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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들의 고민

아메리카 차원 게이트 사태가 종결되었고, 베네수엘라까지 정리했다.

그러나 강현수는 쉴 시간이 없었다.

소환수가 된 마계 귀족들에게서 정보를 뽑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나름 자작급이라 기대를 했는데.’

알고 있는 정보가 별로 없었다.

사실상.

‘도플갱어 킹 포르든 남작과 바우카 남작이 알려 준 정보와 다를 게 없어.’

같은 하위 마계 귀족이라 그런지 정보량이 영 신통치 않았다.

‘다음에는 백작급이 오려나?’

남작급 둘이 온 후 자작급이 아홉이나 왔다.

이건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플레이어들이 몬스터를 사냥해 잔존 마력을 흡수하면, 마력 농도는 엄청나게 서서히 오른다.

대기 중으로 흩어지는 잔존 마력보다 플레이어가 흡수하는 마력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의 상황은 전혀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다.

‘내 가설이 맞나 보네.’

그간 쉼 없이 지구를 침략해 온 마계 귀족, 일반 마족, 몬스터 들은 거의 대다수가 강현수와 소환수의 손에 소멸했다.

그 말은.

‘플레이어들이 흡수해 마력 농도가 서서히 오를 확률이 엄청나게 낮아졌다는 거지.’

사실상 지구를 대규모로 침공한 마족과 몬스터 들의 90%를 강현수와 소환수들이 처리했다.

나머지 10%에도 휘하 지휘관들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

그 결과 현재 지구의 마력 농도는.

다음번에 마계 백작의 침공을 대비해야 할 정도로 높아져 있을 것으로 추정될 지경이었다.

‘뭐,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나마 다행이라면 힘을 잃지 않은 건 강현수뿐이라는 점이다.

귀환자 출신 휘하 지휘관들이나 지구에 와서 받은 휘하 지휘관들은.

‘지구에서 각성했지.’

그 말인즉.

플레이어 휘하 지휘관들의 몬스터 사냥 속도가 빨라져야.

‘마력 농도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거지.’

강현수의 성장 속도를 따라오는 건 힘들겠지만.

어느 정도 보조는 맞춰 줘야 했다.

‘좀 더 빡세게 굴려야겠네.’

사실 지구를 침공하는 마왕이 하위 서열인 단탈리온으로 확정된 이상, 침공 속도가 빨라져도 큰 문제는 없다.

현재 강현수와 소환수들의 힘만으로 충분히 상대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니까 말이다.

그러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굴려야지.’

거기다 강현수가 소환수를 총동원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지.’

강현수와 소환수가 아무리 24시간 쉼 없이 사냥을 해도 전 세계의 몬스터를 다 쓸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한민국의 던전만을 사냥터로 정해 놨을 때는 무조건 사냥터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지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면?

소환수들을 24시간으로 돌려도 사냥터가 남았다.

그 말은 휘하 지휘관 플레이어들을 포함해서.

전 세계 플레이어들을 좀 더 쥐어짤 필요가 있다는 뜻이었다.

‘곧바로 지시를 내려야겠어.’

마침 러시아 사태, 인도 사태, 아시아 차원 게이트 사태, 유럽 차원 게이트 사태, 아메리카 차원 게이트 사태가 연달아 일어나서.

인류의 경각심이 극도로 상승한 상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세계 각국의 플레이어들은 더 강해질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정부를 적당히 움직이면 더 달리게 할 수 있겠지.’

플레이어들의 의지는 충만하니 정부가 지원만 해 주면.

더 열심히 사냥에 열중하리라.

‘대책을 마련해 보라고 지시를 해 봐야겠어.’

명예욕이든, 돈 욕심이든, 권력욕이든, 절박함이든.

자극할 수 있는 건 다 자극해 봐야 할 것 같았다.

* * *

“유가가 또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으흠.”

전제군주 국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이자 실세인 무함머드의 이마에 주름이 피어올랐다.

석유는 현대 산업의 피나 마찬가지인 존재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오펙의 실질적인 수장이자 중동의 맹주다.

비록 최대 산유국 자리는 베네수엘라에게 빼앗겼고.

