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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불꽃 (2)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

강현수의 소환수들은 대부분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들을 지휘관으로 삼고 있었다.

그런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들을 대한민국과 신한민국 전역으로 흩뿌렸으니.

상당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의 플레이어 전력은 국토와 인구에 비하면 상당히 강력한 편이다.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으니까.’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에 소속된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강제 징집령이 떨어질 것이고.

곧바로 플레이어들이 차원 게이트 진압에 투입되리라.

또한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의 군대 역시 현재 차원 게이트 진압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한 것이다.

하지만 강현수는 이 정도로 만족할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에 지원군을 보내도록 지시해라.

강현수가 각국의 지도자들과 세계 플레이어 협회에 붙여 놓았던 도플갱어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평소에는 도플갱어를 통해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도플갱어를 통해 한 다리 건너는 것보다 직접 대화하는 게 편했기에 주로 전화를 걸어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조차도 없었다.

강현수가 일부 소환수들을 가족들의 호위로 남겨 놓은 후 밖으로 뛰쳐나가.

캬아아아악!

와이번을 소환했다.

-가자.

그 후 강현수의 집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차원 게이트 발생지를 향해 전력으로 이동했다.

“아아악!”

“사람 살려!”

우워어어억!

크아아아앙!

‘개판이네.’

고블린이나 오크 같은 인간형 몬스터부터.

늑대, 표범, 호랑이, 사자같이 동물형 몬스터와 용종 몬스터까지.

말 그대로 온갖 종류의 몬스터들이 다 튀어나왔고.

평화롭던 도시는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해 버렸다.

강현수가 검을 뽑아 들었다.

콰콰콰콰콰콰!

핏빛 오러가 순식간에 검신을 뒤덮었고.

휘익!

강현수가 검을 휘두른 순간.

슈슈슈슉!

핏빛 오러가 수백 갈래로 갈라져 몬스터들을 꿰뚫었다.

콰직! 퍼억! 서걱!

수백 마리에 달하던 몬스터들이 일격에 목숨을 잃었다.

‘다행히 사상자는 많지 않아.’

한국은 차원 게이트 사태가 발생했을 때에 대한 교육이 잘되어 있는 나라였다.

또한 관공소, 사기업, 공동주택을 통틀어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는 의무적으로 대피 시설을 마련해 놓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희생자들은 거리를 거닐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불멸의 성화.’

강현수가 생존자들을 향해 힐 스킬을 시전했다.

그 순간 살짝 긁힌 작은 상처를 가진 생존자부터.

숨이 넘어가기 직전의 중상을 입은 생존자까지.

모든 생존자들의 상처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렇지만.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지.’

강현수가 이를 악물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해.’

잠시 머뭇거릴 시간도 없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했다.

-가자.

캬우우우웅!

강현수가 와이번의 등에 올라탄 후 다음 목적지를 향해 몸을 날렸다.

* * *

강현수와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들의 활약.

여기에 플레이어들과 군대의 활약까지 합쳐지자.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차원 게이트 사태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차원 게이트가 계속해서 몬스터를 쏟아 냈다면?

아무리 강현수가 있는 대한민국이라고 해도 혼란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았으리라.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대량으로 발생한 차원 게이트는.

지속형 차원 게이트가 아니라 일회용 차원 게이트였다.

그렇기에 일정 숫자 이상의 몬스터를 토해 내면 자동으로 모습을 감췄고.

그 결과 대한민국은 비교적 빠르게 대량의 차원 게이트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한민국의 경우는 조금 사정이 달랐다.

대한민국은 차원 게이트가 등장한 대격변 이후.

갑작스럽게 발생할 차원 게이트 사태에 철저한 대비를 했다.

반면 신한민국은.

최근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는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독재자 가문이 3대에 걸쳐 지배하던 고립된 왕국이었던 만큼.

대한민국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면에서 부족했다.

차원 게이트가 생겼을 때의 대피 요령에 대한 교육?

몬스터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대피소?

어림도 없었다.

