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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2)

‘음, 북한이랑은 상황이 많이 다르네.’

강현수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북한의 경우?

수뇌부가 모두 평양에 모여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사정이 달랐다.

땅덩어리가 워낙 넓고 인구도 많아서 그런지.

‘어떤 놈이 우두머리인지 알 수가 없네.’

기껏 강해 보이는 녀석 하나 잡아서 물어보면?

“그분은 이곳에 없는데요?”

“연락할 방법은?”

“이곳으로 전화를 하면 되는데, 전투 중인지 받지를 않습니다.”

그간 점조직으로 힘을 키워 와서인지.

쿠데타에 동원된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의 우두머리가 누군지도 몰랐다.

일반 중소 길드원들은 길드 마스터의 지시에 따르고 있었고.

길드 마스터들은?

거대 길드의 지시를 따르고 있었다.

그런데 기껏 거대 길드의 길드 마스터를 만나도 이런 소리를 하고 있으니.

‘그래도 아예 정보가 없지는 않아.’

거대 길드의 길드 마스터 정도 되면?

고레벨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실력자다.

‘그런데 그런 실력자를 압도하는 실력을 보여 줬다는 거지.’

그것도 조직의 우두머리가 아닌 조직원이 말이다.

‘일단 제대로 된 진실을 알고 있는 놈을 찾아야겠어.’

발품을 좀 팔아야 하기는 하겠지만.

찾아내자면 못할 것은 없었다.

강현수가 쿠데타 조직의 우두머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을 때.

-중난하이에 침입자가 발생했습니다. 서진핑이 주군께 도움을 청하고 있습니다.

서진핑 주석에게 붙여 놨던 도플갱어에게서 연락이 왔다.

‘호오, 머리를 먼저 치겠다는 건가? 그 정도면 우두머리와도 연관이 있겠지.’

어쩌면 진짜 쿠데타 세력의 수장이 직접 찾아왔을 수도 있었다.

-바로 갈 테니까, 기다리라고 해. 그동안 서진핑 명줄은 붙여 놓고.

-알겠습니다.

강현수가 곧바로 중난하이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멀리 중난하이에서 커다란 마력의 폭풍과 함께.

꽈앙! 꽈앙! 꽈앙!

두두두두두!

총포탄 소리가 터져 나왔다.

‘벌써 충돌한 모양이네.’

강현수도 애초에 베이징에 있었기에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당연히 큰 변수도 없었다.

-주군, 제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도플갱어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지구 플레이어들의 수준은 고작해야 고레벨 몬스터를 잡는 정도.

서진핑에게 붙여 놓은 도플갱어는 최상위 마족을 베이스로 만들었다.

‘랭커가 떼거리로 나오지 않는 이상은 충분히 버틸 만할 텐데.’

문제는 이곳이 중국이라는 점이었고.

중국은 충분히 랭커가 떼거리로 나올 수 있는 나라였다.

-최대한 버텨 봐.

-알겠습니다, 주군.

쿠데타 세력이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만약 쿠데타 세력이 세상 물정 모르는 미친놈들이라면?

중화사상에 푹 빠진 놈들이라면?

차라리 정권이 바뀌지 않는 게 강현수 입장에서는 이득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진핑이 당장 죽는 건 곤란했다.

강현수에게 있어 서진핑은 일종의 보험 같은 존재였으니까 말이다.

도플갱어가 버티고 있는 사이 강현수가 도착하는 게 보험을 살릴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은 힘들 것 같습니다.

플레이어들의 공세가 너무 강한지 도플갱어가 소멸하기 직전이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소환수 교환.’

강현수가 도플갱어 소환수를 마계 자작 출신의 데스 나이트 소환수로 교체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버틸 수 있겠지.’

강현수가 그렇게 생각했는데.

-서진핑이 죽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서진핑이 죽어 버렸다.

‘아, 싸워서 이기는 거랑 지키는 건 다르지.’

강현수로서는 아쉬운 일이었지만.

