히려 녀석들이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걸 고맙게 생각하자고.”

“그래, 트집만 잡으면 먹어 치워 버릴 수 있으니까.”

우크르와 다티는 힘을 키운 후.

먼저 지구로 넘어온 뒤 마왕의 지시를 멋대로 어긴 녀석들을 먹어 치울 생각이었다.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면?

자신들은 먼저 지구에 도착한 마계 남작과 자작 들이 쌓은 힘까지 모조리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조심해야 했다.

이미 마왕의 지시를 어긴 녀석들이니만큼 역으로 자신들을 공격해 잡아먹으려 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마계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지만.

이곳은 마계와 단절된 차원인 지구이니만큼 어떤 변수가 발생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럼 조용히 움직이는 게 좋겠군.”

“당분간은 그러자고.”

“좋아, 그럼 움직이자.”

세 명의 마계 백작들이 휘하 병력 30만과 함께 조용히 이동했다.

사실 30만이나 되는 대군이 조용히 이동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마계 백작 다티의 비기 중 하나인 환영의 장막을 사용하면.

손쉽게 자신들의 모습을 감출 수 있었다.

환영의 장막을 사용해 이동한 마족과 몬스터 대군은.

“모두 죽여라!”

“피와 죽음의 축제를 열어라!”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했다.

사실 정상적인 국가였다면.

아무리 환영의 장막으로 시야를 가렸다고 해도 얼마든지 마족과 몬스터 대군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마력 탐지기를 통해 차원 게이트가 열릴 것을 예측할 수도 있고.

공격당한 지역에서 여러 통신 방법을 통해 정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우간다의 경우, 정상적인 국가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행정 체계가 엉망이었고.

내전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보니, 차원 게이트를 사전에 찾아내기는커녕 마족과 몬스터 대군의 대학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있는 던전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몬스터 필드가 사방에 널려 있는 나라가 우간다였다.

그러니 갑작스러운 차원 게이트 사태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어찌어찌 몬스터의 습격을 받았다는 보고가 올라가도, 정부군과 반정부군 모두 무시하기 일쑤였다.

괜히 몬스터를 토벌한답시고 교전을 벌이다 상대에게 빈틈을 보이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나라가 워낙 막장인 탓에 세 명의 고위 마계 귀족은 너무도 손쉽게 대학살을 저지르며 빠르게 힘을 키울 수 있었다.

거기다 중간중간 존재하는 몬스터 필드에 서식하는 몬스터들까지 사역하기 시작하자, 30만이었던 병력 규모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빠르게 불어났다.

정부군과 반정부군이 뒤늦게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을 때는.

이미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후였다.

그리고 애초에 정부군과 반정부군의 전력으로는 마족과 몬스터 대군을 막을 수 없었다.

플레이어 전력?

극소수의 플레이어들이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정부군이나 반정부군에 투신한 상태지만.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은 이미 가족들과 함께 우간다를 탈출해 해외로 망명한 상황이었다.

당연히 플레이어의 숫자와 질 모든 것이 월등하게 부족했다.

그건 군사력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내전을 통해 제 살 깎아 먹기를 한 탓에 정부군과 반정부군 모두 정규군이라고 하기에는 그 질이 형편없이 떨어졌다.

그 결과 마족과 몬스터 대군에 의해 우간다라는 국가가 순식간에 쓸려 나갔다.

우간다의 인구는 무려 세계 30위로, 4,800만에 달한다.

무능한 정부로 인해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공포와 절망에 휩싸여 목숨을 잃었고.

그에 비례해 마계 귀족들과 그들이 이끄는 마족, 몬스터 대군은 빠르게 강해졌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우간다에서 일어난 참상이 뒤늦게나마 외부로 알려졌다는 점이었다.

* * *

강현수는 오토 사냥과 그간의 차원 게이트 사태를 토벌하며 끊임없이 레벨 업을 했고.

그 결과 꽤 많은 스텟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창조의 권능으로 보유한 스킬들을 상당히 많이 개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직업인 일인사령부와 고유 스킬인 레플리카의 경우는 차마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필요로 하는 스텟이 너무 많았고.

기왕이면 가이아 시스템의 보조를 받아 천천히 성장시킬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안 올라도 너무 안 오르네.’

아틀란티스에서 지구로 귀환한 지도 벌써 1년이 훌쩍 넘어 2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동안 일인사령부 스킬을 정말 끝도 없이 사용했는데.’

처음 지구로 귀환했을 때는 마왕 그레모리를 제외하고 단 한 기의 소환수도 없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1백만 기가 넘는 소환수가 풀로 차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강현수는 창조의 권능을 사용해 수많은 스킬을 개량하며 소환수를 구성하고 소멸시키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면.

‘이제 슬슬 업그레이드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나 아직까지는 감감무소식이었다.

단지 한 가지 의심 가는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기존의 소환수를 소멸시키고 부활시키는 건 일인사령부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이지.’

이건 그간의 경험으로 파악한 일종의 가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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