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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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 군단의 침입 (2)

강현수는 도플갱어들을 모두 제거한 후 소환수로 부활시켰다.

“너보다 상위 개체에 대해 아는 정보가 있나?”

“마계 남작이자 도플갱어 킹인 포르든이 지구로 넘어왔다는 게 제가 아는 전부입니다.”

소환수로 부활한 최상급 도플갱어가 공손히 대답했다.

“지구로 투입된 도플갱어의 규모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저와 함께 투입되었던 인원만 1천이 넘습니다.”

“전부 대한민국에 투입된 건가?”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에 나누어 투입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을 제외한 국가에도 투입되었을 가능성이 높겠군.”

“그렇게 추측하고 있지만, 정확한 정보는 포르든 남작이 알고 있을 겁니다.”

역시 아무리 최상급 마족이라고 해도 알고 있는 정보는 보잘것없었다.

‘그나마 마계 귀족이 지구로 넘어왔다는 사실과 그 이름을 알아냈다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강현수는 마왕 그레모리부터 도플갱어 킹 탈리만까지 마계 귀족 출신 소환수들을 모두 소환했다.

그리고.

“포르든 남작이라는 도플갱어 킹에 대해서 알고 있는 녀석이 있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마왕 단탈리온 휘하에 있는 마계 귀족입니다.”

도플갱어 킹 탈리만의 입에서 의외의 단서가 나왔다.

“마왕 단탈리온이라고?”

“예.”

“72 마왕 중에서 71위라는 최하위 서열 마왕 맞지?”

“네, 맞습니다.”

강현수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이러면 두 번째 가정이 맞을 수도 있겠는데.’

그렇지만.

마왕 단탈리온이 기적처럼 다른 마왕들을 잡아먹고 최상위 서열이 되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마왕 단탈리온이 다른 상위 서열 마왕에게 제거당한 후 세력을 흡수당했을 수도 있지.’

최악의 경우를 고려하자면 그랬지만, 전과 비교하면.

세 번째 가정의 비율이 조금 내려가고, 두 번째 가정의 비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뭐, 그래 봤자, 크게 달라지는 건 없지.’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마계 남작이라는 도플갱어 킹 포르든을 잡아야 했다.

“권소희에 대한 정보를 흘렸나?”

“예, 정보 공유 목적으로 남겨 놓은 다른 팀의 중급 도플갱어 한 기에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렇지만 저도 그렇고 그 팀의 우두머리도 포르든 남작과의 접촉 방법은 모르기에, 정보가 포르든 남작에게 흘러 들어갔으리라고 확실히 장담하기는 힘듭니다.”

“으흠.”

그간 시간은 충분히 줬다.

‘흘러 들어갔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정보가 흘러 들어가기만을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었다.

일단은.

‘도플갱어들을 모조리 소탕해야지.’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에만 무려 1천 마리의 도플갱어가 풀렸다.

‘하긴.’

그렇게 많이 풀렸으니, 우연히라도 권소희의 눈에 띄었으리라.

그러나.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이 끝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

아시아 차원 게이트가 열렸던 모든 국가에 도플갱어들이 흩뿌려졌을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

‘각국 지도자들 곁에 도플갱어 소환수들을 붙여 놓기는 했지만.’

확실히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

거기다 각국 지도자만이 아니라.

거대 길드의 수장이라든지.

거물 정치인이라든지.

군사령관이라든지.

도플갱어들이 목표로 노릴 만한 먹잇감은 도처에 깔려 있었다.

‘은이 대량으로 필요해지겠어.’

도플갱어 감별에는 역시 은만 한 게 없었다.

‘피해가 커지기 전에 처리해야지.’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에만 1천 마리면.

전 세계적으로 수만 마리.

아니, 어쩌면 수십만 마리의 도플갱어들이 활동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놈들이 사회를 좀먹고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기 전에.

‘모조리 제거해야지.’

강현수는 세계 각국의 수장들에게 도플갱어 경계령을 내림과 동시에.

