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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고난

북한과 중국의 쿠데타 및 정권 교체.

이 사실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나라는 둘이었다.

첫 번째는 러시아였고.

두 번째는 일본이었다.

러시아의 경우는 당연히 북한과 중국이라는 공산국가의 정권이 연달아 바뀐 것 자체가 큰 충격이었다.

특히 북한은 몰라도.

중국공산당이 플레이어들의 쿠데타로 물갈이된 건.

러시아 입장에서 어마어마한 대사건이었다.

같은 공산주의 국가이자 독재국가인 러시아 입장에서는.

중국에서 벌어진 일이 러시아에서도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벌어진 플레이어들의 쿠데타로 국가 체계도 다르고 독재국가도 아닌 미국조차 화들짝 놀랐는데.

러시아는 오죽하겠는가.

그나마 다행이라면?

북한과는 다르게 중국의 경우.

공산주의 정권 자체가 무너지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

러시아는 적극적인 친플레이어 정책을 펼치며.

막대한 연봉을 제시해 정부에 친화적인 플레이어들을 대거 영입했다.

혹시 있을지 모를 플레이어들의 쿠데타 시도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노력이었다.

일본의 경우는?

뭔가 상황이 애매했다.

북한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받아들여 친미 국가가 된 것?

그건 좋았다.

어쨌거나 핵을 가진 돼지의 존재는 일본에게도 위협적이었으니까.

중국의 쿠데타?

나름 큰 사건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다른 나라 일이었다.

일본의 경우 일당독재이기도 했고.

총리가 독재자라고 불려도 이상할 게 없을 만큼 오랜 시간 1인자의 자리에서 권력을 휘두르기는 했지만.

어찌 되었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건국된 국가였고.

중국처럼 공산당에 반발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숙청당한다거나.

러시아처럼 선거 투표율 146%가 나온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정치가 좀 후진적이기는 했지만.

그건 어찌 되었든 국민들의 선택이었고.

경제, 문화, 교육 모든 방면에서 일본은 선진국이었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부자 국가, 가난한 국민이라는 이중성.

점점 쇠퇴하고 있는 경제.

온갖 모순과 구시대적인 관습이 혼재해 있는 문화와 교육.

그렇지만.

어찌 되었든 일본은 큰 문제 없이 안정적으로 나라가 운영되고 있었고.

쿠데타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 일본에게 북한과 중국 쿠데타가 가지고 온 가장 큰 충격은?

바로 미국의 태도 변화였다.

* * *

“북한 재건 사업에 우리 일본이 완전히 배제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4선 중의원 미야자키가 격렬한 분노를 표출하며 말했다.

“북한은 우리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니겠습니까?”

총리 기타로의 말에.

“그럼 최근 미국이 권유한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4선 중의원 미야자키가 분노한 음성으로 물었다.

“크흠.”

“그건 조금 문제가 있지요.”

참의원 중의원 할 것 없이 모두가 난색을 표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일본은 굳건한 미일동맹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형제 같은 우의를 선보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미국을 선제공격했고.

그로 인해 미국과 일본이 서로 전쟁까지 벌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는 무척 이례적인 경우였다.

또한 미국은 전범국인 일본이 저지른 전쟁 범죄를 공론화시키는 데 상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 결과 독일이 끊임없는 사과와 배상을 이야기할 때.

일본은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었다.

한국에게 한일청구권협정으로 3억 달러를 지급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전쟁 범죄에 대한 배상이 아니라.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 해결과 경제협력 협정이었다.

일본이 이런 식으로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전적으로 미국 덕분이었다.

미국은 전쟁의 승리로 일본을 완전히 손아귀에 넣었고.

냉전 시대 동아시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선봉장으로 한국과 일본을 선택했다.

문제는?

6.25 전쟁으로 인해 한국이 폐허로 변해 버렸다는 점이었다.

당시 미국의 판단으로는.

한국이 1백 년이 지나도 제대로 된 정상 국가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또 일본은 전범국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정식 군사 조직이 아니라.

준군사 조직 자위대라는 눈 가리고 아웅 전략을 쓴다고 해도.