석유 채굴량도 미국과 러시아에게 밀리는 수준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사막 국가.

땅만 파면 석유가 나오는 축복받은 대지로 석유 채굴 원가가 다른 산유국들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낮았다.

결정적으로 그간 수많은 대체 산업에 투자하기는 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대다수의 중동 산유국들의 경우 국가 경제의 대다수를 석유 판매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런 중동 국가들 입장에서 유가의 급격한 하락은 실로 엄청난 타격이었다.

“그러나 이건 연달아 대규모 차원 게이트 사태가 발생해 대규모 마석이 공급되었기에 벌어진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합니다.”

플레이어들이 생산하는 마석의 양은 에너지원으로서 석유를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니 이건 일시적인 현상이 맞았고.

시간이 흐르면 떨어진 석유 가격은 다시 상승하리라.

그러나.

“아람코의 주식 상황은?”

“최저가를 찍었습니다.”

석유의 미래 전망이 비관적이고.

그 말은 석유 판매로 국가를 유지하는 중동 국가들의 미래 전망 역시 엄청나게 비관적이라는 뜻이었다.

단순히 아람코의 주식만 낮은 것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사우디아라비아가 투자했던 기업들의 주식 가치도 대거 폭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그간 미래를 대비한다면서 신재생 에너지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기득권 에너지인 석유로 먹고사는 나라가 도전자인 신재생 에너지에 투자를 한다는 게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당장은 석유를 팔아 돈을 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신재생 에너지에 투자를 한다.

훗날 신재생 에너지의 시대가 오면?

석유는 퇴물이 되겠지만, 신재생 에너지에 막대한 투자를 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전히 에너지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할 수 있다.

한데 대격변이 모든 걸 망쳐 버렸다.

마석의 존재가 사우디아라비아의 현재인 석유와 미래인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순식간에 집어삼켜 버린 것이다.

주식의 가격은 현재 가치보다 미래 가치를 더 높게 친다.

석유?

미래가 없다.

신재생 에너지?

역시 미래가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에서는 현재와 미래가 모두 망해 버린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뭐, 부자는 망해도 3년은 먹을 것이 있다는 말처럼.

당장 사우디아라비아가 망한 건 아니고 미래에도 망할 일은 없다.

그동안 석유 팔아 번 돈도 있고 앞으로 벌 돈도 있으니.

지금부터 대비를 한다면.

석유가 완전히 에너지 시장에서 퇴출되고.

마석이 에너지 시장을 독점해도.

어느 정도 먹고살 수는 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이자 실권자인 무함머드의 입장에서 이런 결과는 망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펙은 구시대의 유물이 될 것이고.

국제 유가를 좌지우지하며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던 사우디아라비아는 그저 그런 중진국, 최악의 경우 후진국으로 전락해 버릴 것이다.

‘대세를 거스르는 건 불가능하겠지.’

에너지 시장이 석유에서 마석으로 넘어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가공도 쉽고.

에너지 손실도 적으며.

환경오염이 전혀 없는 친환경 에너지.

유일한 단점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에는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점이지만.

‘이제 고작 6년이야.’

마석은 등장 6년 만에 석유를 위협하고 있었다.

생산량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었고, 그에 비례해 가격은 하락 중이다.

앞으로 짧으면 5년, 길면 10년.

그 정도 시간이 지나면?

마석이 석유를 완벽하게 대체하는 에너지원으로 거듭날 것이다.

‘지금부터 아무리 대비를 해도 현재를 유지할 수는 없다.’

이게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이자 실권자인 무함머드의 결론이었고.

‘그럴 수는 없지.’

예정된 몰락을 기다리는 건 무함머드 왕세자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오히려 그나마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게 가능한 지금.

남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모험을 해 보는 게 더 효과적으로 보였다.

“지금 당장…….”

무함머드 왕세자의 지시가 있고 며칠 후.

국제 유가가 일제히 폭등했다.

* * *

“유가 폭등? 그게 무슨 말이야?”

강현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CIA 부국장 마틴에게 물었다.

“중동, 아메리카, 유럽,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대대적인 감산에 동참을 했습니다.”

