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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를 원하는 자 (2)

‘이놈이 정치병이 단단히 걸렸어.’

국민들이 역대 최고의 대통령이니 뭐니 띄워 주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눈이 뒤집혔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도 슬슬 흘러나오고 있고.’

김철우 대통령은 연임제로 대통령을 더 해 먹을 생각에 눈이 뒤집혔다.

그게 일성 그룹 회장 조성훈의 결론이었다.

그런데 의아한 점은.

‘그럼 우광 그룹보다 우리 일성 그룹과 힘을 합치는 게 좋을 텐데.’

왜 우광 그룹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들 가 봐.”

일성 그룹 회장 조성훈이 계열사 사장단을 내보냈다.

“김철우 대통령하고 자리 한번 마련해 봐.”

일성 그룹 회장 조성훈이 비서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비서가 아무런 반문 없이 대답했다.

“그리고 장용철이 문제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개 새끼가 주인을 물어뜯다니.”

일성 그룹 회장 조성훈이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장용철.

대한민국 공식 랭킹 1위의 플레이어이자.

일성길드의 길드장.

장용철이 대한민국 공식 랭킹 1위가 될 수 있었던 건.

일성길드가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가 될 수 있었던 건.

모두가 일성 그룹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이다.

그런데.

강현수라는 놈을 포섭하라는 지시 이후로, 일성길드의 길드장 장용철이 서서히 반항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모회사와 자회사의 관계임에도.

일성 그룹과 일성길드의 관계는 최악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일반적인 계열사였다면 단번에 목을 비틀 수 있는데.’

플레이어들이 뭉친 길드라는 게 문제였다.

자금을 압박하든 주총을 열든.

장용철 입장에서는 별다른 압박을 받지 않았다.

수틀리면 일성길드에 소속되어 있는 플레이어들을 모조리 끌고 나가서 새로운 길드를 창설하면 그만이었으니까.

물론 어느 정도 견제 장치를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그놈이 언제 정치권까지 발을 뻗은 건지.’

전혀 통하지가 않았다.

정치권은 물론 플레이어 협회와 다른 거대 길드들이 은근히 장용철의 손을 들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둘 다 해결을 해야 해.’

일성 그룹은.

대한민국 최고이자,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기업이다.

그런 일성 그룹이 신한민국 특수는 물론.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시장에서도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광 그룹에 밀릴 수도 있어.’

재계 서열 1위 자리를 빼앗기는 건.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용납할 수가 없었다.

* * *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이?”

“예, 각하. 어떻게 할까요?”

“끄응.”

김철우 대통령이 얼굴을 찌푸렸다.

만나면, 신한민국 사업에 힘을 써 달라고 얼마나 징징거릴 것인가?

그렇다고 안 만나면,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하고 더 맹렬히 날뛸 것이다.

‘그게 어디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인 줄 아나.’

지금 김철우 대통령은 철저하게 강현수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특히 신한민국 재건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강현수의 지시를 따라야 했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목이 날아갈지도 몰랐고.

신한민국 정부 자체가 강현수의 수족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사람이 적당히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걸 모르네.’

일성 그룹도 대한민국의 기업이다.

거기다 국내 재계 서열 1위의 글로벌 기업인 만큼.

현 상황에서 엄청나게 많은 이득을 보고 있다.

단지 신한민국 재건 사업에 있어서 우광 그룹이 메인을 맡고 있을 뿐.

‘지금도 적잖이 이득을 보고 있고, 북한 경제가 살아나면 가장 큰 이득을 볼 기업이 일성 그룹인데.’

신한민국 재건 사업의 메인이 일성 그룹이 아니라 우광 그룹이라는 점에 엄청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만나기는 해야겠지. 약속 잡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그러나 만나기만 할 생각이었지.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의 부탁을 들어줄 생각은 없었다.

예전이었다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며, 적당히 받을 거 받고 일성 그룹에 힘을 실어 줬겠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지.’

아마 그랬다가는.

자신의 목이 단칼에 날아갈 터였다.

* * *

‘건방진 놈.’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이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직접 김철우 대통령을 만나 고개까지 숙이며 부탁을 했는데.

