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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단탈리온의 오판 (2)

“캐나다 전역에서 수천 개에 달하는 차원 게이트 발생 징후가 감지되었습니다.”

“당장 세계 플레이어 협회에 도움을 청하시오!”

캐나다 총리가 비명을 지르며 미국과 마찬가지로 계엄령 선포, 플레이어 비상소집, 캐나다군 출동을 명령했고.

이는 멕시코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 큰불이 난 것이다.

삼국이 화들짝 놀라 대응과 함께 세계 플레이어 협회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을 때.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파나마, 쿠바, 아이티 같은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에도 차원 게이트라는 크고 작은 불길이 타올라 초비상이 걸렸다.

아시아와 유럽을 덮쳤던 대규모 차원 게이트 사태가.

북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에서 벌어진 것이다.

* * *

‘진짜 빠르네.’

백악관에서 연락이 온 즉시 강현수가 소피아와 함께 미국으로 향했다.

‘차라리 한곳에 몰려서 올 것이지.’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용종 몬스터 군단이나 언데드 몬스터 군단이 쳐들어왔을 때처럼.

커다란 차원 게이트에서 뭉텅이로 쏟아져 나오면 얼마나 좋은가?

‘그럼 입구만 지키면 다 때려잡을 수 있는데 말이야.’

그런데 크고 작은 차원 게이트 수천 개를 열어 버리니.

말 그대로 이동하며 몬스터를 때려잡는 게 아주 큰 고생이었다.

모기들이 한군데 몰려 있으면?

전기 모기 채를 휘두르든 살충제를 뿌리든, 한 방에 손쉽게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집 안방에도 있고, 서재에도 있고, 거실에도 있고, 화장실에도 있고.

그것도 모자라 앞집, 뒷집, 옆집을 포함해 온 동네에 퍼져 버리면?

모기에 물리는 사람도 늘어나고, 잡는 데도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뭐, 별수 없지.’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빨리 움직이는 게, 북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의 피해를 줄이는 지름길이었다.

* * *

비상이 걸린 미국은 자국에서 가용할 수 있는 전력을 총동원했다.

그러나 땅덩어리가 너무 큰 게 가장 큰 문제였다.

하나하나의 주가 사실상 웬만한 나라 하나와 맞먹는 크기이니.

중앙정부와 주 정부가 협력을 한다고 해도 전국의 몬스터들을 토벌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나.

강현수가 개입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휘하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들을 포함해.

중국의 진구평과 러시아의 도르초프.

세계 각국의 랭커급 플레이어들이 모두 강현수의 휘하로 들어온 상황.

강현수만 소피아의 도움으로 미국에 도착하면,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던 랭커들 역시 미국에 도착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모두 강현수의 휘하에 있었고.

일인사령부 소환 스킬을 쓰면, 손쉽게 미국으로 전 세계의 랭커들을 소집할 수 있었다.

거기다.

캬아아아악!

강현수가 기동성을 위해 랭커들의 휘하에 와이번 소환수를 대량으로 배치해 주자.

랭커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빠른 기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손쉽게 미국 각 주로 퍼져 몬스터 소탕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특히 강현수의 활약이 돋보였다.

콰콰콰콰콰콰콰!

끝이 보이지 않는 방대한 마력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핏빛 오러의 그물은.

꽈과과과과꽝!

너무도 손쉽게 지상의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끝이 없네.’

손쉽게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고 있음에도.

강현수의 마음은 여유롭지 않았다.

미국의 상황은 현재 나름 여유로웠다.

그러나 캐나다와 멕시코는 무척이나 촉박한 상황이었다.

거기다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의 경우.

‘중앙정부의 능력이 너무 떨어져.’

아니, 솔직히 말해 능력이 떨어진다는 수준을 넘어서서 너무 무능했다.

국가가 플레이어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져서 우왕좌왕 개판 5분 전의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특히 아이티의 경우는.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도 사실상 중앙정부가 붕괴한 상태로.

국가의 주도권을 플레이어 갱단이 장악한 막장 중에 막장 상황이다 보니.

이번 위기 역시 무정부 상태로 국민들이 각자도생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졌다.

‘일단 미국부터.’

미국을 먼저 정상화시키려는 이유는.