소환수를 대량으로 파견해 대대적인 도플갱어 감별 작업에 들어갔다.

* * *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지?’

도플갱어 킹 포르든 남작의 표정이 돌덩이처럼 굳어졌다.

며칠 전 자신의 권속인 최상급 도플갱어 하나와 연결이 끊어졌다.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불과 며칠 사이에 다른 권속들과의 연결이 무더기로 끊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가장 먼저 권속이 사라진 곳은 대한민국.

그 후 가장 빠르게 권속들이 사라지고 있는 나라도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이었지만.

다른 나라들 역시 빠르게 권속들과의 연결이 끊어지고 있다.

연결이 끊어진 권속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대부분 정치인이나 거대 길드 간부 같은 유명 인사들로 위장했던 녀석들이라는 점이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인간들이 벌써 우리를 구분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 내기라도 한 건가?’

도플갱어 킹 포르든 남작으로서는 현재의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플갱어는 종족의 특성상 상대의 외형을 완벽하게 복사하고. 그것도 모자라 기억까지 흡수한다.

특별히 튀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정체가 발각될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

‘차라리 본격적으로 움직인 뒤에 문제가 생겼다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지금은 그저 서서히 인간 사회에 스며들고 있었을 뿐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인간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아차렸고.

제거해 나가기 시작했다는 말인가?

‘대한민국이라.’

가장 먼저 최상급 도플갱어가 제거된 곳.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도플갱어들이 소멸하고 있는 나라.

‘아마 원인은 그곳에 있겠지.’

도플갱어 킹 포르든 남작이 대한민국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 * *

인천국제공항.

전 세계적으로 봐도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국제공항이다.

그런 인천국제공항 출입국 관리 센터에서 한 가지 검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신종 바이러스 검사?”

“그래, 걸리면 엄청 치명적이라서 검사에 통과해야지만 입국이 가능하다고 하더라고.”

“왜 한국만 하는 거야?”

“한국이 가장 먼저 시작했는데, 금방 전 세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래.”

“그래? 검사는 어떻게 하는 건데?”

“그냥 테스트기에 손가락을 넣어서 피 몇 방울만 떨어트리면 된다던데? 검사 결과는 1분 안에 나온다고 하더라고.”

“생각보다 엄청 빠르네.”

“그렇다고 하더라고.”

업무, 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물론.

타국에서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한국인들까지 모두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받으면 잠시 기다려야 하기는 하지만.

1분 안에 검사가 끝나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바이러스라. 하긴 최근 그런 뉴스가 돌기는 했지.’

도플갱어 킹 포르든 남작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역사상 대규모 전염병은 항상 인류에게 큰 피해를 끼쳤다.

전대미문의 치명적인 전염병이 지구에 퍼진다 해도.

마족인 도플갱어 킹 포르든 남작 입장에서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았고.

아무런 문제 없이 넘어갔다.

그건 도플갱어 킹 포르든 남작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사히 한국에 입국한 도플갱어 킹 포르든 남작이 머리를 굴렸다.

‘일단 남아 있는 도플갱어들을 소집해야겠군.’

그래야 어느 정도 정보를 얻을 수 있을 성싶었다.

‘제거당한 녀석들이 정보를 남겼을 수도 있으니까.’

도플갱어 킹 포르든 남작이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에 있는 휘하 도플갱어들에게 소집 명령을 내렸다.

‘고작 절반이라니.’

1천의 도플갱어가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에 투입되었는데, 고작 절반인 5백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 5백도 대다수가 최하급과 하급 도플갱어로, 최상급과 상급 도플갱어는 사실상 전멸.

중급 도플갱어도 고작 50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분명히 그냥 죽지는 않았을 거야.’

도플갱어의 텔레파시 능력을 아는 인간들이 있을 리가 없고.

설사 알아차렸다고 해도.

마력 역장 같은 특수한 스킬을 가진 게 아니라면, 절대 막을 수 없는 게 도플갱어들의 텔레파시였다.