중동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중앙아시아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아메리카와 유럽이라니?

이건 살짝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메리카라면, 미국과 캐나다도 동참을 한 건가?”

“예, 최근 유가 하락이 미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석유 업체들의 불안감을 부채질한 모양입니다. 사실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 석유 업체들이 일종의 단합을 한 모양새입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사실상 석유 회사가 국영 기업이거나.

국영 기업이 아니더라도 정부의 지배하에 있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은 사정이 조금 달랐다.

“그런데 중동은 서로 사이가 나쁘지 않나?”

중동의 경우.

서로 사이가 좋은 경우도 있지만 나쁜 경우도 많았다.

특히 종파 문제가 가장 컸다.

“다급하니 서로 합의를 한 모양입니다.”

“그렇군. 그런데 그런 일을 굳이 내가 알아야 하나?”

강현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국제 유가가 폭등을 하든 폭락을 하든 그건 강현수와 관계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강현수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차원 게이트 사태와 몬스터뿐이었다.

“저, 그런데 단합을 한 이유가 마석 때문인 모양입니다.”

“마석?”

강현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예, 이번에 마석이 에너지원으로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대량생산 되지 않았습니까.”

그렇기는 했다.

엄청난 숫자의 차원 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 차원 게이트에서 엄청난 마석이 쏟아져 나왔으니까.

“마석의 안전성이 증명되지 않았고 생산 중단의 위험이 있으니,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 말자는 국제법을 추진하려는 모양입니다.”

“산유국들과 업체들이?”

“예.”

강현수는 기가 찼다.

그러나 어느 정도 이해는 했다.

처음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 마차를 모는 마부들이 대규모 시위를 했고.

그 결과 영국에서는 온갖 제약과 함께 자동차가 마차보다 빨리 달릴 수 없는 붉은 깃발법을 제정했다.

‘그래서 영국은 자동차를 가장 먼저 만든 국가이면서도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겨 버렸지.’

산유국들과 석유 업체가 단합과 함께 마석 에너지원 사용 금지법을 추진하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짓이든 할 수 있지.’

석유를 감산해 가격을 폭등시키면?

세계 각국의 정부를 압박할 수 있고, 물가를 폭등시킬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생각은 어떻지?”

“지시만 내려 주시면 강력하게 찍어 누를 생각입니다.”

미국 석유 업체의 파워가 아무리 강해 봐야.

미국 중앙정부가 대놓고 조지면, 결국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이건 다른 아메리카 국가나 유럽 국가 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적잖은 소요가 발생할 것은 분명했다.

북아메리카 국가인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해 유럽의 경우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선봉장이다.

그런 만큼 국가가 사기업에 제재를 가하면 법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거기다 석유 업체를 지지하는 정치인들의 세력 역시 만만치 않았다.

또 중동, 남아메리카, 중앙아시아의 산유국들은.

강현수의 휘하에 있는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이 제재를 가하려고 해도.

자신들의 목숨줄이 걸린 만큼 처절하게 저항하리라.

“마석이라.”

강현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마석은 몬스터가 나와야 존재할 수 있고.

그 말은.

‘침공이 끝나면 더 이상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말이지.’

물론 마력 농도가 올라간 지구에서 자체 생산될 수도 있다.

동물이 몬스터화가 되든, 마석 광산 같은 게 생기든.

그러나 아닐 가능성도 있고.

설사 생기더라도.

‘생산량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지.’

그렇기에 강현수는 석유 산업을 계속 존속시킬 생각이었다.

환경 문제 때문에 언젠가는 종결을 시키더라도.

당장 석유를 에너지 시장에서 완전 퇴출시키는 건 리스크가 너무 컸고.

마석 공급이 끊기거나 줄면 문제가 될 게 확실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류가 석유 없이 신재생 에너지로만 문명을 유지할 수 있는 때가 올 수도 있지만.

‘당장은 아니지.’

그런데 벌써부터 이렇게 지레 겁을 먹고 단합을 할 줄은 몰랐다.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전 인류의 단합을 원하는 강현수에게 있어서 이런 식의 분란은 결코 환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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