그나마 대한민국의 도움을 받았기에 사건이 벌어진 장소에 제때 플레이어를 투입할 수는 있었지만.

교통망이 너무 엉망이었고.

애초에 사건 현장까지 이동할 교통수단 자체가 너무 부족했다.

결정적으로 플레이어 수가 너무 부족했다.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은 언뜻 비슷한 크기의 국토를 가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세세히 면적으로 비교하면?

신한민국이 대한민국보다 대략 20% 이상의 넓은 영토를 보유하고 있었다.

영토가 넓으면?

자연스럽게 더 많은 숫자의 차원 게이트가 열린다.

반면 인구는 대한민국이 신한민국보다 두 배 정도 많았다.

영토는 넓은데 인구가 적으니, 당연히 플레이어 숫자도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어 수는 적은데, 적재적소에 배치할 교통망까지 부족한 상황.

사실상 총체적 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강현수가 투입한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들 덕분에 급한 불은 끌 수 있었지만.

고작 여섯 명의 인원으로 1백 개가 넘는 차원 게이트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공간 이동 스킬에 쿨타임이 걸려 있을 때는?

직접 도보로 다음 목적지까지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있었다.

그 결과 차원 게이트는 닫혔지만.

지금까지 차원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온 몬스터를 감당하기 힘든 사태가 벌어졌다.

신한민국 입장에서는 갑자기 몬스터 필드가 1백 개 이상 생겨 버린 꼴이었다.

자력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

그때 발 빠르게 움직인 세계 플레이어 협회의 지원군이 신한민국에 도착했다.

그간 강현수의 지시에 따라 전 세계 어디서 사건이 벌어지든 곧바로 연합군을 투입할 준비를 갖춰 놓은 세계 플레이어 협회의 준비성이 제대로 빛을 발한 것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 일본, 러시아에서 수송기에 탑승한 플레이어들이 속속 신한민국에 투입되어 전투를 시작했고.

여유가 생긴 대한민국 역시 신한민국으로 플레이어들을 투입했다.

* * *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에서 대대적으로 발생한 차원 게이트는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고.

외신 기자들에 의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거기다 대한민국의 경우, 세계 1위의 스마트폰 보유율을 자랑하는 국가로.

스마트폰 사용자가 5천만 명이 넘는, 말 그대로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나라였다.

당연히 개인들이 찍어 올린 영상들이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세상이 멸망할 징조인가?

-차원 게이트가 갑자기 수백 개나 늘어나다니? 저걸 어떻게 감당해?

-그러게 말이야. 설사 어찌어찌 한두 번 막아 낸다고 해도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면 국가 유지 자체가 힘들겠는데?

-다행히 이번 사태로 생긴 차원 게이트는 지속형이 아니라 일회용이라서 그럴 걱정은 없대.

-그나마 다행이네. 그런데 한 번이라도 감당이 가능한가?

-실시간 뉴스 속보 보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벌써 정리 끝났대.

-정말로?

-그게 가능해?

-사건 발생한 지 얼마나 됐다고? 2시간 정도 지난 거 아니었어?

-애초에 대비가 잘되어 있기도 했고, 대한민국은 플레이어 수준이 높은 나라잖아. 규모에 비해서 사상자도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하더라고.

-진짜 대박이네.

-갑자기 1백 개가 넘는 차원 게이트가 발생했는데,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막아 내다니.

-진짜 안전한 국가네.

-대한민국으로 이민이라도 가야 하나?

-대신 전 세계 최초로 차원 게이트가 1백 개나 돌발적으로 생긴 국가이기도 하지.

-이민은 보류해야겠다.

-근데 이거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변하는 거 아님?

-나 그럼 진짜 대한민국으로 이민을 가겠음.

-나도 이민 간다.

일반인들이라고 해서 차원 게이트 사태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들의 생사와 직결되는 만큼 그 어떤 이슈보다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러시아와 인도같이 최근 큰 사고를 당한 국가 국민들은?

차원 게이트 사태 발발에 대한 국가의 대처 능력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았다.

-문제는 신한민국이네.

