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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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플레이어와 군대가 동원된 미국과 중국의 무력 충돌.

중국군이 국경을 넘어가 미국 및 북한 신정부 연합군과 충돌했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졌을 무렵.

세계는 경악했다.

세계 3차 대전이 벌어질 거라는 우려부터.

전쟁이 장기화될 거라는 걱정.

세계 1위와 2위 강국들의 전쟁, 그 파장으로 경제가 위축될 거라는 우려.

당연히 주식시장은 작살이 났다.

그런데.

-역시 미국이다!

-대비도 없이 북한 지역에 군대를 주둔시켰을 리가 없지.

-저런 정예 플레이어들을 언제 모은 거야?

-그런데 플레이어를 전쟁에 동원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플레이어 숫자가 국력에 반영된 게 언제인데 이제 와서 헛소리를 하냐?

-세계 각국이 왜 랭커 확보에 열을 올리겠냐? 차원 게이트를 대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전쟁에서 활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세계 각국의 국민들이 미국의 승리에 환호성을 터트렸다.

그러나 걱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중국이 패배 수긍 안 하는 거 아님?

-플레이어가 20만 명이나 포로로 잡혔는데, 어떻게 패배를 수긍 안 하냐?

-핵 날린다고 미국에 협박할 수도 있지.

-벼랑 끝 전술? 그거 원조인 북한도 실행은 못 한 거 아니냐?

-중국은 서진핑 주석이 다스리는 독재국가잖아 못 할 것도 없을 듯.

-그럼 다시 경제 개판 나는 거 아니야?

세계 각국의 국민들의 걱정이 다시 치솟을 무렵.

-중국이 백기 들었네.

-내 그럴 줄 알았다.

-하긴 같은 죽자는 게 아닌 이상에는 꼬리 내리는 게 맞지.

-주식 미친 듯이 오르네.

중국의 항복 선언으로 인해.

세계는 다시금 안정을 되찾았다.

세계 3차 대전의 위협도 사라졌겠다.

미국과 중국이 가진 힘의 우위가 확실히 갈렸으니 서로 으르렁거릴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전 세계가 평화가 왔다며 즐거워하고 있을 때.

유일하게 분노하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전쟁에서 패배한 자국을 목격한 중국인들이었다.

-중국몽은 개뿔.

-공산당의 독재가 이런 참사를 불러일으켰다.

-이기지도 못할 전쟁은 왜 시작했냐!

-서진핑이 문제다!

-서진핑을 몰아내자!

여론이 들불처럼 치솟았다.

중화사상에 심취되어 애국심이 넘쳐흐르고.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필요 이상으로 과했던 중국인들에게.

이번 전쟁의 패배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고.

차라리 전쟁을 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먼저 선공을 해 놓고 대패를 했으니.

중국인들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당연히 이번 전쟁을 주도한 서진핑 정권에 대한 분노의 불길이 들불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서진핑 정권은 어떻게든 정보를 통제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정보 통제로 넘어가기에는 너무 큰 대형 사고였다.

전처럼 입에서 입을 통해 소문으로 전해지는 거라면?

속도라도 느리겠지만.

보안이 빡빡하기는 해도 인터넷이라는 창구가 있는 만큼 중국의 패전 소식이 퍼져 나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이에 중국공산당은 답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 희생양으로 플레이어들을 선택했다.

-20만이 2천에게 패배하는 건 현실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우리 중국이 미국에 어이없이 패배한 것은 플레이어들이 일부러 패배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들이 건국한 북한 신정권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일부러 진 것이다.

-플레이어들은 북한의 신정권처럼 자신들이 정권을 잡기를 원하기 일부러 패배한 것이다.

-이번 전쟁의 패배는 중국의 패배가 아니다.

-플레이어들이 배신만 하지 않았다면 이겼을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전쟁 패배의 이유를 플레이어들이 일부러 패배해서라고 주장했다.

공식적으로 발표를 한 건 아니고.

다수의 여론 조작 인터넷 부대를 동원해 작업을 친 것이다.

