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278화 (278/365)

오만의 대가

포틴 대통령과 부총리, 각부 장관들 그리고 대통령궁 참모들이 서둘러 모스크바를 떠나고 있을 무렵.

언데드 몬스터 대군의 침공을 코앞에 두게 된 모스크바는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 있었다.

빵빵빵!

도로는 차로 꽉 막혀 버렸고.

“비켜! 비키라고!”

“저리 가!”

도로가 막히자 거리로 나온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스크바를 벗어나기 위해 사력을 다해 질주했다.

“으아아아앙!”

“엄마! 아빠!”

혼란이 벌어지면 가장 보호받기 힘든 존재는 어린아이들이었다.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가 울부짖었고.

“이리나! 이고르!”

“유리야! 이리 와!”

부모들은 아이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사력을 다해 움직여도.

죽을힘을 다해 달려도.

10만에 달하는 언데드 몬스터 대군이 도착하기 전에 1,2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모스크바를 탈출하는 건 불가능했다.

슈우우우웅!

꽈아아앙!

러시아군은 쉼 없이 10만의 언데드 몬스터 대군을 향해 포탄과 미사일을 날렸다.

그러나 아무리 포탄을 날리고 미사일을 쏘아 보내도.

꽈아앙! 꽈아앙!

허무하게 허공에서 폭발해 버리거나 엉뚱한 지역으로 날아갔고.

퍼어어엉!

운 좋게 적중하더라도.

시체로 이루어진 언데드 몬스터 대군에게는 큰 타격을 주기 힘들었다.

꿀꺽!

군대와 플레이어로 이루어진 연합군이 시야에 들어온 10만 언데드 몬스터 대군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군대는 어차피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실질적인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플레이어의 숫자는?

고작 5만 남짓으로.

10만에 달하는 언데드 몬스터 대군의 절반에 불과했다.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글쎄.”

“그런데 랭커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거야?”

“고레벨 플레이어도 몇 보이지 않아.”

플레이어들의 전의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

전장에 러시아 랭커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드문드문 보이기는 하지만.

그 숫자는 고작해야 몇백 정도에 불과했다.

일당백의 역할을 거뜬히 소화해 낼 수 있는 랭커와 고레벨 플레이어 들의 부재는?

5만에 달하는 중저레벨 플레이어들의 공포심을 더욱 가중시켰다.

“랭커와 고레벨 플레이어 들은 이미 다 도망쳤어.”

“포틴 대통령 모습도 안 보이잖아. 아마 함께 갔겠지. 대통령과 랭커들이 우리를 버린 거야.”

“대통령이 수도를 버리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우리도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까지 도망치면 모스크바는 누가 지키고? 1,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어 줘야지.”

“그걸 왜 정부에게 버림받은 우리가 해야 하느냐고!”

패배할 전장에 버리는 패로 남겨졌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플레이어들의 공포가 전염되며 전의가 바닥을 드러냈다.

“우리는 모두 죽을 거야.”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해.”

언데드 몬스터 대군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플레이어들의 공포심은 더욱더 강해졌다.

그때.

화르르르륵!

붉은 화염이 뒤섞인 오러가 피어올랐고.

“가자!”

“예!”

“흐흐흐, 다 죽여 버리겠어!”

힘찬 외침과 함께 세 명의 플레이어가 10만이나 되는 언데드 몬스터 대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뭐야, 저 사람들?”

“미친 거 아닐까?”

“고작 셋이서 10만을 향해 달려들다니?”

플레이어들은 저 셋이 금방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꽈아아아앙!

첫 번째 플레이어가 휘두른 붉은 화염이 뒤섞인 오러가 순식간에 수백에 달하는 언데드 몬스터를 박살 냈다.

-쿠오오오오!

자이언트 좀비가 세 사람을 짓밟으려 했지만.

“하아아압!”

두 번째 사내가 오히려 힘으로 자이언트 좀비를 압도하며.

꽈아아앙!

작은 동산 크기의 자이언트 좀비를 붙잡고 무기처럼 휘두르며 언데드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물리 법칙을 가볍게 무시하는 엄청난 힘에 구경하던 플레이어들은 반쯤 넋이 나갔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으하하하하! 다시 한번 죽여 주마! 너절한 언데드 놈들아!”

세 번째 사내는 맨주먹으로 구울과 좀비의 두개골을 때려 부수고 사지를 찢어 버렸다.

“더 와라! 더 와서 덤벼 보란 말이다! 큭큭큭큭!”