전범국이 재무장을 한다는 사실을 누가 환영하겠는가?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는?

일본이 전범국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고 대대적으로 공론화되는 걸 피해야 했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일본이 최대한 빨리 전범국이라는 타이틀을 벗고.

정상 국가로 거듭나 국제사회 전면에 등장해 소련 및 중국을 견제해야 했다.

그래야 육로를 맡은 한국이 육군으로 소련과 중국을 막아서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해로를 맡은 일본이 해군을 양성해 소련과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아서는 선봉장 역할을 할 것이 아니겠는가?

미국은 의도적으로 일본을 밀어줬고.

그러기 위해서 일본이 전범국이라는 사실을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일본이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한국에게 3억 달러를 지급한 것도.

동맹국인 한국과 화해(?)하라는 미국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한 일이었을 뿐.

일본은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너무나 당연하게도.

공산권 국가인 북한과 중국에게는 그 어떤 배상도 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런데.

“북한! 아니, 신한민국에게 배상을 하라니요!”

믿고 있던 큰형님 미국이 아우인 일본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후려갈겼다.

“그것도 3조 달러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수치는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겁니까?”

“그게 끝이 아닙니다! 중국과 북한에 지금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배상을 한다? 그럼 우리 일본의 어두운 과거가 다시 집중 조명될 수밖에 없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이미지 타격 역시 불가피했다.

서방에서 독일이 전범국이라는 사실은 워낙 유명했지만.

일본이 전범국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의외로 얼마 없었다.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추축국 소속이 아니라 연합국 소속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거기다 설상가상.

“한일청구권협정을 다시 해야 한다니요? 이런 개뼈다귀 같은 말이 왜 미국에서 나온다는 말입니까?”

북한에 대한 과거 전범 행위에 대한 배상.

어느 정도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3조 달러라는 믿기 힘든 숫자가 튀어나온 것도 문제였고.

3억 달러로 퉁쳤던 한일청구권협정을 다시 하라는 것도 문제였다.

“도대체 미국이 왜 이러는 겁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북한이라는 새로운 방벽이 생겼으니, 우리 일본을 팽하겠다는 의도 아니겠습니까?”

“북한 하나 더해졌다고 우리 일본을 팽한다? 미국이 미친 게 분명하군요.”

“절대 그런 하찮은 이유가 아닐 겁니다. 분명 뭔가 이유가 있어요.”

“지금 그 이유를 알아내는 게 중요합니까? 지금 중요한 건 신한민국 정부에게 줘야 할 배상 금액을 최대한 줄이는 겁니다!”

“주기는 뭘 줍니까! 아예 이런 논의가 나오지 않게 막아야 합니다!”

“미국의 입을 무슨 수로 막을 생각입니까?”

“우리에게 이런 요구를 해 온 건 북한 신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미국 정부입니다! 미국 정부!”

일본 국회가 혼돈의 도가니로 변해 버렸다.

사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갑작스러운 미국의 배신(?)으로 인해.

일본은 국제적인 망신과 이미지 타격.

그것도 모자라 막대한 경제적 타격까지 받게 되었다.

“로비를 해 봅시다.”

총리 기타로의 말에 일본 의원들이 눈을 번뜩였다.

미국 정치 하면 로비 아니겠는가?

로비를 하면?

충분히 이번 일을 무마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과연 가능할까요? 미국이 우리 일본을 대하는 온도가 전과는 너무 다릅니다.”

4선 중의원 미야자키가 회의적인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과거 일본과 독일의 경제가 무섭게 성장하자.

미국은 플라자 합의로 일본과 독일에 제재를 가했다.

그러나 그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또 애초에 플라자 합의는 일본과 독일의 경제 성장에 제약을 걸기 위함이지 아예 말살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다.

그저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한 일본의 경제가 30년간 제자리걸음을 했을 뿐이다.

반면 독일의 경우는?

플라자 합의 이후 꽤 고생을 많이 하기는 했지만.

결국 경제를 꾸준히 성장시켰다.

가장 결정적으로 일본과 독일은 플라자 합의 이후에도 중국이 등장하기 전까지 세계 2위, 3위의 경제력을 유지하고 있었고.

