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2)
갑작스러운 강현수의 등장에.
“뭐야? 너 누구야? 여기는 어떻게 들어왔어?”
현충복이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최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밖에 있는 호위들을 부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왜 안 들어오는 거야?’
밖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름 현충복. 현재 쿠데타를 일으킨 플레이어들의 수장. 플레이어 우월주의를 새로운 국가 이념으로 미는 중. 너, 이게 얼마나 큰일인지 자각은 하고 있나?”
강현수의 물음에.
“플레이어 우월주의는 그저 플레이어들을 설득하기 위한 비공식적인 명분일 뿐입니다. 제가 들고일어난 것은 그저 김씨 일가의 독재에 신음하는 인민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충복이 현란하게 입을 나불거렸다.
단순히 매혹이라는 스킬 하나만 있다고 이 자리에 오를 수는 없다.
현충복은 매혹 스킬도 스킬이지만.
분위기를 파악하는 능력과 말빨도 뛰어났다.
‘저자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플레이어 우월주의를 싫어한다.’
판단과 동시에 혀가 움직였다.
사실 방금 현충복의 말은 일부 사실이었다.
북한의 플레이어 대다수가 우월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고작 일반인에 불과한 독재자와 당 간부들에게 지배와 착취를 당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들이 가지고 있는 우월감을 자극했다.
플레이어가 최우선인 세상을 만들어 보자고 말이다.
그러나.
‘이게 도대체 뭐가 큰일이라는 거야?’
비공식적인 명분이라는 현충복의 말은 거짓이었다.
아니, 현충복은 이 명분이 왜 문제가 되는지 아예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플레이어로 각성한 후 약간의 부귀영화를 누려 보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정보 통제와 더불어 제대로 된 교육의 부재로 인해.
현충복은 국제 정치나 정세 등에 대한 이해가 바닥에 가까웠다.
오히려 플레이어 우월주의를 내세우면?
중국과 러시아 플레이어들이 자신에게 힘을 실어 주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까지 품고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누구신지?”
현충복이 조심스럽게 강현수에 물었다.
그러면서도 마력이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연속해서 매혹 스킬을 펼치며 계속해서 입을 나불댔다.
“같은 조선인이고 플레이어면 우리는 형제와 다름없는 사이입니다. 서로 대립하는 것보다는.”
“그만. 나한테 그런 같잖은 수작은 통하지 않으니까 그만하는 게 좋을 거다.”
강현수의 말에 현충복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매혹 스킬을 이 정도로 퍼부었으면.
자신을 죽이러 온 암살자도 마음을 바꿔 먹을 수준이다.
그런데 왜 변화가 없다는 말인가?
“넌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 그러면 목숨도 살려 주고, 북한의 우두머리 역할도 할 수 있게 해 주지.”
강현수의 말에 현충복이 어금니를 악물었다.
“첫째,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정부를 구성해라. 알맹이는 플레이어 기반의 군부 정권일지라도 최소한 껍데기라도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둘째, 국호는 신한민국으로 해라. 셋째, 중국과 러시아에 도움을 청하지 말고 미국과 한국에 도움을 청해라. 넷째, 개발 중인 핵을 포기하고…….”
강현수의 입에서 지시 사항이 줄줄이 흘러나왔고.
현충복의 분노 게이지 역시 수직 상승했다.
‘내 힘으로 건국한 나라를 날로 먹으려고 하다니.’
정부, 국호, 외교 등등.
마치 자신이 새로운 나라의 주인이라도 된 것처럼 지시를 내리니.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정기 보고가 올라올 시간이다.
그때가 되면?
저 건방진 놈은 수하들의 손에 죽으리라.
“이 정도다. 다 알아들었나?”
“예, 다 들었습니다.”
현충복이 재빨리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이 굼벵이 같은 놈들이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초조하게 밖에 있는 수하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게 있는 모양이네.”
“예?”
강현수의 말에 현충복이 화들짝 놀랐다.