-하긴 거기는 문제가 많지.

-정상 국가로 탈바꿈한 게 얼마 전이잖아.

-신한민국은 진짜 완전 난리가 났다더라. 헬 게이트가 제대로 열렸어.

-신한민국에 공사 맡은 기업에 투자했는데, 주가 실시간으로 박살 나고 있다.

-사람이 죽고 사는 판에 지금 주식이 문제냐?

-신한민국과 대한민국은 바로 붙어 있잖아. 괜히 불똥 튀는 거 아니야?

-이민 보류해야겠네.

-나도 이민 보류.

-이민 가지도 않을 놈들이 헛소리는.

전 세계의 이목이 모두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에 쏠렸다.

또 대한민국의 대처가 너무 훌륭했기에 신한민국의 어설픈 대처는 더 대차게 까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와! 대박! 벌써 세계 플레이어 협회 병력 투입됐다.

-진짜?

-어, 현재 신한민국에서 몬스터 토벌 중이라고 실시간으로 기사 나온다.

-진짜네. 와! 멋있다! 수송기에서 플레이어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 있어!

-사건 발생하고 겨우 2시간 지났는데, 이게 가능해?

-그러게. 자국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도 이렇게 빨리는 못 움직이겠다.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에서 발생한 차원 게이트 사태를 지켜보던 세계인들 모두가 세계 플레이어 협회의 빠른 대처 속도에 경악할 정도로 놀랐다.

사실 이럴 수 있는 이유는.

미리 준비를 해 놓기도 했지만,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이 강현수의 본진이라고 할 수 있는 나라인 만큼.

근처에 위치한 중국, 러시아, 일본이 그만큼 평소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금 있으면 미국과 인도 플레이어들도 합류한다고 하네.

-와! 진짜 대박이다!

-러시아나 인도 사태 때도 이렇게 대응했으면 얼마나 좋아?

-러시아나 인도는 한 대 얻어맞은 다음에 세계 플레이어 협회에 도움을 요청했잖아.

-우리 나라는 얻어맞기 전에 세계 플레이어 협회에 도움 요청했으면 좋겠다.

-세계 플레이어 협회 연합군 긴급 개입 조치에 동의하면 사고 터지는 순간 자동 개입이래. 굳이 도움 요청할 필요도 없는 거지. 우리 나라는 긴급 개입 조치 동의국이다. 갑자기 마음에 편안해지네.

-우리 나라도 긴급 개입 조치 동의국이네. 그럼 차원 게이트 사태 터지면 신한민국처럼 자동으로 세계 플레이어 협회의 도움받을 수 있는 건가? 솔직히 우리 나라 차원 게이트 사태 대응력이 믿음직스럽지 못했는데, 완전 개꿀이네.

-뭐야? 우리 나라는 가입국이기는 한데, 긴급 개입 조치 비동의국이네? 이럼 도움 못 받는 거냐?

-받을 수는 있는데, 자동 개입이 아니라 요청해야 갈 수 있는 거지. 그러다 정치인들이 질질 끌면 러시아나 인도 꼴 나는 거고.

-이런 개자식들! 왜 우리 나라는 비동의국인 거야?

-우리 나라도 비동의국이네? 당장 항의해야겠어!

-정치인들이 미친 게 분명해!

-분명히 자기 밥그릇 챙기느라 깜빡한 걸 거야.

-혹시 일부러 가입을 안 한 거 아닐까?

-그럼 머리통을 박살 내 버려야지! 우리의 안전이 달린 문제인데!

-맞아! 시위를 벌여서 긴급 개입 조치 동의국이 되어야 해! 그래야만 우리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어!

전 세계의 커뮤니티가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의 일로 불타올랐고.

그 불똥이 엉뚱하게도 세계 플레이어 협회 연합군 긴급 개입 조치에 동의하지 않은 나라들에게로 튀었다.

현재 세계 플레이어 협회 연합군 긴급 개입 조치에 동의하지 않은 나라들은?

독재자가 지배하는 국가이거나.

유럽 연합.

소위 EU 가입국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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