단칼에 거절을 당했다.

‘젠장.’

직접 만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가 나와 버렸다.

체면만 구긴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협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엄청난 지지율을 바탕으로 단임제에서 연임제 개헌까지 눈앞에 두고 있는 현직 대통령 앞에서 그랬다가는.

오히려 일성 그룹만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국민들의 지지도 높지만, 우광 그룹을 필두로 한 재계 인사들이 현 대통령인 김철우를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택에 도착한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이 스마트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어쩐 일로 직접 전화를 한 거냐?

상대의 말에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이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만나자.”

-언제?

“지금 당장.”

-대통령한테 개망신당했다는 소식은 들었다. 그래서 나한테 연락한 거냐?

“그래.”

-지금도 충분히 많은 이득을 보고 있잖아. 그 정도에서 만족해.

“용건도 꺼내기 전에 거절이냐?”

-네가 내 입장이었으면 어땠을 것 같냐?

“거절하겠지.”

-그걸 알면서도 전화를 한 걸 보면 많이 급했나 보구나.

“오늘 괜한 짓을 두 번이나 했구만.”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이 얼굴을 찌푸렸다.

“하나만 물어보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무슨 짓을 하다니?

“빼지 말고. 우광 그룹이 신한민국 재건 사업의 단물만 쪽쪽 골라서 빨아먹을 수 있었던 이유가 뭐냐?”

-내가 알려 줄 거라고 생각하냐?

“그건 알려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네가 장군이 아니라 졸인 것 같거든.”

-내가 졸이라고?

“뭐, 차나 포 정도일 수도 있고. 내 생각이 틀렸냐?”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의 말에 상대가 침묵을 지켰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대통령이야 정치병에 걸렸다고 해도.

신한민국을 넘어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우광 그룹을 우선시하는 건.

분명 뭔가가 있었다.

일성 그룹의 경우, 신한민국 신정부와는 전혀 접점을 만들 수가 없었고.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에 여러모로 손을 써 봤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럼 남은 건.

‘믿기 힘들지만, 이 판을 주도하는 어떤 세력이 있는 경우지.’

그리고 우광 그룹이 어떤 경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세력과 인연을 만들었고.

그래서 장기짝으로 선택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리라.

“장군한테 전해 줘라. 일성 그룹이라면 우광 그룹보다 쓸 만한 장기짝이 되어 줄 수 있을 거라고.”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고도 무사히 전달이 될 거라고 생각하냐?

“그럼 내가 오늘 세 번째 괜한 짓을 한 꼴이 되겠지.”

-후회할 거다.

“거절이냐?”

-아니, 나에게 그 부탁을 한 걸 후회할 거라는 말이다.

“후회를 해도 내가 하는 거지 네가 하는 게 아닐 텐데.”

-전달하겠다.

“고맙다.”

뚝!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이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머릿속은 상당히 복잡했다.

‘전달하겠다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찔러본 건데, 제대로 들어갔다.

‘그럼 정말 권영수가 내 제안을 커트하지도 못할 정도의 윗선이 있단 말인데.’

심장이 두근거렸다.

‘희박한 확률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터무니없는 망상에 가까웠다.

그것도 단일 세력이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을 포함해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의 실권을 쥐고 있다는 망상 말이다.

‘무조건 올라타야 한다.’

망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우광 그룹 회장 권영수를 찔러본 건.

손해 볼 게 없기 때문이다.

엉뚱한 망상을 했다.

그럼 어차피 당한 망신 한 번 더 당하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반대로 자신의 망상이 적중했다면?

‘무조건 올라타야지.’

우광 그룹이 그 끈을 잡고 얼마나 급격한 성장을 했는가?

세계 시장에서 얼마나 큰 이득을 얻고 있는가?

‘이대로 가면 우광 그룹에 추월당하고 도태될 뿐이야.’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의 입장에서는.

눈에 흙이 들어가도 그런 꼴을 볼 수는 없었다.

‘내줄 수 있는 건 내준다.’

망상 속에서나 가능한 세력이 실존한다.

자신의 망상이 맞다면?

그 세력은 사실상 어둠 속에서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만큼.