이 여론 조작은?

-저 반역자 놈들!

-저놈들이 나라를 말아먹었다!

-플레이어라면 마땅히 조국에 충성을 해야지!

-당장 국가내란죄로 플레이어들을 잡아들여라!

대성공이었다.

상식적으로 20만의 플레이어 대군이 2천의 병력에게 일방적으로 패배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든 일이었고.

이번 전쟁의 패배가 중국의 패배가 아니라는 달콤함은?

조국에 대한 사랑이 넘쳐흐르던 애국자들의 울분과 패배 의식을 말끔히 치료해 줄 수 있는 특효약이었다.

거기다 중국은 국가는 부유해도 국민은 가난한 경우가 많았다.

국가 GDP는 세계 2위지만.

1인당 GDP는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었기에.

중국 국민의 대다수는 상당히 궁핍한 삶을 보내고 있었다.

오히려 소수의 가진 자가 부를 독점하고 있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런 중국 국민들에게 있어서 플레이어라는 존재는?

운 좋게 각성을 통해 돈방석에 오른 꼴 보기 싫은 상류층에 지나지 않았다.

또 중국 플레이어들은 타국의 플레이어들에 비해 특유의 특권 의식이 강했다.

자신들이 선택받은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았고.

또한 흑묘백묘론을 시작으로 개혁과 개방을 시작한 이후.

중국은 말이 공산주의 국가이지.

전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돈이 최우선인 나라가 되었다.

돈이 권력이고 계급이 된 세상에서.

부유한 자들은 강한 특권 의식과 함께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당연히 이에 대한 불만 역시 엄청났다.

그런데 그 불만이.

이번 플레이어 사태로 인해 터져 나왔다.

이는 서진핑이 권력을 잡고 반대 파벌을 숙청한 방법과 비슷했다.

공산당 고위직들의 부정부패를 신랄하게 까발리며 국민들의 울분을 풀어 줬지만.

사실 서진핑 파벌 부패는 감추고.

반대 파벌의 비리를 공개해 여론을 끌어들이고.

이를 명분으로 반대 파벌을 숙청하고 독재를 할 기반을 마련했듯.

중국공산당은 이번 기회에 플레이어들의 콧대도 좀 꺾어 주고.

국민 울분도 풀어 주며.

이번 사태를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쉽게 말해.

기득권인 서진핑 정권이 자신들의 책임 회피를 위해.

신진 세력인 플레이어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방법은 꽤 훌륭한 국민 통제 방법이었다.

패전의 책임도 미루고.

신진 세력의 성장도 억제하고.

국민 불만도 해소하고.

그러나.

플레이어들은 결코 힘없는 일반인들이 아니었다.

제아무리 저레벨 플레이어라도 일반인에 비하면 초인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힘을 가진 이들이었고.

중레벨 이상의 플레이어들은?

마음만 먹으면 군대와도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괴물들이었다.

또한 그 숫자가 무려 150만에 달한다.

중국 정규군의 숫자가 고작 2백만 남짓이고.

준군사조직과 예비군을 모두 합쳐도 4백만이 전부다.

플레이어가 초인들의 집단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중국 플레이어들의 전투력은 중국군을 가볍게 능가했다.

강력한 군사조직이자.

기득권층인 플레이어는.

결코 얌전히 이번 패전의 희생양이 될 생각이 없었다.

* * *

위이이잉!

강현수의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마틴이었다.

‘뭐지?’

강현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 생겼나?”

강현수가 마틴에게 물었다.

사실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니면 지금 이 시간에 강현수에게 전화를 할 리가 없었다.

-중국에서 쿠데타가 벌어졌습니다.

“쿠데타?”

-예, 중국 플레이어들이 들고일어나 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도시를 무서운 속도로 점령해 나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일어난 일이 중국에서 반복해서 벌어진 것이다.

“으흠.”

서진핑의 단속을 끝으로 중국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변수가 터질 줄은 몰랐다.

“미국의 판단은?”

