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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단탈리온의 오판

“도플갱어입니까?”

버틀러 대통령이 갑작스러운 사태에 화들짝 놀라 물었다.

“그렇다.”

이에 버틀러 대통령의 경호를 맡고 있던 마계 공작 이라비쿠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마왕 그레모리의 휘하에 있는 마계 귀족들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하는 존재이자, 성벽의 군주라는 이명을 지닌 마계 공작 이라비쿠는 수비의 대가였다.

일반인에 불과하지만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버틀러 대통령의 호위로는 마계 공작 이라비쿠만 한 존재가 없었고.

이에 강현수가 배치시킨 것이다.

“설마 백악관까지 잠입해 올 줄은 몰랐군요.”

“평범한 도플갱어가 아니라 마계 귀족인 것 같더군.”

“그렇습니까? 그분께서는?”

“금방 오실 것이다.”

마계 공작 이라비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악!

밝은 빛무리와 함께 강현수가 소피아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오셨습니까.”

버틀러 대통령이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아, 다친 곳은 없지?”

“네, 없습니다.”

버틀러 대통령의 대답을 들은 강현수가 너무도 허무하게 죽은 도플갱어 킹 바우카 남작을 향해 일인사령부 구성 스킬을 사용했다.

사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도플갱어 킹 바우카 남작을 베이스로 만든 소환수가 탄생했다.

‘혹시나 했는데. 정말 시도했네.’

강현수는 점점 박멸되고 있는 도플갱어들이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도박을 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런데 그 예상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솔직히 중국이나 러시아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고.’

중국의 주석인 진구평의 무력은 고위 마계 귀족과 정면으로 싸워도 해볼 만한 정도다.

그건 러시아의 실권자인 도르초프도 마찬가지.

불안한 건 대한민국, 신한민국, 미국, 일본, 유럽 각국이었다.

이에 고위 마계 귀족급을 호위로 붙여 놨고.

‘미국의 경우는 특별히 더 신경을 썼지.’

그런데 정말로 시도를 했다.

단지 의외인 점이 있다면.

‘마계 귀족급 도플갱어를 둘이나 투입했을 줄이야.’

어쩌면 지금까지 발견된 게 둘인 거고, 셋이나 넷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없다고 하더니, 정말 막 투입하네.’

마왕 그레모리의 경우, 여유가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효율을 따져 가며 단계적으로 침공을 했다.

반면 마왕 단탈리온은.

‘마력 농도만 높일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다 이건가?’

현재로서는 아마도 그럴 확률이 높아 보였다.

‘뭐, 선발대가 성공적으로 지구를 점령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고.’

일종의 가정이기는 하지만, 지구의 경우 애초에 강현수라는 이레귤러의 존재 때문에 마력 농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런 상황이라면…….’

마왕 단탈리온으로서는 더욱 빠르게 전력을 투사할 것이고.

가능하기만 하다면 직접 차원 게이트를 넘어 지구로 건너오려 할 확률이 높았다.

이건 강현수에게 있어서.

‘나쁘지 않아.’

지구로 쳐들어오는 마왕이 서열 71위인 단탈리온이 아니라, 마왕 서열 1위 바알, 마왕 서열 2위 아가레스, 마왕 서열 3위 바사고라면.

강현수로서도 감당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지만.

10위권도, 20위권도 아닌, 하위권인 71위의 마왕 단탈리온이라면?

‘창조의 권능을 키우고, 소환수를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단탈리온 휘하의 마계 귀족들이 계속해서 침공해 온다면?

소환수의 질도 높이고, 직업 일인사령부의 랭크를 올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려 볼 수 있다.

거기다.

‘막대한 마기를 모을 수 있어.’

그럼 현재 답보 상태인 창조의 권능을 사용해 스킬을 개량하는 것도 가능했고.

‘기존 소환수들도 강화시킬 수 있어.’

마왕 그레모리만 하더라도 최대치로 강화시키면.

‘능히 상위 서열의 마왕과 대등한 힘을 가질 수 있어.’

물론 그러기 위해 필요한 마기가 너무 많았다.

아마 단탈리온 휘하의 마왕군을 전부 다 갈아 넣어도 불가능하리라.

그러나.

‘지금보다는 확실하게 강해질 거야.’

가이아 시스템이 주는 보너스를 최대한 이용하고.

최하위 마왕인 단탈리온의 등골을 골수까지 빨아먹는다면?