‘무조건 손을 잡아야 해.’

간과 쓸개를 다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후회할 거라고?’

우광 그룹 권영수 회장의 마지막 경고.

‘미친놈.’

그 경고를 들은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은 어이가 없었다.

우광 그룹이 얼마나 큰 이득을 얻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그런데 후회라니?

‘그런 말을 한다고 내가 물러날 줄 알았나.’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다른 이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다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설사 독이든 성배라고 해도 웃는 얼굴로 마실 수 있었다.

위이이잉!

그때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조금 전에 통화했던 우광 그룹 권영수 회장의 전화였다.

“왜, 일이 잘 안 풀렸나?”

-잠시 후 그분이 직접 너를 찾아가실 거다. 그러니 얌전히 기다려라.

“그분?”

-난 분명히 전달했다.

뚝.

그 말을 끝으로 우광 그룹 권영수 회장의 전화가 끊어졌다.

‘뭐가 이렇게 빨라?’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은 적잖이 당황했다.

그런 거대한 세력이 실존한다면.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겠는가?

그런데 벌써 결정을 내리고 직접 찾아오겠다니?

‘그분이라고 하는 걸 보면 꽤 높은 사람이겠군.’

그러나 당장 찾아온다는 걸 보면, 한국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대한민국 지부장 정도 되나?’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이 떠올릴 수 있는 건 그 정도가 한계였다.

‘아니면 아시아 지부장쯤 될 수도.’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이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비서에게 손님이 찾아올 테니 맞이할 준비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꽤 많은 시간이 지나.

‘도대체 언제 온다는 거야? 오늘 오는 거 맞아?’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의 인내심이 바닥날 무렵.

“나를 찾았다고 들었다.”

등 뒤에서 갑자기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찾아올 거라는 말은 들었다.

하지만 정당한 절차를 밟고 올 거라고 생각했지.

설마 경계가 삼엄한 일성 그룹 회장의 자택에 무단으로 잠입할 줄은 몰랐다.

‘역시 플레이어 세력이었나?’

어느 정도 예상한 바였다.

기존 기득권의 체계를 깨고 완전히 새로운 세력을 만들 수 있는 건.

플레이어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또 중국 신공산당과 신한민국 신정부 모두 플레이어 세력이 권력을 잡은 정권 아니겠는가?

“예, 제가 뵙기를 바랐습니다.”

몸을 돌린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이 공손히 존대를 쓰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뭐야?’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의 두 눈은 거칠게 흔들리고 있었다.

‘고작 20살 남짓의 핏덩이잖아? 귀환자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어리잖아.’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의 표정이 자신도 모르게 살짝 일그러졌다.

자신이 누구인가?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 일성 그룹의 회장이었다.

일성 그룹은 전 세계적으로 쳐도 재계 서열 10위 안에 들어가는 초거대 기업이었다.

‘그런 나를 상대하는 데 저런 핏덩이를 보내다니.’

절로 자존심이 상했다.

그렇지만.

‘나쁠 건 없지.’

오히려 상대의 나이가 어리다면?

‘구워삶기는 더 편하겠지.’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의 입장에서는.

체면은 좀 구겼지만 실질적으로는 손해 볼 게 없었다.

“우광 그룹 권영철과 같은 대우를 받고 싶다고?”

상대의 말에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이 표정 관리를 하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우리 일성 그룹은…….”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의 입에서 일성 그룹의 장점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쉽게 설명하자면.

일성 그룹이 우광 그룹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냥개가 될 수 있다는 어필이었다.

‘지금은 자존심 따질 때가 아니야.’

어떻게든 새롭게 전 세계의 헤게모니를 움켜쥔 세력에 편승해야 했다.

“알겠다.”

상대의 승낙에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이렇게 쉽게 수락하다니? 역시 어려서 그런가?’

일이 너무 잘 풀린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

“노예가 되기를 그렇게 간절히 원한다면, 얼마든지 족쇄를 채워 주마.”

이어진 상대의 말에.

‘이게 무슨 미친 소리야?’

일성 그룹 조성훈 회장의 얼굴이 자기도 모르게 사납게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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