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백
강현수가 직접 김철우 대통령을 만난 이유는?
북한을 두고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 과정에서 한국이 괜한 트롤 짓을 하지 않았으면 해서였다.
정확한 정황도 모르고.
상황 파악도 못 한 상태에서.
팀원들과의 소통까지 부재한 상태로.
혼자 잘해 보겠다고 설치다가 트롤 짓을 하면?
‘괜히 팀원들이 다 같이 고생하는 법이지.’
강현수는 이번 북한 내전 사태와 북한의 새로운 정권 성립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랐고.
그래서 북한과 미국에 개입을 했다.
일을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한국에도 개입을 해야했다.
‘저 정도면 정신을 차렸겠지.’
제대로 교육을 시켜 놨으니.
강현수의 뜻을 거스를 생각은 절대 못 하리라.
뭐, 애먼 짓거리를 하고 싶어도 도플갱어의 감시 때문에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이제 하나만 해결하면 끝인가?’
바로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태도로 나왔던 중국의 뜻을 꺾는 거였다.
미국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지는 눈치챘지만.
그렇다고 정말 전쟁이 벌어지게 방치할 생각은 없었다.
‘그럼 가 볼까.’
강현수가 달의 그림자 스킬을 사용한 후 중국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현재 중국은 비상이 걸려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반응 때문이었다.
“미국이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북한 국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발언까지 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정말로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자신만만하게 전쟁 발언을 했던 중국공산당이었지만.
정작 미국이 눈곱만큼도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이자.
당연히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여론을 흔들어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미국 중앙정부에서 먼저 선동 작업에 나섰습니다.”
“거기다 미국 내에서도 우리 중국을 징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막상 전쟁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난리를 칠 것들이 주제도 모르고.”
정말 전쟁이 나면?
경제는 엉망진창이 될 것이고.
수많은 병사들이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다.
중국공산당이야 자신들이 직접 목숨 걸고 싸울 일은 없지만.
미국은 사정이 다르지 않은가?
거기다 자유와 인권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어차피 남의 나라 일인데 왜 저렇게 난리를 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잘못하면 북한을 통째로 빼앗길 수도 있어요.”
북한을 반쯤 자기 거라고 생각해 왔던 중국공산당 입장에서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결과였다.
“전쟁을 해서라도 소유권을 되찾아와야 합니다.”
“맞습니다. 전부 다가 불가능하다면 절반이라도 가지고 와야 해요.”
강경파들은 이때를 틈타 목소리를 높였고.
“정말 전쟁이 나면 우리 중국도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놈들은 남의 땅에서 전쟁을 하는 거지만, 우리는 아니에요.”
온건파들은 진짜 전쟁이 벌어지는 건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결정을 내리는 건?
중국공산당의 주석인 서진핑이었다.
“국경 지대의 병사들에게 진군을 명령하시오.”
서진핑의 말에 당 간부들의 표정이 일제히 굳어졌다.
“정말 미국과 전쟁을 하시려는 겁니까?”
온건파 간부 중 하나가 목숨을 걸고 물었다.
“미국은 결코 이 전쟁을 오래 끌 수가 없소. 지금이야 멋도 모르는 버러지들이 자유와 인권을 외치지만, 자신들에게 피해가 오면 어쩔 것 같소?”
경기가 폭락하고.
물가가 오르고.
죽어 나가는 미군의 참상이 보도되면?
“결국 미국이 먼저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소.”
반면 중국은?
공산당의 굳건한 의지만 있다면?
경기가 폭락하든.
물가가 폭등하든.
중국군이 몇만이 죽든.
몇십만이 죽든.
얼마든지 전쟁을 이어 나갈 수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일당독재라고 해도 전쟁은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걱정하지 마시오. 이기면 될 일이니.”
서진핑의 표정은 자신만만했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
서진핑의 지지율은 하늘을 뚫을 듯 상승할 수밖에 없다.
또한 중국 인민들 역시 세계 최강대국을 상대로 승리한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흘러 제대로 된 국뽕에 취할 수밖에 없었다.
“이길 수 있을까요?”
아무리 그간 중국이 체급을 키우고 군사력에 많은 투자를 했다고는 하지만.
미국에 비하면 한참 모자랐다.
“걱정하지 마시오. 미국이 미치지 않은 이상 일정 수위 이상의 공격은 하지 못할 테니.”