설사 상위 서열의 마왕이 지구를 노린다고 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

마왕은 괜히 마왕이 아니다.

강현수의 판단으로는.

아무리 하위 서열의 마왕이라도 혼자서는 몰라도 두셋 정도가 힘을 합치면, 상위 서열의 마왕을 상대로 싸우더라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어 보였다.

‘뭐,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틀란티스의 경우, 마왕 그레모리의 침공을 막자마자 퀘스트가 종료되고 마왕군의 침공이 끝났음을 공식 선언하지 않았는가.

지구의 경우 퀘스트는 없었지만.

‘그건 타 차원의 지원을 받지 않았기 때문일 확률이 높아.’

그럼 마왕 단탈리온의 침공만 막아 내면 지구에 평화가 찾아올 확률도 높았다.

단지 걸리는 게 있다면.

‘야성의 감각이 주는 불안감이지.’

결국 야성의 감각 역시 가이아 시스템의 준 스킬.

그렇다면 지구의 경우 마왕 단탈리온의 침공이 1차에 불과할 가능성도 있었다.

‘어떤 게 진실이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정해져 있어.’

일단 확정된 적인 마왕 단탈리온의 세력을 잘근잘근 씹어 먹어 힘을 키운다.

그 뒤의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면 그만이지.’

오히려 현재로서는 지구를 침공하는 마왕이 상위 서열이 아니라 최하위 서열이라는 점이.

‘다행스러운 일이지.’

강현수의 힘을 키우는 것은 물론, 지구의 플레이어들 역시 보다 안전하게 힘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상황을 수습한 강현수가 백악관을 떠났고.

곧바로 도플갱어 킹 바우카 남작의 휘하에 있던 권속들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토벌에 들어갔다.

* * *

강현수가 도플갱어들의 씨를 말리고 있는 그 시각.

마왕 단탈리온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지구의 마력 농도가 꽤 많이 올라갔군.”

마왕 단탈리온의 눈에는 자신이 다스리는 제71차원 마계와 지구를 가로막는 장벽이 옅어진 게 확연히 들어왔다.

“포르든 남작과 바우카 남작이 제대로 활약하고 있는 듯하옵니다.”

마계 대공 자바스의 말에 마왕 단탈리온이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렇겠지. 그동안 쏟아부은 몬스터가 몇인데. 지구는 아마 지금쯤 반쯤 폐허가 되었을 터. 그러니 도플갱어인 포르든 남작과 바우카 남작이 더 큰 활약을 할 수 있겠지.”

“어쩌면 이미 지구를 점령했을지도 모르겠사옵니다.”

“그랬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이놈들이 왜 보고를 하지 않는 건지.”

마왕 단탈리온은 포르든 남작과 바우카 남작이 아무런 보고도 없는 게 신경이 쓰였다.

아직 마력 농도가 맞춰지지 않아 의사소통에도 적잖은 마기가 필요하지만.

지구의 인간들을 대량 학살했다면, 그 정도 마기는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지 않겠는가?

“어쩌면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

전투력이 빈약한 도플갱어라고는 하나 마족은 마족.

지구의 인간들을 대량 학살하면, 얼마든지 승급이 가능했다.

“마왕님에게 있어서는 좋은 마기 공급원이 될 것입니다.”

마계 대공 자바스의 말에 마왕 단탈리온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휘하의 마족은 어디까지나 마왕의 권속.

힘의 차이가 역전될 정도가 되면 권속으로서의 사슬을 끊을 수도 있겠지만.

제아무리 마계 귀족이라도 고작 차원 하나를 먹었다고 마왕을 능가하는 힘을 가지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포르든 남작과 바우카 남작은 최하급 마계 귀족이지 않은가.

설사 최고위 마계 귀족인 대공이라고 해도 창조의 권능을 지닌 마왕과의 격 차이가 현격한 만큼.

차원 하나 먹어 치웠다고 권속의 사슬을 끊고 마왕의 자리에 도전할 수는 없었다.

포르든 남작과 바우카 남작이 노릴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새로운 마계 고위 귀족이 되는 거겠지.’

잘만 하면 도플갱어 최초로 마계 공작이나 대공의 자리에 오르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그 사실을 알기에 마계 대공 자바스가 저런 말을 하는 것이다.

휘하에 거두지 말고 먹어 치워 마왕 단탈리온의 힘을 키우라고 말이다.

