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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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르 (3)

“토벌대에서는 아직도 연락이 없나?”

인도 고아주의 주지사 라탄의 물음에.

“예, 토벌이 거의 완료됐다는 보고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역시 플레이어들은 제멋대로군.”

고아 주지사 라탄은 플레이어들이 언데드 몬스터를 토벌한 후 최종 보고를 누락했다고 생각했다.

“연방 행정부가 계속 독촉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보고할까요?”

“토벌을 완료했다고 보고하게.”

“알겠습니다.”

고아 주지사 라탄의 결정에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고아주의 관리들 역시 플레이어들이 최종 보고를 누락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언데드 몬스터 토벌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모를까.

전사자가 열 명 내외로 나올 정도로 손쉬운 전투였던 만큼 그 누구도 전투 결과가 뒤바뀌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처리반과 복구반을 투입하게.”

“네.”

고아 주지사 라탄은 아무렇지도 않게 엉망이 된 지역을 수습하기 위한 인력 투입을 지시했다.

잠시 후.

“처리반과 복구반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전투는 끝난 것으로 보이지만, 플레이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역시 귀찮아서 최종 보고를 누락한 모양이군.”

“토벌대의 대장이 카일라시 아닙니까?”

“건방진 놈.”

카일라시는 토벌대의 대장이자 브라만 계급의 남성으로.

자신과 같은 브라만 계급이 아니면 대놓고 무시하거나 마치 자신의 부하처럼 지시를 내리기 일쑤였다.

“어쩌겠습니까, 신분도 신분이지만 실력도 뛰어나고 집안도 만만치 않은데요.”

“끄응.”

부하 직원의 말에 고아 주지사 라탄이 입술을 깨물었다.

카일라시는 고아주에서도 명망 높은 명문가의 자식이었기에 주지사인 라탄으로서도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계속 고아 주지사 자리를 유지하고 싶다면?

카일라시의 집안과 척을 져서는 곤란했다.

“언제 한번 그놈의 건방진 콧대가 꺾이는 꼴을 봤으면 좋겠는데.”

고아 주지사 라탄은 그렇게 생각하며 이번 일을 대충 넘겨 버렸다.

그러나 카일라시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연방 행정부에 언데드 몬스터들을 토벌했다고 보고해 버린 결과.

고아주는 연방 행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 버렸다.

그 결과.

‘텅텅 비었네.’

키메라 언데드 제조에 성공한 카우르가 고아주의 중심부에 도착했을 때까지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죽여라.’

카우르가 자신의 피조물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아아아아!

반투명한 유령의 형태를 하고 있는 밴시들이 주지사 라탄을 비롯한 고아주의 핵심 인력을 덮쳤고.

그들은 자신이 죽는 줄도 모르는 상태로 목숨을 잃었다.

‘끝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최대한 많은 인간을 죽인다.’

이게 현재 카우르의 목표였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세상에 복수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카우르는 통신망을 차단하고 그 후 군대를 덮쳤다.

“저게 뭐야!”

“쏴라!”

두두두두두!

군대는 나름대로 저항을 했다.

그러나 밴시들을 상대로 총화기는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저건 못 이겨!”

“도망쳐!”

-구어어어어!

-크아아아아!

“아아악!”

“몬스터다!”

도주하던 이들은 군부대를 포위하고 있던 언데드 몬스터들에게 갈가리 찢겨 죽는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방해꾼들은 다 제거했어.’

이제 남은 건?

일반인들뿐이었다.

‘가라.’

카우르의 지시에.

-아아아아아!

밴시들과.

-구어어어억!

언데드 몬스터들이 고아주에서 살아가고 있던 주민들을 공격했다.

“꺄아아악!”

“괴물이다!”

주민들은 저항하기도 하고 도망치기도 했지만.

밴시와 언데드 몬스터들의 포위망을 뚫을 수는 없었다.

외부와 연락을 취해 도움을 요청하려고도 했지만.

카우르가 이미 모든 통신망을 박살 내 버린 후였기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아악!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카우르의 눈에 언데드 몬스터에게 빌고 있는 자신과 같은 불가촉천민 소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저벅저벅.

