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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3)

한국으로 돌아온 강현수가 마틴을 호출했다.

“중국 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마틴이 긴장된 표정으로 강현수에게 물었다.

“서진핑이 죽었다.”

강현수의 말에 마틴의 표정이 돌처럼 굳어졌다.

북한에 이어 중국에서까지 국가 지도자가 플레이어에 의해 살해된 것이다.

공산국가였고.

국가의 수장이 독재자였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플레이어가 무력을 동원해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국가 원수를 살해한 사건이 연달아 벌어졌다.

‘미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확률은 낮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기에는 사건의 파장이 꽤 클 것 같았다.

북한이야 세계 최하위의 왕조 국가였지만.

중국은 사정이 다르지 않은가?

“새롭게 중국의 정권을 잡은 녀석의 이름은 진구평이다. 잘 협조해 주도록.”

“포섭을 하신 모양이군요. 한데 믿을 수 있을지요.”

마틴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강현수에게 물었다.

“걱정할 필요 없다. 그 녀석은 아틀란티스에 있을 적부터 내 수족이었으니까.”

“아,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그러나 다행이라는 말과 달리 마틴의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왜? 내가 일부러 플레이어들을 국가수반으로 밀어주는 것 같나?”

강현수도 플레이어고.

북한과 중국의 정권을 잡은 이들도 플레이어다.

이런 식으로 플레이어들이 정권을 장악하면?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타국의 정치인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 자신들에게도 같은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송구합니다.”

“북한과 중국의 사태는 특수한 경우다.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애초에 중국이 이번 패배의 책임을 플레이어들에게 뒤집어씌우지만 않았어도 쿠데타는 무리였어.”

전쟁에 동원된 플레이어들의 경우.

국가의 명령에 충실히 따랐음에도.

국가에게 버림받았다.

거기다 강현수와 소환수들은 플레이어들을 전투 불능으로 만들었을 뿐.

죽이지는 않았다.

하나 북한 침공에 동원된 플레이어 중 적잖은 숫자가 목숨을 잃었는데.

그 이유는 아군인 중국군의 사격과 포격 때문이었다.

국가의 명령에 순종했고.

아군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는데.

패전의 책임까지 떠넘긴다.

상황이 이러니 전쟁에 동원된 20만의 플레이어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당연히 중국공산당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었고.

그 분노가 무장봉기로 이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마틴도 그걸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이번 패전이 아니었더라도 중국에서는 언젠가는 쿠데타가 일어났을 거다.’

애초에 쿠데타를 준비하는 플레이어 세력이 있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이번 패전이 쿠데타의 방아쇠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쿠데타를 조금 앞당겼을 뿐이라는 게 마틴을 비롯한 미국 중앙정부의 판단이었다.

‘혹시 우리 미국에도 그런 세력이 있으면 큰일이다.’

미국 중앙정부에 협력하는 플레이어들도 많지만.

그 숫자는 그리 많지 않고.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사설 길드나 기업 소속이었다.

오히려 미국 중앙정부보다 중국공산당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더 많았다.

그렇지만.

중국공산당은 결국 플레이어들의 쿠데타에 정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중국공산당보다 미국 중앙정부에 협력하는 플레이어 숫자가 더 적은 상황이니.

미국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떨치기가 힘들었다.

“걱정이 큰 것 같은데, 미국은 그렇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야.”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무리 플레이어들의 힘이 커져도, 미국이 북한이나 중국처럼 쿠데타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거라고.”

“그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마틴이 기대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강현수가 미국을 보호해 주겠다는 뜻인가 해서 한 물음이었다.

그러나 강현수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었다.

“북한과 중국은 플레이어들을 경계하며 계속해서 제약을 걸어 왔어. 그래서 울분이 쌓인 거고.”

정권에 적극적으로 부역하는 플레이어들은 우대를 했지만.

그뿐이다.

“또 북한이나 중국 국민들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크게 저항할 리가 없지.”

북한이나 중국이나 애초에 기이할 정도로 정부에 순응하는 경향이 있다.

계속되는 독재에 저항 의지가 꺾인 것이다.

반면 미국은 달랐다.