‘플레이어 전력과 군사력이 가장 막강하니까.’

미국의 위협이 해소되면.

미국의 랭커와 플레이어 전력은 물론 막강한 군사력까지 타국에 투사할 수 있다.

‘그럼 게임 끝이지.’

미국의 랭커와 플레이어 들이 캐나다와 멕시코를 비롯한 중앙아메리카 국가에 투입되면?

상황을 순식간에 정리할 수 있었다.

또 캐나다와 멕시코를 비롯한 중앙아메리카의 경우도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그곳에도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들과 그들의 휘하에 배치해 놓은 소환수들을 투입한 상태였다.

쉽게 말해서.

‘다른 나라가 버티고 있는 동안 미국을 먼저 정상화하는 거지.’

그 후 캐나다와 멕시코 순으로 정리를 끝내면.

‘정리가 끝난 국가의 플레이어 전력과 군사력도 곧바로 동원할 수 있어.’

일단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을 최대한 빨리 정상화시켜야 했다.

그런데.

-강현수 님, 콜로라도주에 추가 지원이 필요합니다.

갑자기 콜로라도주에 투입했던 공간 이동 스킬 보유 지휘관에게서 지원 요청이 왔다.

-추가 지원? 몬스터들의 숫자가 늘어났나?

강현수의 기억으로는.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전력일 텐데.’

-몬스터가 아니라 마족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마계 귀족급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강현수의 눈이 번뜩였다.

‘이놈들이 아주 막 나가기로 작정을 했구나.’

도플갱어 군단과 그들을 이끄는 도플갱어 킹인 포르든 남작과 바우카 남작은 그나마 몰래 투입시키기라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주 만만히 보는구나.’

아마 지구를 다 잡은 먹잇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본때를 보여 주마.’

몬스터는 몰라도 마족은 무조건 최단 시간에 제거해야 했다.

피의 학살을 벌이며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었고.

가장 최악은.

‘지구의 현 상황을 마왕 단탈리온에게 보고할 수도 있어.’

그럼 마왕 단탈리온이 급격히 몸을 사릴 수가 있다.

그리고 그건.

마왕 단탈리온과 그 세력을 골수까지 빨아먹을 예정인 강현수에게 있어서 상당히 곤란한 일이었다.

* * *

마계 자작이자 화마족 일파의 족장인 브레미크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으하하하하!”

브레미크 자작이 커다란 광소를 터트렸다.

꿀단지인 지구 침공을 자원한 이들은 너무 많았지만.

차원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는 계급은 자작이 한계치였고, 그 허용 숫자도 너무 적었다.

그렇기에 수많은 마계 자작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브레미크 자작은 그런 수많은 마계 자작들을 힘으로 누르고 당당하게 지구 침공의 선봉장 중 한 명이 될 수 있었다.

‘고작해야 도플갱어 따위에게 뒤질 수는 없지.’

먼저 지구로 진입한 도플갱어 킹 포르든 남작과 바우카 남작이 얼마나 꿀을 빨았겠는가?

아마 진작 승급을 했을 것이고.

최하 자신과 동급인 마계 자작, 어쩌면…….

‘고위 귀족인 백작에 진입했을지도 몰라.’

하위 마계 귀족이 자신을 앞지르는 꼴을 어찌 얌전히 지켜만 볼 수 있겠는가?

당장 피의 살육을 펼쳐 마기를 최대치로 흡수해 승급을 해야 했다.

“인간들을 모조리 죽여라!”

브레미크 자작의 명령에 따라 화마족들이 일제히 몸을 날렸다.

수는 고작 해 봐야 고작 3천에 불과했고 자신을 제외한 마계 귀족도 없었지만.

상대는 나약한 인간 아니겠는가?

브레미크 자작은 일방적인 학살을 자신했다.

그런데.

퍼어엉!

“우워어어억!”

“죽여!”

“막아!”

챙! 퍼엉! 파강!

수하들이 일방적인 학살을 펼치기는커녕 치열한 접전을 벌였고.

심지어.

“아아악!”

“커억!”

수많은 마족들 중에서도 상위 종족에 속하는 수하들이 적잖이 목숨을 잃고 있었다.

‘고작 인간 따위에게 죽어?’