애초에 서진핑에게 붙여 둔 소환수가 한 기에 불과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마왕 그레모리 같은 걸 보내면 너무 눈에 확 띄니까.’

인간이라고 우기기에는 외형적인 차이가 너무 컸다.

‘어쩔 수 없나.’

일단 쿠데타 세력을 만나 본 후.

최대한 정신교육을 시키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정 안 되면?

‘공산당에서 적당한 놈을 뽑아서 힘을 실어 주면 되겠지.’

강현수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누구냐!”

“막아!”

어느새 강현수가 중난하이에 도착했고.

쿠데타에 가담한 플레이어들이 강현수의 앞을 가로막았다.

대다수가 중레벨 플레이들로 강현수 입장에서는 피라미 같은 존재들이었다.

적당한 숫자면 그냥 때려눕혔겠지만.

중국답게 중난하이에 몰려 있는 중레벨 플레이어들의 숫자만 몇만에 달할 정도로 징글징글하게 많았다.

‘굳이 직접 손을 쓸 필요는 없지.’

저 정도 숫자라면?

적당히 상대해 주는 것도 귀찮은 일이었다.

‘어차피 우두머리를 불러내야 하기도 하고.’

강현수가 가볍게 위압 스킬 폭군의 위세를 사용했다.

털썩!

“커억!”

“크윽!”

보무도 당당하게 강현수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이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레벨이 낮은 이들의 경우는?

“끄어억!”

“꺼어억!”

그대로 게거품을 물고 기절해 버렸다.

강현수는 차분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잔챙이들은 전부 쓸려 나갔을 거고.’

이번 쿠데타의 진짜 수뇌부라고 할 수 있는 이들만 멀쩡하리라.

‘뭐, 애초에 폭군의 위세 자체가 효율이 좋은 스킬은 아니니까.’

지금이야 강현수와 지구 플레이어들의 수준 차이가 극심해서 효율이 좋아 보이지만.

지구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효율이 급감할 스킬이었다.

“호오.”

강현수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멀쩡한 놈들이 꽤 많네.’

그건 이번 쿠데타의 주범들의 실력이 만만찮다는 의미였다.

‘어디 얼굴이나 한번 볼까.’

강현수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중난하이 근정전에 자리 잡은 서진핑의 집무실로 향했다.

그런 강현수의 눈에 일단의 플레이어들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놈들 뭐야?’

전혀 적대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촥!

일제히 강현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던 강현수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강현수의 휘하 신하이자 아틀란티스 중화길드의 수장이었던.

“진구평.”

멸마창왕 진구평이었다.

“네놈 짓이었냐?”

강현수의 물음에.

“예, 그렇습니다.”

“일단 들어가자.”

강현수의 말에 진구평이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서진핑의 집무실을 자신의 집이라도 되는 양 안내했다.

“지구로 귀환한 건 확실한데 흔적이 없어서 조금 이상하다 했더니, 이런 짓을 꾸미고 있었나?”

강현수의 물음에 진구평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주군께서 귀환하신 건 대충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하나 사정이 있어 먼저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그래, 많이 바빴던 것 같네. 난 네가 하도 안 보여서 재수 없게 객사라도 했나 했다.”

“하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사정 설명이나 해 봐.”

“알겠습니다.”

강현수의 지시를 받은 진구평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상황을 설명했다.

진구평은 사실 지구로 귀환할 생각이 없었다.

아틀란티스에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해 놓은 상황이었으니.

플레이어의 힘을 잃고 지구로 귀환해 일반인이 된다는 걸 꺼릴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선택의 시간이 너무 짧았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순간적으로 마음이 흔들렸다는 점이다.

선택한 후에는?

아까워도 물릴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지구에 던전이 열려 바로 2회차 플레이어로 각성했다는 점이다.

진구평은 귀환 직후 가족을 찾았고 만났다.

그러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다.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서라도 플레이어로 활동해야 하는 상황.

“그런데 중국 정부의 플레이어 통제 시스템이 보통이 아니더군요. 완전히 목줄에 묶인 개 새끼 취급이었습니다.”