미국에도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보려는 야망을 가진 플레이어가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와 반대로 쿠데타를 혐오하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국가인.

자유의 나라 미국을 사랑하고 지키려 하는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미국 중앙정부가 대대적인 플레이어 탄압 정책을 펼치는 게 아닌 이상.

“플레이어들이 쿠데타를 목표로 뜻을 하나로 뭉치기는 불가능해.”

또한 국민들의 저항 의지도 차원이 달랐다.

미국에서 플레이어 기반의 쿠데타가 일어난다?

그럼 미국인들이 북한이나 중국처럼 조용히 수긍할까?

아니면 들불처럼 들고일어날까?

“답은 정해져 있지. 애초에 미국에서는 쿠데타가 불가능해.”

미국 같은 나라에서 쿠데타는 불가능하다는 게 강현수의 결론이었다.

그러기에는 사회, 정치, 경제가 너무 안정화되어 있다.

국민의 전체적인 교육 수준이 조금 떨어지고.

빈부 격차가 크다는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시민 의식 자체는 높은 편이었고.

세계 최강대국의 국민이라는 자부심 역시 강했다.

플레이어의 이득을 대변하는 정치 세력이 등장할 수는 있지만.

투표를 통한 정권 교체는 몰라도.

무력을 통한 정권 교체는 불가능했다.

“그렇기는 하지요.”

마틴이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애초에 북한과 중국을 미국과 비교하는 건 무리였다.

그럼에도 마틴의 얼굴에는 근심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강현수는 그 이유가 뭔지 알고 있었다.

‘나 때문이겠지.’

강현수 같은 초월적인 무력을 가진 존재가 등장하면?

플레이어와 국민들이 반발하든 말든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강력한 무력으로 국가 전체를 찍어 누를 수 있는 존재의 군림을 어떻게 막겠는가?

“앞으로 잘해. 그럼 나도 도움을 줄 테니까.”

강현수의 말에.

“여부가 있겠습니까.”

마틴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말 잘 들으면?

설사 미국에 쿠데타가 발생해 정권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더라도.

그걸 막기 위해 힘을 보태 주겠다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말을 잘 안 들으면?

미국도 북한이나 중국처럼 플레이어들의 주도로 정권을 뒤집어 버릴 수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마틴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아예 빌미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친정부 성향의 플레이어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플레이어들을 우대해 그들이 정부에 불만을 가질 가능성을 아예 삭제시켜야 했다.

거기다.

‘우리 미국에 중앙정부에 충성하는 2천의 최정예 플레이어들이 있다고 알려졌으니.’

야심이 있더라도 섣불리 허튼수작을 부리지는 못하리라.

그러나 그 2천의 최정예 플레이어들이 강현수의 소환수라는 게 미국 중앙정부의 또 다른 아이러니였다.

‘결국 결론은 하나다.’

강현수 앞에 납작 엎드려야 한다는 것.

그게 미국 중앙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이었다.

* * *

북한 신정권은 중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했고.

계속해서 정권을 유지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애초에 북한이라는 나라 자체가 정상보다는 비정상에 가까웠다.

그런 만큼 갑자기 정권이 바뀌었다고 나라 자체가 정상화될 리가 없었다.

또한 돈주와 장마당 같은 자본주의 체계가 어느 정도 존재하기는 했지만.

기존 공산주의에 의거한 배급제와 국가 주도의 농업과 공업에 익숙한 이들에게 자본주의 체계 교육을 시키는 것 역시 큰일이었다.

거기다 기존 독재 정권에 세뇌되어 소위 ‘백두혈통’이라는 김씨 가문을 숙청한 신한민국 정부를 적대하는 국민들 역시 적지 않았다.

대대적인 반란으로 정권이 뒤집힐 일은 없었지만.

크고 작은 소요 사태가 쉼 없이 일어나니.

신한민국 정부로서는 감당이 쉽지 않았다.

쉽게 말해 그렇지 않아도 할 일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상태에서.

수시로 새롭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격이었다.

그건 새롭게 정권을 잡은 플레이어들이 어찌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섰다.