카우르가 불가촉천민 소녀에게 다가갔고 밴시와 언데드 몬스터 들이 물러났다.

“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불가촉천민 소녀가 카우르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그래, 구해 주마.”

그 말과 함께 카우르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칠흑빛 마기가 강력한 저주로 변해 불가촉천민 소녀의 몸을 휘감았고.

불가촉천민 소녀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

죽음.

그게 카우르가 생각하는 구원이었다.

이 세상은 지옥이다.

살아 있는 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 죽음이야말로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이었다.

‘더 많은 이들에게 징벌과 구원을 내려야 해.’

카우르의 두 눈이 광기로 물들었다.

고아주는 시작에 불과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다면 자신의 조국인 인도를 시작으로 이 세상 전체를 정화하고 싶었다.

* * *

고아주는 인도의 28개 주 중에서도 상당히 작은 영토를 가진 곳이었다.

그렇기에 살고 있는 사람의 숫자도 적었고 플레이어의 숫자도 적었다.

그러나 카우르가 다음 목표로 정한 마하라슈트라주의 경우는?

인도에서 세 번째로 넓은 면적을 가진 주이자, 인구수는 두 번째로 많은 곳이다.

당연히 그만큼 더 많은 플레이어와 군대가 있을 게 확실했다.

그렇지만 카우르는 망설이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충분히 가능해.’

고아주를 쓸어버리며 카우르는 광렙을 했다.

스킬 랭크도 미친 듯이 상승했다.

어디 그뿐인가?

플레이어라는 질 좋은 언데드 몬스터 제조 재료도 확보했다.

결정적으로.

‘나는 더 많은 이들을 징벌하고 구원할수록 빠르게 강해진다.’

단순히 레벨 업을 하고 스킬 랭크가 상승하는 정도로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징벌과 구원을 내릴 때마다.

특수 스텟인 마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전직과 동시에 생겨난 특수 스텟 마기는 카우르의 직업인 피와 살육의 네크로맨서의 핵심 스텟이었다.

주력 스킬의 파괴력, 지속성, 쿨타임 등등.

사실상 모든 부분에서 마기 스텟의 영향을 받았다.

처음 각성하고 주변에 있는 이들을 징벌하고 구원하며.

카우르는 각성 직후보다 적어도 세 배 이상 강해졌다.

고아주를 쓸어버린 지금은?

최소치로 잡아도 열 배 이상 강해졌다.

고아주보다 월등히 큰 마하라슈트라주를 징벌하고 구원한다면?

‘훨씬 더 강해질 거야.’

그럼 자신의 1차 목표인 인도 정화가 더 이상 꿈이 아니게 될 수 있다.

인도를 정화하면?

‘나는 더 강해지겠지.’

그럼 최종 목표인 세계 정화도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가자.’

카우르가 사명감에 불타는 눈동자를 번뜩이며 고아주의 경계를 넘어 마하라슈트라주로 진입했다.

* * *

고아주에서 벌어진 참사는 얼마 가지 않아 인도 연방 행정부로 전달되었다.

“분명히 토벌이 완료되었다는 보고가 올라왔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디모 총리의 노성에.

“아무래도 정보 전달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관료들이 쩔쩔매며 변명했다.

고아주의 상황이 알려진 건 근처 다른 주에 살고 있는 이들이 고아주를 방문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는 실로 참담했다.

고아주의 생존자 제로.

어른, 아이, 노인, 가축 할 것 없이 모든 생명체가 몰살당했다.

그간 인도에서 수많은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났지만, 이렇게 큰 피해를 본 건 처음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착오는 그렇다고 치고. 범인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겁니까?”

주 하나가 몰살당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그럼 당연히 사건 현장에는 몬스터들이 드글거려야 했다.

그런데 고아주에는 몬스터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차원 게이트를 통해 다시 돌아간 게 아닐지…….”

“지금 그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합니까?”

디모 총리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어쩌면 러시아에서 벌어졌던 일이 우리 인도에 발생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외교부 장관의 말에.

“마족.”

