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293화 (293/365)

혼란의 불꽃

“조성훈이 그렇게 나왔다고?”

-예, 그렇습니다.

강현수의 물음에 우광 그룹 권영수 회장이 공손히 대답했다.

‘그런다고 해서 불멸의 성화를 시전해 줄 마음은 없는데.’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은 우광 그룹 권영수 회장보다 더 무거운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사실상 모든 걸 소유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영혼의 계약서다 보니, 추가로 뭘 받을 만한 게 없었다.

그럴 때는.

주려고 했던 걸 빼면 그만이다.

‘뭐, 하는 걸 보고 쓸 만하다 싶으면 불멸의 성화를 시전해 줄 수도 있지.’

그건 어디까지나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이 변해야 가능한 일이다.

강현수의 위치와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고.

충성을 다하며 마왕군과의 전쟁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충분히 쓸모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상을 줄 수도 있지.’

쓸 만한 장기짝이 건강이나 수명의 문제로 사라진다면.

그건 강현수에게 있어서도 손해였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이 앞으로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강현수로서도 알 수가 없었다.

“지켜보도록 하지.”

-제가 곁에서 지켜보며 적당히 채찍질하겠습니다. 안 그래도 손이 부족하던 차였는데, 일성 그룹이 합류하면 한숨 돌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광 그룹 역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기업이지만.

신한민국이라는 국가의 모든 것을 뜯어고치기 위해서는 손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기업에 손을 벌리기도 애매했던 것이.

미국 기업이나 대한민국 기업이나 자본주의 교육이 덜되어 있는 신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을 상대로 뭐라도 뜯어먹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일성 그룹이라는 믿을 만한 우군이 생겼으니.

우광 그룹 권영수 회장으로서는 전혀 나쁜 일이 아니었다.

“그럼 다행이군. 자네가 잘 이끌어 주도록 해.”

-알겠습니다.

우광 그룹 권영수 회장의 대답을 들은 강현수가 전화를 끊었다.

‘뭐, 알아서 잘하겠지.’

수하들이 하는 일에 강현수가 일일이 간섭할 필요는 없다.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가 있었다.

사실 어떤 조직이든 강현수처럼 방임형으로 운영하면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했다.

딴 주머니를 찰 수도 있고.

따로 세력을 키울 수도 있었고.

엉뚱한 마음을 품을 수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강현수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플레이어들은 일인사령부를 통해 강현수에게 종속되어 있었고.

정치인과 기업인 들은?

엉뚱한 짓을 하는 순간 갈아치우면 그만이었으니까 말이다.

* * *

평화로운 시간이 쭉 이어졌다.

강현수는 창조의 권능을 사용해 스킬 개량에 열중했고.

그 결과, 필수라고 생각했던 스킬들을 상당수 개량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 멀었어.’

EX랭크인 고유 스킬인 레플리카는 아직 U-EX랭크로 성장하지 못했고.

SSS랭크 직업인 일인사령부의 경우는?

U-EX랭크는커녕 아직 EX랭크로도 성장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스킬 강화, 등가교환, 스텟 고정, 스킬 증폭 같은 스킬들의 경우.

사용 효율이 엄청나게 올라갔다는 점이었다.

‘그래 봐야 전부 EX랭크지.’

그 많은 스킬들 중 단 하나도 U-EX랭크로 성장하지 못한 상태였다.

또 아틀란티스에 있는 투황이나 유카와의 연락은?

워낙 많은 스텟이 필요해 시도조차 못 하고 있었다.

‘대화가 이 정도인데.’

투황과 유카를 소환하려면.

아마 상상도 하기 힘든 수준의 막대한 스텟이 필요하리라.

‘차근차근 해 나가자.’

이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야.’

지금 이 순간에도.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후략……

강현수의 레벨은 실시간으로 상승하고 있었고.

스킬 강화, 등가교환, 스텟 고정, 스킬 증폭의 효율 상승으로.

레벨 업 효율이 더욱더 올라간 상태.

그 결과 강현수는.