-좀 애매합니다. 쿠데타가 성공해 중국공산당의 무너지는 건 상관없지만, 플레이어들이 주축이 되어 일으킨 쿠데타이기에 어떤 정권이 들어설지 미지수입니다.

최악의 경우.

북한처럼 플레이어 우월주의자들이 정권을 잡고 폭주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쿠데타가 성공할 것 같은가?”

강현수의 물음에.

-그럴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처음에는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반란이라고 생각했는데,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이 너무 체계적입니다. 아마 제대로 된 지도부가 구성되어 있고, 통제력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럼 애초부터 중국의 플레이어들 중 일부가 쿠데타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건가?”

-그럴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아마 조용히 음지에서 세력을 키우다가 이번 일로 플레이어들의 불만이 폭발하자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쿠데타를 주도한 인물들의 주력은 비공식 랭커로 파악됩니다.

“중국 정부에서 파악하지 못한 비공식 랭커들이 이 일을 주도했단 말이군.”

아무리 비공식 랭커라고 해도 정부에서는 어느 정도 그들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비공식 랭커는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랭커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사실은 정부의 통제와 감시에서 벗어난 랭커가 진정한 비공식 랭커라고 할 수 있었다.

‘땅이 넓고 인구가 많으니까. 비공식 랭커가 엄청 많은 모양이네.’

한국의 경우 나라 전체를 통틀어 상위 50인을 공식 랭커로 지정했고.

비공식 랭커도 50인 내외일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영토와 인구가 많은 나라의 경우?

지역마다 랭커를 뽑기도 했고.

인원수를 100인까지 확대하기도 했다.

그건 중국도 마찬가지여서.

지방정부마다 따로 랭커를 뽑았기에.

랭커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았다.

랭커의 숫자가 많다는 말은?

그만큼 비공식 랭커도 많다는 뜻이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지.’

영토가 넓으면 당연히 던전이 많고.

인구가 많으면 당연히 플레이어도 많다.

중국의 경우는?

양쪽 모두에 해당하는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 대국이다.

“알았다. 내가 직접 가 봐야겠군.”

중국의 정권이 바뀌든 유지되든.

다시 한번 중국에 방문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였다.

‘머리가 트인 놈이면 좋겠는데.’

북한과 중국은 상황이 많이 달랐다.

일단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하늘과 땅 차이였고.

북한이 공산주의를 가장한 왕조 국가라면?

중국은 공산주의 일당독재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경제는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상태였다.

‘이번 기회에 정치까지 민주화되면 좋을 거 같기는 한데.’

중국공산당은 정권 유지를 위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돌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한한령도 그렇고.

곰돌이 푸 규제도 그렇고.

홍콩 사태도 그렇고.

인터넷 검열도 그렇고.

중국은 속칭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라고 말하기 민망한 짓거리를 밥 먹듯이 해 왔다.

중국공산당에 대한 소신 발언을 하면?

불매 운동이 일어나고.

국가적으로 외국 기업을 탄압한다.

아, 자국 기업 역시 중국공산당에 대한 소신 발언을 하면?

어마어마한 탄압을 받는다.

기업의 오너는 실종되어 정신 개조를 받고 돌아와 열열한 공산당의 지지자가 되고.

기업은 온갖 규제와 감사로 개박살이 난다.

어디 그뿐인가?

문화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 영화, 게임, 웹툰, 웹소설 등에서도 강력한 제재가 내려진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이들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중국의 검열을 받아들이고.

중국공산당에 대한 우호적인 발언을 립 서비스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까지 민주화가 되면 그런 일은 사라지겠지.’

당장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국가적인 탄압은 사라지겠지.’

중국 국민들의 인식 또한 서서히 변화할 것이다.

단 이건 어디까지나 플레이어 쿠데타 세력이 정권을 잡고.

공산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를 선택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변화였다.

‘그럼 어디 한번 얼굴을 보러 가 볼까.’

도대체 어떤 놈이 중국이라는 나라를 집어삼키려고 하는지.

중국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바꿀 생각인지.

알아보러 갈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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