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262화 (262/365)

일당백 (2)

중국군은 미군과 북한군이 지키고 있는 국경을 당당하게 넘어갔지만.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압승하리라고 생각했다.

왜?

미군은 고작해야 1만 명 남짓으로.

사실상 미군이라는 걸 제외하면?

전력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북한군의 경우 갑자기 지휘 체계가 바뀌어 병사들 통솔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주력 무기 역시 반백 년 전에 썼을 법한 구형투성이.

그 엉망진창의 병사들조차 제대로 먹지 못해 피골이 상접했다.

거기다 아군 플레이어 전력은 무려 20만.

그에 반해 북한군 플레이어 전력은?

많아 봐야 2만 남짓인데.

그중 저레벨 플레이어를 빼면?

많이 쳐 봐야 1만 남짓이다.

전력 차이가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인 상황.

중국군 입장에서는?

제7함대나 미국 플레이어.

또는 한국군이나 한국 플레이어가 개입하기 전에 1만 명 남짓의 미군을 인질로 잡는 건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였다.

분명 그랬었는데.

“이런 미친!”

“저게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저런 놈들이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거야!”

“싸워! 싸우란 말이다!”

20만의 중국 플레이어들이.

고작 2천 정도의 미국 및 북한 플레이어 들에게 힘없이 쓸려 나가 버렸다.

중국군 지휘관들이 목이 터져라 싸우라고 외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20만에 달하는 중국 플레이어들은 대다수가 중레벨 플레이어였지만.

가뭄에 콩 나듯 고레벨 플레이어들도 포함되어 있었고.

중국 랭커 또한 1백 명가량 섞여 있었다.

그러나.

고레벨 플레이어도 랭커도.

중레벨 플레이어들처럼 추풍낙엽처럼 쓸려 나갔다.

“이럴 수가.”

“보고도 믿을 수가 없군.”

중국군 지휘관들은 반쯤 넋이 나가 버렸다.

두두두두!

그때 순식간에 20만이나 되는 중국 플레이어를 쓸어버린 미국 및 북한 플레이어들이 자신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쏴! 쏴라!”

“벌집을 만들어 버려!”

중국군 지휘관들이 포격 명령을 내렸다.

퍼어엉! 퍼어엉! 퍼어엉!

두두두두두두!

포탄과 총알이 비처럼 날아갔지만.

너무나 당연하게 2천의 미국 및 북한 플레이어들에게는 그 어떤 피해도 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아아아악!”

“그만 쏴! 우리는 아군이란 말이다!”

“살려 줘!”

중국군의 오폭이나 오사격이 만신창이가 된 중국 플레이어들을 덮쳤다.

탱커들이야 그런대로 오폭이나 오사격을 몸으로 맞고 버틸 수 있었지만.

원거리 딜러와 힐러에게는 무리였다.

“쏴라! 다 퍼부어!”

“죽여! 죽이라고!”

“어떻게든 저놈들을 막아라!”

아군 플레이어들이 죽어 나고 있었지만 사격은 멈추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2천의 플레이어들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중국군 지휘관들의 판단은?

아군 플레이어들의 피해만 키웠을 뿐.

2천의 미국 및 북한 플레이어 들에게는 티끌만 한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콰아아앙!

탱크의 포신이 잘려 나가고.

병사들이 추풍낙엽처럼 쓸려 나갔으며.

“커억!”

“크윽!”

중국의 지휘관들은 너무도 손쉽게 포획되었고.

“아으아아!”

“저런 괴물을 어떻게 이기란 말이야!”

“후퇴! 후퇴하라!”

하급 지휘관들과 병사들은 전의를 잃고 뿔뿔이 흩어졌다.

* * *

‘완전 당나라 군대네.’

강현수는 그런 중국군의 모습을 어처구니없이 바라봤다.

그간 중국이 군사력을 대거 증강했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첨단 장비일 뿐.

중국군 자체는?

전투 경험도 없고 정신 무장도 이루어지지 않은.

제대로 된 전투 한번 겪어 본 적 없는 애송이들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건?

중국 플레이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몬스터만 잡아 봤지.

사람을 상대로 대인전을 경험해 본 적이 얼마나 되겠는가?

거기다 강현수와 소환수들이 보인 압도적인 무위는.