피와 뇌수를 전신에 뒤집어쓴 세 번째 사내는 광소를 터트리며 미친개처럼 날뛰었다.

피와 광기에 잡아먹힌 것 같은 세 번째 사내의 활약은?

공포를 모르는 언데드 몬스터가 순간 움찔거릴 정도였다.

“잔인하기는 한데.”

“그래도 엄청 강하네.”

세 번째 사내의 전투는?

맨손으로 사지를 찢어 버리거나.

발로 두개골을 박살 내고 박치기로 내장을 파열시키는 등.

오죽하면 적이자 시체인 언데드 몬스터가 불쌍해 보일 정도로 참혹했다.

그러나 앞선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기세로 언데드 몬스터를 때려잡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세 사람의 활약에.

“우와아아아!”

“이길 수 있다!”

“싸우자!”

바닥을 치던 플레이어들의 사기가 치솟아 올랐다.

그토록 강대하고 무섭게 보이던 언데드 몬스터 대군이 고작 세 명에게 쓸려 나가는 모습을 보자.

공포가 가시고 언데드 몬스터 대군이 마치 허수아비로 만든 군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죽여 버려!”

“저놈들 별것 아니라고!”

“와아아아!”

러시아 플레이어들과 언데드 몬스터 대군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꽈아아앙!

그 결과는?

“아아악!”

“커억!”

“엄청 강하잖아!”

러시아 플레이어들의 완패였다.

이유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언데드 몬스터 대군이 허수아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 세 사람이 강한 것이지.

언데드 몬스터가 약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거기다 러시아 플레이어들은?

랭커도 없고 고레벨 플레이어도 없이.

중저레벨 플레이어들만 모여서 만들어진 병력이었고.

총병력의 숫자 자체도 언데드 몬스터 대군에 비해 고작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거기다 언데드 몬스터는 잘 죽지도 않았고.

죽여도 금방 부활한다.

그러니 당연히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으으으.”

“이건 미친 짓이야.”

“도망치자.”

기세 좋게 전투를 치르던 러시아 플레이어들의 사기가 순식간에 바닥에 처박혔다.

최전선에서 세 명의 플레이어가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사실상 계란으로 바위 치기로.

고작 세 명이서 전황을 바꾸기는 힘들었다.

설상가상.

-콰콰콰콰콰!

다크 오러를 줄기줄기 뿜어내는 데스 나이트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파지지직!

화르르륵!

온갖 속성의 공격을 퍼붓는 리치들까지 합류하자.

최전선에서 맹활약을 펼치던 세 명의 플레이어들 역시 더 이상 활약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몸을 보존하기 급급한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갔다.

승기가 완전히 넘어갔다.

“우린 끝장이야.”

“포틴 이놈은 도대체 어디 간 거야.”

사람들로 뒤엉킨 도로를 보고 도주를 포기하고 모스크바 내부에서 아군이 승리하기만 소망하며 지켜보던 러시아 국민들은 처절한 절망감에 빠져들었다.

러시아 국민들이 봤을 때.

5만의 러시아 플레이어들이 전멸당하고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 언데드 몬스터들이 들이닥치는 건.

단순한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그때였다.

-콰콰콰콰콰콰!

하늘을 뒤덮을 듯한 핏빛 오러의 폭풍이 10만 언데드 몬스터 대군을 덮쳤고.

꽈아아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최전선에 있던 2만가량의 언데드 몬스터 대군이 말끔하게 소멸해 버렸다.

“어?”

“도대체 누가?”

러시아 국민들은 물론 플레이어와 군인 들까지 당황한 상황에서.

슈슈슈슉!

칠흑빛 갑주를 입은 3만가량의 플레이어들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 모스크바를 호위했다.

그와 동시에.

꽈아앙!

퍼엉!

무시무시한 기세로 언데드 몬스터 대군을 분쇄하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 * *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플레이어와 언데드 몬스터들이 충돌하기 직전.

강현수는 언데드 몬스터 군단의 흔적을 따라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멀리서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을 목격했고.

익숙한 얼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붉은 화염이 뒤섞인 오러를 내뿜으며 맹렬한 기세로 언데드 몬스터들을 분쇄하고 있는 이는?

‘적염제 도르초프.’

아틀란티스에서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 연합의 수장을 맡았던 인물.

엄청난 괴력을 선보이며 자이언트 좀비를 어린아이처럼 휘두르고 있는 이는?

