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272화 (272/365)

마족 강림

‘귀환자들이 가진 플레이어로서의 힘을 빼앗고 다시 더 빠르게 쌓게 한다는 계획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아무리 그래도 초기화된 업적과 힘들게 얻은 직업 그리고 오랜 시간 쌓아 온 레벨과 스킬 랭크는?

‘2회 차 특전이 있다고 해도 쉽게 복구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일부는 아틀란티스에 있을 때보다 더 강해질 수도 있겠지만.

‘반대가 될 수도 있어.’

강현수만 하더라도 그랬다.

만약 지구로 귀환하며 플레이어의 힘을 잃었다면?

‘스킬 강화와 스텟 고정을 손에 넣지 못했겠지.’

강현수가

로 돌아갈 수 있는 열쇠라고 할 수 있는 스킬 강화와 스텟 고정은 유일무이한 고유 스킬이었고.

그 유일무이한 고유 스킬의 보유자들은?

‘이미 죽었으니까.’

거기다 지구에는 튜토리얼이 없기에.

강현수가 현재 직업 일인사령부를 다시 손에 넣을 방법 역시 사라진다.

‘뭐, 던전에서 사냥을 해서 일격필살을 하면 다시 줄 가능성도 있기는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안 줄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설사 100%의 확률로 직업 일인사령부의 모태가 되는 일인분대를 준다고 해도.

강현수가 무한대로

로 돌아갈 방법을 잃은 순간.

‘일인분대라는 직업 자체가 엄청난 마이너스가 되어 버린다.’

레벨을 올려 스텟을 쌓아 소환수를 만들어 봤자.

얼마나 강해질 수 있겠는가?

‘뭐, 회귀 전 일인분대의 소유자였던 이반 야멜리코넨의 괴력 스킬을 다시 손에 넣으면 어느 정도 강해질 수는 있겠지만.’

그래 봤자.

일인군단이라고 불렸던 회귀 전 이반 야멜리코넨 수준의 무력일 뿐.

회귀 후 백만 이상의 소환수를 거느리고.

스스로의 무력 자체가 천외천의 경지에 이르렀던.

귀환 직전 강현수의 위용과는 비교 불가였다.

‘나라는 존재 자체를 잃는 게 더 큰 손해지.’

아틀란티스가 마왕 그레모리가 이끌던 마왕군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강현수의 존재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지구도 마찬가지야.’

마왕군의 침공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진다는 페널티를 감수하더라도.

강현수가 아틀란티스에서 얻었던 힘을 유지하는 게 더 큰 이득이었다.

마왕군의 침공 속도가 느려지고.

그사이 지구 플레이어들과 귀환자들이 아무리 강해져 봐야.

강현수 한 사람의 공백을 감당하는 건.

‘불가능하지.’

의도한 건 아니지만.

강현수는 자신이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또한.

‘차원 게이트가 늘어나고 던전 레벨이 올라간다고 나쁠 건 없어.’

그건 강현수의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증거였으니까 말이다.

‘누가 더 빠른지 한번 붙어 보자.’

마왕군의 침공이 빨라지는 페널티로 인한 손해보다 강현수가 강해지는 속도가 더 빨라지기에 얻는 이득이 크다면?

‘이건 절대 손해가 아니지.’

오히려 어마어마하게 큰 이득이었다.

* * *

대한민국, 신한민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고레벨 차원 게이트가 빠르게 늘어났다.

또한 기존의 중저레벨 던전들이 빠르게 고레벨 던전으로 전환되어 갔다.

사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언제 대형 사고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애초에 고레벨 플레이어들의 숫자는 정해져 있다.

강현수의 버프를 받은 송하나, 강현아, 강현우, 권소희 같은 경우는?

저레벨 플레이어였지만 자신보다 월등히 높은 레벨의 몬스터를 계속해서 사냥할 수 있기에 광렙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의 경우는?

제아무리 귀환자라고 해도 성장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그 결과 전체 플레이어 중 고레벨 플레이어의 비중은 고작 1%에 불과했다.

거기다 설상가상 대한민국, 신한민국, 중국, 일본 이 네 개의 국가는?

고레벨 던전이 늘어나기 전부터 고레벨 플레이어의 숫자에 비해 고레벨 던전이 많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당연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지만.

대한민국, 신한민국, 중국, 일본 네 개 국가 중 사고가 발생한 나라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강현수가 소환수를 동원해 커버를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네.’