‘내 격을 키울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

마계 귀족급 마족이든, 일반 마족이든.

마왕의 입장에서는 언제든 부족한 마기를 보충할 수 있는 일종의 도시락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격이 상승해 권속들의 힘을 고스란히 흡수할 수만 있으면.

마왕 단탈리온을 포함해 모든 마왕들은 권속들을 모조리 잡아먹으리라.

단 그러려면 창조의 권능을 이용해 격을 올려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량의 마기가 필요했다.

‘지구로 넘어가기만 하면 그 모든 것을 충당할 수 있다.’

그럼 최근 그 녀석에게 당한 수모도 충분히 갚아 줄 수 있으리라.

“마력 농도를 더 빠르게 올려야겠다.”

“추가 병력을 투입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래야지.”

마력 농도가 맞춰진 만큼 더 많은 수의 몬스터와 마족을 지구에 투입시켜야 지구의 마력 농도가 상승할 것이고.

그럼 다시 더 많은 수의 몬스터와 마족을 지구로 보낼 수 있다.

그게 계속해서 반복되다 보면.

‘마왕인 이 몸이 직접 지구라는 차원으로 넘어갈 수 있겠지.’

직접 지구로 가야 한다.

그래야 그간 권속들을 지구에 투자해 얻은 막대한 마기와 창조의 권능이라는 결실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사실 그동안은 적잖이 초조했다.

지구의 마력 농도가 상당히 더디게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걱정이 많았고.

이번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했음에도.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지구라는 차원의 자체 전투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마력 농도가 팍팍 올라갔다.

이런 추세라면.

‘몇 년만 기다리면 과실을 수확할 수 있겠어.’

마왕 단탈리온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었다.

* * *

러시아, 인도, 아시아, 유럽.

연달아 터진 대형 참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세계 플레이어 협회를 중심으로 더욱 굳게 단결했다.

이 모든 건 강현수가 배후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제 남미, 아프리카, 중동만 정리하면 통합이 끝나는 건가?’

물론 북미와 아시아도 완벽하게 통합된 건 아니었다.

북미의 경우 사실상 미국만 휘하에 들어온 상태였고.

아시아의 경우도 동남아시아에 속하는 국가들의 대다수는 아직 확실히 하나가 됐다고 하기는 좀 애매했다.

거기에 호주와 뉴질랜드 같은 오세아니아 국가들 역시 아직 포섭하지 못한 상태.

그러나.

‘그리 어려울 건 없어.’

미국, 중국, 러시아를 손에 넣은 만큼.

삼국의 영향을 받는 국가들을 포섭하는 건.

땅 짚고 헤엄치기나 마찬가지였다.

‘일단은 유럽부터.’

도플갱어 사태로 인해 유럽 순방을 도중에 중단했는데, 이번 기회에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강현수는 유럽을 돌아다니며 각국의 수장들을 면담했고, 별다른 문제 없이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럼 북미부터 해결해 볼까?’

강현수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무렵.

오랜 시간 큰 위험 없이 평화를 누려 왔던 북미 대륙에서.

위이이이잉!

요란한 사이렌이 울리며 대대적인 피난 방송과 함께.

수천 개에 달하는 차원 게이트가 동시다발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 * *

북아메리카에는 여러 국가들이 있지만.

터줏대감이라고 할 만한 국가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대표적이다.

한데 그 삼국에 전부 비상이 걸렸다.

가장 먼저 비상이 걸린 건 미국이었다.

-워싱턴 D.C에서 다섯 개의 차원 게이트 발생 징후가 감지되었습니다.

-오하이오주에서 11개의 차원 게이트 발생 징후가 감지되었습니다.

-텍사스주에서 35개의 차원 게이트 발생 징후가 감지되었습니다.

-애리조나주에서…….

-오리건주에서…….

-미네소타주에서…….

미국 행정부에 초비상이 걸렸다.

수도인 워싱턴 D.C를 포함해서 동부, 서부, 남부, 북부.

미국 전역에 족히 수천 개에 달하는 차원 게이트가 감지된 것이다.

“알래스카를 포함해 하와이를 제외한 모든 주에 차원 게이트 발생 징후가 감지되었습니다.”

“당장 지원을 요청하시오!”

버틀러 대통령의 비명 같은 지시와 함께 미국 전역에 계엄령이 선포되었고.

그와 동시에 플레이어 비상소집령과 미군의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집에 큰불이 난 것은 미국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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