시간이 흐르자, 소집을 명령한 도플갱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도플갱어 킹 포르든 남작은 도착한 도플갱어들에게 곧바로 정보를 수집했다.

그러던 중.

“한 인간이 마족의 정체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스킬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유의미한 정보를 얻었다.

그렇지만.

‘한 인간이 가진 스킬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가 있나?’

차라리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에서만 도플갱어들의 숫자가 급감했다면.

도플갱어 킹 포르든 남작은 특별한 스킬을 가진 인간 하나가 원인이라고 믿었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고작 인간 한 명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도플갱어들을 동시에 감별해 토벌할 수는 없다.’

거기다 결정적으로.

도플갱어들은 조용히 사라졌다.

아무리 도플갱어들의 전투력이 떨어져도 마족은 마족.

웬만한 중레벨 이상 플레이어들 정도의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최상위 도플갱어들의 경우, 랭커라고 불리는 인간들도 가볍게 쓸어버릴 수 있는 전투력을 지녔는데.

‘그런 존재들이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연락이 끊겼단 말이지.’

말이 연락이 끊긴 거지, 사실상 소멸했다고 봐야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어.’

한두 나라에서 발생한 일도 아니고,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 짧은 시간에 도플갱어들의 정체를 파악하고 소리 소문 없이 제거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이들이 존재한다?

그건 마계 귀족급 존재 수천이 동시에 움직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고.

현실적으로 지구의 플레이들이 그런 힘을 가지는 건 불가능했다.

‘일단 그 특별한 스킬을 가진 인간에 대한 정보를 모아 봐야겠군.’

도플갱어 킹 포르든 남작이 모여든 5백가량의 권속들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 정보를 캐낼지 고민하고 있을 때.

“생각보다 거물이었네?”

등 뒤에서 낯선 음성이 들려왔다.

“무슨?”

화들짝 놀란 도플갱어 킹 포르든 남작이 전력을 다해 마기를 일으킴과 동시에 신체를 변형시켜 고슴도치 같은 형상을 만들었다.

등 뒤에 나타난 존재에게 예상치 못한 공격을 가하기 위해서였다.

슈슈슈슉!

마기를 가득 머금은 가시들이 등 뒤의 낯선 존재를 향해 뻗어 나갔다.

그런데.

콰지지지직!

기이한 소음과 함께.

“아아아아악!”

엄청난 고통이 밀려들었다.

“장난이 너무 심하네.”

태연한 상대의 음성과 함께.

털썩.

도플갱어 킹 포르든 남작의 몸이 힘없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마기를 가득 실어 날린 신체들이 그대로 소멸해 버렸고.

그 때문에 신체의 1/3가량을 잃는 큰 부상을 당했다.

그런 도플갱어 킹 포르든 남작의 몸에 상상을 초월하는 압력이 가해졌다.

아무리 힘을 써 봐도.

마기를 있는 대로 끌어올려도.

상황은 전혀 반전되지 않았다.

“어, 어떻게 이런 존재가?”

도플갱어 킹 포르든 남작은 경악했다.

자신이 아무리 전투력이 낮은 도플갱어라고 하지만, 명색이 정식 작위를 받은 마계 귀족이었다.

그런 자신이 지구의 존재에게 이렇게 일방적으로 패배하다니?

아니, 이건 패배라고 하기도 힘들었다.

그저 인간이 벌레를 손가락 하나로 눌러 죽이듯, 저자가 자신을 압도적인 힘으로 제압했을 뿐이다.

‘이놈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도플갱어 킹 포르든 남작은 주변에 모여 있는 권속들에게 분노했다.

아무리 전투력이 떨어져도.

군주인 자신이 이렇게 제압을 당했으면, 권속인 도플갱어들은 목숨을 걸고라도 자신을 지키려 해야 하지 않는가?

한데 어찌 미동조차 없다는 말인가?

도플갱어 킹 포르든 남작이 힘겹게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그런데.

‘이런 미친.’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도플갱어 킹 포르든 남작의 권속이, 도플갱어들이.

단 하나도 빠짐없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 채.

공포에 질려 전신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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