이에 진구평은 플레이어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로 활동하고 힘을 키웠고.

회귀 전의 부하들을 만나 세력을 규합했다.

“플레이어가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지 알고 있는 저로서는 지금의 체계가 모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진구평은 크든 작든 언젠가 중국 플레이어들이 반발할 거라고 생각했고.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원래는 아니었지만.

강현수를 만나면서 운명이 크게 바뀐 진구평은?

중국 귀환자들 중 최강의 실력자였다.

그런 만큼 같은 귀환자 출신 플레이어들을 규합해 세력을 키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중국공산당이 북한 침공에 대한 패전을 플레이어들의 탓으로 돌리는 순간.

진구평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쿠데타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나 주군의 허락을 받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요.”

진구평이 조심스럽게 강현수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렇기는 하지.”

강현수가 선선히 인정했다.

“아틀란티스에서 주군의 칼 중 하나로 중화길드를 이끌었던 것처럼, 중국을 주군의 칼 중 하나로 이끌겠습니다. 충성을 다해 마왕군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병기가 되겠습니다. 하니 제발 제가 중국을 다스리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진구평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강현수의 허락을 구했다.

“설마 플레이어 우월주의 국가를 세우려는 건 아닐 테고.”

“물론입니다.”

“정치 체계는?”

“공산당의 일당독재를 이어 갈 생각입니다.”

“민주주의 안 하고?”

“서서히 이식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당장은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중국이 주군이 원하시는 무기로서의 기능에 충실하려면 일당독재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서서히라면 얼마나?”

“마왕군과의 전쟁이 끝나면 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겠습니다.”

못해도 40~50년은 독재를 해 먹겠다는 뜻이었다.

“뭐, 나쁠 건 없겠지.”

강현수는 중국의 정치적 자유를 위해 싸우는 투사가 아니다.

내 나라 일도 아니고.

중국인들이 적극적으로 원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중국공산당의 단점은?

진구평이 정권을 잡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앞으로는 감히 건방지게 한한령을 내린다든지.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란 발언을 한다든지.

미세먼지 폭격을 한다든지.

등등의 헛짓거리는 사라질 테니까 말이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주군!”

강현수의 허락에 진구평이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하다고 외쳤다.

“겸사겸사 미국과의 관계도 해결해 주마.”

“미국이 너무 압도적인 플레이어 전력을 가지고 있어서 의아했는데, 역시 주군이 손을 쓰신 거였군요.”

“맞다.”

강현수는 선선히 인정하며 진구평에게 다시금 지휘관 임명을 시전했다.

“감사합니다.”

진구평은 당연하다는 듯 강현수의 지휘관 임명을 받아들였다.

“아아아, 그동안 이 힘이 엄청나게 그리웠습니다.”

진구평의 얼굴이 환해졌다.

귀환자로서 2회 차 특전을 받으며 빠르게 강해진 진구평이지만.

꽁으로 모든 스텟을 뻥튀기시켜 주는 강현수의 버프는?

강해지는 차원이 달랐다.

더군다나 강현수의 버프는 스텟 100이 오르는 식의 절대치가 아니라.

퍼센트로 올라간다.

레벨 업을 하면?

당연히 증가치도 올라가니 당연히 일반적인 버프와는 차원이 달랐다.

거기다 지금까지 단순히 믿음으로 이어져 있던 휘하 플레이어들과 더 돈독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휘하 플레이어들을 지휘관으로 임명해 스텟을 올려 줄 수도 있었고 말이다.

“알아서 잘해라. 괜한 헛짓거리를 하면.”

“절대 그러지 않겠습니다, 주군.”

“하긴.”

아틀란티스에서 했던 것만큼만 하면 그만이다.

진구평이 미치지 않는 이상?

강현수에게 대항할 일은 없었다.

“정권 장악은 알아서 잘할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그럼 두고 보지.”

그 말을 끝으로 강현수가 다시금 한국으로 귀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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