“우리 인도에도 마족이 나타났다는 말입니까?”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통신망을 끊어 버린 것이나, 감쪽같이 사라진 것까지. 일반적인 몬스터의 지능이라면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세계 플레이어 협회에 도움을 청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외교부 장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건 우리 인도의 무능함을 전 세계에 광고하는 꼴입니다.”

차원 게이트 관리부 장관이 반대했다.

“맞습니다. 만약에 마족이 아니라면 어쩌시겠습니까? 개망신만 당하는 꼴 아닙니까?”

국방부 장관도 반대였다.

“러시아도 그렇게 생각하다가 수천만에 달하는 인명이 희생되는 대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인도에서도 그런 일이 발생하면 더 큰 망신을 당한다는 사실을 잊으신 겁니까?”

이에 내무부 장관이 날카롭게 반격했다.

“이미 한 개 주의 국민들이 몰살당했습니다. 무조건 세계 플레이어 협회에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재무부 장관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장관들이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다툼을 벌였고.

결론은 세계 플레이어 협회에 도움을 청하자는 쪽으로 기울었다.

“국제기구인 세계 플레이어 협회에 도움을 청하려면, 상원과 하원의 허락이 있어야 합니다.”

“그건 내가 맡겠습니다.”

디모 총리가 나섰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인도 연방 행정부는 국제기구인 세계 플레이어 협회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결정을 내렸지만.

총리와 행정부의 권한이 강하지 않은 만큼 상원과 하원의 재가가 필요했다.

만약 상원과 하원의 재가를 받지 않고 일을 진행했다가 욕을 먹게 되면?

총리와 행정부가 단독으로 책임을 져야 했고.

최악의 경우.

의회가 해산되고 새로운 총리와 행정부가 들어설 수도 있었다.

그럼 기존의 총리와 행정부는?

정권을 빼앗기는 것도 모자라 정치적 영향력 역시 형편없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디모 총리와 인도 연방 행정부로서는 자신들의 책임 회피 및 권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모든 일의 책임을 내각과 공유해야 했다.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라 의원내각제를 선택한 국가의 한계였다.

그리고 그사이 카우르가 마하라슈트라주를 침공해 대학살을 시작했다.

* * *

‘조용히 죽여라.’

카우르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렇기에 정면 대결 대신 기습을 선택했다.

목표 대상은?

마하라슈트라주의 행정부도 아니었고.

플레이어나 군대도 아니었다.

카우르가 가장 먼저 노린 것은?

평범한 일반인들이었다.

사방으로 흩어진 밴시들이 조용히 죽음을 흩뿌렸다.

그와 동시에 카우르의 마기가 급격하게 치솟았다.

‘일어나라.’

마기가 치솟자 카우르는 죽은 자들을 좀비와 구울 같은 언데드 몬스터로 부활시켜 사방으로 흩뿌렸다.

당연히 난리가 났다.

“괴물이다!”

“플레이어들은 뭘 하는 거야!”

“당장 군부대에 연락해!”

사방으로 흩어진 언데드 몬스터들이 일반인들을 학살했고.

그렇게 죽은 자들은 또다시 언데드 몬스터로 변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런 일이 무한 반복되자 언데드 몬스터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았다.

전부 하급 언데드 몬스터였기에 저레벨 플레이어도 손쉽게 쓰러트릴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일반인들에게 있어서는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무 몽둥이나 야구방망이 같은 일반적인 도구로는 쓰러트리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마하라슈트라주의 행정부에는 비상이 걸렸고.

곧바로 플레이어와 군대를 파견함과 동시에 인도 연방 행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내각과 회의 중이던 인도 연방 행정부에도 비상이 걸렸고.

일단 급한 마음에 주변에 있던 주에 연락을 취해 지원 병력을 보냈다.

또 인도 연방 행정부 차원에서도 플레이어와 중앙군을 파견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너무 의외였다.

“순조롭게 진압 중이라고 합니다.”

“일반인 피해는 집계 불가 수준이지만, 플레이어와 군대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플레어이는 두 명이 사망했고, 군대는 3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피해가 너무 적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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