그렇지만.
“아닙니다. 기다리다니, 그게 무슨……..”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뭐, 일단 할 말은 다 했으니까, 같이 기다려 주지.”
강현수의 태연한 모습에 현충복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때.
“와아아아아아!”
밖에서 천지가 뒤흔들릴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김가 돼지 놈이 죽었다!”
“우리가 이겼다!”
“이제 우리 세상이야!”
현충복이 이끄는 플레이어 쿠데타 세력이 북한의 독재자를 제거하는 데 성공한 모양이다.
그와 동시에.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려왔고.
달칵!
현충복이 자리하고 있던 방문이 열렸다.
방 안으로 들어온 이들은 대략 30명 남짓으로.
이들이 바로 북한의 랭커들이자 현충복이 믿고 있던 심복들이었다.
“저 사람은 누구지?”
“사령관님이 아시는 분인가?”
현충복의 심복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강현수를 바라봤다.
‘이제 네놈의 오만함도 끝이다.’
현충복이 재빨리 입을 열어 강현수를 제압하라고 명령하려던 순간.
“꿇어라.”
강현수의 한마디와 동시에.
털썩!
현충복을 포함한 북한 랭커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정신계 위압 스킬 폭군의 위세를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게 끝은 아니었다.
콰콰콰콰콰!
강현수의 몸에서 북한 랭커들의 수준으로는 측량 자체가 불가능한 막대한 마력이 뿜어져 나왔고.
압도적인 마력의 압박에 북한의 랭커 플레이어들의 이성이 마비되었다.
“죽이는 건 간단하나.”
강현수의 한마디에 북한의 랭커 플레이어들은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나.
“쓸모가 있으니 살려 두겠다.”
이어지는 말에 북한의 랭커 플레이어들은 겨우 안도할 수 있었다.
“수락하라.”
강현수가 북한의 랭커 플레이어들을 지휘관으로 임명했다.
이성이 마비된 상태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낀 현충복과 북한의 랭커 플레이어들은 거절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지휘관 임명을 수락했다.
고작 중대장 정도의 직책이었지만.
‘이놈들에게는 것도 과분하지.’
지휘관 임명을 마친 강현수가 마력을 갈무리하고 폭군의 위세 스킬을 해제했다.
그러자.
“크윽!”
“이게 무슨?”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우리가 무슨 짓을.”
이제야 방금 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은 현충복과 북한의 랭커 플레이어들이 분노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불만이 있으면 지금 이야기하도록.”
그러나 이어진 강현수의 한마디에.
현충복과 북한의 랭커 플레이어들은 조용히 입을 닫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죽음의 공포.
마력의 폭풍.
조금 전 경험했던 것들은 거짓이 아니었고.
오히려 강한 무력감과 공포가 그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기에 그저 강현수가 말 한마디를 했을 뿐인데.
그때 느꼈던 무력감과 공포가 되살아났다.
“그럼 없는 걸로 알고 넘어가겠다. 현충복.”
“예.”
“내가 지시했던 일은 기억하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그대로 이행해라.”
현충복에게 지시를 내렸으니.
이제 할 일은 끝났다.
‘힘으로 찍어 누르는 이런 방식의 제압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지.’
거기다 반발 작용도 꽤 크다.
아마 현충복을 포함한 북한의 랭커 플레이어들은?
마음속에 강현수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품게 될 것이고.
그게 훗날 상당히 큰 반발로 되돌아오리라.
그러나.
당분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시간이 지난 후도 마찬가지고.’
현충복과 북한의 랭커 플레이어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강현수를 어찌할 수는 없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강현수에 대한 충성심이 상승하리라.
그 과정에서 현충복과 북한의 랭커 플레이어들이 폭주를 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내가 잘 감시해야지.’
이대로 내버려 둬서 대형 사고가 터지게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또 이건 장기적으로 현충복과 북한의 랭커 플레이어들에게도 이득이었다.