점점 강해질수록 성장이 어렵다는 플레이어의 기본 공식과는 정반대로,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성장이 더 빨라졌다.

‘그래도 아쉽기는 하네.’

그간 추가로 찾아낸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들을 포섭했고, 사냥 효율은 더 올라갔지만.

‘몬스터 필드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

그러다가 언젠가는 완전히 소멸할 것이다.

그럼?

사냥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던전에 붙박이로 소환수를 투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도 결국 플레이어 수준이 올라오면 쉽지 않아.’

지금은 고레벨 던전에 비해 고레벨 플레이어의 숫자가 부족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반대로 고레벨 던전보다 고레벨 플레이어의 숫자가 많아질 것이다.

일이 그렇게 되면.

‘나 혼자 던전을 독점할 수가 없어지지.’

강현수가 강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플레이어들의 전체적인 수준이 올라가는 것도 중요했다.

병력 증강에도 도움이 되고.

그렇게 성장한 플레이어들 중 규격 외의 존재가 소수라도 나온다면?

마왕군과의 전면전 난이도가 확 낮아진다.

‘뭐, 아직까지는 공존이 가능하니까.’

그렇지만 몬스터 필드가 정리되고, 플레이어의 수준이 올라오면?

강현수와 지구의 플레이어들이 동시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했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는 건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사실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올라가면.

자동으로 던전의 레벨이 상승하고, 고레벨 던전이 늘어난다.

그러니 강현수와 지구 플레이어들의 성장이 멈출 일은 없다.

단지 강현수가 원하는 건.

지금처럼 점점 더 빠른 속도록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는 거였다.

사실 강현수의 레벨 업 속도가 현상 유지를 하거나 평범한 플레이어들처럼 점점 느려진다고 해도.

사실 아틀란티스 시절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나게 빠른 성장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현수는 만족할 수가 없었다.

‘서열 몇 위의 마왕이 올지 모르는 거고.’

그 마왕들이 자신이 보유한 창조의 권능으로 무슨 짓을 했을지 알 수가 없었다.

강현수는 우라노스와 마왕 그레모리가 가진 창조의 권능을 확보했지만.

‘마왕 놈들이 더 많을 수도 있어.’

상위 서열의 마왕이 중하위 서열의 마왕이 가진 창조의 권능을 둘 이상 확보했다면?

지금의 강현수로서도 결코 안심할 수 없었다.

‘그나마 아틀란티스의 경우를 보면 한 번만 막으면 되는 것 같기는 한데.’

만약 그게 아니라면?

1차 침공을 막아 내도 2차 침공, 3차 침공이 이어진다면?

‘안심이 되지 않아.’

느긋하게 마음을 먹으려고 하는데도.

현대 병기와 지구로 넘어와 쌓은 힘을 보며 안심을 하려고 하는데도.

항상 묘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우습게 볼 수는 없지.’

강현수는 EX랭크 스킬 야성의 감각이 있다.

그런 만큼 묘한 불안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는 없었다.

‘그나마 미래 예지 스킬로 본 미래가 안정적이기는 한데.’

머나먼 미래가 아니라 최근의 미래였고.

한국도 아닌 어느 나라인지도 모르는 영어권 국가의 식당 손님이 본 미래였기에 그것만 믿고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강현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지금보다 더 빨리 강해질 수는 없는 만큼.

‘가지고 있는 힘을 최대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그러려면 전쟁이 없어야 했고.

플레이어들 간의 분쟁이 없어야 했으며.

카우르 같은 존재가 두 번 다시 등장하지 않고.

전 세계가 국제기구인 세계 플레이어 협회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어느 국가에서 사고가 터지든.

전 세계가 일치단결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그렇기에 러시아와 인도 사태가 터졌다.

그러나 제2 또는 제3의 러시아와 인도 사태가 벌어지는 건 무조건 막아야 했다.

아니, 애초에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천 봉쇄해야지.’

그러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구촌이 되어야 했다.

* * *

대한민국 차원 게이트 관리부.