위압 스킬 따위는 사용하지 않아도 중국군의 전의를 무참히 꺾어 버리기에 충분했다.

‘지휘관들만 미국과 북한 신정부 연합군에 넘기면 되겠네.’

굳이 도망가는 병사들까지 잡을 필요는 없었다.

만신창이가 된 중국 플레이어들을 구조하고 치료하는 것만 해도 인력이 부족했으니까 말이다.

‘그럼 다시 가 볼까.’

강현수는 소환수들에게 뒷수습을 돕도록 지시한 후.

발걸음도 가볍게 중국의 심장부인 베이징 중난하이로 향했다.

* * *

서진핑 주석의 얼굴이 돌덩이처럼 굳어졌다.

그 후 서서히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대패? 내가 방금 들은 보고가 사실이 맞는 거요?”

서진핑 주석이 애써 화를 억누르며 물었다.

“무려 20만이오! 20만! 그 많은 숫자의 플레이어들이 고작 2천에게 당했다는 말이오!”

서진핑 주석이 노성을 터트렸지만.

그렇다고 현실이 바뀔 리가 없었다.

“미국이 자신만만하게 나선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 정도 숫자의 정예 플레이어들을 비밀리에 보유하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몰랐다고만 하면 다 끝이야! 이게 무슨 개망신이야!”

서진핑 주석의 말이 거칠어졌다.

평소에야 체면을 지키기 위해 예의를 따졌지만.

지금 상황에서 체면이나 예의가 무슨 소용이라는 말인가?

대패한 것도 모자라.

20만의 플레이어가 포로로 잡혔다고 한다.

아무리 플레이어가 썩어 나는 중국이라고는 하지만.

공식적인 플레이어 숫자는 150만 명가량이고.

그중 중레벨 이상의 플레이어는 60만 명 남짓.

사실상 제대로 된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주력 플레이어의 1/3이 단 한 번의 전투에 포로로 잡힌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중국군 지휘관들도 모조리 포로 신세가 되었다.

이번 전쟁을 통해 중국의 위신을 바로 세우고.

사상 최초의 주석 3연임을 추진하려던 서진핑 정부의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오히려 세계적으로 엄청난 개망신을 당했다.

중국군과 중국 플레이어가 숫자만 많은 허풍선이에 불과하다는 것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중국인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국가에 대한 큰 자부심을 느끼게 하기 위해 추진한 전쟁이.

오히려 중국인들의 애국심과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땅바닥에 패대기치는 결과로 만들어 버렸다.

“정보 통제는 완벽합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중국공산당 간부들이 서진핑의 화를 풀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런 말을 듣는다고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화가 풀릴 리가 없었다.

그러나 화가 나는 건 나는 거고.

“미국과의 협상을 준비하시오.”

이번 패전을 수습하기는 해야 했다.

“예, 알겠습니다.”

서진핑 주석의 지시를 받은 중국공산당 간부들이 힘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우리가 미국을 너무 얕봤어.’

‘이번 전쟁의 패배로 북한에 대한 권리는 모두 날아가 버렸군.’

‘우리 중국의 턱밑에 칼날을 들이댄 미국과 협상이라. 쉽지 않겠어.’

‘플레이어 포로들은 무조건 돌려받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중국 내에도 몬스터 필드가 넘쳐 날지도 몰라.’

‘뭘, 얼마나 양보해야 할지.’

‘서진핑 정권도 이제 끝난 거 아닌지 모르겠군.’

단 한 번의 패전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된 중국 서진핑 정권의 분위는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모두 나가서 대책을 수립하시오.”

서진핑 주석의 축객령에 중국공산당 간부들이 우르르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하아!”

홀로 남게 된 서진핑 주석이 얼굴을 찌푸렸다.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전쟁으로 중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올라설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한데 그 꿈이 완전히 산산조각 나 버렸다.

패전으로 인해 정권 유지와 주석 3연임 추진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어떻게든 수습해야 한다.’

최대한 감출 수 있을 때까지 감추고.

어쩔 수 없이 알려지면?

미국이 대국이라는 걸 강조해 중국의 패전을 포장해야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어떻게든 해야 했다.

“한숨 쉬는 거 보니까 고민이 많은가 봐?”

그때 낯선 언어가 서진핑 주석의 귀에 들려왔다.

“누구냐?”

서진핑 주석이 목소리를 높이며 재빨리 밖에 있는 이들을 부르려 했지만.