미국과 중국은 양국 모두 핵이라는 가공할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 만큼.
전투는 어디까지나 북한 땅에서 이루어질 것이고.
전쟁에 동원되는 무기도 단거리 포격이나 폭격 정도가 한계일 것이다.
그 정도 싸움이라면?
무기의 수준도 수준이지만.
얼마나 많은 병사들과 플레이어들을 투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교전 비율이 떨어져도 상관없다.
미국의 첨단 무기에 의해 더 많은 폭격을 받아도 괜찮다.
그럼 더 많은 병사와 더 많은 플레이어, 더 많은 무기를 투입하면 그만이니까.
인해전술이라는 중국의 전가보도를 꺼내 든다면?
상대가 미국이라도 얼마든지 승리할 수 있었다.
특히 중국은.
“우리는 세계 최다 플레이어 보유국이오.”
중국보다 많은 숫자의 플레이어를 보유한 나라는 없다.
미국이 타국에서 뛰어난 실력을 지닌 플레이어들을 자국민으로 귀화시킨다고는 하지만.
질을 떠나 보유한 플레이어의 숫자에 있어서는?
중국이 미국보다 무려 4배 이상 많았다.
거기다 미국은 플레이어를 함부로 전쟁에 투입할 수 없지만.
중국은 설사 사설 길드 소속 플레이어라도 얼마든지 전쟁에 투입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이 전쟁은?
이미 중국이 이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장 징집한 플레이어들을 최선두에 세워 진군 명령을 내리시오. 그럼 설사 한국과 일본이 미국을 돕는다고 해도 우리를 막을 수 없을 테니.”
서진핑 주석의 명령과 함께.
중국군의 대대적인 진격이 시작되었다.
* * *
‘뭐야?’
중국으로 가기 위해 북한 영토를 가로질러 압록강에 도착한 강현수의 눈에.
대대적인 중국군의 진군 모습이 들어왔다.
“쏴라!”
미군과 북한군의 연합군이 대대적인 포격을 가했지만.
꽈아아앙! 퍼어어엉!
도검과 방패 그리고 갑옷으로 무장한 중국군의 진격을 늦출 수는 없었다.
‘이놈들이 작정을 했네.’
플레이어들을 전쟁의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문제는 동원한 플레이어의 숫자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무려 20만에 가까운 숫자.
고레벨 플레이어는 그리 많지 않았고.
대다수가 중레벨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20만의 플레이어 대군은 엄청난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거기다 저것도 전력을 다한 건 아니겠지.’
중국 정도의 인구수를 가진 나라라면?
플레이어로 이루어진 군대를 20만 수준이 아니라.
1백만 이상의 단위로 뽑아낼 수도 있다.
뭐, 그럴 경우 대부분의 병력 구성은 저레벨 플레이어가 되겠지만 말이다.
‘플레이어가 국력의 상징이 되기는 했지.’
중국이 당당하게 먼저 국경을 넘은 이유는?
저 플레이어 부대를 믿었기 때문이리라.
‘그럼 그게 얼마나 무력한지 실감하게 해 줘야지.’
강현수가 소환수들을 소환했다.
사실 굳이 소환수를 소환할 필요도 없이 강현수 혼자 나서도 중레벨 플레이어 20만 정도는 가볍게 제압할 수 있었다.
위압 스킬인 폭군의 위세만 써도 게임 끝이다.
스킬 저항력과 정신력 수치가 강현수의 위압 스킬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이상.
‘숫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
플레이어의 숫자가 20만이 아니라 2백만이라고 해도.
강현수의 스킬 한 방이면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그러나.
‘절대 강자 한 명만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니까.’
가볍게 최정예 인간형 소환수를 2천 기 정도만 동원하기로 했다.
소환수 한 기당 일당백만 해 줘도.
20만 정도의 플레이어는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소환수들의 수준을 고려하면?
‘일당백 정도는 문제도 아니지.’
사실 제압이 아니라 죽이는 걸 전제로 한다면?
일당백 수준이 아니라.
일당만도 가능했다.
강현수가 소환한 2천 기의 소환수들은.
아틀란티스 차원의 네임드 플레이어 및 랭커와 마계 귀족 들로 이루어져 있었으니까 말이다.