고레벨 던전이 감당 불가 수준으로 늘어난다?

그럼 수환수들을 고레벨 던전에 알박기해서 무한 오토 사냥을 돌리면 그만이다.

강현수가 대리 기사들을 통해 돌리는 오토 사냥도 효율이 좋았지만.

고레벨 던전에 알박기 상태로 돌리는 오토 사냥의 효율도 만만치가 않았다.

‘뭐, 처음에는 몬스터 필드와 비교하기 힘든 수준이었지만.’

고레벨 던전이 증가하면서 서서히 효율이 올라가고 있었다.

‘각국 정부에서도 적극적이고.’

대한민국, 신한민국, 중국, 일본 이 4개국의 수장은 모두 강현수의 수족이나 다름이 없었고.

문제가 생기자 당연하다는 듯 강현수에게 매달렸다.

‘나한테는 일석이조지.’

수하들의 불만도 해결해 주고.

아시아의 평화도 지켜 주고.

레벨 업도 하고.

돈도 벌었으니.

사실 일석이조 정도가 아니라 일석사조가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강현수가 마음 편히 꿀을 빨고 있을 때.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는 나라가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 신한민국, 중국, 일본 이 4개국과 마찬가지로.

고레벨 차원 게이트가 대거 증가하고 던전 레벨이 상승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러시아였다.

* * *

“막아!”

“이 지역이 몬스터 필드로 변하는 것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

러시아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새롭게 늘어난 차원 게이트와 레벨이 상승한 던전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해 고분고투했다.

몬스터 필드만큼은 무조건 막아 내야 한다는 러시아의 독재자 포틴 대통령의 엄명 때문이었다.

러시아 각 지역에서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대거 동원된 상태였지만.

애초에 기존에 존재하던 고레벨 던전도 겨우겨우 틀어막고 있던 상황에서.

러시아의 자체 역량으로 갑작스럽게 대거 늘어난 차원 게이트와 레벨이 상승한 던전을 모두 커버하는 건.

중과부적이었다.

“무조건 세계 플레이어 협회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자력으로는 해결 불가능이에요!”

러시아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백기를 들었다.

하루에 3시간씩 쪽잠을 자며 던전을 돌고 있었지만.

감당 불가 수준으로 늘어난 고레벨 차원 게이트를 던전화시키면서.

레벨이 상승한 기존 던전까지 커버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럴 수는 없어.”

러시아 플레이어 협회장이 선을 그었다.

“왜요?”

“위에서 엄명이 떨어졌어. 무조건 막으라고.”

러시아 플레이어 협회장의 말에 고레벨 플레이어들은 기가 찼다.

결국 포틴 대통령의 엄명 때문이라는 말 아닌가?

아무리 포틴 대통령의 명령이라도.

클리어가 가능한 미션이 있고.

클리어가 불가능한 미션이 있다.

그리고 이번 문제는?

현실적으로 클리어가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대한민국, 신한민국, 중국, 일본 모두가 자체적으로 이번 문제를 해결했어. 그런데 우리 러시아만 국제사회에 손을 내밀면 우리 꼴이 뭐가 되겠나?”

러시아 플레이어 협회장의 말에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입을 쩍 하고 벌렸다.

결국은 체면 때문이라는 거 아닌가?

“이렇게 틀어막아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몬스터 필드가 발생할 겁니다.”

“그걸 막고자 자네들을 소집한 거 아닌가?”

몬스터 필드는 세계 각지에 존재하지만.

대부분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낙후된 국가에 존재한다.

정치가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경제력이 부족하며.

군사력 또한 부족할 때 발생하는 게.

바로 몬스터 필드다.

러시아에 몬스터 필드가 발생한다?

그럼 곧바로 러시아의 저력에 의심을 품는 이들이 발생할 것이고.

러시아의 국력이 아프리카, 중동, 남미의 국가들과 동격에 놓이게 된다.

그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했다.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하다못해 중국의 도움이라도 받는 게 어떻습니까?”

대한민국, 신한민국, 일본은 친미파 국가지만.

중국은 같은 공산주의 국가이자 우방 아닌가?

“정권이 바뀐 중국에 벌써부터 아쉬운 소리를 하자는 건가?”

그것도 무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플레이어 정부다.