중국의 등장 이후에도 그저 순위가 하나씩 밀려 3위, 4위를 기록했을 뿐.

일본은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계 경제 3위 뒤로 밀려 본 적이 없는 경제 강국이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당연히 미국의 윤허가 있었기 때문이다.

괜히 일본 총리가 미국 대통령 앞에서 비굴할 정도로 굽신거리는 게 아니다.

미국 눈 밖에 났다가 플라자 합의 같은 제재를 한 번 더 받으면?

일본이 한 방에 훅 갈 수 있기 때문에 알아서 기는 것이다.

그러나.

“그간 미국은 항상 우리 일본의 입장을 배려해 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사실 한국과 일본은?

친해지고 싶어도 친해지기 힘든 구석이 많았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라는 침략의 역사가 있었고.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도 없었다.

거기에 독도로 인한 영토 분쟁까지.

일본 입장에서도 한국을 좋아하기 힘들었다.

자국의 먹거리였던 전자, 가전, 자동차 등등의 기업들이.

한국에게 추월당했거나 추월당하기 직전인 상황.

그러니 양국의 사이는?

좋아지고 싶어도 좋아지기 힘들었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사이좋게 힘을 합쳐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했으면 했고.

그렇기에 한국과 일본이 투닥거리면?

항상 화해를 주선하는 건 미국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투닥거리면 은근히 일본 편을 들어 줬다.

가끔 반항도 하는 한국에 비해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말 잘 듣는 동생이기도 했고.

경제, 인구, 플레이어 전력, 국방비 등등.

모든 면에서 일본이 한국에 비해 우위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에게 모든 면에서 추월당하기 전까지는.

미국의 1등 동생 자리를 한국에게 절대 빼앗길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미국이 한국을 편애하고 일본을 찬밥 취급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신한민국이라는 친미 국가로 거듭나기로 했다고는 하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이런 갑작스러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순순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소? 망신도 망신이거니와 3조 달러를 순순히 신한민국에게 줄 참이오?”

“맞습니다. 거기다 3조 달러는 신한민국에게 주는 돈입니다. 대한민국에게도 동일하게 3조 달러를 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리 일본은 무려 6조 달러를 지출해야 합니다.”

“6조 달러가 뉘 집 애 이름입니까? 일본 1년 GDP에 맞먹는 거액입니다. 수천억 달러를 로비 자금으로 퍼붓는 한이 있어도 무조건 막아야 합니다.”

일본 국회의 의견이 미국 정계에 대한 로비로 대동단결됐다.

미국이 일본에게 섭섭한 게 있으면?

그게 뭔지 알아내서 풀어 주고.

무조건 미국의 1등 동생 자리를 지켜야 했다.

그러나 일본의 총리와 의원들은 한 가지 가능성을 간과했다.

대한민국이나 신한민국이 미국의 1등 동생이 된 게 아니라.

그저 한 명의 한국인이 미국의 형님이 되었을 가능성을 말이다.

사실 상식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일이기에 간과하는 게 당연하기도 했지만.

그 때문에 일본 정부는.

목표 실현이 불가능한 로비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는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 * *

‘일본이 신한민국에 지불해야 할 배상금 규모가 3조 달러라.’

강현수가 스마트폰을 통해 뉴스 기사를 보던 중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기다 한일청구권협정을 다시 한다고.’

이게 한국 언론에서 나온 기사였다면?

강현수도 고개를 끄덕였으리라.

그러나 이건 한국 언론이 아니라 미국 언론에서 나온 기사였고.

그걸 한국 기자들이 번역해서 퍼 나른 것이었다.

‘독도 영유권 문제부터 강제징용과 위안부 관련 문제도 있네.’

그간 한국에서 줄기차게 주장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에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내용의 기사들이었다.

그런데.

그걸 미국 언론이 가장 앞장서서 서구권에 퍼트리고 있었다.

‘남의 돈 들여서 아부하겠다는 거냐.’

강현수의 얼굴에 황당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다른 놈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자기가 생색을 내는 방법.

‘역시 미국이네.’

참으로 자본주의 나라 미국다운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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