만약 애초 계획대로 플레이어 우월주의가 기반이 된 나라를 건국했다면?
‘전 세계의 비난을 받았겠지.’
특히 중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북한에 가장 큰 채권을 가진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김씨 부자 정권 당시 진 빚을 갚으라고 윽박지를 것이고.
최악의 경우 플레이어와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올 수도 있었다.
문제는 플레이어 우월주의 기반의 국가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거기다 중국 입장에서는 불안감도 클 테니까.’
북한이나 중국이나 일당독재 국가였고.
거기다 세습은 아니지만, 어찌 되었든 독재자가 다스리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중국 국가주석 서진핑 입장에서 북한의 쿠데타가 성공하고 3대 세습을 하고 있던 김가 돼지의 목이 잘린 사건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도 같은 꼴이 될 수 있으니까.’
그러니 본보기를 보여 현충복과 북한의 랭커 플레이어들을 쓸어버리고.
김씨 일가의 핏줄이나 적당한 친중파 인사를 허수아비로 삼아.
실질적으로 북한을 지배하려는 시도를 할 수도 있었다.
‘뭐가 어찌 되었든 이놈들은 죽은 목숨이라는 거지.’
그걸 막아 줄 수 있는 국가는 미국뿐이다.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라도 민주주의국가를 설립해야 한다.
아무리 강현수가 미국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지만.
그렇다고 플레이어 우월주의 같은 전 세계의 공적이 될 만한 정신 나간 이념으로 세워진 국가를 지원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저…….”
생각을 정리한 강현수가 떠나려고 할 때.
현충복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뭐, 할 말이라도 있나?”
“당신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현충복은 진심으로 강현수의 정체가 뭔지 궁금했다.
“나중에 국제 뉴스를 확인해 봐라. 아니면 미국한테 듣던지.”
강현수는 그 말과 함께 달의 그림자 스킬을 사용해 모습을 감췄다.
* * *
북한에서 발생한 내전으로 인해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은 초비상사태였다.
한국의 경우 북한이 내전 과정 또는 내전 종료 후 어떤 미친 짓을 할지 몰라 불안했고.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는 북한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이 소멸하지 않을까 걱정되었으며.
일본은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북한 내전을 주시하고 있었다.
걱정은 북한이 미쳐 날뛰며 일본을 공격할 경우였고.
기대는 과거 한국의 6.25 전쟁으로 인해 일본 경제가 엄청난 부흥과 전성기를 맞이했기에 또다시 전쟁 특수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미국은 과거 한국의 6.25 전쟁 시절에도 무조건 한국을 사수해 냈던 전적이 있다.
한국의 존재로 인해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었다.
한국이 없다면?
한국은 육군, 일본은 해군이라는 미국의 중국 및 러시아 견제 전략이 무너질 것이고.
지상전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방법이 사라진다.
또한 상륙작전과 해양권 사수마저 어려워지고.
그럼 중국과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힘들어진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강현수가 바로 한국인이라는 점이었다.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한국이 북한을 흡수 통일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 것 같소?”
미국 대통령 버틀러가 참모들에게 물었다.
“그분이 나선다면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북한의 낙후된 경제를 되살리는 것도 문제고, 중국, 러시아와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한국이 북한을 흡수 통일한다면 아무리 우리 미국이 돕는다고 해도, 독일 통일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난 경제적 타격과 혼란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고.
북한은 전 세계 최하위 경제 빈곤국이다.
이 두 나라가 하나로 합쳐지면?
당연히 한국이 엄청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머나먼 미래를 고려하면?
영토, 인구, 자원이 모두 늘어나니 엄청난 이득이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길고 험난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교육 수준, 문화 수준, 생활 수준 등등.
다른 것이 너무도 많았다.
한국이 북한을 흡수 통일하더라도.
안정을 찾기 위해서 못해도 몇십 년 정도는 죽을 고생을 치러야 하리라.
0레벨 플레이어