‘이반 야멜리코넨.’

회귀 전 현재 강현수의 직업의 모태가 되는 일인분대의 소유주이자.

고유 스킬 괴력의 보유자.

회귀 후에는 무왕이라 불렸던 인물.

마지막으로 미친개처럼 날뛰고 있는 이는?

‘광혈제 이고르.’

적염제 도르초프의 심복이었던 인물이자 분노조절장애를 가지고 있는 미친놈.

‘역시 셋 다 살아 있었네.’

지휘관 목록에서 삭제되었기에 귀환한 건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정보력으로 세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는데.

다들 무사히 살아 있었고.

그간 플레이어로서 자신을 꾸준히 갈고닦았던 모양이다.

‘위험해.’

세 사람이 엄청난 대활약을 선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애초에 병력 차이가 너무 극심했다.

강현수가 마력을 끌어 올렸고.

뱀피릭 오러를 전력으로 발동시켜 검을 휘둘렀다.

꽈아아아아앙!

순간적으로 마력 고갈이 느껴질 정도로 최선을 다했지만.

‘고작 2만인가? 얼마 안 줄었어.’

강현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간 창조의 힘을 통한 스킬 개량에 열을 올린 나머지.

개인의 무력이 생각보다 많이 낮아진 상태였다.

‘뭐, 어쩔 수 없지.’

아쉽기는 하지만.

강현수 자신의 선택이었으니 어쩌겠는가?

‘혼자 쓸어버리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럼 인명 피해가 커질 거야.’

소모된 마력은 뱀피릭 오러, 탐식의 검, 수호의 팔찌, 마기의 구슬, 약육강식, 마력흡수 등등의 옵션 덕에 실시간으로 회복되고 있었지만.

언데드 몬스터와 한데 뒤엉킨 플레이어들을 강현수가 일일이 구해 줄 수는 없었다.

결정적으로.

‘언데드 몬스터와 드잡이질을 하다가 마족들을 놓치면 곤란하지.’

이럴 때는?

‘소환수가 최고지.’

강현수가 인간형 소환수 3만을 소환했고.

소환수들이 무서운 기세로 언데드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우두머리는 어디 있나?’

강현수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데스 나이트와 리치를 훑어봤다.

중하급 마족 수준인 녀석들은 무시했다.

‘저 정도는 소환수들이 알아서 정리할 수 있으니까.’

강현수의 목표는 마계 귀족급 마족이었다.

‘찾았다.’

강현수의 눈에 강력한 마기를 품고 있는 아크 리치 한 기의 모습이 들어왔다.

‘네놈이 이번 사태의 주범이구나.’

강현수가 번개 같은 속도로 이번 일의 원흉인 아크 리치를 향해 달려들었다.

* * *

‘이럴 수가.’

리치 아르타스는 경악했다.

마계 백작으로 승급하고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꽤 강력한 힘을 가진 플레이어 셋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저 정도는 자신이 직접 나설 필요도 없이.

데스 나이트와 리치 들 선에서 제거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 정도로 강력한 플레이어를 바탕으로 데스 나이트를 만들면 얼마나 뛰어난 작품이 나올까 기대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소름 끼치는 마력의 파동 이후 터져 나온 핏빛 오러의 파도에 언데드 몬스터들이 쓸려 나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이 나타나 수하인 언데드 몬스터들을 쓸어버리자.

리치 아르타스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인간 플레이어 중에 이렇게 강한 이가 있었다니?’

방금 전 느꼈던 마력의 파동은?

마계 백작인 리치 아르타스조차도 경악할 정도였다.

‘실수다.’

마계 백작이 된 후 너무 자신감이 넘쳤다.

그래서 너무 섣부르게 몸을 움직였다.

그렇지만.

정말 너무너무 억울했다.

‘어떻게 이런 신생 차원에 저런 괴물이.’

이건 1~5레벨 초보자 사냥터에 500레벨대 플레이어가 와서 ‘양민학살’을 하며 놀고 있는데.

갑자기 1000레벨대 플레이어가 찾아온 격이었다.

휘익!

그때 강력한 마력을 품은 존재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리치 아르타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위험하다.’

리치 아르타스가 재빨리 몸을 피했다.

꽈아아아앙!

강력한 폭발과 함께 리치 아르타스가 있던 장소가 초토화되었다.

‘너무 강하다.’

고작 마계 백작 수준으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럼 리치 아르타스에게 남은 선택은?

‘튀자.’

도주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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