도움을 요청했다가 플레이어가 정권을 잡아야 한다는 오염된 사상이 중국에서 러시아로 수출되면?

러시아 입장에서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었다.

“결국은 또 정치적인 문제라는 거네요.”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 군대가 대대적으로 동원되기로 했으니.”

특수 군사훈련이라는 명분으로 군대가 대대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군대가 동원되면?

차원 게이트를 틀어막는 게 한층 수월해진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진작 동원했으면 좋았을 걸.”

고레벨 플레이어들의 투정에 러시아 플레이어 협회장이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이것도 겨우 설득한 건데.’

그나마 사고가 터진 지역이 민간인 거주지가 드문 국토 동남단이라서 천만다행이었지.

서쪽 모스크바 근처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민간인 거주 구역의 피해를 우려해.

군대를 동원할 엄두도 내지 못했으리라.

거기다 애초에 러시아 정부는.

몬스터 필드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수준이 아니라.

러시아가 이번 일로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타국에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특수 군사훈련이라는 연막을 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소련의 붕괴 이후.

경제가 무너지고 국력과 위신이 수직 하락했던 러시아다.

포틴 대통령의 지지 기반은?

소련 시절 영광이 재현되기 바라는 국민들.

그들의 염원을 실현시켜 줄 지도자는 포틴 대통령이 유일하다는 슬로건 덕분에 그가 건재한 것이었다.

아무리 부정투표를 하고.

정적을 암살하는 막장 짓을 저질러도.

포틴 대통령이 장기간 독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러시아를 다시 위대하게.

이 슬로건이다.

그런데 러시아가 위대해지기는커녕.

반대로 퇴보한다면?

러시아 입장에서는 미국의 똘마니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국제기구인 세계 플레이어 협회에 도움을 요청하면?

포틴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개헌 국민투표와 종신 집권이 불투명해진다.

“군대가 투입되면 좀 더 여유가 생길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더 버텨라.”

러시아 플레이어 협회장의 말에.

고레벨 플레이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뭐, 보수는 좋으니까.’

‘애국하는 길이기도 하고.’

러시아는 플레이어에 대한 대우가 무척 좋았다.

원래도 좋았고.

중국이 플레이어들의 쿠데타로 무너지는 것을 본 후에는?

더 좋아졌다.

군대 동원과 달콤한 보수.

러시아는 이 두 가지로 빠르게 늘어나는 고레벨 차원 게이트와 레벨이 상승하는 던전 문제를 틀어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군대가 투입되고 며칠 후.

러시아 정부가 예상치 못했던 작은 이변이 발생했다.

* * *

파지지직!

러시아 동남단의 외지에 새로운 차원 게이트가 열렸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스르르륵!

차원 게이트를 빠져나온 건?

로브를 뒤집어쓴 채로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든 언데드 몬스터 한 마리에 불과했고.

그 직후.

차원 게이트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춰 버렸다.

‘좋구나. 사방에서 죽음의 기운이 느껴진다.’

언데드 계열의 몬스터 중 말을 할 정도의 지성을 가진 개체는 최상급 언데드 몬스터인 데스 나이트와 리치뿐.

갑옷이 아니라 로브를 뒤집어쓰고.

검이 아닌 지팡이를 들고 있으니.

당연히 리치였다.

‘공략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알고 있었는데, 벌써 내가 넘어올 수 있을 정도라니.’

리치에도 등급이 있다.

고위 마계 귀족급도 있고.

하위 마계 귀족급도 있으며.

그저 상중하급 마족 정도의 등급도 있다.

차원 게이트를 막 빠져나온 리치 아르타스는?

고작해야 하급 마족 수준에 불과한 약체였다.

이 정도라면 굳이 지구의 랭커 플레이어들이 나설 필요도 없이 고레벨 수준에서 처리가 가능한 수준.

그렇지만.

애초에 몬스터가 아니라 하급이라고는 하지만 마족이 왔다는 것 자체가 큰 이변이었다.

‘그저 작은 도전이었을 뿐이거늘.’

리치는 불사의 존재.

라이프 포스 베슬만 있으면 언제든 부활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의 주인은 자신을 불안정한 차원 게이트에 집어넣었다.

십중팔구 차원의 틈새에 끼어 소멸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무사히 도착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승급을 할 절호의 기회다.’

하급 마족이자 리치인 아르타스의 두 눈이 핏빛 광망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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