“컥!”

숨이 막히며 사지가 마비되는 게 먼저였다.

“중국인 출신 소환수를 하나 불러야겠네.”

그래야 대화가 통하고.

대화가 통해야 교육도 가능했다.

강현수가 도플갱어 한 마리와 소피아를 소환했다.

“또 그곳으로 가면 되나요?”

소피아의 물음에 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였고.

강현수와 소피아가 서진핑 주석을 데리고 사라졌다.

그리고 강현수가 남겨 둔 도플갱어는 서진핑 주석의 모습으로 변해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강현수가 서진핑 주석, 소피아와 함께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겠지?”

강현수의 말에.

“물론입니다. 절대적으로 주공의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서진핑 주석이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군기가 바짝 든 목소리로 대답했다.

‘영 믿음직스럽지 않은데.’

강현수는 서진핑 주석을 나름 열심히 교육(?)시켰다.

그런데 성과가 영 시원찮았다.

겉으로는 복종하는 것 같은데.

‘속으로 칼을 갈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지.’

중국 하면 와신상담과 소리장도의 본고장 아니겠는가?

‘뭐, 이놈이 속으로 칼을 갈아 봐야 뭘 어쩌겠나 싶기는 한데.’

그래도 약간 찝찝하기는 했다.

믿고 쓰기에는 뭔가 신용이 생기지 않는달까?

중국인들은 강자에게 복종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그 강자가 한족이 아니면?

절대 진정으로 복종하지 않는다.

한족에 대한 자부심과 중화사상 때문이다.

그건 중국의 역사가 증명해 준다.

물론 아닌 놈들도 있지만.

‘서진핑 이놈은 그런 놈이 아닌 것 같단 말이지.’

곁에 두고 계속해서 반복 교육하면 교정될 수도 있겠지만.

그럴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꾸 아쉬운 얼굴 하나가 강현수의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진구평 이놈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진짜 객사라도 했나?’

바로 강현수의 완벽한 수족으로 거듭난 중화길드의 길드 마스터 멸마창왕 진구평이었다.

강현수는 지구로 복귀한 후 플레이어 목록을 확인했다.

그래서 송하나, 신창후, 장석원을 비롯한 귀환자 플레이어들을 만났다.

그러나 중국 출신의 진구평은 찾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귀환을 안 했다면 모르겠는데.

‘지휘관 목록에서 삭제된 걸 보면 분명 귀환했단 말이지.’

그럼?

당연히 이름을 날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감감무소식이었다.

‘서진핑 이놈도 모르는 거 같고.’

찾아보라고 지시를 내리기는 했는데.

중국 플레이어 숫자가 워낙 많다 보니.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비공식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거나 타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건가?’

진구평이 있으면?

써먹기 딱이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강현수가 어떤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고.

아틀란티스에서 나름 중화길드라는 초거대 길드를 안정적으로 운영했던 경험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뭐, 어쩔 수 없지.’

보이지 않는 걸 어쩌겠는가?

거기다 정말 정말 낮은 확률이기는 하지만.

이름을 날리기도 전에.

운이 지지리도 없고.

재수도 더럽게 없어서.

몬스터 웨이브 같은 것에 휩쓸려 사망했을 수도 있었다.

조치를 마친 강현수는 도플갱어 소환수 한 기를 감시자로 서진핑에게 붙여 두고 다시금 한국으로 돌아갔다.

꾸우욱!

강현수가 모습을 감추자 서진핑 주석이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마음 같아서는 쌍욕이라도 퍼붓고 싶었지만.

옆에 있는 감시자 때문에 참았다.

‘저놈이 내 모습으로 변했었어.’

여차하면 진짜 자신을 제거하고.

저 괴물을 자신의 대역으로 쓸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저놈은 우리 중화의 원수다.’

저자의 개입으로 중국이 북한에 대한 권리를 잃었고.

중국군이 대패하는 개망신을 당했다.

‘와신상담하자.’

땔나무 위에 누워 쓸개를 핥으며 기회를 노리다 보면?

‘분명 저 괴물에게 복수할 수 있으리라.’

아직은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그러나 정보 확보만 성공하면?

‘분명 기회가 올 것이다.’

하나 그 전까지는.

원수인 저 괴물에게 간이라도 빼 줄 듯 충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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