화마족의 족장 브레미크 자작에게 있어서 인간은.

고작해야 몬스터 따위에게 쓸려 나가고, 마족 중에서도 하위 종족인 도플갱어에게도 농락을 당하는 나약한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인간이 자신을 따르는 화마족 전사들을 죽이고 있었다.

‘인간들의 최정예부대가 모인 곳에 떨어지기라도 한 건가?’

상황을 그렇게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더 이상 용납할 수는 없지.’

화르르르륵!

브레미크 자작의 전신에서 시퍼런 불길이 줄기줄기 피어올랐다.

휘익!

브레미크 자작이 가볍게 손짓을 한 순간.

꽈아아아아앙!

푸른 화염이 순식간에 인간들을 쓸어버렸다.

그런데.

‘왜 고작 이 정도밖에?’

꽤 많은 인간들을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수급되는 마기의 양이 너무 보잘것없었다.

‘그러고 보니…….’

뭔가 인간들이 죽어 갈 때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기도 했다.

‘설마?’

의아한 표정을 짓던 브레미크 자작이 인간 하나를 맨손으로 죽여 봤는데.

퍼억!

‘인간이 아니잖아?’

피 따위는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저 미약한 마력이 소멸하는 느낌만 들 뿐.

‘소환수?’

브레미크 자작의 표정이 굳어졌다.

고작 인간도 아니고 소환사의 소환수 따위에게 자신의 부족이 이런 피해를 입다니?

‘모조리 불태워 주마.’

그리고 이 소환수들의 소환사도 불태워 버릴 예정이었다.

화르르르륵!

브레미크 자작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화염이.

꽈아아아아앙!

화염방사기의 화염처럼 뿜어져 나가며 주변의 모든 것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소환수와 인간들이 불타올랐고.

인간들의 건축물이 녹아내렸다.

마계 자작이 전력을 다하기 시작하자.

화마족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소환수들과 인간들이 순식간에 전멸 직전으로 내몰렸다.

하나 브레미크 자작은 단순히 적들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인 게 아니었다.

‘찾았다.’

소환수를 부리는 소환사를 찾는 것.

그게 브레미크 자작의 제1목표였고.

생각보다 손쉽게 소환사로 추정되는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 주마.’

두두두두!

브레미크 자작이 무서운 속도로 소환사를 향해 달려갔다.

한편 소환사.

아니,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인 메이펑의 표정은 돌처럼 굳어졌다.

‘어디서 저런 괴물이 나타나서.’

하필 공간 이동 스킬도 쿨타임에 걸려 있었고.

강현수가 배치해 준 소환수들은?

순식간에 박살이 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죽는 건가?’

강현수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공간 이동 스킬이 없는 이상 단시간에 자신을 구원해 주러 올 수는 없을 터.

쿠웅! 쿠웅!

3미터에 달하는 키를 가진 거구의 화마족 족장 브레미크 자작이 푸른 불길에 휩싸인 채 자신에게 달려드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죽어라! 인간!”

브레미크 자작의 외침과 함께.

화르르륵!

살을 태울 듯한 열기와 함께 푸른 화염이 메이펑에게 날아왔다.

죽음을 직감한 메이펑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든 순간.

꽈아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푸른 화염이 산산이 부서져 내렸고.

거대한 등을 가진 무언가가 메이펑의 앞을 지키고 섰다.

브레미크 자작의 공격을 막아 내고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 메이펑을 지킨 건.

키가 6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오크였다.

“오크 로드?”

브레미크 자작이 굳은 표정으로 외쳤다.

거대한 체구와 삐죽 솟은 엄니.

틀림없는 오크 로드였다.

그런데 오크 로드가 왜 인간의 편을 든다는 말인가?

“화마족이군. 죽여 주마.”

오크 로드가 그 말과 함께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며 브레미크 자작에게 달려들었고.

“마족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몬스터와 다를 바 없는 오크 주제에 어디를 감히.”

화마족인 브레미크 자작 역시 분노를 토해 내며 자신의 무기인 대도를 들어 올렸고.

꽈아아아앙!

화마족의 족장 브레미크 자작과 강현수의 소환수로 부활한 전 오크 로드이자 마계 자작인 카쉬쿠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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