던전 관리, 몬스터 습성 및 레벨 파악, 차원 게이트 탐지 장비 운용 등등.

사실상 대한민국에서 차원 게이트에 의해 벌어지는 모든 일을 관리한다.

심지어 막강한 권한과 독립성을 부여받은 플레이어 협회조차도 차원 게이트 관리부의 산하 협회였고.

예산 지원 및 편성, 협회장 임명 등등.

핵심 권한은 차원 게이트 관리부가 모두 쥐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중요하지 않은 임무가 없는 차원 게이트 관리부였지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차원 게이트 탐지 장비 운용이었다.

대격변 이후.

차원 게이트는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재앙이 되었다.

던전화시키기 전까지는 쉼 없이 몬스터를 쏟아 내고.

그렇기에 조기에 대처하지 못하면,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차원 게이트 관리부는 훌륭하게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북한 독재 정권이 무너지고 신한민국이 수립된 이후.

신한민국의 영토에서 발생하는 차원 게이트까지 탐지하는 임무를 맡았지만.

예산도 넉넉하게 내려왔고 장비와 인력 보충도 받았기에.

단 한 차례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차원 게이트 발생 지점을 짚어 냈다.

“신한민국 화평읍에서 차원 게이트가 발생했습니다.”

“신한민국 정부에 전달해.”

“알겠습니다.”

차원 게이트 관리부에서 차원 게이트 탐지 장비를 관리하던 직원들은.

오늘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임무를 수행했다.

차원 게이트 하나가 나타났고.

신한민국에 통보했다.

이제 신한민국 플레이어들이 차원 게이트를 봉쇄하면 끝이다.

그런데.

“제주도 봉성리에 차원 게이트가 발생했습니다.”

“신한민국 대흥읍에서 차원 게이트가 발생했습니다.”

“강원도 강읍리에서 차원 게이트가 발생했습니다.”

차원 게이트 탐지 장비를 관리하던 직원들의 입에서 연달아 보고가 날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보고를 받은 차원게이트탐지청의 청장이 화들짝 놀랐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차원 게이트는 고작해야 한 달에 하나 정도 새롭게 발생한다.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을 통틀어도 한 달에 둘에서 셋 정도가 정상이고.

조금 비정상적으로 늘어 봐야 열을 넘기기 힘들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과 신한민국 전역에서 족히 20개에 가까운 차원 게이트 새롭게 열렸다.

더 큰 문제는.

“대전 전민동에 차원 게이트가 발생했습니다.”

“신한민국 고원읍에 차원 게이트가 발생했습니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차원 게이트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전부 실시간으로 플레이어 협회와 지역 길드들에 전파해.”

지시를 내린 차원게이트탐지청장이 상부에 보고를 올렸다.

그리고 그날.

대한민국 정부와 신한민국 정부가 동시에 비상 계엄령을 선포했다.

* * *

‘갑자기 뭔 일이야?’

야밤에 갑자기 김철우 대통령의 연락을 받은 강현수는 화들짝 놀랐다.

‘차원 게이트가 전국적으로 1백 개 넘게 열렸다고?’

참고로 대한민국만 1백 개였고.

신한민국까지 합치면.

2백 개가 넘었다.

말 그대로 수십 년에 걸쳐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던 차원 게이트들이 한날한시에 열린 것이다.

‘무조건 막아야 해.’

강현수는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들과 세계 각국의 필드 사냥터와 던전에 풀어놨던 소환수들을 모조리 불러들였다.

“갑자기 무슨 일이신지?”

“어? 너도 왔어?”

“다 모였잖아?”

갑작스럽게 강현수에게 불려 온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강현수는 느긋하게 상황을 설명할 여유가 없었다.

“지금부터 각자 지시하는 곳으로 이동해 몬스터를 토벌해라. 소피아는…….”

강현수가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들에게 지시를 내렸고.

지시를 받은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들은 제대로 된 설명도 듣지 못한 상태로 해당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다.

하나 이동한 순간부터 문제를 자동으로 인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별다른 혼란은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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