‘일단 연락부터.’
강현수가 스마트폰을 꺼내 현충복과 마틴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는 상당히 짧았다.
압록강을 넘어오는 중국군은 자신이 처리할 테니 구경만 하라는 내용이었으니.
굳이 길 필요가 없었다.
강현수가 연락을 취한 건.
괜히 북한군과 미군이 자신의 소환수들을 적군으로 오인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으니까 말이다.
위이이잉!
현충복과 마틴에게서 알겠다는 답장이 왔다.
‘사령부 소환.’
강현수가 소환수들을 소환했고.
타악!
그와 동시에 최선두에 서서 중국 플레이어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20만 대 2천.
병력 비율은 애초에 비교하는 게 어처구니없을 만큼 큰 차이가 났다.
그러나.
플레이어의 전투는?
숫자가 아니라 레벨과 랭크가 결정했다.
‘그 사실을 똑똑히 알려 주마.’
강현수가 가볍게 검을 검집째로 휘둘렀다.
정말정말 최대한 힘을 뺐다.
잘못해서 죽으면 곤란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꽈아아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시작된 강현수의 공격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퍼어엉! 콰지직!
한 번 검집을 휘두를 때마다 중국 플레이어 수십 명의 무기와 갑옷이 박살 나며 사지 중 하나가 부러졌다.
그리고 그건.
강현수의 뒤를 다르는 소환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소환수들의 손 속은 강현수보다 더 과격했다.
소환수들이 강현수에게 받은 명령은?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
그 말은?
서걱!
“아아아악!”
좌악!
“내 팔!”
중국 플레이어들의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몸에 구멍이 수십 개 뚫리더라도.
숨통만 붙어 있으면?
명령을 완수한 것이라는 뜻이었다.
강현수와 소환수들이 파죽지세로 20만의 중국 플레이어 대군을 쓸고 나갔고.
중국 플레이어 대군은 변변찮은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쓸려 나갔다.
“공격! 공격하라!”
“불의 폭풍!”
“뇌전의 숨결!”
“죽음의 안개!”
온갖 종류의 원거리 공격 스킬이 날아오고.
콰콰콰콰콰!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기타 등등 형형색색 오러가 난무했지만.
수준 차이가 너무 극심했기에.
강현수와 소환수들의 스킬 저항력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굳이 뱀피릭 오러를 쓸 필요는 없겠지.’
마력으로 이루어진 스킬 자체를 분쇄하는 뱀피릭 오러를 사용하면?
더 빠른 제압이 가능하지만.
‘너무 눈에 띈다는 말이지.’
그간 활동했던 전적이 너무 화려했다.
거기다.
‘필요 이상으로 미국과 북한 신정권에 힘을 실어 주게 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
강현수는 자신과 소환수들을 미국과 북한 신정권의 연합군으로 포장할 생각이다.
그런데 강현수가 핏빛 오러를 사용하면?
세계 각국이 와이번 탄 영웅과 몬스터 필드를 정리한 영웅이 미국이나 북한 신정권 소속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북한 신정권이 아니라 미국 소속이라고 생각할 확률이 높지.’
그럼 안 그래도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국제 정세에서 너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된다.
‘사실 이것도 과하지.’
공식적으로 알려진 미국의 랭커들과 고레벨 플레이어들은 이번 전쟁에 동원되지도 않은 상황.
그런데 20만의 중국 플레이어 대군을 박살 낸 일당백의 최상위 플레이어가 무려 2천 명이나 등장했다.
미국과 북한 신정권의 연합군이라고 발표해도.
‘대부분은 미국의 숨겨 놓은 힘이라고 생각하겠지.’
전쟁에 동원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는 2천 명의 최상위 플레이어만 해도.
‘사실상 핵을 능가하는 비대칭 전력이나 마찬가지지.’
강현수가 나섬으로 인해 미국 중앙정부는 엄청난 유무형적인 이득을 거두게 될 것이다.
이 정도만 해도.
강현수로서는 미국에 어마어마한 혜택을 베푼 셈이다.
‘뭐, 눈치 있는 놈들이니, 알아서 상납하기는 하겠지만.’
결국 미국은 강현수에게 있어서 지구 연합군을 구성하기 위한 부하 1호 정도에 불과한 국가.
굳이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힘을 실어 줄 필요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