결국 졸속 간접선거를 통해 신한민국의 초대 통령으로 선출된 현충복으로서는 강현수에게 SOS를 칠 수밖에 없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현충복의 말에.

“알겠다.”

강현수는 선선히 승낙했다.

애초에 무력으로 정권을 잡았을 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도 못했고.

정치와 경제에 대한 지식도 백지에 가까운 현충복과 그 수하들이 신한민국이라는 국가를 훌륭히 통치해 나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지금 신한민국에 필요한 건?

대대적인 투자와 개발을 통한 국가 재건과 신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유지할 수 있는 지속적인 먹거리 창출이었다.

강현수는 미국의 버틀러 대통령과 한국의 김철우 대통령에게 지시를 내렸고.

그와 동시에 북한의 신한민국에 대한 미합중국과 대한민국의 대대적인 투자가 시작되었다.

미국과 한국은 일단 식량과 생필품부터 무상 지원을 시작했고.

막대한 금액의 차관이 신한민국에 투자되었다.

관리 인력이 부족한 신한민국은.

식량과 생필품 무상 지원과 차관의 활용법 역시 미국과 한국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무상 지원과 차관이라는 무기로 신한민국의 자원과 경제 자체가 미국이나 한국에 종속당하는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다.

그러나 강현수의 존재로 인해.

의존적이기는 해도 온전히 자원과 경제를 빼앗기는 결과는 피할 수 있었고.

‘내가 정말 아무것도 몰랐구나.’

현충복으로서는 강현수를 만난 게 엄청난 행운이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었다.

식량과 생필품을 포함한 대대적인 지원으로.

신한민국은 빠르게 혼란스러운 상황을 수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두 나라는 집권당이 북한노동당과 중국공산당으로 모두 공산당이고.

플레이어들이 쿠데타를 통해 새로운 정권을 창출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신한민국 정권이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것에 비해.

중국의 신공산당 정권은 혼란의 극치였다.

중국공산당은 수많은 모순과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쨌든 안정적으로 중국이라는 국가를 운영했었다.

중국공산당 독재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찬성하는 이들도 많았던 것이다.

그런 만큼 진구평이 이끄는 플레이어들은 무력으로 정권을 찬탈했지만.

수많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중국의 구 공산당 정권에 결탁했던 지방정부와 기업 들의 반발.

플레이어들이 정권을 찬탈한 것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

타국과의 외교 관계.

북한 플레이어 정권과 마찬가지로.

중국 플레이어 정권 역시 정치, 경제와는 거리가 있었던 탓에 수많은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북한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았던 건.

조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자존심 때문이라도.

북한처럼 대놓고 미국이나 한국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탓이다.

결국 중국은 어마어마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고.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구평의 플레이어 정권은 일정 부분 기존 공산당원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타협해야 했다.

* * *

‘민주주의로 바꾸라고 안 하기를 잘했네.’

강현수는 중국의 혼란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공산주의 독재 정권의 축이 바뀌었을 뿐인데도 저 정도 혼란이 일어났으니.

아마 민주주의로 바뀌었다면 더한 난리가 났으리라.

사실 진구평이 정권을 잡지 않았으면?

더한 난리가 나더라도 중국을 민주주의 정권으로 바꿨을지도 몰랐다.

중국이 여러 개의 국가로 갈라지더라도 용인했으리라.

그러나 진구평의 등장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언젠가 바뀌기는 하겠지만.’

그때 중국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이래서 남이 강제로 쥐여 준 자유와 주권은 큰 의미가 없는 거지.’

민주주의는 직접 쟁취해 냈을 때 그 의미가 더 크다.

타국에 의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받아들인 국가의 경우?

공산권 국가를 능가하는 독재자가 탄생해 폭정을 저지르기도 하고.

군사독재가 이어지기도 한다.

그걸 끊어 내고 진정한 민주주의 정부를 구성하려면?

‘국민들 스스로가 변화하고 들고일어나는 수밖에 없지.’

북한의 신한민국 역시 그러한 과정을 겪지 않았기에 수많은 문제가 동반될 수밖에 없지만.

‘그건 내가 커버 쳐야지.’

중국은 남의 나라지만.

신한민국과 대한민국은 내 나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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